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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위층으로 올라간 유영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진영숙은 처음부터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유영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아이를 유산하게 된 배후에 시어머니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도 유영은 강이한에게 한 번도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때는 바보처럼 자신이 부족해서 시댁 식구들이 자신을 싫어한다고만 생각했던 것 같았다. 그때의 유영은 자신이 노력하면 굳게 닫힌 그들의 마음을 열 수 있다고 믿었다.

부모님과 조부모가 돌아가신 뒤로 그녀는 가족의 따뜻함을 느껴본 적 없었기에 어렵게 이룬 가정을 어떻게든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그들이 뭐라고 하든 참고 인내했지만, 현실은 참혹했다.

유영은 침울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강이한은 싸늘한 표정을 하고 소파에 누워 있는 유영에게 다가가서 무릎을 굽혔다.

“유영아.”

유영은 반사적으로 그의 손길을 뿌리쳤다.

남자가 손에 힘을 주며 그녀에게 물었다.

“왜 전에는 말 안 했어?”

“하!”

유영은 싸늘한 비웃음을 터뜨렸다.

친동생도 아닌 강서희에게 말 한마디 했다고 전화해서 다짜고짜 따지는 사람에게 네 가족이 우리 아이를 죽였다고 말한들 그가 자신의 편을 들어줬을까?

강이한의 그런 애매한 태도 때문에 진영숙의 괴롭힘은 심해져만 갔다. 만약 강이한이 이 일로 엄마를 원망했다면 그가 없을 때 찾아와서 더 심하게 괴롭혔을 것이다.

강이한이 뭐라고 더 말하려는데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유영의 손을 꽉 잡은 채, 다른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상대가 뭐라고 한 건지, 강이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유영을 힐끗 바라보고는 말했다.

“알았어. 지금 갈게.”

말을 마친 강이한은 전화를 끊었다.

유영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한지음이 발견된 것이다.

“지음이 찾았대.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둘이 대체 무슨 사이야?”

유영은 고개를 돌리고 강이한을 빤히 바라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강이한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다가 이마에 가볍게 키스한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상한 생각하지 마. 우린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사이 아니야. 돌아오면 모든 걸 말해줄게.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알겠지?”

강이한의 이런 말도 유영에게는 변명으로 들렸다.

남자는 그녀의 볼에 다시 키스한 뒤, 대답도 듣지 않고 방을 나가버렸다.

바깥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유영은 다시 눈을 감았다.

진영숙도 돌아가고 저택에는 그녀 홀로 남게 되었다.

유영이 가지고 있던 시한폭탄을 터뜨렸으니 모자 사이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다.

적어도 예전보다는 껄끄러워지지 않을까?

예전에는 강이한을 생각해서 참았지만,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었다.

세강 일가에는 곧 폭풍이 휘몰아칠 것이다.

그 뒤로 며칠이 지났다.

유영의 예상대로 강이한은 며칠째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한지음이 발견된 그날부터 그녀와 한지음의 이름은 인기 검색어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

한지음은 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두 눈이 실명된 채로 발견되었다.

전국의 네티즌들이 이 사건을 들고 의논이 분분했다.

한지음이 처참한 몰골로 발견되면서 유영은 어느새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어 있었다.

“사모님, 택배 왔어요.”

집사가 택배 박스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를 바라보는 고용인들의 눈빛이 평소와 달랐다.

유영은 인터넷 쇼핑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 저택에 그녀의 택배가 배달 오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한꺼번에 여러 개가 도착하다니.

언론의 영향을 받은 건지, 그녀를 대하는 고용인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아침을 먹고 있던 유영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드디어 올 게 온 것이다.

“열어서 주세요.”

저 안에 뭐가 들었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전생에 처음 그것을 봤을 때는 충격에 며칠 밤을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집사가 택배 상자를 열였을 때, 현장에 있던 모두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어… 어떻게 이런….”

유영은 덤덤하게 그것을 힐끗 바라보았다.

안에는 죽은 쥐의 사체가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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