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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3화

장소월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앞으로 걸어가 그녀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을 본 순간 그의 깊은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그는 장소월의 곁에 앉으며 말했다.

“네가 몸을 회복하면 해외에서 주문한 웨딩드레스도 도착해 있을 거야. 그때 한 번 입어 봐.”

전연우가 장소월의 손을 잡자 그녀는 단번에 빼버렸다.

“전연우,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마! 내 동의도 없이 혼인신고까지 했으면 네 목적 다 달성한 거 아니야? 더는 내 앞에서 존재감 과시하지 마.”

전연우는 그녀의 말은 아랑곳하지도 않은 채 말했다.

“얼마 후 우리 결혼 소식이 서울 전체에 전해질 거야. 넌 이제 성세 그룹 안주인이야.”

“전연우! 사람들이 우리가 예전 무슨 관계였는지 알고 있다는 거 몰라? 넌 내 아버지의 양자였고, 내 오빠였어.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우리가 결혼한다니... 사람들이 우릴 어떻게 보겠어?”

전생에서 그들이 결혼했을 때, 장소월은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이 전연우의 아내임을 알리고 싶어 했으나 그가 원하지 않았다.

그녀와의 결혼이 전연우에게 있어선 더없는 수치였으니까.

이제...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 그녀가 완전히 마음을 접은 지금, 도리어 그가 미친 듯이 원하고 있다.

“사람들 시선 신경 쓸 필요 없어. 웨딩 사진 찍고 나면 회사 연말 파티에 널 데리고 갈 거야.”

장소월은 전연우가 그녀를 일부러 자극하는 건 아닌지 의심까지 들었다.

전연우가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따뜻한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푹 쉬어.”

그는 일어서 몸을 돌리고 몇 번 연이어 기침했다.

장소월도 전연우의 몸이 아직 채 회복되지 못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전 그의 손바닥에서 뜨거운 체온이 전해졌으니 말이다.

전연우는 서재에 들어가 의자에 앉은 뒤 고개를 들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책상 위엔 하얀색 약병 두 개가 놓여있었다.

그건 서철용이 전연우에게 처방해준 분노를 제어하는 약물이었다.

그녀를 데려오기 위해 전연우는 적잖은 정력을 소모했다.

전연우는 이마에 손을 올리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조명 불빛이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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