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서 점점 멀어져 가는 이유영의 강인한 뒷모습을 보면서, 그 거리감은 마치 평생의 미움을 갖고 있는 것만 같았다.아무리 수천 가지 방법을 생각한다고 해도 반드시 멀어질 것 같은 거리감이었다.이렇게 생을 건너서까지 가져다주는 미움 때문에 강이한은 온몸이 굳은 채, 제자리에 서 있으며 그의 눈 밑에는 속상함이 스쳐 지나갔다.그의 유영, 정말로 그와 같이... 전생에서 넘어온 걸까?그런 거라면 강이한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녀의 몸에 흐르는 피에 담긴 고통을 지울 수 있을까?이시욱은 어두운 안색으로 이유영이 떠나는 방향을 보고는 강이한에게 다가가서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도련님, 그분께서 이미 직접 3번이나 전화를 해왔습니다. 도련님더러 얼른 서주 쪽으로 오시라고 하십니다!”그분...!서주라는 곳은 강이한의 세상에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이다. 이유영이 모를 뿐만 아니라 그의 어머니인 진영숙도 모르는 곳이었다.서주, 강이한의 배후에서 제일 강대하고 깊숙한 존재인 곳이었다.그의... 아버지!강씨 가문 사람들 전부 다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사실은 계속 제일 어두운 곳에서 살아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하지만 강씨 가문은 대대로 한 사람이 그 중대한 임무를 짊어져야 했다. 그리고 이 일맥의 남자 후손은 강이한 뿐이었다.이번에 그쪽에서 이미 3번이나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그러니 강이한이 서주로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그런데 이 보름 동안, 줄곧 이유영의 소식이 없어서 강이한도 떠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지금 이유영이 돌아왔으니, 앞으로 파리에는 더 큰 문제들만 일어날 게 분명했다.강이한은... 이유영이 걱정되었다.“그분의 기분을 상하게 하시면 사모님은 더욱 많은 번거로움에 빠질 겁니다.”이시욱은 심각한 말투로 강이한을 일깨웠다.그리고 이 일깨움 덕분에 강이한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렇지. 그분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하고도 남지.’‘만약 그분이 내가 이유영 때문에 발목이 잡혀 계속 파리에 있는 것을 안
“아니긴 뭐가 아니야?”이유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국진은 아주 엄숙하게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이유영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보름 전 통화 할 때부터 이유영은 외삼촌이 화가 단단히 났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 보름 동안 엔데스 명우는 그녀의 핸드폰을 몰수해 갔다.비록 보름 동안 이유영은 아주 편안하게 지냈지만, 시간은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받아야 할 벌은 결국 여전히 받게 되어 있었다!보름 동안이나 화가 풀리지 않은 것을 봐서라도 외삼촌이 정말 화가 많이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말해봐. 너 그놈의 어떤 요구를 들어줬어?”정국진은 퉁명스럽게 물었다.사실 정국진도 마음속으로 대충 이유영이 엔데스 명우의 어떤 조건을 들어줘서 그녀를 파리로 돌려보냈는지 짐작이 갔다.하지만 가장으로서 외삼촌은 그래도 이유영이 조금 더 총명하게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해 내기를 바랐다. 비록 정국진은... 자기 자신도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지만, 엔데스 가문과 엮이는 것에 비하면 다른 건 뭐든 다 좋다고 생각했다.이유영이 입을 열고 물었다.“외삼촌은 이미 다 알고 있잖아요?”“이유영!”이유영의 말이 끝나자 정국진은 화가 잔뜩 났다.그 순간 정국진이 아직 정정해서 그렇지 만약 진짜 육칠십 살 되는 늙은이였다면 아마 화가 나서 혈압이 쭉 올랐을 것이다.나이가 어린 덕에 정국진은 그나마 그런 비극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정국진은 자기 가슴이 끊임없이 두근대고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이 느껴졌다.“외삼촌 화내지 말아요. 네? 이번 일은 나도 방법이 없었어요.”“방법이 없다고 해도 그렇지. 너 엔데스 여섯째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몰라? 그 사람을 감히 건드리다 못해 엮이기까지 하냐!”“...”이유영도 이번 일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이유영도 정말 달리 방법이 없었다.아무것도 부족한 게 없는 사람인 데다가 그의 유일한 약점은 죽은 사람이었다. 이유영은 그런 사람과 맞바꿀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정국진은 차갑게 이유영을 힐끔 보고는 물었다.“너 그게 무슨 뜻이야?”“외삼촌이 저랑 연을 끊고 제가 로열 글로벌에서 나가기만 하면 그 사람도 자동으로 자와의 혼인을 취소할 거예요.”그랬다. 사인을 하는 순간의 이유영은 마치 핍박을 당한 것처럼 허둥대 보였지만 사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이미 수천만 가지 궁리했으며 심지어 이미 퇴로까지 생각해 두었다.엔데스 명우는 그저 정씨 가문이라는 강대한 뒷받침이 필요했다.그건 엔데스의 여섯째 도련님뿐만이 아니라 다섯째 도련님, 넷째 도련님들도 다 원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정국진이 화가 난 원인이었다.왜냐하면 그들이 원하는 건 오직 정씨 가문이었다.이유영이라는 여자가 아니라...정국진은 감정이 없는 정약 혼인을 하도 많이 보았다. 비록 강이한과 이유영은 서로 사랑해서 함께 하게 되었지만, 그들의 혼인도 역시 그토록 힘들었다.그런 것을 뻔히 알고 있는 정국진은 도무지 이유영이 이익을 위해 두 번째 결혼하게 허락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아무리 이유영이 엔데스 명우의 손에 있다고 해도 정국진이 오랫동안 엔데스 명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이유였다.“너 이 바보야.”“전 그저 외삼촌의 조카이지 딸아 아니잖아요. 제가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죠. 안 그래요!?”정국진은 이유영의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이유영을 한 눈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래. 네 말도 일리가 있어.”“제가 내일 은지랑 만나고 은지를 파리에서 내보낸 후에 외삼촌이 발표하시죠?”‘유영이를 정씨 가문에서 내쫓는다고 발표하라고?’‘유영이더러 로열 글로벌에서 나가라고 하라고?’정말이지 사람은... 높은 자리에 있으면 있을수록 귀찮은 일이 많았다. 지금 정국진은 이유영을 그 자리에 앉힌 걸 조금 후회하고 있었다.전에는 박연준, 지금은... 엔데스 가문....한편, 같은 시각의 다른 섬 위의 별장에서, 소은지는 어둠 속에서 손에 든 서류를 보면서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엔데스
소은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엔데스 명우의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근데 당신이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지. 그렇게 생각해!”“...”“내일 당신을 데리고 이유영을 만나러 가는 사람이 있을 거야. 그 후로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닌 거야. 알겠어?”‘아무 사이도 아니라고?’‘앗싸, 좋아! 너무 좋아!’소은지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무도 모른다.하지만 소은지는 이런 상황에서 이 답을 들기를 절대 바라지 않았다.“말해봐. 도대체 어떻게 해야 유영이를 놓아줄 거야?”“그 여자는 내 미래의 왕비야. 놓아주고 말 것도 없어. 그녀는 파리에서 지고 지상의 여자가 될 거야...!”“걘 그런 거 원하지 않아!”소은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엔데스 명우는 자기가 이유영에게 제일 좋은 것을 준다고 생각한다.하지만 이유영이 어떤 사람인지 소은지가 모를 리가 없었다.제일 웃긴 건 이 남자는 심지어 이런 방식으로 소은지와 이유영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했다.“보아하니 당신은 이유영과의 사이에 대해서 자신이 있는 모양이야?”“...”소은지는 말이 없었다.엔데스 명우 같은 사람이 어떻게 우정을 이해하겠는가?“당신 같은 사람은 아마 평생토록 진정한 친구가 없을 거야.”“그럼, 어디 두고 봐. 이유영이 당신을 미워하는 날이면 어떨지?”“...”엔데스 명우 눈 밑의 미소에는 그토록 강인한 자신감이 붙어있었다.마치 그가 말한 일이 바로 내일에 일어날 것처럼!하지만 소은지는 줄곧 자기와 이유영 사이의 감정에 대해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엔데스 명우한테서 이유영이 자기를 미워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소은지는 그래도 저도 모르게 숨이 턱턱 막혔다.“걱정하지 마. 절대로 당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비록 마음이 조금 흔들렸지만, 소은지는 이 순간까지도 굳게 믿고 있었다.엔데스 명우 눈 밑의 풍자함은 더욱 짙어졌으며 그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소은지는 호흡이 조금 가빠져서 엔데스 명우에게 눈을 떼고는 더 이상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와인잔이 대리석 테이블이
‘공항? 손을 잡았다고?’‘이런, 엔데스 명우가 고의로 이런 일을 벌여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네!? 정말 비겁한 사람이네!’이유영은 자신의 헝클어진 머리를 잡으면서 말했다.“외숙모 이 일은...”“파리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전화 반대편 임소미의 말투는 순간 엄숙해졌다.아무래도 외삼촌이랑 같이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한 여인인지라 외숙모도 정말 세심하고 민감하기 그지없었다.이유영은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말했다.“일이 좀 생기긴 했는데 외숙모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이쪽에서 알아서 잘 처리할게요.”“유영이 너 어떻게 처리할 거야?”‘어떻게 처리하냐고? 외삼촌이랑 상의 했던 대로만 하면...!’당연히 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뭘 하든 다 하기 쉬웠다. 하지만 지금 이 일이 매체에 까밝혀진 이상, 이건 이유영을 제일 앞으로 미는 거나 마찬가지였다.그래서 지금 후퇴를 한다고 해도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다!이 엔데스 명우라는 자는 단지 소문으로만 듣던 마음이 독하고 성질이 더러운 남자만은 아니었다. 지금 보니, 그는 세심하고 치밀하기까지 했다.일단 그에게 빌미를 잡히기만 하면 그의 손에 꼭 잡혀 죽을지도 모른다.“네 외삼촌이 돌아간 것도 이 일 때문이야?”이유영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임소미가 계속해서 되물었다.이유영은 눈을 감았다!‘외삼촌도 참 가엽네.’“유영아!”“외숙모, 외삼촌은 외숙모가 걱정할까 봐 걱정돼서...”필경 파리에 사는 사람이라면 엔데스 가문의 도련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다행히 이 도련님들은 단결하지 못했다. 만약 이들이 서로 단결해서 다 같이 대외적으로 맞선다면 다른 사람들은 기회조차 없었다.그러면 아마 파리는 온통 엔데스 가문의 것일지도 모른다.“너희들 정말 갈수록 말이 안 되잖아.”뚝. 뚝. 뚝.임소미는 호통을 친 후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러나 이유영은 전화가 끊긴 소리를 들으면서 제자리에 멍해서 전혀 반응을 잃었다!‘이게 무슨 일이야?’‘이건...’이유영은 가족들이 자
이유영은 어제까지만 해도 다 자기의 생각대로 이뤄질 것만 같이 느껴졌다.하지만 지금, 일이 전부 다 탄로되어 온 파리 사람들이 다 알게 된 이상, 예상 밖의 상황이라도 생기면 다 같이 웃음거리가 되는 상황이었다.이유영은 몹시 화가 났지만 그래도 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정국진은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일은 그래도 원래 계획대로 진행해야 해.”“네?”“이렇게 된 이상, 누가 더 체면을 중시하는지 볼 수밖에 없어.”“…”‘무슨 뜻이지?’이유영은 외삼촌의 말이 무슨 뜻인지 도통 알아듣지 못했다.‘설마 이 시점에서 누가 더 뻔뻔하게 나오는지 보려는 건 아니겠지?’“유영아.”“네.”“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넌 지금 계속해서 엔데스 명우랑 관계를 이어 나가서는 안 돼.”정국진은 아주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유영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었다.“네.”이 점에 대해, 이유영은 섬에서 나갈 때부터 알아차렸다. 하지만 엔데스 명우가 자기를, 이 지경까지 밀어 넣을 줄 이유영도 몰랐을 뿐이었다.지금 그녀는 몹시 골치가 아팠다.하지만 어쨌든 지금, 현재 제일 중요한 건 소은지의 사건에 대해 결판을 짓는 것이었다. 다른 것들은 다 일단 뒤로 미루고 봐야 했다!…다른 한편, 풍산의 서재에서…!현 시각 공기 속에는 끊임없이 차가운 기운이 휘몰아쳤다. 손에 아이패드를 든 박연준의 눈에서는 예전의 그런 부드러움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지금의 박연준은 매섭고 위험해 보였다.문기원도 옆에서 심각한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한참 지나서야 박연준은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을 풍기면서 입을 열었다.“현재 정국진 쪽 태도는 어때?”조건 전 박연준이 본 건 기사에 실린 이유영과 엔데스 명우가 공항에서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이 분명했다.마치 이런 강렬한 방식으로 정씨 가문의 후계자가 엔데스 명우랑 만난다는 것을 온 파리에 명백히 알리는 것만 같았다.“정씨 가문에 지금 난리가 났습니다!”문기원이 대답했다.이건 예상했던 그림이었다.박연준의 눈 밑에는 씁쓸
한편 시테섬에서, 소은지는 무기력하게 침대에 오그린 채 누워있었다. 엔데스 명우는 이미 옷차림을 단정히 하여, 다시 품위 있고 우아한 모습을 되찾았다.정말이지 엔데스 명우를 만났던 사람들은 다 하나님이 그에 대한 편애를 감탄할 것이었다.하지만 이렇게 하나님에게 편애를 받는 남자는 밤이 되면... 아주 끔찍하고 악랄했다.진흙처럼 휘늘어진 소은지를 보는 엔데스 명우의 눈에는 온통 경멸이었다.“당신 이제 가도 돼.”엔데스 명우는 냉랭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가도 된다고?’드디어 이곳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2년이 되었다. 꼬박 2년 동안, 소은지는 줄곧 이곳에서 지냈다. 외부랑 연결을 하지도, 외계 소식을 접하지도 못했다.소은지는 거의 이곳에 묻힐 때까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여길 나 갈 수 있는 날이 올지 생각지도 못했다!근데 이런 방식으로 나가게 된다고 생각하니, 소은지는 가슴 한쪽이 끊임없이 떨렸다.엔데스 명우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손을 문고리에 올린 순간, 그는 살짝 고개를 돌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소은지에게 말했다.“난 당신이 다시 여기로 돌아와서 나에게 빌기를 기대하고 있어.”‘빈다고?’이유영의 눈 밑에는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소은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엔데스 명우가 입을 열고 마저 말했다.“내기 하나 할래? 당신은... 반드시 제 발로 기꺼이 여길 다시 찾아올 거야.”“헛된 생각하지 마!”소은지는 분노하며 외쳤다.“허!”엔데스 명우는 냉소를 짓고는 문을 열고 방을 나갔다.소은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빈다고?’엔데스 명우가 이 단어를 내뱉을 때 소은지는 사실 이미 그가 자신을 진정으로 놔 준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엔데스 명우는 그저 소은지에게 두 개의 선택 항을 주는 것이었다. 떠나거나 남거나, 소은지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었다.하지만 소은지는 진짜 이곳에서 떠나야만 했다. 아니면 그녀를 기다리는 건 분명 평생토록 보기 싫은 악몽 같은 장면일 것이었다....백산 별장에서, 엔데스
이유영의 믿을 수 없는 눈초리는 지금 놀람으로 가득 찼다. 소은지가 이런 말을 내뱉을 거라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은지 지금 나랑 절교하자는 건가!?’‘엔데스 명우 때문에?’“은지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이유영은 살짝 울컥하면서 말했다.“너랑 강이한이 이혼할 때 난 찬성했어. 그리고 네가 박연준이랑 만나든 아니면 서재욱이랑 만나든 난 다 찬성이야. 근데 유영아...”여기까지 말한 소은지는 갑자기 멈칫거렸다!이유영을 보는 그녀의 눈빛은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이유영은 소은지가 사업상의 정상에 오른 슈퍼우먼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지, 소은지의 날카로움은 절대로 자신을 겨냥하지는 않았다.하지만 지금, 소은지의 눈초리를 보며 이유영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소은지의 날카로운 눈빛과 이유영의 억울한 눈빛은 아주 선명한 대비가 되었다.두 사람은 그저 그렇게 한참 동안 서로를 마주 보았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이유영은 갑자기 코를 훌쩍이면서 소은지를 확 잡아당겼다.그리고 입을 열면서 물었다.“은지야, 너 왜 그래?”“유영아, 그 사람한테서 떨어져. 그 사람과의 혼인 계약을 취소해. 나랑 그 사람, 네가 멋대로 생각한 그런 사이가 아니야...”여기까지 말한 소은지는 잠시 뜸을 들였다.그리고 이유영을 바라보는 소은지의 눈빛은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그럼 어떤 사이인데?’‘내가 멋대로 생각했다고?’‘정말 은지말대로 내가 멋대로 생각한 거라면 왜 모든 사람들은 다 알면서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던 걸까!?’‘지금 은지가 나보고 멋대로 생각한다고 하다니.’이유영의 억울한 표정을 보며 소은지의 마음속도.... 뒤죽박죽 흔들렸다. 그리고 소은지의 눈빛은 더욱 엄숙하게 변했다.소은지는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켜고는 입을 열었다.“난 그 사람을 사랑해!”소은지는 사랑한다는 말을 아무 감정이 없이 아주 차갑게 내뱉었다.하지만, 이 세글자가 소은지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