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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파란불이 켜지자, 소현아는 우울한 기분으로 사람들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녀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진주 가방을 메고 자신의 세계에 깊숙이 빠져있었다.

정말 아이를 임신한 거라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그때, 신호를 기다리던 군용차 안, 강지훈의 부관이 지나가던 소현아를 발견하고는 말했다.

“감옥장님, 소현아 씨입니다.”

강지훈은 인파 속에서 단번에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는 소녀를 발견했다. 그 몸매는 오가는 사람들보다 날씬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자들의 평균보다 조금 더 통통해 보였다.

예전 강지훈은 이런 여자들에겐 조금의 시선도 주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날의 소현아를 떠올리니 흥미로움이 피어올랐다.

감히 그의 옷을 창문으로 던져버리는 여자는 이 세상에 그녀가 유일할 것이다.

그를 거부하며 반항하는 행동도 강지훈은 그리 못마땅하지 않았다.

소현아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은 바깥 노리개에 불과한 여자를 보는 것과는 달랐다. 마치 아껴주다가 가끔 장난을 치는 애완동물을 대하는 것 같았다.

소현아는 버스 정류장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렸다. 그녀가 꽁꽁 언 손을 곰돌이 호주머니에 넣고 있을 때,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차 한 대가 앞에 도착했다.

부관이 차 창문을 내렸다.

“소현아 씨, 어디 가세요?”

소현아는 고개를 들고 멍하니 쳐다보다가 3초 뒤 돌연 몸을 돌리고 미친 듯이 뛰어갔다.

운동이라곤 전혀 하지 않던 그녀는 오늘 어디에서 그런 폭발력이 솟아올랐는지 한달음에 꽤나 긴 거리를 달렸다.

남자는 그녀를 기만이라도 하는 듯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뒤따라가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녀가 힘이 빠지자, 강지훈은 옆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열고 나가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는 차 안으로 던져버렸다.

소현아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는 악마라도 본 것처럼 창문을 두드리며 차에서 내리려 발버둥 쳤다.

“나... 나 집에 갈 거예요. 내리게 해주세요.”

강지훈은 느긋하게 트렁크에서 물 한 병을 꺼내 뚜껑을 열어주었다.

“숨 좀 고르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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