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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2화

장소월이 말했다.

“저 그냥 맛만 보면 돼요.”

다시 태어난 뒤 첫 설날을 그녀는 아직도 잊지 못했다.

평소 좀처럼 하지 않았던 그녀의 부탁을 은경애는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럼 제가 바로 해올게요. 바깥에서 드시는 것과 비슷할 거예요.”

“그래요.”

은경애는 다급히 꼬치구이 재료를 준비하러 자리를 떴다. 장소월이 매운 것을 잘 먹지 않기에 집에 고춧가루도 별로 없었다.

아래층에 내려가니 주방에서 도우미들이 죽을 끓이고 있었다.

은경애는 그때에야 집에 꼬치구이 도구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급히 오 집사에게 부탁했다. 오 집사는 돈을 받은 뒤 바로 전연우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별장 안 사람들은 은경애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연우의 사람이다.

장소월에 관련된 일은 반드시 그의 허락을 맡고 난 뒤에야 행할 수 있다.

마늘 한 조각을 사는 사소한 일이라도 말이다.

전연우는 종래로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아주 자세한 일까지 알기를 원했다.

전연우가 전화를 받고 장소월을 보러 가려 일어섰을 때, 마침 오 집사가 걸어왔다.

“이게 먹고 싶대요?”

“네. 아주머니가 돈을 주며 여기에 씌어있는 재료들을 사 오라고 했습니다.”

오 집사는 종이를 전연우에게 보여주었다.

살펴보니 모두 일반적으로 쓰이는 도구였다.

그의 기억력은 꽤나 뛰어났다...

남자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는 얼굴로 말했다.

“해달라는 대로 해요.”

“네. 대표님.”

전연우는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5만 원짜리 몇 장을 꺼냈다.

“이 돈으로 사고 나머지는 돌려줘요.”

“네.”

오 집사가 나간 뒤 전연우가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장소월은 책 한 권을 옆에 두고 침대에 앉아 창밖에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구름 사이를 뚫고 들어온 한 줄기의 빛이 그녀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하얀 피부가 빛을 반사해 미세한 솜털까지 또렷이 보였다.

예전 그녀가 이 집에 살 때 장해진의 모든 주의력은 전연우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날 역시 지금처럼 눈이 내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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