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신, 이유영의 눈에는 끝없는 풍자가 실려있었다.“깔깔, 깔깔깔.”이유영은 입술을 막고 깔깔 웃어댔다.분명한 건 아주 진지한 모습을 하고 그저 강이한과 농담을 한 것이었다.이유영의 두 눈, 수술할 수 있었으면 벌써 이 2년 동안에 했을 것이었다. 강이한이 나타나길 기다릴 필요가 뭐가 있을까?진영숙이 찾은 의사한테서 이유영은 더욱 수술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이유영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강이한을 쳐다보며 말했다.“뭐가 그렇게 놀랄 일이야. 당신한테 장난친 것뿐이야.”‘장난? 그저 장난이라고?’장난이긴 했지만, 이유영에게 있어서 물론 강이한을 떠보는 것이었다! 강이한의 머뭇거림과 망설임, 그리고 눈 밑에 드리운 발버둥 치는 모습, 이유영은 다 똑똑히 보았다.이런 사람이 자기를 쫓아다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이유영은 한심했다.“우지 님, 시간도 늦었는데 강 도련님에게 좋은 객실을 마련해 주세요.”“네. 아가씨.”우지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앞으로 나섰다.아까 이유영과 강이한이 나눈 대화를 곁에 있던 사람들도 다 확실하게 들었다. 하지만 들은 사람들도 몹시 실망하였다.이유영 주변의 사람들은 강이한이라는 사람의 존재를 알았을 때부터 이유영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오늘 그들의 인식을 더욱 갱신하였다.전에도 한지음이 강이한의 마음속에서 아주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 사실을 더욱 잘 알게 되었다.강이한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이유영이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 그는 덥석 이유영의 손목을 잡았다.이유영이 물었다.“왜?”“당신의 눈에 대해 나도 이미 방법을 생각 중이야.”강이한의 한 말은 사실이었다!이유영 몸의 피부든 아니면 그녀의 두 눈이든, 전에 유신부를 불렀을 때 이미 강이한은 손 놓고 있지만 않다는 것을 설명했다.안과 전문의도 지금 알아보는 중이었다.이유영에 상관되는 일이라서 강이한은 제일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운 사람을 찾아야 했다.이유영은 얼굴의 미소를 거두면서 고개를 숙
이번에 이유영은 소은지를 위해 정말 아주 큰 배팅을 하였다. 이유영의 행동은 온 파리를 뒤흔들었다.지금 이 바닥에는 로열 글로벌의 대표가 아주 혈기 왕성한 여자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하지만 건드린 사람이 하필 엔데스의 여섯째 도련님...그 뒤로 다들 이유영은 젊어서 눈에 뵈는 게 없다고, 경망스럽다고 말했다.아침 식사 자리에서, 어제저녁의 일이 있으니, 이유영과 강이한도 서로 말이 없었다.강이한의 안색은 별로 좋지 않았다.이유영의 핸드폰이 진동하여 확인해 보니 안민이 걸어온 전화였다. 이유영은 전화를 받았다.“안민 씨.”“대표님, 엔데스의 여섯째 도련님이 이미 사무실에 도착하셨습니다.”이유영은 침묵했다.“...”“...”순간 강이한 몸의 기운도 싸늘해졌다. 그는 손안에 든 우유 잔을 내려놓고 이유영을 바라보았다.이유영의 눈 밑에는 한시름을 놓은 듯한 뿌듯함이 스쳐 지나갔다.“네. 알겠어요. 저도 바로 갈게요.”‘이 여자는 엔데스 여섯째 도련님이 돌아오기만 하면 소은지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참 순진하기도 하지!’엔데스의 여섯째 도련님이 누군가를 만나주는 건 그 사람의 악몽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었다. 마치... 소은지처럼!안민의 전화를 끊은 이유영은 바로 일어서며 말했다.“우지 님, 차 대기시켜 주세요.”“네. 아가씨.”“그 사람을 만나서 뭐 어떻게 하려고?”강이한은 일어서면서 이유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이유영은 소은지의 일에 있어서 줄곧 충동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강이한은 이유영이 조금 침착하게 대응하기를 바랐다.“당신은 내가 어떻게 했으면 하는데?”이유영은 비꼬며 강이한에게 되물었다.두 사람의 분위기는 조금 얼어있었다. 특히 지금, 엔데스의 여섯째 도련님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유영의 말투에는 갑자기 총을 든 느낌이 있었다.강이한이 입을 열었다.“당신이 지금 소은지를 걱정하는 건 알겠는데 소은지가 그 사람의 곁에 있는 상황은 당신이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허!”
이유영의 기세를 보아하니 막 나갈 사람은 같아 보이지 않았다.강이한은 도통 마음이 놓이지 않아 이유영을 따라갔다.차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가는 길에, 이유영은 노트북을 꺼내서 아주 숙련하게 상관 업무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오늘날의 이유영은 마치 전에 일하던 강이한처럼, 차 안에서의 시간마저 헛되게 흘려보내지 않았다.하지만 이유영은 달랐다!강이한은 그녀의 노트북을 뺏고 말했다.“눈도 안 좋은데 차에서 서류 보면 안 되지.”이유영은 확하고 노트북을 다시 뺏어왔다!“자꾸 선 넘지 마.”이 말의 뜻은 강이한을 곁에 두는 것마저 이미 이유영의 한계인데 그가 너무 오지랖을 부리지 말라는 말이었다.강이한의 안색은 조금 어두워졌다.두 사람의 몸에서 내뿜는 기운은 다 별로 좋지 않았다. 이 시각, 분위기도 팽팽하게 얼어붙었다.회사에 도착했을 때, 차에서 내린 강이한은 이유영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잊지 마. 절대로 그 사람이랑 횡포하게 굴지 마.”“강이한.”“응?”“어쨌든 나도 이제 로열 글로벌 2년이나 관리한 사람이야. 당신은 아직도 나를 당신 곁에 있던 가정주부로 생각하지?”“...”이유영의 가시 달린 말에 강이한은 말문이 막혔다. 이유영은 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강이한의 손을 뿌리치고는 갔다.강이한은 제자리에 멍하니 굳어버린 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이유영이 무모할 리가!?이번의 일은 그저 엔데스의 여섯째 도련님을 찾지 못해서 벌인 일이고 지금 사람을 돌아오게 했으니, 목적에 달성하긴 했다.이유영도 더 이상 강이한 곁에 있던 가정주부가 아니며 심지어 이제는 강이한의 비호도 필요 없었다.전에 강이한의 머릿속에 있던 모든 인식은 이유영의 말 한마디에 다 산산이 부서졌다.이때에야 강이한은 전생에 이유영이 자기에게 이혼을 제기했을 때 그녀는 두 눈이 실명을 했다는 것이 떠올랐다.그는 아주 자신 있게 이유영은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일단 자기의 곁을 떠나면 이유영은 생활조차 스스로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우리 이혼해요.”격렬한 사랑이 끝난 뒤, 유영은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달뜬 목소리로 덤덤히 말했다.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탐스럽게 상기된 볼을 살짝 가렸다. 그녀의 두 눈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고 표정은 처량했다.남자가 옷을 갈아입는 소리가 들렸다. 술을 잔뜩 마시고 돌아와서 씻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지고 욕구를 방출시킨 남자, 그 어디에도 유영에 대한 존중은 없었다.10년을 사랑했지만 이제 더 이상의 미련은 남지 않았다.단추를 잠그던 강이한의 손이 움찔하더니 날카로운 시선으로 유영을 노려보았다.“갑자기?”“네.”유영의 말투는 단호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기억을 더듬어 화장실로 향했다.강이한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다가 천천히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했다.“손 이리 줘봐.”탁!유영은 매몰차게 그 손길을 뿌리쳤다.하지만 힘 조절을 잘못해서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저리 치워요. 당신 도움은 이제 필요 없어. 더러워.”이 남자와 같은 지붕 아래 숨 쉬고 있는 것 자체가 거북하고 불쾌했다.강이한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는 허공에 손을 내민 채, 신경질적으로 유영을 노려보았다.지금 나한테 더럽다고 한 건가?유영은 바닥을 더듬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샤워기를 틀고 뜨거운 물로 몸에 남은 그의 흔적을 씻어냈다.할 수만 있다면 그의 손길이 닿았던 피부를 모두 도려내고 싶었다.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벽을 더듬으며 옷장으로 향했다. 시력을 잃게 된 시간이 길지 않아서 암흑 같은 이 세상이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다.유영은 손끝에 닿은 느낌을 따라 옷 한 벌을 꺼내 입고는 호적 등본을 챙기고 그에게 말했다.“지금 법원으로 가요.”“이유영.”강이한이 이를 갈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그는 벌떡 일어나서 여자에게 다가가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이런 모습으로 나랑 이혼하면 어떻게 살려고 그래?”그녀는 가진 게 없었다
또각또각.익숙한 하이힐 소리가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와 함께 가까워지고 있었다.한지음!강이한의 첫사랑이자 그녀의 망막을 가져간 여자.유영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고용인 부를 필요 없어. 내가 이미 불렀으니까.”자기가 뭐라도 되는 양, 의기양양한 말투.“여긴 왜 왔어?”유영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이미 모든 걸 잃은 그녀에게 또 뭘 바라고 온 것일까?한지음은 그녀의 싸늘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벼운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전해줄 말이 있어서 왔어. 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느 것부터 들을래?”유영은 고개를 돌려버렸다.“너 임신했더라.”유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한지음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물론 이한 씨는 이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 않을 거야. 나도 임신했거든.”쿵!차분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유영의 얼굴에 금이 갔다.‘강이한, 이런 거였어?’혈색을 잃은 그녀의 얼굴은 파리하게 질렸고 휠체어 손잡이를 잡은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유영은 치미는 분노를 꾹 참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 여자는 자랑하러 온 것이다. 이미 모든 걸 잃었는데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내고 싶었다.그녀는 길게 심호흡하고 애써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래? 어제 그 사람한테 내가 이혼하자고 했는데 싫다고 하더라?”그 말을 들은 한지음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유영도 그녀의 기분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비틀어 올리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내 망막까지 빼앗아 가고 임신까지 했는데 그래서 뭐? 그이는 네가 이 집의 안주인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나 봐.”강이한을 좋아해서 한지음을 미워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이 여자에게 더 이상 짓밟히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었다.강이한과는 이미 끝내기로 했지만 집까지 찾아와서 자신을 도발하는 여자에게 가만히 당하고 싶지도 않았다.“하, 그래서 이한 씨가 널 사랑한다고 말하고
“악!”유영은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피부에서 아직도 뜨거운 작열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남자의 거친 손이 다가와서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익숙한 향기가 코끝에 전해졌다.“꿈꿨어? 조금만 더 자자.”유영은 움찔하며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고개를 돌려 보니 강이한의 준수한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유영은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앞이 보여? 이게 어떻게 된 거지?’눈을 다시 감았다 뜨니 햇살이 비쳐 들어오는 창문이 보였다.천장, 커튼, 그리고 익숙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설마?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뿌리치고 몸을 일으켜 핸드폰을 찾았다. 날짜와 시간을 확인해 보니 화재가 일어나기 몇 개월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회귀… 한 건가?강이한은 뒤척이는 소리에 불만스럽게 눈을 떴다.“아침부터 왜 이래?”그러거나 말거나 유영은 핸드폰에 찍힌 날짜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 여자가 납치하기 전 날로 돌아와 있었다.“당신 왜 그래?”그녀의 이상한 반응에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재차 물었다.유영은 남자를 내버려두고 욕실로 들어가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통통한 볼이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화상 자국이 있어야 할 팔뚝도 말끔했다.아직도 불길이 자신을 덮친 그날의 느낌이 생생한데 그녀는 그 사고가 있기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유영은 바닥에 앉아 양팔로 자신을 껴안고 중얼거렸다.“유영아, 하늘이 널 불쌍히 여겨 기회를 준 거야.”욕실을 나선 유영은 침대로 다가가서 남자를 내려다보았다.“우리 이혼해.”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싸늘한 목소리에 강이한이 벌떡 일어나며 그녀를 노려보았다.“지금 뭐라고 했어?”“은지한테 부탁해서 이혼 서류 준비시킬 거야. 못 믿겠으면 당신도 변호사 불러.”“대체 아침부터 왜 이러는 거야?”강이한은 이 상황이
잠시 후, 소은지가 팩스로 이혼 서류를 보내왔다.이유영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사인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강이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용인은 그녀가 위층으로 올라간 뒤에 바로 외출했다고 답했다.이유영은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팩스로 그의 회사에 이혼 서류를 보냈다. 서류를 확인한 비서가 다급히 그녀에게 연락했다.“사… 사모님, 대표님은 아직 출근 전입니다만….”“그 사람 도착하면 바로 사인하고 법원에서 만나자고 전해주세요.”“네… 알겠습니다.”강이한의 비서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유영은 전화를 끊은 뒤, 위층으로 올라가서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거울 속에 비춰진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마누라가 예쁘다고 남자가 한눈을 팔지 않는 건 아니었다.아무리 예쁜 외모라도 질릴 때가 있는 법, 그때가 되면 남자들은 바깥의 여자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된다.이유영은 바로 차를 타고 법원 앞으로 가서 기다렸지만 점심시간이 다 될 때까지도 강이한은 나타나지 않았다.그녀는 바로 강이한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전화를 받았다. 영상 속 배경을 보니 회의 중인 듯했다.이유영은 그러거나 말거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나 법원에서 두 시간을 기다렸어. 대체 협의서 어디가 마음에 안 들어서 안 나타나는 거야?”회의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모두의 시선이 강이한에게로 쏠렸다.대표님이 이혼? 게다가 재산분할?남자의 싸늘한 시선이 느껴지자, 사람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잠깐의 통화만으로도 대표가 곧 이혼한다는 소식은 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30분 쉬었다가 다시 진행하지.”남자는 짜증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사람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가는 강이한을 바라보았다. 문이 닫히자, 현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사모님께서 지금 이혼을 제기하신 거 맞지?”“그렇게 온화한 분도 폭발할 때가 있구나.”“그럼 한 비서는 어떻
이유영은 홧김에 손을 번쩍 들고 남자의 귀뺨을 때렸다.남자가 우악스럽게 그녀의 목을 잡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오늘 아침부터 이상했어. 대체 무슨 일인지 이유는 말해줘야 할 거 아니야.”강이한은 그제야 이유영이 단지 기분이 나쁜것이 아니라 진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줄곧 온화하고 선을 지킬 줄 아는 얌전한 현모양처였다. 정말 화가 나는 순간이 와도 그녀는 혼자 삭히고 오히려 먼저 그에게 다가와 줄 줄 아는 여자였다.이유영은 자신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곧 있으면 법원 직원들 점심 먹으러 갈 시간이야. 일단 서류부터 제출하고 다시 얘기하자.”“이유영!”남자의 호흡이 거칠어졌다.이유영은 매몰차게 그의 손을 뿌리치고 가슴을 밀쳤다. 하지만 남자는 태산처럼 요지부동이었다.강이한은 운전 기사에게 곧장 집으로 갈 것을 명령했다.어차피 기분이 엉망이라 돌아가서 회의를 계속 진행하기도 무리였다.돌아가는 길, 운전기사의 등 뒤가 식은땀으로 축축해졌다.집에 도착한 뒤, 이유영과 강이한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이제 얘기해 봐.”“더 얘기할 것도 없어. 말하긴 뭘 말해?”반년 사이 비서와 바람이 난 사실을 온 청하시 사람들이 다 아는데 정작 그는 그녀에게 한 번도 제대로 된 해명조차 해주지 않았다.남자의 싸늘한 시선이 이유영을 잡아먹을 것처럼 훑어보았다.그녀는 고집스럽게 남자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담담한 태도에 남자의 표정이 점점 더 험하게 일그러졌다.“이유영, 세강 일가에게 이혼이란 존재할 수 없어. 사별이면 몰라도.”이유영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그녀는 착잡한 분노를 담은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그래서 지난 생에 나를 불에 태워 죽인 거니?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이 첫 이혼이면 되겠네. 아니면 나가서 죽거나.”강이한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는 거만한 표정으로 이유영을 내려다보았다.왕의 기질을 타고난 이 남자는 화가 날 때면 항상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