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유영은 엔데스 명우가 자기를 이곳에 데려온 후 족히 보름 동안이나 만나주지 않은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이유영이 생각해 두었던 모든 협상은 다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었다.지금에 와서 보면 이유영의 그 협상 조건들은 엔데스 명우에게 있어서... 완전 보잘것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유영을 만나주지조차 않았다.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필요한 건 어쩌면... 처음부터 이유영의 뒷배경인 정씨 가문이었을지도 모른다.한참이 지나, 두 사람의 대치 상황에 현장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라도 들릴 만큼 조용했다.갑자기, 엔데스 명우는 이유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이유영은 무의식적으로 피했지만, 엔데스 명우는 세게 그녀의 뒤통수를 잡았다.그러고는 아주 압박으로 그녀를 가까이 끌어당겼다...따뜻한 숨결, 차가운 기운이 이유영의 얼굴에 쏟아져 내렸다. 원래 날카롭던 엔데스 명우의 눈빛은 다시 변환되었다.부드러우면서도 다가가기 위험하게 느껴졌다.그러더니 엔데스 명우가 입을 열었다.“이 대표, 혹시 당신보고 길들이기 어려운 여우라고 한 사람이 있었나요?”‘여우?’이건 이유영을 여우처럼 교활하다고 하는 것이었다!이유영은 세게 엔데스 명우를 밀쳐내려 했지만, 그는 전혀 꼼짝하지 않았다.다음 순간, 엔데스 명우는 이유영의 귀에 대고 이를 갈며 말했다.“당신의 조건, 들어 줄게요!”말을 마치고는 바로 이유영을 냅다 밀쳐냈다.이유영은 너무 갑작스럽게 밀쳐진 것에 속으로는 엔데스 명우를 미친놈이라고 욕했다.‘하늘은 참 괜히 이 사람에게 이렇게 완벽한 얼굴을 줬어. 성격은 왜 이렇게까지 악랄한지.’엔데스 명우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지금 눈 밑에서 먼저 소은지를 이 사람의 마수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엔데스 명우의 날카로운 눈은 마치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만 같았다.엔데스 명우가 입을 열었다.“이유영, 나한테 괜한 수작 부릴 생각은 하지 말아요? 응?”수작!이 단어는 그토록 위험했다.사실 말하지 않아도 이유영
사인을 마친 이유영은 서류를 들어 엔데스 명우의 얼굴에다 세게 던졌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 모두 일제히 숨을 한번 들이쉬었다.그들은 키가 이렇게 작고 아담한 여자가 성질이 이렇게나 큰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엔데스 명우는 줄곧 여자들이 우러러보는 남자였다.근데 갑자기 이유영에게 이런 대우를 받으니,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확 파래졌다,이유영은 전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지금이면 은지를 만날 수 있게 할 수 있어요?”“내일, 사람을 보내서 당신이랑 그 여자를 만나게 할게요.”말을 마친 엔데스 명우는 일어서며 결혼 협의서를 거두었다.그러고는 서류를 같이 온 변호사에게 넘겨주었다.변호사는 아주 공경하게 서류를 받아서 잘 챙겼다.엔데스 명우는 다시 한번 젠틀맨처럼 매너 있게 이유영에게 손을 내밀었다.“가시죠. 나의 왕비 전하!?”왕비?그제야 이유영은 엔데스 가문이 파리에서 역사가 유구한 왕족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만약 엔데스 명우가 정말 엔데스 가문을 상속한다면 그의 아내인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왕비라는 존칭을 들을 게 뻔했다.세월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는데 파리에 아직도 왕족이 남아있는 것을 봐서라도 엔데스 가문의 실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런 게 아니면 이렇게 긴 역사 동안 여전히 왕족의 자리를 차지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었다.“정씨 가문과 혼인을 맺으면 당신이 꼭 엔데스 가문을 물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자신이 있어요?”“이미 적은 노력으로 조금 성과를 이뤘으니, 당연히 내 손바닥 안이죠. 어때요? 나의 왕비 전하?”왕비 전하라는 호칭에 대해 이유영은 두피까지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왜요? 여기가 마음에 들어서 떠나기 싫어요?”이유영은 이를 악물며 자신의 작은 손을 그의 따뜻한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온몸의 기운은 마치 엔데스 명우를 먹어 치울 것만 같았다....비행기 안에서, 엔데스 명우는 손에 든 와인잔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는...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이유영은 고개를 돌려 창밖
“걔는 우리 엔데스 가문의 일곱째에요.”“...”“나랑 이복동생이에요.”‘이복동생.’‘동생? 전설로만 듣던... 그 엔데스 가문에서 제일 신비로운 일곱째 도련님? 단 한 번도 공식적인 자리에 나타난 적이 없다는 그 일곱째 도련님?’이유영의 머릿속에는 마치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좀처럼 반응할 수 없었다.그리고 이유영은 당연히 자기의 주변에 이렇게 뛰어난 능력자들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지현우는 능력이 뛰어났다. 무슨 일이든 그에게 맡기기만 하면 다 일사불란하게 정리해 내서 결과를 제출해 내는 그런 사람이었다.‘근데 그런 지현우가 소문으로만 듣던 전설의 일곱째 도련님이라니?’‘그럼, 지현우가 갑자기 내 곁을 떠난 건 엔데스 가문이 지금 상속자를 두고 제일 긴장한 시기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이유영은 조금 숨이 막혔다.엔데스 명우가 그녀에게 가져다준 이 소식은 그녀를 깜짝 놀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녀의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 분명했다.“일곱째 도련님이라고요?”“그래요.”“...”‘일곱째 도련님, 지현우... 걔가 일곱째 도련님이라니.’하지만 엔데스 명우의 소문과는 달리, 일곱째 도련님의 실제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주 신비스럽고 정해진 것이 없었다.소문에는 좋은 것도 있었고 나쁜 것도 있었지만, 여섯째 도련님처럼 극단적인 소문들은 없었다.이렇게 신비스러운 남자가 이유영의 곁에서 그렇게나 오랫동안 비서로 있었다니!?이 점만 해도 이유영은 충분히 충격적이었고 믿어지지 않았다.지금 이유영의 마음속 기분이 어떤지, 도대체 어느 정도로 충격적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어쨌든 너무나도 말이 안 되었다......파리 공항으로 돌아오자, 루이스와 최익준 모두 있었다. 최익준... 줄곧 외삼촌의 곁을 지키는 사람이었다.엔데스 명우는 내내 이유영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들의 등장은 엔데스 명우의 완벽한 비주얼 때문에 적지 않은 이목을 끌었다.많은 사람들은 핸드폰을 꺼내 들어 촬영
돌아서서 점점 멀어져 가는 이유영의 강인한 뒷모습을 보면서, 그 거리감은 마치 평생의 미움을 갖고 있는 것만 같았다.아무리 수천 가지 방법을 생각한다고 해도 반드시 멀어질 것 같은 거리감이었다.이렇게 생을 건너서까지 가져다주는 미움 때문에 강이한은 온몸이 굳은 채, 제자리에 서 있으며 그의 눈 밑에는 속상함이 스쳐 지나갔다.그의 유영, 정말로 그와 같이... 전생에서 넘어온 걸까?그런 거라면 강이한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녀의 몸에 흐르는 피에 담긴 고통을 지울 수 있을까?이시욱은 어두운 안색으로 이유영이 떠나는 방향을 보고는 강이한에게 다가가서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도련님, 그분께서 이미 직접 3번이나 전화를 해왔습니다. 도련님더러 얼른 서주 쪽으로 오시라고 하십니다!”그분...!서주라는 곳은 강이한의 세상에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이다. 이유영이 모를 뿐만 아니라 그의 어머니인 진영숙도 모르는 곳이었다.서주, 강이한의 배후에서 제일 강대하고 깊숙한 존재인 곳이었다.그의... 아버지!강씨 가문 사람들 전부 다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사실은 계속 제일 어두운 곳에서 살아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하지만 강씨 가문은 대대로 한 사람이 그 중대한 임무를 짊어져야 했다. 그리고 이 일맥의 남자 후손은 강이한 뿐이었다.이번에 그쪽에서 이미 3번이나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그러니 강이한이 서주로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그런데 이 보름 동안, 줄곧 이유영의 소식이 없어서 강이한도 떠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지금 이유영이 돌아왔으니, 앞으로 파리에는 더 큰 문제들만 일어날 게 분명했다.강이한은... 이유영이 걱정되었다.“그분의 기분을 상하게 하시면 사모님은 더욱 많은 번거로움에 빠질 겁니다.”이시욱은 심각한 말투로 강이한을 일깨웠다.그리고 이 일깨움 덕분에 강이한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렇지. 그분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하고도 남지.’‘만약 그분이 내가 이유영 때문에 발목이 잡혀 계속 파리에 있는 것을 안
“아니긴 뭐가 아니야?”이유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국진은 아주 엄숙하게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이유영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보름 전 통화 할 때부터 이유영은 외삼촌이 화가 단단히 났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 보름 동안 엔데스 명우는 그녀의 핸드폰을 몰수해 갔다.비록 보름 동안 이유영은 아주 편안하게 지냈지만, 시간은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받아야 할 벌은 결국 여전히 받게 되어 있었다!보름 동안이나 화가 풀리지 않은 것을 봐서라도 외삼촌이 정말 화가 많이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말해봐. 너 그놈의 어떤 요구를 들어줬어?”정국진은 퉁명스럽게 물었다.사실 정국진도 마음속으로 대충 이유영이 엔데스 명우의 어떤 조건을 들어줘서 그녀를 파리로 돌려보냈는지 짐작이 갔다.하지만 가장으로서 외삼촌은 그래도 이유영이 조금 더 총명하게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해 내기를 바랐다. 비록 정국진은... 자기 자신도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지만, 엔데스 가문과 엮이는 것에 비하면 다른 건 뭐든 다 좋다고 생각했다.이유영이 입을 열고 물었다.“외삼촌은 이미 다 알고 있잖아요?”“이유영!”이유영의 말이 끝나자 정국진은 화가 잔뜩 났다.그 순간 정국진이 아직 정정해서 그렇지 만약 진짜 육칠십 살 되는 늙은이였다면 아마 화가 나서 혈압이 쭉 올랐을 것이다.나이가 어린 덕에 정국진은 그나마 그런 비극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정국진은 자기 가슴이 끊임없이 두근대고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이 느껴졌다.“외삼촌 화내지 말아요. 네? 이번 일은 나도 방법이 없었어요.”“방법이 없다고 해도 그렇지. 너 엔데스 여섯째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몰라? 그 사람을 감히 건드리다 못해 엮이기까지 하냐!”“...”이유영도 이번 일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이유영도 정말 달리 방법이 없었다.아무것도 부족한 게 없는 사람인 데다가 그의 유일한 약점은 죽은 사람이었다. 이유영은 그런 사람과 맞바꿀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정국진은 차갑게 이유영을 힐끔 보고는 물었다.“너 그게 무슨 뜻이야?”“외삼촌이 저랑 연을 끊고 제가 로열 글로벌에서 나가기만 하면 그 사람도 자동으로 자와의 혼인을 취소할 거예요.”그랬다. 사인을 하는 순간의 이유영은 마치 핍박을 당한 것처럼 허둥대 보였지만 사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이미 수천만 가지 궁리했으며 심지어 이미 퇴로까지 생각해 두었다.엔데스 명우는 그저 정씨 가문이라는 강대한 뒷받침이 필요했다.그건 엔데스의 여섯째 도련님뿐만이 아니라 다섯째 도련님, 넷째 도련님들도 다 원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정국진이 화가 난 원인이었다.왜냐하면 그들이 원하는 건 오직 정씨 가문이었다.이유영이라는 여자가 아니라...정국진은 감정이 없는 정약 혼인을 하도 많이 보았다. 비록 강이한과 이유영은 서로 사랑해서 함께 하게 되었지만, 그들의 혼인도 역시 그토록 힘들었다.그런 것을 뻔히 알고 있는 정국진은 도무지 이유영이 이익을 위해 두 번째 결혼하게 허락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아무리 이유영이 엔데스 명우의 손에 있다고 해도 정국진이 오랫동안 엔데스 명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이유였다.“너 이 바보야.”“전 그저 외삼촌의 조카이지 딸아 아니잖아요. 제가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죠. 안 그래요!?”정국진은 이유영의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이유영을 한 눈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래. 네 말도 일리가 있어.”“제가 내일 은지랑 만나고 은지를 파리에서 내보낸 후에 외삼촌이 발표하시죠?”‘유영이를 정씨 가문에서 내쫓는다고 발표하라고?’‘유영이더러 로열 글로벌에서 나가라고 하라고?’정말이지 사람은... 높은 자리에 있으면 있을수록 귀찮은 일이 많았다. 지금 정국진은 이유영을 그 자리에 앉힌 걸 조금 후회하고 있었다.전에는 박연준, 지금은... 엔데스 가문....한편, 같은 시각의 다른 섬 위의 별장에서, 소은지는 어둠 속에서 손에 든 서류를 보면서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엔데스
소은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엔데스 명우의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근데 당신이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지. 그렇게 생각해!”“...”“내일 당신을 데리고 이유영을 만나러 가는 사람이 있을 거야. 그 후로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닌 거야. 알겠어?”‘아무 사이도 아니라고?’‘앗싸, 좋아! 너무 좋아!’소은지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무도 모른다.하지만 소은지는 이런 상황에서 이 답을 들기를 절대 바라지 않았다.“말해봐. 도대체 어떻게 해야 유영이를 놓아줄 거야?”“그 여자는 내 미래의 왕비야. 놓아주고 말 것도 없어. 그녀는 파리에서 지고 지상의 여자가 될 거야...!”“걘 그런 거 원하지 않아!”소은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엔데스 명우는 자기가 이유영에게 제일 좋은 것을 준다고 생각한다.하지만 이유영이 어떤 사람인지 소은지가 모를 리가 없었다.제일 웃긴 건 이 남자는 심지어 이런 방식으로 소은지와 이유영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했다.“보아하니 당신은 이유영과의 사이에 대해서 자신이 있는 모양이야?”“...”소은지는 말이 없었다.엔데스 명우 같은 사람이 어떻게 우정을 이해하겠는가?“당신 같은 사람은 아마 평생토록 진정한 친구가 없을 거야.”“그럼, 어디 두고 봐. 이유영이 당신을 미워하는 날이면 어떨지?”“...”엔데스 명우 눈 밑의 미소에는 그토록 강인한 자신감이 붙어있었다.마치 그가 말한 일이 바로 내일에 일어날 것처럼!하지만 소은지는 줄곧 자기와 이유영 사이의 감정에 대해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엔데스 명우한테서 이유영이 자기를 미워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소은지는 그래도 저도 모르게 숨이 턱턱 막혔다.“걱정하지 마. 절대로 당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비록 마음이 조금 흔들렸지만, 소은지는 이 순간까지도 굳게 믿고 있었다.엔데스 명우 눈 밑의 풍자함은 더욱 짙어졌으며 그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소은지는 호흡이 조금 가빠져서 엔데스 명우에게 눈을 떼고는 더 이상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와인잔이 대리석 테이블이
‘공항? 손을 잡았다고?’‘이런, 엔데스 명우가 고의로 이런 일을 벌여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네!? 정말 비겁한 사람이네!’이유영은 자신의 헝클어진 머리를 잡으면서 말했다.“외숙모 이 일은...”“파리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전화 반대편 임소미의 말투는 순간 엄숙해졌다.아무래도 외삼촌이랑 같이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한 여인인지라 외숙모도 정말 세심하고 민감하기 그지없었다.이유영은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말했다.“일이 좀 생기긴 했는데 외숙모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이쪽에서 알아서 잘 처리할게요.”“유영이 너 어떻게 처리할 거야?”‘어떻게 처리하냐고? 외삼촌이랑 상의 했던 대로만 하면...!’당연히 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뭘 하든 다 하기 쉬웠다. 하지만 지금 이 일이 매체에 까밝혀진 이상, 이건 이유영을 제일 앞으로 미는 거나 마찬가지였다.그래서 지금 후퇴를 한다고 해도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다!이 엔데스 명우라는 자는 단지 소문으로만 듣던 마음이 독하고 성질이 더러운 남자만은 아니었다. 지금 보니, 그는 세심하고 치밀하기까지 했다.일단 그에게 빌미를 잡히기만 하면 그의 손에 꼭 잡혀 죽을지도 모른다.“네 외삼촌이 돌아간 것도 이 일 때문이야?”이유영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임소미가 계속해서 되물었다.이유영은 눈을 감았다!‘외삼촌도 참 가엽네.’“유영아!”“외숙모, 외삼촌은 외숙모가 걱정할까 봐 걱정돼서...”필경 파리에 사는 사람이라면 엔데스 가문의 도련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다행히 이 도련님들은 단결하지 못했다. 만약 이들이 서로 단결해서 다 같이 대외적으로 맞선다면 다른 사람들은 기회조차 없었다.그러면 아마 파리는 온통 엔데스 가문의 것일지도 모른다.“너희들 정말 갈수록 말이 안 되잖아.”뚝. 뚝. 뚝.임소미는 호통을 친 후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러나 이유영은 전화가 끊긴 소리를 들으면서 제자리에 멍해서 전혀 반응을 잃었다!‘이게 무슨 일이야?’‘이건...’이유영은 가족들이 자
강이한 때문에 이유영은 이미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는데, 박연준 역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특히 소은지가 연서의 존재를 알게 된 후부터는 더욱 그렇다. 박연준과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어떤 보호를 해주었는지와 상관없이 이유영은 그 둘에게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했다.그 이유는 그들이 이유영에게 접근한 이유가 처음부터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이유영이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자존심 강한 이유영은 진영숙의 억압 속에서도 강이한을 위해 참았지만, 이제 더는 참을 이유가 없었다.이유영의 현재 모습이 바로 그 고통스러운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소은지가 부엌으로 간 사이, 박연준은 이유영의 손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이유영은 손을 빼려 했지만 박연준은 더욱 힘을 주었다.“박연준!”이유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박연준은 이유영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답답한 듯 말했다.“대체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박연준의 질문은 이유영의 마음을 더욱 흔들었다.어떻게 하면 좋을까?이미 다 설명했는데, 왜 이유영은 서로 힘들게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이유영의 차가운 대답은 박연준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요즘 이유영은 박연준이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항상 차가웠다. 마치 높은 벽을 쌓아놓은 듯, 넘어설 수 없을 만큼 차가운 태도였다. 박연준은 이유영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괴로워했다.이유영은 냉담한 시선으로 박연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박연준은 말없이 이유영을 바라보았다.이유영의 차가운 말에 박연준의 끈기와 노력은 무너져 내렸고 결국 그는 답답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섰다.“오늘, 약 먹고 어땠어?”박연준은 다시 물었다. 하지만 이유영이 대답하기 전에 박연준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영아, 진심으로 대답해 줘. 네 건강과 관련된 문제야.”박연준은 이유영이 진심으로 이야기해 주기를 바랐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아무런 느
현우에 대한 생각은 소은지와는 달랐다.그들 사이의 관계는 처음부터 그런 방식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강제로 바꿀 수는 없었다.또한 그녀와 엔데스 명우의 관계는 그녀의 인생에서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치욕이었다.온몸이 더럽혀진 자신이 어떻게 그런 아름다운 남자, 현우와 어울릴 수 있겠는가?그는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존재였고, 그녀는 그에게 손을 내밀 자격도 없었다....소은지는 이유영의 곁으로 다가갔다.파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유영에게는 그것이 마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정확히 일주일이 지났고 소은지는 우천시의 날씨가 생각보다 불편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여기는 정말 비가 자주 오네.”소은지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지는 비 오는 느낌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 기분은 정말 좋지 않았다.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시간이 지나면 마음도 답답해지곤 해.”처음 이곳에 왔을 때, 밤에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게 좋았다. 이런 곳에서 자면 꽤 편안함을 느꼈었다.하지만 밤이 되자, 소은지는 바로 이유영의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여기 밤에 정말 추워!”소은지는 이불을 두 겹 덮어도 여전히 추웠다.사람들은 우천시가 살기 좋은 곳이라고 했지만, 소은지는 이곳이 춥기만 했다. 여름밤에도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니. 겨울이 오면 이곳 날씨는 정말 아무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소은지는 이곳이 벌써 싫어졌다.이유영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넌 정말!”그 목소리에는 살짝 애정 어린 톤이 담겨 있었다. 소은지는 이유영을 보며 말했다.“요즘 너 기분이 훨씬 좋아진 것 같아.”소은지는 이유영의 세상이 정말 간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그녀의 부모님이 그녀를 그렇게 보호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그리고 박연준과 강이한 덕분에, 그녀는 비록 눈은 보이지 않지만 서주나 파리 어디에서도 그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었다.이유영은 대답했다.“네가 왔으니까, 당연히 행복하지.”“그렇구나.”소은지
소은지는 이유영이 어둠 속에서 익숙하게 그릇을 들고 숟가락을 집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서 더 깊은 안타까움과 아픔을 느꼈다.“그 사람은... 떠났어?”그는 강이한을 말한 거였다.박연준은 아침에 이유영과 불편한 대화를 나눈 후, 일 보러 밖으로 나갔다.게다가 엔데스 회장의 별세는 서주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고, 박연준은 이유영 곁에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를 둘러싼 일이 정말 많았다.“응.”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지는 말없이 이유영을 바라보았고 눈빛은 더욱 깊어져 갔다.여기에 오고 나서, 현우의 사람들은 이곳 주변이 아주 평온하다고 했다. 확실히 이곳은 아무도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안전한 곳이었다.소은지는 송연미의 말을 떠올렸다. 송연미는 그 이유를 말하길, 이유영 뒤에 있는 박연준과 강이한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들이 엔데스 가문이 원하는 중요한 것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엔데스 가문 사람들은 이유영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그와의 관계는 정말 끝난 거야?”소은지가 이유영에게 물었다.“응.”이유영은 아주 간단하게 답했다. 마치 그들 사이에 깊은 감정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그녀의 한마디는 그렇게 단호했다. 그 말은 마치 그들 사이에 애초에 아무 감정도 없었다는 듯이, 끝났다는 말조차 아무 감정 없이 무덤덤하게 말하는 듯했다.소은지는 웃었다.“예전부터 난 네가 행복하기만 바랐어, 강이한과 멀리해.”“맞아, 그때 넌 모든 걸 다 알고 있었지.”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유영은 그 가운데서 무엇도 보지 못했다.소은지는 여러 번 말했었다. 여자가 감정에 휘둘리면 이성이 사라진다고.그러나 그때의 이유영은 소은지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강이한에게 큰 상처를 받게 되었다.만약 그때 소은지의 말을 들었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고통스러운 결말을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은지야.”“응?”“엔데스 가문의 남자들, 조심해.”이유영은 소은지를 향해 깊고
박연준은 어둠 속 이유영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꼭 괜찮아져야 해...”그 말은 깊고 아픈 감정이 담겨 있었다.마치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한 말이었다.이유영은 비 내리는 소리에 집중하며 박연준의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강이한이 떠난 이후, 그들 사이의 관계는 언제나 이렇게 차가웠다.“탁탁탁!”하이힐 소리와 바퀴 소리가 뜰에서 울려 퍼지자 이유영은 미간을 찡그리며 일어섰다.“소은지 씨입니다.”이유영의 얼굴에 당황함이 스쳐 지나자 우지는 급히 이유영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누구도 알지 못했다.하이힐 소리가 들렸을 때, 이유영의 마음속에 느껴진 감정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괴로웠다.홍문동이 불타던 그날도 이유영은 그 하이힐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로 어둠 속에서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그것은 차가움의 상징처럼 느껴졌고 이유영에게 공포로 다가왔다.우지가 소은지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이유영은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소은지가 왜 여기에 온 건지 의문이었다.“유영아.”소은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은지야.”이유영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맞아, 나야.”“왜 갑자기...”소은지의 예고 없는 방문에 이유영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이유영에게 가장 답답한 일이 바로 소은지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는 소은지를 돕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 답답한 마음이 이유영을 괴롭게 했다.“현우 씨가 너한테 가라고 해서 왔어.”소은지가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소은지는 이유영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차가운 손은 약간의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이유영은 소은지의 손을 반대로 잡으며, 현우가 소은지를 보낸 것이라면, 아마 엔데스 명우는 이 시점에서 매우 바쁜 상황일 것임을 짐작했다.이유영은 소은지가 안쓰러웠다.소은지 역시 이유영의 텅 빈 눈을 보며 가슴 속에서 숨 막히는 고통이 퍼졌다. 현우가 이유영의 시력이 거의 없다고 말했을 때는 그저 듣기만 했지만, 이유영이 정말로 보
시간이 지나면서 이유영의 마음속에는 어쩔 수 없이 우울함이 서려 있었다. 이유영은 이런 기분이 싫었다.“오늘은 어때?”한 남자가 그녀의 옆에 나타나 덩굴 의자에 앉았다.이유영은 이미 이 의자의 냄새에 익숙해졌다.익숙함, 그건 정말 무서운 것이었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었고 의자나 의자에 앉을 때마다 딱딱한 느낌만 들곤 했다.강이한이 이유영을 위해 덩굴 의자를 가져다주었고 그 위에 부드러운 쿠션을 깔아 주었다. 이유영은 덩굴 의자에서 나는 냄새가 좋았다.화려한 소파는 아니지만 그 자리는 이유영에게 편안함을 주었다.그러나 박연준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그녀의 얼굴은 차가워졌다.“아니.”이 대답은 언제나 같았다. 그는 매일 아침 마치 일과처럼 그녀에게 묻곤 했지만 여전히 같은 대답만 했다.이유영은 남자의 기운이 조금 더 강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염 선생은 의술이 뛰어난 분이시니 걱정하지 마.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히려 몸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박연준은 사람을 위로하는 거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유영이 이렇게 오랜 시간 약을 복용했음에도 전혀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마음이 조금 다급해졌다.남자의 말을 듣고 이유영은 깊은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이제 바로 네가 보고 싶었던 거 아니야?”“...”그 말을 들은 박연준의 마음은 점점 더 조여왔다.“유영아, 내가 너한테 무엇을 원하는지 너도 알잖아. 왜 이렇게 날 비꼬는 거야?”맞다, 이유영은 알고 있었다.이유영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강이한과의 관계가 그렇게 엉망이 되어 버린 사람도 결국 중요한 순간에는 한 편에 서 있었다.그들이 이유영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녀는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우리 이러지 말자, 응?”박연준의 목소리는 씁쓸했다.박연준은 한때 이유영과의 관계가 이렇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박연준의 마음은 점점 더 조여오고 있었다.이유영은 차갑게 대답했다.“괴롭다면 떠나도 좋아.”이유영의 분위기와 태도는 박연준의 마음을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한쪽은 날카롭고 잔인했고 다른 한쪽은 두려움 없는 조롱을 던졌다.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소은지가 딱 그랬다.엔데스 명우가 아무리 강압적이고 위압적인 인물이라 해도 소은지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소은지의 눈빛에 비친 두려움 없는 모습이 그의 마음을 더욱 자극했다. 차라리 그녀의 눈을 빼버리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야만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여섯째 도련님!”여섯째 도련님이라니.엔데스 명우는 처음으로 이런 모욕감을 느꼈다. 그전에는 감히 아무도 그러지 못했다.특히 여자들은 그에게 끊임없이 구애했지, 감히 이렇게 대들지 못했다. 소은지는 정말 대단했다.남자는 소은지의 뺨을 찰싹찰싹 때리더니, 돌아서며 말했다.“소은지, 기다리고 있겠어.”“...”“현우가 너를 버리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남자의 목소리에는 즐거움이 묻어났다.마치 그 일이 눈앞에서 곧 벌어질 것처럼.남자가 더 말하지 않아도 소은지는 알 수 있었다. 일단 현우가 그녀를 버리면,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엔데스 명우의 무자비한 복수뿐이었다.그들의 앙숙 관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오히려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하지만 소은지는 이 사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고 마치 두려움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남자가 문까지 가다가 발을 멈추고 살짝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넌 엔데스 가문 남자들을 너무 쉽게 생각해!”심지어 너무 착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들은 늑대들이었다...마지막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남자들. 소은지는 그들 사이에 갇혀 이제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소은지는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엔데스 명우가 떠나고 소은지의 얼굴에는 짙은 어둠만 남아 있었다......파리는 지금 가장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엔데스 현우는 사람을 보내 소은지를 전용기를 태웠다.비행기가 밤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소은지는 파리
“가고 싶어?”“가면 안 돼?”소은지는 차갑고 비꼬는 표정으로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는 빠르게 다가와 그녀의 목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목이 부서질 듯한 압력이 느껴졌다.소은지의 등이 차가운 벽에 밀쳐졌고 집사와 하인들이 다가가려 하자 남자가 고함쳤다.“다 꺼져!”집사와 하인들은 그 자리를 떠날 용기가 나지 않아 얼어붙어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운 것이었다.“나가세요.”이 남자가 미친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소은지의 눈빛에는 오히려 두려움이 없었다.집사와 하인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머뭇거렸다. 나갈 수도, 안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소은지는 목소리를 높여 다시 말했다.“다들 나가세요!”“...”사모님의 엄한 명령에 마음이 조여왔지만 결국 모두 급히 자리를 떠났다.엔데스 명우와 소은지만 남았을 때, 소은지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증인들은 다 나갔어. 네 마음대로 해.”소은지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엔데스 명우를 바라보았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 표정은 예전에 그와 함께 있을 때와 똑같았다. 그가 아무리 고문해도 그녀는 항상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었다.명우가 소은지를 가장 아프게 해도, 소은지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행동했다.마치 그녀의 세계에는 고통도 두려움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소은지에게는 약점이 없었다.한때 엔데스 명우는 이런 여자가 길들여지면 엄청난 성취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녀의 교만한 뼈 구조마저 너무 미워서 하나하나 뜯어내고 싶을 정도였다.그녀의 오만함은 뼈와 피에서부터 자라 세포로 뻗어 나온 듯했다. 그렇게 끈질기게 자라 아무리 짓밟고 억눌러도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엔데스 명우는 소은지의 두 눈을 직접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그녀의 눈빛이 싫었다.그녀는 항상 무관심하고 두려움 없는 눈빛으로 명우를 바라봤기 때문이다.“왜? 안 때릴 거야?”“그렇게 쉽게 내 손에 죽고 싶어?”“흥!”하긴, 이렇게 쉽게 그녀를 보내줄 순 없었
소은지는 누군가를 한 번도 깊이 사랑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송연미의 눈 속에서 마치 그런 깊은 사랑을 보는 것 같았다. 상대를 위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만큼의 사랑이었다.송연미의 눈에 담긴 감정은 차분하고 억제된 것이었으며 심지어 극단적이고 날카롭게 느껴졌다.모두 그 한 사람만을 위한 감정이었다.처음 송연미를 봤을 때, 엔데스 가문의 여자들 사이에서 송연미는 유난히 고독하고 차가운 아름다움으로 돋보였다.엔데스 가문에 변화가 생기자 송연미는 반산월에서 그녀는 네 번째 사모님과 송씨 가문의 아가씨답지 않은 태도를 보였고 미친 듯이 화를 냈었다.아버지가 사촌 여동생을 양녀로 삼으려는 얘기를 했을 때, 송연미는 절망적이면서도 차분한 모습이었다.이유영에게서 보았던 것, 즉 결혼의 끝을 생각하면 소은지는 감정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가 없었다.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사랑한다는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하지만 그런 사랑이 송연미에게서 보인 것이다. '그가 좋다면 나는 뭐든지 괜찮다'는 그런 사랑을.그 사랑은 소은지가 감정에 대해 가지고 있던 모든 생각을 뒤엎어 버렸다. 송연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소은지는 이제 송연미가 불쌍하고 애석하게 느껴졌다.엔데스 운빈과 송씨 가문과의 관계를 깨면서까지 현우에게 분노를 표출했고 송연미를 파리에서 떠나게 한 이유도 현우 때문이었다.그리고 지금, 아버지가 사촌을 입양한 사실을 참고 있는 이유도 현우 때문이었다.이런 여자가 감정적으로 더 이상 할 수 없는 일이 있을까?“난 오늘 밤 떠나.”잠시 후 소은지는 송연미에게 이렇게 말했다."..."송연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눈 속에 기쁨이 스쳤다.“진짜로 떠날 거야?”“응.”소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지는 진심이었다.송연미가 한숨을 돌린 듯했다. 마치 그 전까지의 모든 계획이 소은지에게 걸려 있었던 것처럼.이제 소은지가 입을 열었으니 그들도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소은지는 송연미의 반응을 보며 송연미의 눈 속에서 깊고 날카
대체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큰 압박감을 주었고 그 느낌이 너무나도 무겁고 답답했다.송연미는 단호하게 말했다.“왜냐하면 현우는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이기 때문이야.”그 말은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왜?”송연미의 아버지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 일은 거의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엔데스 가문의 회장은 현우에게 무언가를 남겼을 거야. 그분이 가장 아끼던 사람은 바로 현우였으니까.”가장 아끼던 사람이 현우라고? 그렇다면 이렇게 복잡한 상황을 남겨둔 것 자체가 이상했다. 그 회장이 정말로 자신의 사람을 아꼈다면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 리가 없었다.“내 아버지가 쥐고 있었던 것은 바로 이 파리에서의 권력이었어. 네 좋은 친구인 이유영에게 물어보면, 내 아버지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거야.”송연미도 소은지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소은지는 강압적인 방식보다는 부드러운 접근이 더 효과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써왔던 여러 방법이 소은지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결국, 이 모든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소은지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일이 너무 복잡하고 방대하기도 했고 현우가 이 사건에 소은지를 전혀 끌어들이지 않아서 이 복잡한 관계를 파악하기 힘들었다.“정씨 가문은 이 일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거야?”소은지는 문득 그렇게 물었다.정씨 가문은 매우 큰 상업 제국이었다. 정국진은 언제나 무사히 지나갔고 그만큼 이 사람이 능숙하다는 뜻일 것이다.정씨 가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송연미는 이렇게 말했다.“만약 이유영 옆에 강이한과 박연준이 없었더라면, 엔데스 가문이 정국진을 그냥 놔뒀을 리가 없어.”하지만 아쉽게도 정씨 가문의 유일한 딸 이유영은 강이한과 박연준과 관계가 있었고,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손에 쥐고 있었다.따라서 이유영을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것이었다.사실 송연미가 가장 부러워한 사람은 바로 이유영이었다.왜냐하면 이유영이 이 파리에서 보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