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훈의 부하들이 올라가고 몇 초 뒤, 소현아의 비명소리가 무언가 깨지고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연이어 울려 퍼졌다.소현아가 조심하지 않아 방 안의 꽃병을 깨뜨린 것이다. 안에 꽂혀 있던 꽃들은 전에 장소월이 병문안을 왔을 때 선물해준 것이었다.지금까지 마르지 않도록 정성껏 가꿔왔던 꽃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소현아는 처참히 꺾여버린 장미꽃을 손에 들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경호원은 그 틈을 타 소현아를 안고 아래로 내려갔다.소현아는 그 시간 아래층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살려주세요! 민아야... 얼른 경찰 아저씨 불러...”“나 당신들 신고할 거예요. 흑흑흑... 내 꽃을 짓밟았어.”소민아는 어이가 없었다.“언니! 지금 상황에 꽃이 대수야?”소현아는 아래층에 내려가 강지훈을 본 순간 꽃이 망가졌던 일은 완전히 잊어버렸다.“나쁜 놈... 민아야... 나 살려줘! 나 저 나쁜 놈 보고 싶지 않단 말이야.”명세진은 자신의 딸이 잡혀가는 걸 막으려 한 걸음 앞으로 나섰으나 이내 경호원에게 밀쳐져 쓰러져버렸다.소현아가 울부짖었다.“엄마... 우리 엄마 밀지 말아요... 흑흑흑...”소현아가 강제로 강지훈의 앞에 놓였다. 그녀는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엄마한테 가려고 발을 내디뎠다.“어디 가려고!”강지훈이 차갑게 소리치며 그녀의 손을 잡아챘다.소현아는 몸을 돌려 나쁜 놈을 확 밀치고는 고래고래 욕설을 퍼부었다.“이 나쁜 놈, 우리 엄마 밀면 안 돼요! 난 당신이 미치도록 싫다고요! 어서 내 집에서 나가요. 얼굴도 보기 싫어요!”강지훈은 그녀에게 밀렸음에도 전혀 아프지도, 심지어 가렵지도 않았다. 그저 육중한 산처럼 자리에서 미동도 없었다.다만 얼굴엔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미간은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 얼굴을 보니 정말 공포감에 사로잡힌 것 같았다.“이 세상에서 제일 싫은 사람이 당신이에요. 아니... 소월이 오빠와 똑같이 싫어요.”소현아는 울먹거리며 명세진에게 달
강지훈의 차가운 눈동자가 소민아에게로 향했다.“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치료 가능해?”소민아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어렸을 때 생겼던 병의 뿌리가 아직 남아있는 데다 저번 강지훈 씨로부터 충격까지 받아 심리적인 병까지 가중되었다고 해요. 예전처럼 회복하려면 천천히 머리부터 치료해야 해요. 하지만 십 년이 넘게 약을 먹었어도 치료하지 못했어요. 더욱이 강도 높은 충격까지 받았으니 언제 괜찮아질지 아무도 장담 못 해요.”“치료하지 못하는 병은 없어. 하루 줄 테니까 물건 챙겨서 내일 서울로 와. 아니면 모든 후과 책임져야 할 거야.”강지훈의 시선이 소현아를 스쳐 지나갔다.그가 문을 나선 뒤에야 소민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차에 돌아간 뒤 강지훈은 옷소매를 거두고 팔을 살펴보았다. 옷엔 침 자국이 흥건했고 팔엔 깊은 이빨 자국이 나 있었다.부관이 백미러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장님의 팔에선 피까지 흐르고 있었다.“소장님이 이렇게까지 여자를 참아주는 건 처음 봅니다.”다른 여자였다면 절대 이대로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강지훈은 옷을 내려 상처를 감추고는 말했다.“운전에나 신경 써.”소씨 가문 본가에 돌아오면 평안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다.서울만 벗어난다고 하여 되는 게 아니었다. 이제 와 또다시 돌아가야 한다니.소민아는 얼른 의약 상자를 열어 명세진에게 연고를 발라주었다.소현아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작은 입술로 중얼거렸다.“엄마, 제가 호 불어줄게요. 그럼 안 아플 거예요.”명세진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딸을 바라보았다.“현아야, 엄마는 괜찮아. 하나도 안 아파.”가엾은 그녀의 딸은 어렸을 때부터 얌전하고 착해 다른 아이를 건드리는 일이 없었고 오히려 괴롭힘을 당하기가 일쑤였다. 대체 그들 소씨 가문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그런 무시무시한 사람에게 찍혔단 말인가.서울을 떠나면 편안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강지훈이 이곳까지 찾아왔다.“현아야, 엄마한테 물 떠다 줄래?
소민아가 물었다.“전부 저축이라고요? 이걸 다 저희한테 주시면 두 분은 어떻게 하시려고요?”명세진이 말했다.“나와 네 삼촌은 일이 이렇게까지 되리라는 것도 예상하고 있었어. 너와 현아가 떠나 이 돈으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릴 수만 있다면 우리에겐 더 바라는 것 없어.”소민아는 가슴이 저릿해졌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숙모...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거예요. 저희 소월 언니한테 도움을 청하면 어떨까요? 소월 언니가 강지훈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성세 그룹 대표님밖에 없다고 했어요. 그분은 소월 언니의 오빠니까 틀림없이 저희들을 도와줄 거예요.”“민아야... 소월 아가씨는 이미 우리한테 많이 도와줘서. 이번엔 상황이 달라. 더는 아가씨에게 기대선 안 돼,”소현아가 물을 들고 둔탁하게 걸어왔다.“엄마, 물 마시세요. 엄마... 조금 전 실수로 컵을 깨뜨렸어요. 하지만 현아가 이미 깨끗이 청소했어요.”명세진은 걱정이 가득 실린 얼굴로 마지막으로 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우리 현아 잘했네.”“민아야, 얼른 가서 짐 챙겨. 오늘 밤 비행기표 끊어서 출발해야지.”소민아가 몸을 일으켰다.“네. 지금 갈게요.”소현아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명세진이 말했다.“현아야, 너 친구 만나러 해외에 나가고 싶다고 했잖아? 민아가 그 친구 찾았대. 곧 만날 수 있을 거야.”소현아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반짝거렸다.“정말요?”명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환하게 웃는 그녀의 두 볼에 보조개가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그럼 바로 가서 준비할게요. 맛있는 것도 챙겨가야겠어요.”명세진은 신나게 위층으로 올라가는 소현아의 뒷모습을 아프게 바라보았다.“현아야... 엄마가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네...”명세진은 주방에 들어가 직접 저녁상을 차렸다.소현아는 털이 보송보송한 하얀색 모자를 쓰고 천진난만하게 웃음 짓고 있었다. 명세진이 마지막으로 그녀를 껴안았다.“우리 현아는 어디에 가든 행복하게 잘 살
한 명은 금융계를, 다른 한 명은 정치계를 주름잡고 있다.두 사람 모두 각자 영역의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군림하고 있다.전생에서 역시 그녀와 강지훈은 은밀한 관계를 맺었고, 그 인연으로 강지훈은 그녀 앞 수많은 걸림돌을 치워주었다.이번 생에서... 그녀는 아무도 자신의 앞길을 막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최대한 빨리 해결해요.”송시아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아랫배를 문지르고는 차에 올라탔다.‘전연우, 장소월과 결혼하면 내가 널 어떻게 하지 못할 줄 알았어?’‘저번 생에선 장소월 그 쓸모없는 년과 결혼했어도 미친 듯이 싫어했잖아.’‘또 결혼한다고? 사람은 늘 변해. 결국엔 나야말로 너랑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게 될 거야!’‘서울에서 최강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두 사람을 치마폭에 감싸는 건 어떤 느낌일까?’‘장소월 넌 두 평생을 살아도 절대 알 수 없을 거야.’‘넌 이번 생에서도 처참하게 내 발아래 짓밟히겠지.’차가 떠나간 뒤, 마스크를 한 남자가 빛을 등지고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씩 웃으며 살려달라고 발버둥 치는 사람을 향해 다가가 머리에 돌멩이를 내리꽂았다....소민아는 차에는 올라탔지만 엄습해오는 불길함은 감춰지지가 않았다.지금 시간은 새벽 12시 반, 비행기가 뜨려면 아직 한 시간이 남았다. 그녀에겐 충분한 시간이었다.그때 운전기사가 백미러로 검은색 차량 몇 대가 뒤에서 쫓아오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어 차 한 대가 그의 왼쪽에서 추월했다. 하여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니 돌연 오른쪽에서도 차 한 대가 속도를 높여 달려왔다.“제기랄, 이 사람들 뭐 하려는 거야! 죽고 싶은 거야?”소현아는 목베개를 베고 꿀잠을 자고 있었다. 전혀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소민아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언니! 이 와중에 잠이 와? 강지훈이 다 쫓아왔다고!”운전기사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몸이 앞으로 기울여졌지만 소현아는 잠깐 입술만 뻐금거리다가 다시 잠들었다.그는 이미 일찌감치 그들이 도망칠 걸 예상
고요한 밤 흐릿한 달빛 아래. 하늘에서 예고도 없이 돌연 눈이 쏟아졌다. 하얀 눈송이가 바닥에 떨어져 녹아내렸다.강지훈은 깊이 잠든 소현아를 안아 들었다. 며칠 안 본 사이에 살이 더 붙은 것 같았다.강지훈 주위 다른 여자들은 모두 쭉쭉 빵빵 S 라인 몸매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녀만은... 돌돌 굴린 눈사람처럼 통통하기 그지없었다.그는 소현아처럼 자신의 몸매에 신경 쓰지 않는 여자는 종래로 본 적이 없다.머지않은 곳에서 차 한 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와 차 번호판을 본 순간 소민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차에서 낯익은 사람이 내렸다.정말 그 사람이다!여기엔 무슨 일로 왔단 말인가?기성은이 자신을 이용했던 일이 떠오른 소민아는 곧바로 못 본 척 고개를 숙였다.기성은이 걸어왔다.“강 소장님.”강지훈이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전연우가 보냈어?”기성은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대표님께선 소장님과 소씨 가문의 일엔 관여하고 싶지 않아 하십니다. 오늘은 다른 일 때문에 왔습니다.”강지훈이 그의 옆을 지나가자 소민아를 데려가려 했던 경호원들도 그녀를 놓아주고 강지훈의 뒤를 따라 자리를 떴다.살을 엘듯한 찬 바람에 소민아는 몸을 감싸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기성은 역시 효율만 중요시하는 냉정한 사람이다. 그가 조수석 문을 열었다.“차에 타요.”소민아가 말했다.“쳇, 누가 비서님 차에 앉는대요?”기성은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일기예보에 따르면 두 시간 뒤에 폭설이 내린대요. 현재 비행기도 모두 결항된 상황이고요. 이곳에서 걸어가려면 다섯 시간 정도 걸릴 텐데, 길바닥에서 얼어 죽고 싶지 않으면...”“전...”소민아는 운전기사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둘러보니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기성은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소민아는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 안에 쏙 들어가 안전벨트까지 착용했다.“기 비서님 말씀이 맞아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은데 그 기회를 놓치게 해서는
기성은이 눈을 내리뜨리고 바닥에 엎드려 있는 여자를 쳐다보다가 다시 의사에게 시선을 돌렸다.“선생님, 이 일은 잠시 비밀로 해주세요. 병원 쪽에도 제가 사람을 보낼게요.”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앞으로 치료가 더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주세요.”“수고하셨어요”사람들이 떠난 뒤, 기성은이 덤덤히 입을 열었다.“지금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내가 이미 차 불렀으니까 사모님과 먼저 서울에 가 있어요. 그 후 치료는 내가 책임질게요”소민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숙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얘기해주지 않았어요.”“그건 알 필요 없어요. 소씨 가문이 무사하길 바란다면 내가 말한 대로 해요. 얼마 후 서울에서 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날 텐데 오늘처럼 운이 좋을지 나도 장담 못 하니까.”“대체 누가 숙모한테 이런 짓을 한 건지 말해주셔야 해요. 또한... 기 비서님이 한 건 아닌지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기성은이 눈썹을 찌푸렸다. 이성적이지 못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는 그의 눈동자는 마치 바보 멍청이라고 욕설을 퍼붓는 것 같았다.“대체 어떻게 서울대를 졸업한 거예요? 내가 알려준다고 해도 소민아 씨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요?”“이렇게 시간 낭비하는 것보단 빨리 짐 싸서 로즈 가든에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요.”기성은이 팔을 들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차를 몰고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날이 밝기 전 반드시 회사에 돌아가야 한다.그때 마침 명세진의 의식이 돌아왔다.“여... 여기 어디예요?”소민아가 소리쳤다.“숙모! 깨어나셨네요!”“기 비서님? 왜 여기에 계시는 거예요? 민아? 현아랑 같이 공항에 간 거 아니었어? 현아는?”“사모님 편히 쉬세요. 전 일이 있어 가보겠습니다.”소민아는 그가 정말 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기성은은 집에서 나선 뒤 이어폰을 끼고 전화를 걸었다.“...네. 송시아 씨가 소씨 가문에 손을 썼습니다. 다음은... 회사일 겁니다.”새벽 한 시 반.서울
사모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도우미들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또 대표님과 싸우는 건가?매번 싸울 때마다 사모님은 분노하며 젓가락을 내동댕이치고 밥도 먹지 않은 채 위로 올라가 버린다. 사모님이 화가 나면 대표님이 아무리 달래도 무용지물이다.하지만 이제 대표님은 경험이 생겼는지 밥 먹을 때 트러블이 생기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침묵하며 사모님이 화를 다 분출해낼 때까지 기다린 뒤 다시 밥을 먹는다.그녀의 말은 귓등으로 흘려보내는 듯 전혀 개의치 않은 채 한 손에 금융 신문을 들고 읽으며 다른 한 손으론 느긋하게 밥을 먹었다. 그 중간중간에 장소월에게 음식을 집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녀는 전연우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가 눈에 들어오자 더더욱 화가 치밀어올랐다.“전연우, 내가 말하고 있잖아. 내 목소리 안 들려?”전연우는 늘 입던 잠옷 차림에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응. 듣고 있어.”“이 치마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한 번 입어 볼래?”이제 나이를 먹어서인지, 아니면 최근 약을 복용한 덕분인지 예전보다 감정 기복이 훨씬 줄어들었다.신문은 흑백이라 전연우가 예쁘다고 말하는 원피스는 디자인만 보일 뿐 다른 건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장소월이 그를 흘기며 말했다.“말 좀 돌리지 마!”전연우는 인내심 있게 차근차근 그녀에게 설명했다.“여긴 회사에서 새로 만든 광고 전문 구역이야. 매일 다른 고급 브랜드 여성 의류와 액세서리를 걸어놔. 금융 일보를 챙겨보는 사람은 대부분 경제적 기초가 있는 남성일 테니 광고를 보면 분명 사랑하는 여자에게 사주고 싶을 거야. 또한 매일 올라오는 사진이 여성들의 관심도 끌 테니 앞으로 이 신문의 주문 대상은 남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겠지.”자신을 칭찬하는 것인지, 남을 칭찬하는 것인지 모를 말이었다.장소월은 컬러도 잘 보이지 않는 그 원피스를 쳐다보았다. 500달러나 되는 가격이었다.그 점이 확실히 장소월의 화제를 돌리는 데에 성공했다. 그녀가 신문에 실린 그 옷을
송시아는 아니다...장소월이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전연우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그저 일을 그르치기만 하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 불과하다.아무 조건 없이 송시아의 의견을 믿을 순 있지만, 장소월의 말이라면 한 구절, 한 글자도 마음에 새기지 않는 사람이다.장소월은 예전 전연우로부터 이런 말까지 들은 적이 있다.“회사 일엔 조금도 끼어들지 마. 너랑 송시아는 비할 바가 못 돼.”...성세 그룹 아침 회의는 화상으로 진행되었다.“대표님, 정말 그렇게 하실 건가요? 협력 브랜드 회사에선 이미 디자인을 시작했습니다. 만약 갑자기 계약을 파기한다면 위약금을 지불해야 합니다.”전연우는 심플한 잠옷 차림이었지만 역시나 평소 같은 압도적인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 사인펜을 돌리며 말했다.“계약 해지하고 계약서에 쓰여 있는 대로 위약금 지불하세요.”“하지만 그 금액이 60억이나 됩니다. 또한 벌써 두 달이 넘게 지나 이제 와 새로운 브랜드 협력사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전연우가 말했다.“협력사는 내 와이프가 이미 생각해뒀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상대방이 어떤 요구를 제기하든 일단 만족시켜줘요. 나머지 세세한 부분은 나중에 보충하고요. 오늘 안에 계약서 작성해서 나한테 보내요.”“회의 끝.”고위급 인사들이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로그아웃했다.기획부 임원 한 명이 나가지 않고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대표님, 이런 질문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말해요.”“브랜드 의류의 컬러와 가격 문제는 예전에 이미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왜 오늘에야 생각을 바꾸셨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한... 미우미우는 대중성도 높고 모두가 인정하는 고급 브랜드입니다. 그들과 손을 잡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아직 나가지 않은 임원들은 모두 기획팀 팀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들 침을 꿀꺽 삼키며 그의 용감함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확실히 그렇다. 이는 별로 좋지 않은 결정이었다. 누구보다 현명하고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