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은 강이한이 갑자기 생각을 바꿀까 봐 초조했다.오래 지속되었던 싸움이고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세강의 안주인이라는 자리는 그녀에게 족쇄와도 같았다. 여론의 질타와 비난이 그녀를 숨막히게 했다.그녀가 뭐라고 말을 하려던 순간 남자가 입을 열었다.“고민 끝났고 이대로 처리해 주세요.”그 말을 하는 그의 표정에는 더 이상 흔들림이 없었다.어쩌면 이혼이 서로에게 해방일 수도 있었다.지금 이 상태로 계속 지속하다가는 서로의 추한 모습만 계속 보게 될 것 같았다.법원에서 나올 때, 두 사람의 손에는 이혼 서류가 한 장씩 들려 있었다. 손잡고 혼인신고하러 왔을 때랑은 확연히 상반되는 모습이었다.그때는 이런 날이 올 줄을 알았을까? 그때는 서로에 대한 무한한 확신만 있었고 언젠가 헤어질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유영이 자신의 포르쉐로 향해 가자 강이한은 갑자기 갑갑함을 느꼈다.하지만 이제는 남남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씁쓸하면서도 홀가분한 마음도 있었다.그가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가며 말했다.“가자.”유영이 고개를 돌리고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딜 간다는 거야?”“병원.”강이한이 말했다.유영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잊지 마, 이혼하기로 한 조건은 망막을 기증하는 거야.”강이한이 차갑게 말했다.그녀가 그의 사랑을 거부한다면 처참하게 망가뜨릴 생각이었다.지금부터 더 이상 그녀에게 그 어떤 애정도 주지 않을 것이다. 남은 건 배신감과 복수심뿐.유영이 웃었다.예쁘장한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했다.“잠이 덜 깬 것 같네.”말을 마친 유영이 뒤돌아섰다.강이한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지금 날 가지고 논 거야?’그랬다. 이혼을 위해 그러겠다고 대답했을 뿐, 진짜로 실행에 옮길 생각은 없었다.지금의 유영은 그가 하자는 대로 다 하던 나약한 여자가 아니었다.강이한과 이혼한 유영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소은지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파티도 약속했다. 소은지는 소식을 듣고 연차를 낸다며 서둘렀다.그들은 유영의 집
그녀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유영을 바라봤다.그런 조건에 동의한 유영을 이해할 수 없었다.유영은 창백하게 질린 친구를 보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나도 놀랐어. 그런 유치한 조건까지 내걸 줄은.”지난 생에 한번 경험한 일이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그래서 주겠다고 했어?”소은지가 물었다.사실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제안을 거부했더라면 이혼 서류에 도장도 찍지 못했을 것이다.소은지는 이런 조건에 동의한 친구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다.사람이 시력을 잃으면 그때부터 암흑 속에 사는 건데 그걸 동의했다니!생각만 해도 속이 갑갑하고 울렁거렸다.유영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겠다고 했지.”“너 미쳤어?”“내가 정말 그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들어줬을 리 없잖아. 안 주면 그만이야.”“그러니까….”소은지는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유영은 조건에 동의했지만 그건 단지 이혼을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었다.이혼 서류에 도장까지 찍었으니 그 말도 안 되는 약속은 번복하면 그만이다.그녀에게서 망막을 빼앗기 위해 이혼 서류에 사인했을 강이한을 보니 사람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처음부터 유영이 망막을 기증하기 위해서 이혼까지 거부했던 게 아닐까?세상에 이 사람보다 더 매정한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이미 매정하다는 말로 그를 형용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그러니까 그냥 무시하면 된다는 거지? 그쪽에서 가만히 있을까?”“이혼까지 했는데 뭘 하든 내 알 바는 아니지. 무시하면 돼.”“정말 이대로 포기할 것 같아?”“산 사람의 망막을 뜯어내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건 위법 행위야.”유영이 웃으며 말했다.변호사인 소은지가 더 잘 아는 상식이었지만 친구의 일이다 보니 이성이 날아가서 그것까지 생각을 못했다.유영이 약속을 번복했다고 해서 강이한이 유영에게 소송을 걸 방법은 없다는 얘기였다.“너무 놀라서 그것까지 생각을 못했어.”만약 유영이 이혼을 위해 정말 그 제안에 동의했다면
오후에 유영은 사무실로 나갔다.조민정이 정리한 자료를 가지고 그녀의 사무실로 왔다. 대충 검토하고 사인을 마치자 조민정은 서류봉투 하나를 그녀에게 건넸다.“이게 뭐예요?”유영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지난번에 요구하셨던 병원 쪽 자료입니다.”“벌써 조사를 끝마쳤어요?”유영이 놀라며 말했다.“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없죠. 10억을 주고 진실을 밝혀냈으니 나쁘지 않은 거래였어요.”10억이나 나갔다는 말에 유영은 살짝 가슴이 아팠다.강이한과 결혼하고 이제는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절대 작은 숫자는 아니었다.서류에 적힌 진실을 마주한 순간, 유영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네요.”예쁜 얼굴에 냉기가 스치고 지나갔다.거기에는 한지음과 병원 내부 관계자가 돈을 주고받은 입금 기록과 영상이 들어 있었다.한지음이 멀쩡하게 병원을 돌아다니는 영상이었다.유영은 이 영상을 본 강이한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무척 기대가 됐다.한지음의 시력을 되찾아주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했고 10년을 함께한 조강지처에게까지 마수를 뻗치려 했던 남자였다.그렇게 정성 들여 보살핀 여자의 추악한 이면을 마주했을 때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조민정이 물었다.“일단은 그냥 가지고만 있죠. 아직은 거기 신경 쓸 시간이 없어요.”최근 그녀는 굉장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넘쳐나는 의뢰를 처리하기도 바빴다.병원 쪽에서도 수상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진영숙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한지음의 손을 잡았다.“네가 고생이 많아.”“아줌마….”한지음이 울먹이며 말끝을 흐렸다.“네 오빠가 목숨을 바쳐 도와준 덕분에 우리 이한이가 살 수 있었어. 그때는 지석이가 고아인 줄 알고 아무것도 못해줬는데 이렇게 여동생이 멀쩡히 살아 있을 줄이야.”오빠 얘기가 나오자 한지음의 얼굴에 짙은 슬픔이 드리웠다.“다 지난 일인걸요.”“왜 진작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이한 씨가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아줌마가 속상해하실 거라면서요.”한
그때는 한지음도 강이한에게 완전히 마음을 주지는 않은 상태였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달랐다.그래서 갑자기 태도가 바뀐 진영숙을 보며 어떤 말을 해야 할지조차 난감했다.“아줌마….”진영숙이 말했다.“걱정 마. 내가 다 해결해 줄게.”그녀는 한지음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한지음은 괜찮다는 말을 속으로 삼켰다. 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너무 먼 곳까지 와버렸다.‘아니야, 약해지면 안돼! 이유영을 지옥으로 떨어뜨리려면 아줌마 도움이 필요해!’한지음은 이혼으로 부족했다. 비록 강이한과 이혼했지만 유영은 여전히 활개치며 살아가고 있었다.그녀가 원했던 것은 이런 게 아니었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강이한이 아니라 유영이 지옥으로 떨어지는 결말이었다.“감사해요, 아줌마.”한참 고민을 마친 뒤, 한지음이 말했다.진영숙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불쌍한 아이에게 온기를 전해주고 싶었다.이 세상에 가족 하나 없이 혼자 살아가는 불쌍한 아이였다. 유일한 혈육인 오빠는 강이한을 구해주려다가 죽음을 맞이했다.“솔직히 너를 양녀로 입양하고 싶지만 최근에 너도 알다시피 우리 가문에 대해 말이 많잖아. 지금은 시기가 아닌 것 같아.”한지음이 안타깝지만 세강의 이미지도 고려해야 했다.만약 지금 이 시점에서 한지음을 양녀로 들이면 세강은 또 온갖 여론을 몰고 다닐 것이다.“이해해요.”한지음이 말했다.“이한 씨도 그걸 걱정해서 얘기를 하지 말라고 했던 것 같아요.”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들이 진영숙을 소외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강이한은 유영과 싸우느라 바쁘고 한지음도 모든 신경을 유영에게 쏟았다.하지만 진영숙은 그 말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더 애잔한 눈빛으로 한지음을 바라보았다.한지음의 병실을 나온 진영숙은 주치의를 만났다. 하지만 주치의는 오늘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라졌다고 했다.진영숙은 묻고 물어서 한지음이 처한 상황을 듣게 되었다. 망막 이식이 시급하다는 내용이었다.병원에서 나온 진영숙은 곧장 강이
진영숙이 탄식하며 말했다.“지음이한테 망막을 이식해 주는 조건으로 원하는 대로 다 줘. 지음이한테 시간이 얼마 없다고 들었어.”비록 강이한도 그런 결정을 내렸었지만 엄마의 입에서 그 말을 듣자 저절로 숨이 막혔다.유영이 멀쩡한 망막을 떼서 한지음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는 가슴이 아팠다.“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거예요.”강이한이 단호하게 말했다.전에는 그 역시 이런 식으로 유영에게 압박을 가했지만 사실 그녀가 시력을 잃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손을 뻗으면 끝없는 어둠이 펼쳐진 그런 세상에 산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만으로 숨이 막혔다.서투르게 손을 뻗으며 주변을 더듬거리며 힘겹게 걷는 그녀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익숙하지만 안쓰러운 모습에 그는 저도 모르게 손발이 흠칫 떨렸다.‘아… 아니야! 최근에 피곤해서 환각이 보였나 봐!’비록 유영에게 많이 실망하고 배신감도 느꼈지만 그런 모습은 그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자존심 강한 그녀가 밥 먹는 것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그런 고통을 감당해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안 돼! 그렇게 되면 이유영은 차라리 죽는 것을 택할 거야!’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자 가슴이 저릿하고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진영숙은 아들의 이상한 표정을 보고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너 왜 그래? 무슨 일인데 그래? 땀 좀 봐!”집안의 온도는 적절했고 땀을 흘릴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강이한은 진지한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그 생각, 포기하세요.”“이한아!”“제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거예요.”한지음에게 광명을 되찾아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렇다고 유영을 시각장애인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진영숙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녀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지금도 걔 편을 드는 거야? 너는 대체 무슨 생각이야? 걔가 최근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다 잊었어?”이혼도 하지 않고 해외로 가서 늙은 남자랑 바람이 난 며느리였다.그것만 생각하면 진영숙은
유영은 일에 치여 무척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이번 업무만 끝난다면 모든 것을 양승호 변호사에게 넘기고 파리로 돌아갈 생각이었다.하지만 모든 것이 뜻대로 될 수는 없는 법. 때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뤄지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우우웅-이때, 핸드폰에서 진동 소리가 났다.저장되지 않는 번호였지만, 유영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지난번에 한지음이 그녀에게 걸었던 번호였다.유영은 일단 전화를 받았다.“난 이미 강이한과 이혼했어. 도대체 뭘 더 바라는 거야?”한지음이 먼저 입을 열기 전에 그녀가 먼저 선수 쳤다.사실 이혼한 것만으로 이 상황이 끝이 나지 않을 거라는 건 유영도 알고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전화 넘어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설마 겨우 이혼으로 모든 것이 끝날 거라 생각했어? 내가 원하는 게 강이한, 그 뿐인 줄 알았어?”“그럼 네가 원하는 게 뭔데?”“난 너의 눈, 팔, 다리… 모든 걸 원해!”강이한은 시작에 불과했다.목소리만으로 유영은 한지음의 강한 증오와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혹시 우리 전에 만난 적 있어?”유영이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미움을 받더라도 이유는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만났다면? 널 처음 본 순간부터 너의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전화 너머 한지음이 한 글자 한 글자 씹어내듯 악의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내뱉었다.유영은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한지음이 자신을 왜 이토록 증오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면 회귀 전에 강이한에게 접근했던 이유도 자신을 향한 이 악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의심이 들었다.그러나 전엔 어땠을지 몰라도 이번엔 절대로 호락호락 당해줄 마음이 없었다.“그래? 어디 해봐! 내가 그냥 당해 줄 것 같아?”아주 차가운 목소리로 유영이 말했다.“하, 그래! 어디 한번 사랑하던 남자한테 눈을 뺏기는 기분이 뭔지 느껴봐!”라는 말과 함께 한지음이 기세등등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유영은 충격에 한동안 자리에 미동도 할 수 없었다.우우웅-그러다가 다시 울리는 벨 소리
유영은 이 중대한 사실을 이제야, 그것도 강이한이나 그의 가족이 아닌 삼촌한테 듣게 됐다는 사실에 놀랐다.“강이한이 10살 때 일어난 일이야. 그때 거의 죽을뻔했다고 들었어.”정국진이 말했다.이 말을 들은 유영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팠다.‘그래서 나한테 말하지 않았구나….’끔찍한 일이었을 테니, 강이한은 어쩌면 이 사건을 입에 담기조차 싫었으리라 그녀는 추측했다."그때, 한지음의 오빠가 강이한을 구해줬어. 강이한은 살아남았지만, 한지석은 죽었지."“….”그녀는 머리가 핑하고 돌았다.‘한지석이 죽었다고…? 그래서…!’“유영아, 조심해. 강이한은 물론 그 주변 인물 모두를. 아니면 차라리 지금 파리로 돌아올래?”정국진의 추측대로라면 강씨 집안사람들은 아직 한지음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강이한이 유영과의 갈등으로 집안사람들한테 말할 시기를 놓친 것이다. 한지석은 강이한은 물론 그의 가족들에게도 큰 은인이었다. 그러니 한지석의 동생인 한지음이 나타난다면 강씨네 집안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떠받을게 분명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지음이 유영을 적대시한다? 그러면 당연히 온 가족이 그녀의 편을 들 것이고 유영은 궁지에 몰릴 것이다.정국진은 이부분이 매우 걱정스러웠다.깊이 숨을 들이킨 유영이 입을 열었다."그런데 이 일이 한지음이 저를 미워하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나요?"그녀는 한지음으로부터 적나라한 증오를 느꼈다.“그건 나도 아직 뭐라 단정 짓진 못하겠어. 일단 빨리 파리로 돌아오기나 해!”정국진이 단호하게 말했다.강이한과 이혼한 지금, 유영이 청하시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 보였다.하지만 유영은 머뭇거렸다.“저 아직 이쪽에서 맡은 일을 끝마치지 못했어요. 파리로 돌아가려면 우선 이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해요.”“이런….”유영이 지금 맡고 있는 건 아주 큰 프로젝트였다.이번 프로젝트는 그녀의 커리어에 큰 획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쉽지 않은 사업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유영이 파리로 돌아오려면 마무리 지어야 할 일들이 적지 않으리
"루이스를 네게 보낼게." 정국진이 말했다.‘루이스? 삼촌의 개인 경호원?’"그러실 필요 없는데…." 유영이 말했다. 청하시의 치안은 좋았으니까.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꾸었다. "아니, 루이스가 필요할 것 같아요."전화를 끊은 후, 유영은 정국진이 말한 한지음과 강이한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둘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깊은 사이였다. 그녀는 지금이라도 이혼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혼하지 않았다면 한지음한테 얼마나 더 많은 증오를 받게 되었을까? 그랬다면 분명 더 큰 문제들이 생겼으리라.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유영이 강이한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만날 수 있어?""지금?" 전화 넘어 강이한의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렸다."응, 지금!" 유영이 단호하게 대답했다.강이한은 이유영이 이 시점에 만나자고 요청할 줄 몰랐다. 최근 이유영은 마치 그를 피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나 지금 사무실에 있어.""알았어, 곧 갈게!" 이유영이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조민정이 준 물건들을 가방에 넣었다. 그러다 잠시 정국진이 좀 전에 말한 한지음과 강이한의 관계를 떠올렸다. 그녀는 강이한의 마음속에서 한지음이 어떤 존재인지 깨달았다. 그녀는 절대로 강이한의 마음속에서 한지음보다 더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없었다. 사랑과 은혜, 강이한이 선택한 것은 항상 한지석의 은혜였다.한편 외출했다가 돌아온 강서희는 강이한과 이유영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기뻐했다.이제는 대놓고 이유영을 싫어하는 티를 내도 그 누구도 그녀에게 뭐라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앞으로 한지음에게 좀 더 잘해줘." 진영숙이 강서희에게 말했다.강서희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진영숙을 바라보았다. "지금 뭐라고,엄마?"진영숙은 살짝 못마땅한 듯 강서희를 쳐다보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여전히 애정이 담겨 있었다. "한지음에게 좀 더 잘해주라고 했어."그제야 강서희는 말의 뜻을 자각했다. "왜?" 그녀는 왜 진영숙이 이런 말을 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