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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그녀는 어렴풋이 잠결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형수님, 이한 형이 술 취해서 형수님 이름만 불러요. 혹시 지금 천상의 소리로 와주실 수 있나요?”

수화기 너머로 배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영은 순식간에 잠기가 싹 사라졌다.

그녀는 눈을 비비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전화 잘못 거셨어요.”

그리고 상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강이한이 술 취해서 난동을 부린다고 해도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 남자에게 남은 거라고는 깊은 실망감과 배신감밖에 없었다.

지난 생에 죽음까지 경험한 그녀에게 그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을 리 없었다.

그가 술 취해서 객사했다고 해도 절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한편, 배준석과 박해준은 강이한을 부축해서 차에 올렸다. 유영과 통화를 마친 배준석은 착잡한 얼굴을 하고 밖에서 바람을 맞았다.

“왜 그래?”

옆에 있던 박해준이 물었다.

“잘못 걸었다고 끊어 버리는데?”

배준석은 그제야 둘 사이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게 틀림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이유를 제공한 사람은 강이한 쪽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유영이 이렇게까지 매몰차게 나올 이유가 없었다.

여자가 한번 돌아서면 남자보다도 더 차갑다더니 유영이 전형적인 예였다.

전화를 잘못 걸었다고 바로 끊어버리다니.

그래도 10년을 함께한 정이 있는데 무슨 마음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게다가 그는 강이한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 것이었다.

잘못 걸었을 리가 없었다.

“일단은 홍문동으로 데려가자.”

박태준이 말했다.

부부 사이의 일에 대해 방관자인 그들이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배준석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둘은 차를 운전해서 강이한을 홍문동까지 데려다주었다. 새로 바뀐 고용인들은 술 취해서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강이한을 보고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잠시 후, 그들 중 한 명이 강이한을 부축해서 침실로 데려갔다.

강이한의 핸드폰이 쉴 새 없이 진동하고 있었다. 한지음의 전화였지만 한 번도 받지 않았다.

배준석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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