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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5화

그때, 대표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긴 생머리에 정장 치마를 입은 25세 정도의 여자가 커피를 들고 들어왔다.

“기... 기 비서님... 커피...”

기성은이 이마를 찌푸렸다.

“거기 놔요.”

이름은 소피아, 소민아가 떠난 뒤 잠시 고용한 기성은의 새 비서였다. 소피아가 불안하게 커피를 내려놓았다.

“기 비서님, 다른 시키실 것 있으세요? 없으면 서류 프린트할 게 남아서 가보겠습니다.”

기성은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그래요. 가봐요.”

기성은은 대표님을 제외하면 가장 대면하기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걸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심지어 고위급 인사들까지도 그의 낯빛을 살펴야 할 정도였다.

일하는 과정에서 조그마한 착오라도 생길 시엔 반죽음으로 욕설을 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어쩌면 바로 해고될지도 모른다.

여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문을 나서는 그 순간 등 뒤에서 또다시 기성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민아 씨 아직도 연락 안 돼요?”

“기 비서님께서 소민아 씨를 출장 보내신 거 아닌가요? 저희도 오랫동안 소민아 씨 보지 못했어요. 전화해도 연결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요. 알겠어요.”

사무실 문이 닫힌 뒤, 기성은은 사인펜을 내려놓고 옆에 있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대표님과 약속을 잡은 몇몇 다른 회사 대표, 그리고 사무적으로 연결된 임원들과 주고받은 메시지만 가득했다. 소민아와 나눈 메시지는 며칠 전에 멈춰있었다.

기성은은 일을 함에 있어 효율을 가장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소민아가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그녀가 맡았던 일들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그는 다시 문자를 작성해 그녀에게 보냈다.

[두 시간 안에 회사로 와요. 아니면 다시는 성세 그룹에 발 들일 생각하지 말아요.]

멀고 먼 곳에서 소민아는 선글라스를 걸고 선텐하며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돌연 도착한 기성은의 문자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그의 연락처를 악마라고 저장해 놓았다.

문자 내용을 본 순간 피식 웃으며 욕설을 퍼부었다.

“뻔뻔한 인간 같으니라고. 해고하려면 하라지. 내가 무서워할 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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