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불이 켜지자, 소현아는 우울한 기분으로 사람들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넜다.그녀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진주 가방을 메고 자신의 세계에 깊숙이 빠져있었다.정말 아이를 임신한 거라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그때, 신호를 기다리던 군용차 안, 강지훈의 부관이 지나가던 소현아를 발견하고는 말했다.“감옥장님, 소현아 씨입니다.”강지훈은 인파 속에서 단번에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는 소녀를 발견했다. 그 몸매는 오가는 사람들보다 날씬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자들의 평균보다 조금 더 통통해 보였다.예전 강지훈은 이런 여자들에겐 조금의 시선도 주지 않았었다.하지만 그날의 소현아를 떠올리니 흥미로움이 피어올랐다.감히 그의 옷을 창문으로 던져버리는 여자는 이 세상에 그녀가 유일할 것이다.그를 거부하며 반항하는 행동도 강지훈은 그리 못마땅하지 않았다.소현아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은 바깥 노리개에 불과한 여자를 보는 것과는 달랐다. 마치 아껴주다가 가끔 장난을 치는 애완동물을 대하는 것 같았다.소현아는 버스 정류장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렸다. 그녀가 꽁꽁 언 손을 곰돌이 호주머니에 넣고 있을 때,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차 한 대가 앞에 도착했다.부관이 차 창문을 내렸다.“소현아 씨, 어디 가세요?”소현아는 고개를 들고 멍하니 쳐다보다가 3초 뒤 돌연 몸을 돌리고 미친 듯이 뛰어갔다.운동이라곤 전혀 하지 않던 그녀는 오늘 어디에서 그런 폭발력이 솟아올랐는지 한달음에 꽤나 긴 거리를 달렸다.남자는 그녀를 기만이라도 하는 듯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뒤따라가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그녀가 힘이 빠지자, 강지훈은 옆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열고 나가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는 차 안으로 던져버렸다.소현아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는 악마라도 본 것처럼 창문을 두드리며 차에서 내리려 발버둥 쳤다.“나... 나 집에 갈 거예요. 내리게 해주세요.”강지훈은 느긋하게 트렁크에서 물 한 병을 꺼내 뚜껑을 열어주었다.“숨 좀 고르고 말해
소현아는 흉악한 그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렸다.그녀는 벙어리처럼 우물쭈물하며 못 들은 척했다. 말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줄 알았지만 강지훈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그녀는 토끼처럼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강지훈이 그녀의 옷을 들어 올리니 두 층의 뱃살이 바지 위로 튀어 올랐다. 마르고 매끈한 체형의 여자만 봐왔던 그로서는 이런 통통한 살집의 뱃살은 처음이었다.“소씨 가문에 먹을 것이 많나 봐?”아무리 봐도 병이 난 것 같지는 않았다.그 말에 소현아는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당연하죠. 저 매일 다섯 끼나 먹어요. 이 살들은 다 소월이 집에서 먹고 자라난 거예요. 소월이가 만든 음식 정말 맛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소월이의 그 나쁜 오빠가 너무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다시는 절 소월이 집에서 밥을 먹지 못하게 했어요. 아니면 더 많이 먹었을 거예요.”강지훈은 이렇듯 성깔 없고 순진무구한 여자는 처음 보았다. 그녀가 뚱뚱하고 바보 같다는 걸 에둘러 표현한 그의 말뜻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부관이 말했다.“감옥장님, 지금 차가 좀 막힙니다.”강지훈이 이마를 찌푸렸다.“배 아직도 아파?”소현아는 단번에 험악해진 그의 표정을 본 순간 곧바로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져버렸다. 그녀가 몸을 움츠린 채 어렵게 말을 내뱉었다.“이... 이제 안 아파요. 저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데려다주시면 안 돼요?”소현아가 고개를 숙이고 손톱을 쥐어뜯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이른 시간이야.”“아니에요. 저 집에 가야 해요. 저번에 늦게 들어간 것 때문에 엄마가 화내셨단 말이에요.”소현아는 아랫배에서 살짝 경련이 일어났지만, 애써 참으며 그에겐 내색하지 않았다.강지훈이 물었다.“저번에 집에 가서 약 먹었어?”소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먹었어요.”소현아는 매일 뇌 영양을 보충하는 한약을 먹고 있었다. 엄마는 망가진 그녀의 뇌를 치료하려 가정형편이 좋아진 뒤로부터 거의 끊지 않고 한약을 먹였다.소현아 역시 자신의 지능이
소현아는 머리를 축 내리뜨리고 더는 말하지 못했다. 강지훈은 이미 그녀의 다리 위에 돈을 놓아두었다.“이건 네가 응당 받아야 할 돈이야. 난 다른 사람에게 빚지는 거 질색이야.”“받을 테니까 저 때리지 마세요.”소현아는 허둥지둥 그가 준 돈을 가방 안에 쑤셔 넣었다.이런 자극적인 상황에 놓이니, 그녀의 귀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렇게 좋아하면 이 그릇 안의 밥 다 먹어. 아니면 이곳에 가둬놓고 개 짓는 법을 배우게 할 거야. 말 듣지 않으면 때려죽일 테니까 알아서 해.”그녀 머릿속 가장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기억이 돌연 떠올라 극심한 두통이 밀려왔다.그녀는 차에 웅크리고 앉아 더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강지훈은 너무나 조용한 공기에 갑자기 흥미가 뚝 떨어졌다.“차 세워.”정차하자 강지훈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담배를 꺼냈다.“내려. 혼자 택시 타고 가.”강지훈의 그 한 마디에 잠금이 열리자, 소현아는 몸을 부르르 떨고는 곧바로 문을 열고 도망쳐버렸다. 내리기 전, 강지훈이 준 돈은 한 장도 빠짐없이 자리에 남겨 놓았다.소현아는 머지않은 곳 구영관 가게 안에 뛰어 들어갔다.그녀는 사나운 호랑이라도 쫓아오는 것처럼 혼비백산하여 도망쳤다. 머리에 올려두었던 진주 머리띠는 어느새 바닥에 떨어져 누군가의 발에 차여 쓰레기통 옆에서 나뒹굴고 있었다.그녀는 호랑이 아가리에서 도망쳤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구영관에 들어서니 향긋한 음식 냄새에 순식간에 매료되었다.조금 전 일은 완전히 잊어버린 듯했다.아직 너무 늦은 시간은 아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소현아는 6만 원가량의 음식을 시키고 4만 원은 집에 돌아갈 차비로 남겨두었다. 그러고는 구석에 앉아 레몬차를 홀짝거렸다.그녀는 구영관 앞에 검은색 군용차가 아직 떠나지 않고 서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강지훈은 창문을 반쯤 내리고 다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천진난만하게 음식을 주문하고 있는 여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의
종업원의 얼굴에 난처함이 역력했다.“네? 그건...”소현아는 상 위에 6만 원을 내려놓고 말없이 가게를 뛰어나갔다.문밖을 나서자 참지 못하고 눈에서 투명한 진주알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아가씨!”종업원이 그녀를 쫓아가려 했으나 이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종업원은 다급히 그들에게 다가가 말했다.“저 여자분은 소현 그룹 따님이신 소현아 씨입니다. 성세 그룹의 장소월 아가씨와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고요. 소월 아가씨는 소현아 씨에게 음식을 먹이기 위해 셰프와 직접 상의해 저희 가게 메뉴판까지 작성하셨습니다.”배를 끌어안고 깔깔거리던 그들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기가 사라져버렸다.그들은 소현 그룹과 갓 계약을 체결한 모델이었는데 아직 촬영도 하기 전이었다.다 끝났다. 모든 것이 다 끝나버렸다...“저희... 지금 달려가 사과하면... 늦었을까요?”“다 네 그 주둥이 탓이야. 소현 그룹 딸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내 일자리는 날아가 버렸어.”“이제 와 내 탓을 한다고? 네가 그럴 자격이나 돼? 아까 너도 엄청 웃었잖아.”소현아는 길옆 토스트 가게 앞까지 달려와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4천 원을 꺼내 토스트 하나를 사 들고 버스 정류장에 가 버스를 기다렸다.그녀는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돼지면 어때서? 돼지가 얼마나 귀여운데.”불과 십여 미터밖에 안 되는 곳에서 강지훈이 그녀를 지켜보며 혀를 끌끌 찼다.“속도 없는 여자 같으니라고.”“저쪽으로 가.”“네.”반쯤 먹고 나니 소현아의 입술은 기름으로 뒤덮여 번들거리고 있었다. 빵빵거리는 차 소리에 그녀는 호기심 어린 얼굴로 고개를 들어 살펴보았다. 그 차가 눈앞에 멈춘 순간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아까 안 갔었나? 왜 아직도 여기에 있지?’소현아는 저승사자라도 본 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곧바로 택시를 잡아탔다.그녀가 주소를 말하자 택시 운전사는 곧바로 출발했다.자신의 애완동물이 도망치자 강지훈의 얼굴이 못마땅한 듯 찌푸려졌다.조금 전 자신의 태도를 떠올려보니, 그녀가 겁을 먹었
“넌 정말 속도 없어. 괴롭힘당하고도 고개만 돌리면 바로 잊어버리고, 조금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잖아. 대체 누굴 닮아서 그런 거야?”엄마는 입으론 그녀를 책망하고 있었지만 속으론 딸이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엄마, 빨리 아빠 모셔와서 밥 먹어요.”저번 노원우에게 호되게 당한 이후로 회사는 다시 일어서기 힘들 정도로 망가졌다. 하지만 소현아의 친구인 성세 그룹 아가씨 장소월이 위기의 순간에 도움을 주었기에 어느 정도 회복된 상태였다.처음엔 노원우가 믿음직한 사람이라 생각해 그와 결혼하면 회사를 왕성하게 키울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일가는 마치 흡혈귀처럼 소현아의 집안을 한입에 삼켜버릴 욕심을 부렸다.그들이 나이가 들었을 때, 회사는 다른 사람에게 줘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혼자 남겨진 소현아는 어찌한단 말인가? 엄마는 늘 그것이 걱정이었다.최근 며칠 동안 소현아는 줄곧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장소월과 통화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그녀는 바닥에 누워 핸드폰을 귀에 붙이고는 두둑한 배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소월아, 우리 아가 요즘 엄청 얌전해. 더는 나 힘들게 하지 않아. 나 지금 예전보다 밥 두 그릇 더 먹을 수 있어.”“별이는 어때? 별이는 말 잘 들어?”방에서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장소월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올랐다. 사실 장소월은 소현아가 부러웠다. 그 어떤 일에 부딪히든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임하는 그녀를 말이다.만약 소현아가 이 아이를 낳고 싶다고 한다면 장소월도 그녀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다. 그녀가 스스로 흔쾌히 받아들인 일이고, 또한 적어도 이 아이는... 그녀가 배 아파 낳은 친자식일 테니 말이다.장소월이 말했다.“별이도 요즘 고분고분 내 말 잘 들어.”“소월아... 이 아이를 낳으면 누굴 닮았을 것 같아? 절대 그 나쁜 자식을 닮지 말고 날 닮아야 할 텐데...”“현아야, 항상 몸조심해야 해. 절대 몸을 차게 굴면 안 돼. 알겠지?”“알았어. 나 지금도 엄청
“얼마 전, 현아가 구영관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모욕을 당했대. 알아보니 우리 회사와 계약했던 모델들이라 처리하려고 알아봤는데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더라고.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통보서를 보냈는데도 미동 하나 없어.”“뭐라고요? 현아가 바깥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요? 그렇게 큰일을 왜 나한테 얘기하지 않은 거예요.”소현아 엄마의 초점은 자신의 딸에게 맞춰져 있었다.소정국이 무거운 얼굴로 말했다.“당신이 걱정할까 봐 그랬지. 됐어... 이제 자자. 내일 또 회사에 회의가 있어.”엄마는 가슴이 답답했지만 분출할 데가 없어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었다.“목욕물 받아놓았어요. 씻고 주무세요.”“다른 할 일 있어?”그녀가 입을 막고 하품을 하며 말했다.“내일 현아 먹일 한약을 끓여야겠어요. 한의사 선생님이 중간에 끊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그런 일은 도우미한테 시켜.”“현아에 관한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마음이 안 놓여요. 집안에 다른 마음을 먹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 어떻게 알아요. 나한테 신경 쓰지 말고 얼른 쉬어요. 저도 곧 갈게요.”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새벽 3시.인형을 안고 잠든 소현아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꿈속 그녀는 온통 식인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수림 속에 갇혀 있었다. 등 뒤에서 날개 달린 이리 한 마리가 그녀를 잡아먹으려 뒤쫓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리 뛰어도 수림 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안개가 자욱이 내린 수림 속, 소현아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바짝 쫓아온 이리가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그녀를 삼키려 했다. 그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약을 들고 올라가던 그녀의 엄마는 소리를 듣고 급히 안으로 들어가 벽을 더듬어 조명을 켰다. 화려하게 꾸며진 공주방, 단정히 정리된 침대에 소현아가 긴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린 채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고, 얼굴엔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 실려 있었다.엄마는 얼른 한약 그릇을 내려놓고
현관에 들어서자 군화를 신고 대리석 바닥을 내딛는 그의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고요한 거실에 울려 퍼졌다.바람이 구름층을 한껏 헤집어 놓은 하늘, 반달이 빛을 내뿜는 유리창 아래, 남자의 그림자가 유난히 길게 어른거렸다.강지훈이 복고풍의 계단을 오르려고 한 순간, 2층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강지훈은 2층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걸음을 멈추고는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서 있었다.몇 초 뒤, 소현아의 모습이 그의 시선 속에 들어왔다. 그녀는 눈을 내리뜨리고 흐릿한 정신으로 손에 토끼 인형을 안고 걸어오고 있었다.천천히 내려와 마지막 계단을 밟을 때까지도 그녀는 강지훈을 발견하지 못한 듯 그의 곁에서 스쳐 지나갔다.문을 나서니 바깥에선 아직도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녀는 어디에 갈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바람 속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정처 없이 걸어갔다.강지훈은 차분히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녀의 걸음이 돌연 좁디좁은 창고 앞에서 멈춰 섰다. 그녀는 조명도 켜지 않은 어두운 창고 안에 들어가 한 곳에 쪼그리고 앉았다.강지훈은 이마를 찌푸리고 창고 안을 둘러보았다. 한 번도 청소하지 않았는지 먼지가 두껍게 쌓여있었고 불쾌한 냄새까지 진동했다.강지훈이 음산하게 눈을 내리뜨렸다.“일어나.”소현아가 말했다.“말 잘 들을게. 나한테 먹을 것 안 주면 안 돼.”“말 잘 들을게...”그 말에 강지훈의 이마가 더 깊게 찌푸려졌다.“현아 때리지 마. 아파...”소현아는 인형을 안고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강지훈은 소현아가 몽유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다만 늘 천진난만하던 소녀가 이렇게나 슬프게 울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어둠 속 그의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남자가 허리를 굽혀 손으로 아직 울고 있는 소현아의 아래턱을 들어 올렸다.“내가 널 지켜줄게. 나랑 함께 가지 않을래? 응?”“매일 약 안 먹어도 돼요? 현아 약 먹기 싫어요. 하지만 약 안 먹으면 현아는 영원히 총명해지지 않을 거예요...”“응. 먹기 싫으면 먹지
[사람은 내가 데려간다. 강지훈.]강지훈?소정국 또한 강지훈에 대해 알고 있었다. 현아가 어떻게 그런 사람의 심기를 건드렸단 말인가?소정국의 호흡이 거칠어지자 명세진은 그의 호주머니에서 심장약을 꺼내 먹였다.서울 감옥.사방이 모두 쇠줄로 둘러싸여 있는 색바랜 건물, 그 주위는 총을 들고 경호를 서고 있는 군인들을 제외하면 모두 위험천만한 함정으로 뒤덮여 있었다. 새 한 마리도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경계가 삼엄해 쥐 죽은 듯 고요하고 무시무시했다.소현아가 깨어났을 때, 머리 위엔 진한 보라색 천장이 보였고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녀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일어나 앉았다.“여긴 어디예요?”“제 엄마아빠는요?”“소현아 씨, 좋은 아침이에요...”소리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도우미 유니폼을 입고 침대 옆에 무릎 꿇고 앉아있었다.“으악! 당신 누구예요? 왜 여기에 있어요?”돌연 나타난 낯선 사람의 얼굴에 그녀는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고는 품에 토끼 인형을 꼭 안고 파르르 떨었다.도우미가 말했다.“아가씨, 무서워하지 마세요. 주인님께서 아가씨를 모셔오셨어요. 제가 세수시켜드리고 옷을 갈아입혀 드릴게요.”도우미는 그녀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고급스러운 대야를 가져와 침대 옆에 놓아두고는 파란색 손수건에 물을 적셔 물기를 짜낸 다음 소현아의 얼굴을 닦아내려 했다.소현아는 깜짝 놀라 펄쩍 뛰며 맨발로 침대에서 내려와 문 앞까지 달려나갔다.하지만 문을 열고 나간 뒤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더더욱 경악스러웠다. 끝도 보이지 않도록 아득하게 펼쳐진 기나긴 복도, 바닥엔 보라색 카펫이 깔려있었고, 벽엔 의미를 알 수 없는 흉악한 느낌의 그림들이 가득 걸려 있었다.소현아는 어디로 뛰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다 임의로 방향을 정해 급히 뛰어갔다. 그러다 다행히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를 찾아 한달음에 6층까지 내려갔다. 그녀는 너무 힘들어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대체 누구 집이길래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