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7화

작가: 진헤이
“사모님!”

한지음이 뭐라고 한 건지, 조형욱이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그는 유영이 탄 포르쉐를 보고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죠?”

“한지음 씨가 좀 얘기하고 싶답니다.”

조형욱이 조심스럽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유영은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처음 보는 싸늘한 모습에 조형욱이 당황해서 고개를 숙였다.

“그래요.”

그녀는 한지음이 하고 싶다는 말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다.

그래서 차에서 내려 휠체어를 탄 한지음에게로 다가갔다.

한지음의 초라한 모습은 기세등등한 유영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유영이 물었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한지음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이렇게 간사한 인간일 줄은 몰랐네.”

오늘 밤, 그녀는 유영의 입장을 곤란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역으로 자신이 당할 줄은 몰랐다.

이런 기세와 카리스마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유영이 웃으며 말했다.

“너보다야 하겠어?”

일부러 장님 행세를 하며 동정심을 유발하는 건 일반인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이런 여자였기에 강이한까지 손바닥에 쥐고 흔들 수 있었던 것이다.

한지음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두 눈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녀에게서는 선명한 증오심이 느껴졌다.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조금 전에 창피를 당한 것도 한지음이 주제도 모르고 여기까지 찾아오지 않았으면 아예 없었을 일이었다.

“이유영,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한지음이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사납게 말했다.

“난 그 사람이랑 이혼할 거고 우리 싸움은 여기서 끝났어.”

“하? 끝을 내? 꿈 깨!”

증오가 가득 담긴 목소리에 오히려 유영이 잠깐 당황했다.

조금 전 보였던 이상한 적개심이 착각인 줄 알았는데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진심이 묻어났다.

“널 지옥으로 떨어뜨릴 거야. 아직까지는 네가 잘난 것 같지? 곧 죽기보다 힘든 고통을 맛보게 될 거야.”

한지음은 힘을 주어 또박또박 말했다.

그녀의 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유영은 어리둥절한 얼굴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8화

    차로 돌아온 유영은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부드러운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우울한 분위기가 차 안에서 맴돌았다.조민정은 저택으로 들어가지 않고 시간 맞춰서 유영을 데리러 왔다. 하지만 한지음이 안에서 나온 것을 봤을 때,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대략 직감할 수 있었다.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유영에게 생수 한병을 건넸다.“물이라도 좀 마셔요.”“고마워요.”시원한 물줄기가 목덜미를 적시자 갑갑했던 기분이 조금은 풀어졌다.“민정 씨.”“네.”“결혼의 의미는 뭘까요?”유영이 무심한 얼굴로 물었다.강이한과 7년 연애하는 동안에도 진영숙은 그녀를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적어도 가문이라는 족쇄가 존재하지는 않았다.그래서 진영숙은 그녀를 마음에 들지 않아했지만 직접적으로 나서서 그녀에게 시비를 걸지도 않았다.하지만 그와 결혼한 뒤로 모든 게 변했다. 시댁의 갑질이 시작되었고 유영은 그 과정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쪽이었다.조민정이 말했다.“각자의 선택이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이 따르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유영이 말이 없자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만약 유영 씨가 그때 사랑이 아닌 일을 선택했더라면 아마 그래도 많은 난관을 겪었을 겁니다. 고민의 종류가 다를 뿐이죠.”고민이 없는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결혼이 가져다준 고민이 없어도 일을 하면서도 각종 고민을 겪게 된다.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것으로 인해 따르는 고민이 있다.유영이 고개를 떨어뜨리며 말했다.“그거 알아요? 오늘 그 사람이 이혼하겠다고 했을 때 사실은 속시원했어요.”그때 그녀가 느꼈던 감정은 드디어 무거운 굴레를 벗어던진 느낌이었다.드디어 그 남자에게서 벗어나 자유를 얻은 기분이었다.그와 계속 관계를 유지하다가는 말라 죽을 것 같았다.마치 지난 생처럼….지난 생에는 그녀를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의 손에 죽어갈 때 그토록 절망했다.고용인들은 소방차도 불러주지 않았다.고작 불륜녀 때문에 그녀는 불길 속에서 죽어가야 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9화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이미지의 배준석과는 다르게 박태준은 강이한과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남자였다.혼잡한 술집 안에서 그들의 존재는 유난히 눈에 띄었다.“왜지? 내가 그렇게 잘해줬는데!”“그만해, 형. 핸드폰 여기 내려놓고 술도 그만 마셔!”배준석이 강이한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았다.여기 와서 앉은 순간부터 강이한은 유영에게 미친 듯이 전화를 하고 있었다. 상대가 무시하는데도 그는 전혀 지치지 않았다.그들도 오늘 노부인 생신 잔치에서 있었던 일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그거 알아? 내가 그 여자랑 결혼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과거 강이한은 유영과 결혼하기 위해 가문의 모든 압력을 이겨내야 했다.지금은 그가 세강의 대표로 부임했지만 그때는 손에 쥔 지분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는 유영을 위해 친척들의 위협과 싸워야 했다.심지어 그의 어머니조차 그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갔다.물론 유영과 결혼한 뒤로 그는 회사에서 피바람을 일으켜서 빼앗겼던 것들을 전부 되찾아왔다.하지만 그녀와 결혼하기 전에 그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족들에게 양보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그래. 형수님이 잘못했네!”배준석은 그의 편을 들어주었다.“그러니까 조건이 서로 비슷한 사람이랑 결혼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 아니야. 해준 형은 어떻게 생각해?”“그만들 해.”박해준은 배준석과 생각이 전혀 달랐다.서로 사랑했던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면 어느 한쪽만 잘못했다고 볼 수 없었다.손뼉도 맞아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짜증만 내지 말고 제수씨가 왜 꼭 이혼을 선택해야 했는지, 네가 뭘 잘못했는지부터 생각해 봐.”그들은 유영과 접촉할 기회가 별로 없었지만 유영이 이해심 많고 온순한 성격이라는 건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그런 사람이 갑자기 단호하게 이혼을 결심했다면 강이한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강이한이 냉소를 지으며 질문에 대답했다.“그 여자 바람 났어.”둘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바람은 부부 사이에 신뢰를 깨뜨린 엄중한 문제였다.그렇듯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30화

    박해준의 질문에 강이한은 침묵했다.그 순간에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 했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 여자는 친척이 없어. 고아야.”그들이 결혼한 뒤로 그는 그녀의 유일한 가족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가족 같은 남편을 그녀가 버린 것이다.그를 떠나면 그녀의 세상에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가슴이 아팠다.“알아, 어렸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했지? 조부모도 그 충격으로 아무런 유언도 못 남기고 돌아가셨다고 들었어. 하지만 조부모 외에 다른 친척이 있을 수도 있잖아.”강이한이 말했다.“친척이었으면 나한테 얘기했겠지.”이 일이 있기 전에 그들은 서로에게 숨기는 비밀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우울감이 찾아왔다. 대체 언제부터 서로가 마음을 닫아버린 걸까?“그건 아무도 몰라.”배준석이 말했다.그는 유영이 강이한 같은 남편을 두고 아빠뻘 되는 남자랑 바람이 났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강이한도 그의 말을 듣고 조금씩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유영은 가족들이 그녀가 어릴 때 다 돌아가셨다고 말했지만 방계 친척에 대해서는 말을 꺼낸 적 없었다.만약 그 남자가 유영의 먼 친척이라면?만약 그렇다면….그 순간 강이한의 마음에 다시 희망이 샘솟았다. 정국진이 그녀의 먼 친척이라면 그녀는 그를 배신한 적이 없었다는 얘기였다.그는 눈을 질끈 감고 쓴 술을 삼켰다.그의 앞에는 이미 비워진 술병들이 하나씩 늘어갔다.그날 밤, 유영을 제외하고 모두가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 한지음은 병원에 돌아오자마자 진영숙의 협박 전화를 받았다.“네 처지는 나도 안 됐다고 생각하지만 내 아들은 건드리지 마. 자꾸 주제도 모르고 선을 넘으면 지옥이 뭔지 맛보게 해줄 거야.”강요이자 협박이었다.진영숙은 오늘 한지음이 연회에 나타났기에 유영이 연회장에서 그 난리를 부렸다고 생각했다.그 소란으로 세강의 체면은 바닥에 떨어졌다.그녀는 며느리도 싫지만 한지음을 더 혐오했다.“사모님, 저랑 태한 씨는….”“닥쳐! 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31화

    그녀는 어렴풋이 잠결에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형수님, 이한 형이 술 취해서 형수님 이름만 불러요. 혹시 지금 천상의 소리로 와주실 수 있나요?”수화기 너머로 배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영은 순식간에 잠기가 싹 사라졌다.그녀는 눈을 비비며 짜증스럽게 말했다.“전화 잘못 거셨어요.”그리고 상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강이한이 술 취해서 난동을 부린다고 해도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이 남자에게 남은 거라고는 깊은 실망감과 배신감밖에 없었다.지난 생에 죽음까지 경험한 그녀에게 그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을 리 없었다.그가 술 취해서 객사했다고 해도 절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한편, 배준석과 박해준은 강이한을 부축해서 차에 올렸다. 유영과 통화를 마친 배준석은 착잡한 얼굴을 하고 밖에서 바람을 맞았다.“왜 그래?”옆에 있던 박해준이 물었다.“잘못 걸었다고 끊어 버리는데?”배준석은 그제야 둘 사이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게 틀림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분명 이유를 제공한 사람은 강이한 쪽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유영이 이렇게까지 매몰차게 나올 이유가 없었다.여자가 한번 돌아서면 남자보다도 더 차갑다더니 유영이 전형적인 예였다.전화를 잘못 걸었다고 바로 끊어버리다니.그래도 10년을 함께한 정이 있는데 무슨 마음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게다가 그는 강이한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 것이었다.잘못 걸었을 리가 없었다.“일단은 홍문동으로 데려가자.”박태준이 말했다.부부 사이의 일에 대해 방관자인 그들이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배준석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둘은 차를 운전해서 강이한을 홍문동까지 데려다주었다. 새로 바뀐 고용인들은 술 취해서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강이한을 보고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잠시 후, 그들 중 한 명이 강이한을 부축해서 침실로 데려갔다.강이한의 핸드폰이 쉴 새 없이 진동하고 있었다. 한지음의 전화였지만 한 번도 받지 않았다.배준석도 그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32화

    그 말을 들은 강이한은 순식간에 머리가 멍해졌다.응급실이라니!자세히 물어볼 여유도 없이 그는 재빨리 침대를 내려 외투를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아래층에 있던 집사는 옷도 안 갈아입고 내려오는 그를 보고 다가가려 했지만 이미 강이한은 냉기를 풀풀 풍기며 밖으로 나가버렸다.강이한에 비해 유영은 간만에 긴 휴식을 취했다. 비록 지난밤에 배준석의 전화 때문에 한번 깨기는 했지만 전화를 끊고는 바로 잠들었다.그녀는 아침 일찍 회사로 나왔다.조민정이 업무 일정을 그녀에게 보고하고 있었다.“박 대표님께서 오후에 동교 개발 현장에 방문할 예정이에요. 시간 나면 같이 가보는 게 좋겠어요.”VIP고객이니만큼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유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히 가야죠.”조민정이 말하지 않아도 원래 같이 가려고 했었다.조민정이 계속해서 말했다.“새로 들어온 의뢰는 이미 팀원들에게 나눠줬어요. 이번에는 유영 씨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자신감에 찬 말투였다.유영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경영을 배우는 일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디자인팀원을 고용할 때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다들 경험이 풍부하고 실력이 출중한 엘리트들이었기에 간단한 의뢰에서 문제가 생길 수 없었다.“알겠어요.”유영이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조민정이 말했다.“인력이 부족해서 채용 공지를 냈는데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잘 뽑을게요.”“그래요.”하루아침에 스튜디오가 이렇게 바빠질 줄은 몰랐다.전에 직장 경험이 별로 없어서 잘 몰랐는데 작업실을 운영하면서 보니 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았다.그래도 정국진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어서 의뢰가 끊길 걱정이 없어서 다행이었다.“오후에 다른 일정이 있나요?”“네. 양 변호사님 만나기로 했어요.”유영이 말했다.강이한이 이혼을 해주겠다고 공표한 이상 하루라도 빨리 절차를 진행하고 싶었다.오늘은 변호사를 대동하고 세강그룹에 방문할 예정이었다.합의가 어려운 부분은 다시 협상할 수도 있고 오늘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33화

    조형욱이 용기를 내서 말했다.“사모님께서는 현재 강성건설과 협업 관계가 있으니….”그가 난감한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공적으로는 유영도 강성건설과 손을 잡은 사람이니 경쟁사인 세강 대표의 사무실에 들어가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였다.유영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접대실에서 기다리죠.”어디에서 기다리든 상관은 없었다.그녀는 걸음을 옮기며 강이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괜히 기다리면서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잠시 후, 그가 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로 지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나 지금 당신 사무실이야.”“거긴 왜?”강이한은 유영이 좋은 마음으로 사무실까지 찾아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가 원하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이혼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아니나 다를까, 유영이 말했다.“어제 사람들 앞에서 나랑 이혼하겠다고 공표했잖아. 서류에 사인 받으러 왔어. 그래야 당신도 자유로워질 거 아니야.”“자유는 당신이 나보다 더 원하고 있는 것 같은데?”“그렇게 말해도 난 할 말 없어.”“뭐?”강이한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얼마나 그가 싫었으면 아침부터 이혼 서류를 들고 찾아왔을까?그런 생각이 들자 강이한은 가슴 한구석이 쓰리고 아팠다.“그래, 알았어.”한참이 지나 남자가 말했다.수화기 너머로도 그의 분노와 실망이 전해지고 있었다.유영은 눈을 질끈 감았다.여자의 아름다운 얼굴에 드디어 미소가 피어났다.“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지금은 못 돌아가.”유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병원으로 와. 사인해 줄 테니까.”남자가 차갑게 말했다.유영은 병원 얘기가 나오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했다.그녀는 병원이라는 곳에 트라우마가 있었다. 강이한이 그녀를 병원으로 부를 때마다 깊은 공포마저 느꼈다.“그럼 언제 돌아올 거야?”유영이 물었다.어차피 서류에 사인하는 건 어디서나 가능했기에 굳이 병원까지 찾아갈 이유는 없었다.남자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왜? 무서워?”“자극해도 소용없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34화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과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여자가 안타까웠다.망막을 이혼 조건으로 내걸다니! 그건 빌려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이런 남자를 남편으로 맞은 유영이 안쓰러웠다.그 시각, 강이한의 본가에서도 싸늘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오늘 아침, 진영숙은 유경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어제 일로 사과하려고 전화한 건데, 전화를 받은 유경원의 모친은 돌려서 이 결혼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한지음 이 나쁜 년이!”굳이 이유를 묻지 않아도 한지음의 등장이 유경원 일가를 불쾌하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아직 이혼도 하지 않은 강이한이 와이프와 불륜녀를 둘 다 데리고 가족 행사에 참석한 일은 가문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일이었다.세강의 세력이 워낙 막강해서 어떻게든 그들과 연을 맺고 싶어하는 가문이 많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아무리 재벌가가 정략결혼을 중시한다지만 딸을 귀하게 키운 집안이라면 당연히 이런 가문에 딸을 시집 보내는 게 달가울 리가 없었다.진영숙은 유경원의 가문이 마음에 들었다. 청하시에서 세강과 비등비등한 세력을 가지고 있었고 유경원 본인의 조건도 재벌가 며느리가 되기에 완벽했다.그런데 전에 했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됐어, 엄마. 화 풀어. 저쪽 집안도 너무하네!”옆에서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강서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겉으로는 진영숙을 위로하는 척했다.진영숙은 화가 치밀었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했다.“그쪽에서 잘못한 게 아니야. 다 그 한지음 때문이지!”딸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생각하면 유경원 모친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구라도 귀하게 키운 딸을 사생활이 문란한 남자에게 시집 보내기 싫을 것이다.좋은 남편을 만나야 딸이 행복할 수 있다는 건 모든 엄마들이 아는 사실이었다.아들인 강이한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최근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졌다.“대체 한지음 걔를 왜 그렇게 신경 써주는 거야? 그래 봐야 비서실 직원이었을 뿐이잖아. 굳이 이한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35화

    진영숙은 절대 한지음을 용납할 수 없었다.그녀가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안 되겠다. 병원에 다녀와야겠어.”“같이 가, 엄마.”강서희의 두 눈이 간사하게 빛났다.이 판에 한지음을 끌어들인 건 강서희였다. 그랬기에 한지음의 생각에 대해 그녀보다 잘아는 사람은 없었다.이제 유영을 해결했으니 한지음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었다.하지만 그녀의 생각과는 다르게 진영숙은 고개를 저었다.“넌 집에 있어. 네가 끼어들 상황이 아니야.”싸우러 가는 현장에 어릴 때부터 애지중지 키운 양녀를 데려가고 싶지는 않았다.아주 오래 전부터 진영숙은 나름 최선을 다해 강서희의 보호막이 되어주었다.“알았어.”고집을 부릴 상황이 아니었기에 강서희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진영숙이 떠난 뒤, 강서희의 입가에 진한 비웃음이 드리웠다.뒤에서 아줌마가 다가오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아가씨, 디저트를 새로 만들었는데 드셔보실래요?”“좋죠.”강서희는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이 집에서 가장 까탈스러운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강서희였다. 고용인들이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버럭 화를 내던 그녀였다.하지만 왕숙은 달랐다. 진영숙이 가장 신임하는 고용인이었기에 강서희는 왕숙에게만큼은 예의를 갖춰서 대했다.“맛있네요.”“맛있으면 많이 드세요. 여기 코코넛 밀크도 있어요. 피부에도 좋다잖아요.”“고마워요, 아줌마.”“어서 들어요.”왕숙은 인자한 얼굴로 강서희를 바라보았다.한편, 유영은 씩씩거리며 스튜디오로 돌아왔다.조민정이 다가오며 물었다.“괜찮아요?”“네, 괜찮아요.”괜찮다고는 했지만 사실 속은 이미 뒤집어진 상태였다. 남자의 냉철함을 이미 경험해서 아는 그녀였지만 망막 기증 얘기를 다시 꺼냈을 때 저도 모르게 긴장되고 온몸이 떨려왔다.그 한마디로 인해 그에게 남았던 마지막 미련마저 사라지게 만들어 버렸다.지난 생에서 그랬듯이 결국 똑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민정 씨.”“네, 듣고 있어요.”“강서희 사생활 좀 조사해 줘요.”만약 강이한이

최신 챕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29화

    처음엔 그 아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아이를 데려갔다니, 그는 무슨 권리로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 사실, 그 아이가 그의 딸이 아니더라도 문제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 아이는 이유영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생명이었다. 강이한에겐 그 아이에게 손댈 자격조차 없었다.그 며칠은 아이와 이유영 모두에게 끔찍한 악몽이었다.이유영은 지금도 병원을 헤매며 미친 듯 아이를 찾았던 날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밤낮없이 걱정하며 엄마로서 견딜 수 있는 가장 처절한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이유영의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결국, 당신은 아이가 당신 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온유를 살리기 위해 그 아이를 이용하려고 했어.”어떤 이유를 들어도 강이한의 행동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었다.결국, 마지막 순간에야 강이한은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 아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과 모든 진실을.하지만 그런데도 강이한은 끔찍한 선택을 했다. 그래서 이유영은 강이한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이유영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그때, 그 아이가 울면서 밥도 먹지 않고 엄마를 찾으며 울부짖었을 때... 강이한, 정말 그 순간조차도 넌 아무런 동정심도 못 느꼈어?”“...”그 말은 강이한의 가슴을 깊숙이 찔러왔다.숨이 턱 막히며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동정심이 없었을까?사실 그도 동정심을 느꼈다.그 아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강이한이 느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그 아이가 소중했고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미어졌다. 그러나 이온유의 위급한 상태는 강이한을 잔인한 선택의 기로로 몰아넣었다.“이유영, 나는...”강이한은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술을 움직였으나 이유영의 앞에서는 어떤 말도 무의미했다.그 사건은 지금도 강이한을 괴롭히고 있었다. 이유영뿐만 아니라 강이한 역시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다.이유영은 갑자기 화제를 돌려 물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28화

    두 사람은 전통 사옥으로 돌아왔다.빗물이 지붕을 타고 떨어지는 소리가 고요히 울렸다. 이유영은 그 소리를 들으며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이곳의 기후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빗소리는 이유영에게 잔잔한 평온을 안겨주었다.“아가씨, 점심으로 탕을 끓였습니다.”우지가 말했다. 병원에서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 못했던 이유영에게 보양식은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었다.건강도 되찾았으니 이제 든든하게 먹어야 했다.“네.”우지가 조용히 이유영에게 속삭였다.“아가씨, 아까 강 선생님께서 통화 중이셨는데, 전기봉에 대해 언급하시는 것 같았습니다.”“...”이유영은 전기봉이 강이한의 손에 있을 거라 오랫동안 확신해 왔다.“네, 알겠어요.”어두운 방. 이유영은 보이지 않는 눈 때문에 생각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며칠 동안 이유영은 전기봉 문제를 끊임없이 곱씹으며 생각에 잠겼다.강이한과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망가졌음에도 이유영은 여전히 강이한을 무너뜨릴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강이한은 이유영을 외부와 철저히 차단했다.만약 이유영이 외부와 연결될 수 있었다면, 이미 세상은 발칵 뒤집혔을 것이다.강이한은 이유영이 자신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조용히 문이 열리며 강이한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우지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고 이제 방 안에는 이유영과 강이한만 남았다.“우지가 네게 모든 걸 말했나 보군.”강이한의 목소리는 깊고 무거웠다.“...”우지를 우연히 본 걸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소식을 전한 걸까? 하지만 이유영이 표정은 평온했다. 이유영은 그의 질문에 흔들림 없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외부와 연락할 수 있다면, 그 소식을 당장 퍼뜨릴 거야.”“...”“네 약점을 당장 적들에게 넘겨버릴 거야!”이유영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는 그 말에 가슴이 조여드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매우 아팠다.박연준의 말처럼 이유영은 강이한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이유영은 이제 대놓고 그를 배신하려 했다.그것도 강이한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27화

    연서.그 이름은 강이한과 박연준에게 오랫동안 입에 올리는 것조차 두려운 존재였다. 그 기억은 피처럼 생생하면서도 잔인했다.만약 이유영이 이번에 진실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강이한과 박연준은 평생 서로를 외면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강이한은 박연준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박연준, 참 가엾네.”연서… 박연준은 연서에게 흔들린 적이 있었던가? 그조차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연서를 데려가려 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돌이킬 수 없었다.“가엾든 말든 상관없어. 그렇게 할 거야, 말 거야?”그가 말하는 것은 서주였다. 강이한은 그의 말을 듣고 조소를 터뜨렸다.“평생 계획하던 일을 이제 와서 포기하겠다고?”과거 박연준의 계획 중심에는 항상 서주가 있었다.처음엔 연서가 그 중심이었고 이후엔 이유영이 그 중심이었다. 박연준의 복잡한 속내를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강이한조차 박연준의 속내를 완벽히 알 수는 없었다. 그런 박연준이 이제 와서 포기한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그 말 뒤에는 분명 다른 꿍꿍이가 숨겨져 있을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박연준은 단호히 말했다.“나는 이유영만 있으면 돼.”다른 건 모두 필요 없었다.과거의 교훈은 피로 새겨진 기억처럼 그에게 깊게 남아 있었다. 이번만큼은 무의미하게 놓치고 싶지 않았다.이번에는 다시는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강이한은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웃기지 마,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을 놓고 이렇게 대립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강이한의 눈에 비친 박연준은 감정을 논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었다.이유영만 원한다고?“이유영은 사람이야. 살아있는 사람!”이유영은 물건이 아니었다. 원한다고 가질 수 있는 존재도 아니었다.사람의 감정은 상호 존중이 기본이다. 과거에는 몰랐던 이 사실을 강이한은 이제야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박연준은 냉소적으로 되받아쳤다.“이유영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나 보군.”박연준은 강이한이 우천시를 떠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26화

    이유영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라고?“지금...”“넌 이미 이유영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줬어. 이유영은 절대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그녀는 평생토록 그를 용서하지 않을 거였다.박연준은 강이한이 지금 여기 있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박연준 자신은?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늘 모든 사람을 조종하던 강이한이 이번에는 스스로 그 틀에 갇힌 셈이었다.이유영의 눈이 회복될 가능성이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박연준의 마음속은 폭풍처럼 요동쳤다.병원으로 돌아가는 길, 그의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로 혼란스러웠다.이유영과 강이한의 관계가 끝나게 된 이유는 강이한의 우유부단함이 컸다.하지만 자신이 꾸민 일과 계산도 분명히 한몫했다.만약 자신이 이유영에게 진심으로 대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감옥에서 일어난 화재 같은 비극도 이유영의 삶에 없었을 것이다.그 화재만 없었다면, 이유영의 눈은 무사했을 것이다.“하하, 참 우습군!”오랜 침묵 끝에 강이한이 비웃음을 터뜨렸다.“이건 네가 내게 진 빚이야.”진 빚? 그렇다.강이한은 연서와 관련된 일로 박연준에게 진 빚이 있었다. 하지만 그 빚을 갚기 위해 이유영을 이용하는 건 지나치지 않나?“꿈도 꾸지 마!”강이한은 박연준이 이유영에게 품은 마음을 오래전부터 알아차렸다.그렇지 않았다면 이유영이 연서에 대해 알아갈 무렵, 박연준이 급히 이유영을 알프산으로 데려가지 않았을 것이다.그 모든 행동은 박연준이 진심으로 혼란스러워했음을 보여줬다.그리고 그 당황의 이유는 바로 이유영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이유영과의 관계를 위해 박연준에게 길을 내주어야 한다는 뜻인가?강이한은 박연준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속여왔으면서, 진실이 뭔지 알고나 있어?”진실?오랫동안 사람들을 조종하며 살아오다 보니, 박연준은 자신조차 진실을 혼동하고 있었다.박연준의 눈빛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러나 강이한은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박연준, 감정이라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25화

    병원 맞은편의 카페.박연준은 강이한을 깊은 눈빛으로 응시했다. 그의 입가에는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놀랍네. 이런 상황에서도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어.”지금 서주의 상황이 얼마나 복잡한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강이한의 차가운 눈빛에는 점점 더 날 선 위협이 깃들었다.“아무래도 엔데스 회장은 이번 달을 넘기지 못할 것 같네.”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찬 어조였다. 진실을 알고 있다는 뉘앙스가 깃들어 있었다.“이번 달은 못 넘긴다고?”엔데스 가문이 어떤 상황일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강이한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박연준이 이어서 말했다.“게다가 지금까지도 엔데스 회장의 유언장은 나오지 않았다고 해.”따라서 이 시점에 작은 사고라도 발생하면, 그 결과는 대단히 끔찍할 수 있었다.서주는 지금 아주 중요하 시기를 맞고 있었다.엔데스 회장이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문서는 핵심 열쇠로 작용할 거였다.강이한은 박연준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기봉...”그 세 글자를 뱉어내며 강이한은 이를 악물었다.전기봉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했지만, 모두가 전기봉이 강이한의 손에 있다고 믿고 있었다.박연준은 전기봉을 찾으려는 의도가 전혀 없어 보였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 박연준은 담배 연기를 천천히 내뿜으며 냉소를 띤 채 말했다.“전기봉, 네가 데리고 있지?”“박연준!”강이한은 이를 갈며 말했다.밖에서 떠도는 소문은 모두 박연준이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돌린 것이 분명했다.이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모든 걸 넘길게.”“...”그 뜻밖의 말에 강이한은 온몸이 굳어버렸다.모두 넘겨준다니?“전기봉의 행방을 찾는 즉시, 너에게 넘길게.”“무슨 뜻이야?”강이한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박연준은 대답 대신 담배를 깊게 들이마시며 눈빛에 결연한 의지를 담았다.박연준은 강이한의 물음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고 돌려 말했다.“염 선생이 그러더라고. 석 달 후에도 약이 아무 효과가 없다면... 이유영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24화

    염 선생의 눈빛에는 불편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전남편이든 현재 남편이든, 두 분 모두 이유영 씨를 아꼈다면 어째서 이유영 씨의 눈을 이렇게 심하게 다치게 했나요?”눈은 사람의 창밖을 비추는 창문과도 같은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신체 부위였다. 하지만 이유영의 눈은 심각한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특히 이유영이 정국진의 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비극은 더욱 납득하기 어려웠다.“석 달 후, 이유영 씨는 어떻게 되나요?”그 순간, 박연준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다. 더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은 듯 보였다.“만약 석 달 후에도 아무런 개선이 없다면... 이유영 씨의 눈은 아마...”염 선생은 여기서 말을 멈추고 잠시 박연준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은 한층 더 깊어졌고 이어서 염 선생이 다시 입을 열었다."이유영 씨의 두 눈은... 아마 복구가 불가능할 겁니다."“...”복구 불가능. 그 단어가 박연준의 머릿속에 깊게 새겨졌다. 박연준의 머릿속은 갑자기 울리는 폭발음으로 가득 찼다.복구가 불가능하다는 끔찍한 결과가 이유영에게 어떤 의미일지 상상조차 너무 끔찍했다.만약 이유영의 눈에 희망이 없다면, 이유영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박연준은 알고 있었다.“반드시 회복시켜야 합니다!”박연준의 목소리에는 단호한 결의와 위협적인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염 선생은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저를 협박하는 겁니까?”박연준은 차갑게 말했다.“선생님의 아들, 염명훈 말입니다.”“뭐라고요?”“이유영 씨의 눈이 회복된다면, 선생님의 아들을 찾아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염명훈. 염 선생이 가장 아끼는 막내아들이자 동시에 가장 문제를 일으키는 자식이었다. 염 선생이 은퇴를 결심한 이유도 상당 부분이 아들 때문이었다.“좋습니다.”현재 염명훈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 거래를 승낙하는 순간, 염 선생의 눈에는 깊은 체념과 결심이 스쳐 지나갔다.박연준은 차가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그렇다면 잘 부탁드립니다.”설득만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23화

    지난밤은 단지 짧은 하룻밤이었을 뿐이었다.이유영은 정말로 추워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우지가 이유영에게 이불을 더 덮어주었지만, 여전히 추위를 느꼈다.그 추위는 마치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스며 나오는 것 같았다. 결국,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몸이 유난히 불편했다.결국 링거를 맞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이유영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었다. 과거에 강이한이 이유영을 병원에 데리고 올 때마다, 이유영은 항상 싫다고 투정을 부렸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무서워하지 마.”박연준은 옆에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유영을 달랬지만, 이유영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이유영은 마치 모든 감각이 사라진 듯 무기력했다.연서라는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이유영은 더욱 단단해진 듯 보였다. 기댈 수 있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자신만을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었다.박연준은 이유영과 자신 사이에 뚜렷한 벽이 느껴졌다.병실 침대에서.“물 좀 마셔.”박연준은 컵에 빨대를 꽂아 이유영의 입 가까이 가져갔다. 그러나 이유영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목마르지 않아.”사람들은 열이 나면 몸이 뜨겁고 목이 바싹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곤 했다.그러면 사람들은 물을 많이 마시려고 하는데 이유영은 그런 느낌 대신 온몸이 춥기만 했다.병원에서 제공한 얇은 담요는 추위를 막기에 역부족이었고 링거를 맞은 손등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감각이 팔 전체로 번졌다.“박연준.”“응?”“염 선생을 만나고 싶어...”이유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박연준은 이유영이 왜 염 선생을 만나고 싶어 하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예전에 강이한이 이유영을 병원에 데리고 왔을 때, 진료 후의 협상은 모두 강이한과 염 선생이 나섰기 때문에 이유영은 구체적인 세부 사항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박연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염 선생은 왜 만나려고 해?”박연준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이유영이 말을 하기도 전에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강이한은 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22화

    파리 지역에서는 엔데스 회장과 관련된 소문이 계속 퍼졌지만, 신뢰할 만한 정보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만약 정말로 무슨 일이 발생한다면, 그 문서가 핵심이 될 것이다.“잘 감시해!”강이한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의 뒷모습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마치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것 같았다. 강이한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신시욱은 강이한의 단호한 결심에 자신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이번에 강이한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유영의 편에 서겠다는 굳은 결심을 내리고 있었다.그것이 바로 강이한이었다. 과거에 이유영 곁에 머물지 못했던 자신을 대신해, 이제 어떤 일이 생겨도 이유영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었다....우천시.날씨는 변덕스럽고 험난했다.“콜록콜록...”이유영은 기침을 멈추지 못했고 코도 막혀 있었다. 이유영의 모습은 몹시 기운 없어 보였다.우지와 우현은 이유영의 쇠약해진 상태를 보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여기 공기가 좋긴 하지만, 기후가 너무 험난하네요.”우지는 걱정스레 말했다.이유영은 지금 감기에 걸리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미 증상이 시작된 것 같았다.더욱이 이유영은 이미 많은 약을 복용 중이었고 약기운 탓에 어지럼증까지 호소하고 있었다.박연준은 이유영의 힘겨운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이유영을 가로로 들어 올렸다.“병원으로 가자.”“박 선생님! 박 선생님!”이유영을 안고 밖으로 나가려는 박연준을 보고 우지가 급히 그를 막아섰다.지금 밖에는 비가 많이 오고 있었다.“병원은 안 가!”이유영은 힘없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나약한 목소리에서 현재 이유영의 건강 상태가 얼마나 악화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잘 버티는 듯했지만, 결국 견디지 못한 것이다.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이렇게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하물며 이유영은 더욱 힘들었을 거였다.이유영의 몸 상태는 원래도 좋지 않았고 파리에 있을 때는 임소미가 세심히 돌봤지만 이제 임소미도 곁에 없었다.이유영의 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21화

    이유영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 사람이 날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면, 너도 다르지 않을 거야.”강이한은 연서 때문에 이유영에게 접근했고 박연준은 강이한과 연서 때문에 이유영에게 접근했다.그 말이 끝나자, 박연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박연준이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이유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너희 두 사람은 서로 무엇 때문에 대립하든, 하나의 공통점은 분명해.”“유영아!”“연서는 너와 강이한에게 똑같이 특별한 사람이잖아.”박연준은 연서로 인해 강이한을 증오했고 그 감정은 이유영까지 복잡한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했다.연서라는 여자가 두 사람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명백히 알 수 있었다.박연준은 이유영을 응시했다.박연준은 이유영을 바라보며 가슴 깊은 곳에서 답답함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박연준은 따뜻한 손바닥으로 이유영의 차가운 손등을 감쌌지만, 이유영은 즉각 손을 빼냈다.“유영아.”“이럴 필요 없잖아.”이유영은 냉소를 띤 채 다시 말했다.그 한마디는 박연준의 가슴을 옥죄며 숨이 막히게 했다.그는 입술을 움직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유영이 진실을 알아버린 지금, 박연준과 강이한이 두려워했던 악몽이 현실이 되었다. 이유영은... 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한편, 강이한 쪽.강이한이 서주에 도착한 후, 신시욱의 말을 듣고 아이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아가씨는 단순히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갔을 뿐이었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단순한 감기라니?“게다가 지금은 이식 거부 위험 기간도 지났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는 없을 겁니다.”신시욱은 강이한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하지만 강이한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고 눈빛은 차갑게 얼어붙었다.“박연준은 지금 어디에 있어?”아이가 건강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강이한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은 박연준이었다.신시욱은 대답했다.“박연준 씨는 며칠째 서주에 계시지 않았습니다.”서주에 없다고?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