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83화

소민아는 기성은이 전화를 끊자 물 두 컵을 들고 걸어갔다.

“기 비서님, 대표님이 또 새 지시를 내리신 거예요? 저 조금 전 소현아라는 이름을 들었는데... 제 사촌 언니예요.”

“기 비서님, 제자와도 같은 저에게 조금만 알려주면 안 되나요? 그래야 저도 비서님의 일을 조금 도와드릴 수 있잖아요.”

기성은은 차가운 얼굴로 자신의 컵을 가져갔다.

“알지 말아야 할 일은 듣지도 말고 보지도 말고, 맡겨진 일이나 잘해요.”

소민아는 오만한 얼굴로 자리를 뜨는 그를 보고는 눈을 까뒤집으며 그를 흉내 냈다.

“아이고. 맡겨진 일이나 잘하세요.”

맞은편 거울을 통해 그녀의 괴이한 모습이 모두 기성은의 눈에 들어왔다.

전연우는 통화를 마치고 화가 난 여자를 달래러 2층으로 올라갔다.

장소월은 화실에 들어와 붓을 들었다. 그녀가 연료를 놓은 곳 옆엔 꽃꽂이를 마친 꽃병이 놓여 있었다.

전연우는 무릎을 굽혀 그녀와 시선을 맞추고는 붓을 든 그녀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었다.

“소현아 씨 일은 확실히 내가 방심했어.”

“보상받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내가 전부 다 해줄게. 어때?”

전연우가 그녀의 손등에 키스했다. 그 모습은 마치 장소월이라는 교의 가장 충실한 신교 같았다.

장소월은 그로 하여금 존엄, 자존심 등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장소월은 몇 번이나 손을 빼내려 했으나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속 타오르던 불길을 잠재우고 예전의 평온함을 되찾았다.

“이미 소식 들었다는 거 알아.”

“너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일 아니야? 세상 모든 일은 네 그 더러운 돈으로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

“전연우, 넌 여전히 그렇게... 진심이라곤 없는 사람이야.”

이번엔 장소월은 정말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녀는 힘껏 손을 빼내고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를 떠나갔다.

그녀는 별이 방에 들어간 뒤 문을 닫았다.

복도를 타고 전연우의 귀에도 장소월이 화를 내며 문을 쾅 하고 닫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던 별이는 깜짝 놀랐지만 울지는 않았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