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는 야간 업소 아가씨다. 오랫동안 그 세계에서 뒹굴었던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강지훈이 얼마나 지독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강지훈은 여자를 좋아한다. 특히 유부녀면 더더욱 좋아한다.저번 그 여자는 강지훈에게 놀아난 벌로 아이와 남편과 동반 자살을 했다.강지훈과 같은 사람들은 늘 이렇듯 여자를 옷 바꿔입듯 제멋대로 갈아치운다.아직 그 위험이 눈앞에 닥쳤음을 느끼지 못한 소현아는 여전히 의아함 속에 빠져있었다.그녀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등 뒤엔 그의 부하가 버티고 있어 도망칠 구멍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뭐... 뭐 하는 거예요?”강지훈은 어느덧 소현아의 뒤에서 목걸이를 그녀의 목에 걸어주고 있었다.종업원은 이렇게나 빨리 진행되는 관계는 난생처음 보았다. 그녀는 어떻게든 재빨리 소화하고 거울을 소현아 눈앞에 가져갔다.“아가씨, 안목 좋으시네요. 이 목걸이 정말 잘 어울려요.”“포장해요.”소현아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녀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살 거 더 없어?”소현아는 1미터 58이라는 아담한 키였다. 고개를 들고 건장하고 큰 키의 남자를 올려다보는 건 꽤나 힘든 일이었다. 그녀의 동그래진 눈엔 의아함과 경악이 가득 담겨있었다.강지훈은 자신에게 겁을 먹고 부들부들 떠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이 봐왔다. 하지만 이렇듯 그를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종래로 보지 못했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 담긴 순수함은 잡질 하나 없는 맑은 물과도 같았다.소현아의 마음속에서 그에 대한 경계심이 점차 부풀어 올랐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목에 걸린 목걸이를 쳐다보았다.“왜 저한테 이걸 사주시는 거예요?”“우리 아는 사이인가요?”그들은 고작 몇 번 우연히 마주친 게 전부이다. 왜 이런 물건을 사준단 말인가.강지훈은 어깨가 넓게 벌어진 건장한 몸집이었는데, 얇은 허리엔 군용 벨트가 채워져 있었고, 가슴엔 독수리 브로치를 달고 있었다. 그가 음산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손을 그녀의 허리에 가
강지훈은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나쁜 놈? 말해봐. 그 사람이 어떻게 나쁜지.”“그...”소현아는 한 글자 내뱉었다가 이내 삼켜버렸다.“난 아직 당신과 친하지 않아요. 절대 말 안 할 거예요. 나 혼자 방법 생각해내면 돼요.”강지훈의 눈썹이 실룩거렸다. 그는 조금이나마 부드러움이 남아있는 옆얼굴을 그녀에게 보여주며 말했다.“네가 말하지 않으면 전연우가 어떤 나쁜 짓을 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그놈이 정말 나쁜 짓을 했다면 내가 잡아줄게.”소현아는 여전히 그를 믿지 못했다. 하여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입술만 꽉 깨물었다.머뭇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강지훈이 화제를 돌렸다.“장소월과는 어떤 사이야?”소현아의 입에서 곧바로 대답이 튀어나왔다.“소월이는 제 가장 친한 친구예요. 다만 소월이는 지금 그 나쁜 놈이 집에 가두어놓은 탓에 너무 불행하게 살고 있어요. 기분이 나쁠 땐 방에서도 나가지 못하게 해요.”“그래?”강지훈에게 꽤나 흥미로운 얘기였다. 한 손으로 서울의 하늘도 가릴 수 있는 사람에게 길들이지 못하는 여자가 있다니.그녀의 말을 들으니 호기심이 솟아올랐다.그는 소현아가 말하는 소월이가 대체 어떤 여자인지 꼭 한번 보고 싶었다. 소현아는 자신이 이미 강지훈에게 끌려가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했다.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네.”“계속 말해봐. 내가 널 도와 전연우를 잡으면 다시는 네 친구를 괴롭히지 못할 거잖아. 못 믿겠다고 해도 괜찮아. 잘 생각해봐.”소현아는 그를 다시 쳐다보고는 역시나 입을 닫았다. 소월이가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기 때문이었다.이번 식사를 마치고 나면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이다.밥상 위 음식들은 대다수 소현아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었다.상다리가 부러지도록 가득 차려져 있었다.강지훈이 연이어 음식을 가져오는 종업원을 보고는 이제 다 올랐겠다고 생각한 찰나, 또 한 명의 종업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주문하신 디저트 지금 올릴까요?”소현아는 하루종일 쇼
호텔.강지훈은 소현아를 안고 들어가 침대에 내려놓았다.소현아의 머리에 했던 진주 머리띠가 흘러내렸다. 그녀는 모자와 목수건을 풀어헤치며 중얼거렸다.“너무 더워요...”소현아는 어찌 된 영문인지 몸에서 옷이 훌렁훌렁 벗겨나가는 것을 느꼈고 이후 다시 으스스 추워졌다.“추워요... 이불... 이불 덮어줘요...”“윽... 강지훈 씨 뭐 하는 거예요? 몸이 왜 이상해진 것 같죠?”“원해?”소현아는 자신의 몸을 깔고 엎드려 있는 남자의 머리를 안고 있었다.밀어내려 해도 도저히 밀어낼 수 없었다.“강지훈 씨, 너무 간지럽고 괴로워요. 나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더는 거기 만지지 말아요.”“처음이야?”소현아는 울먹거리며 작은 고양이처럼 끙끙거렸다.그녀는 대자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쩍 벌려진 두 다리는 남자에게 꽉 잡혀있어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조금 더 들어가 줄까? 여기에?”“아! 안 돼요. 들어오지 말아요.”남자의 손이 소현아의 가슴을 문질렀다. 그녀는 점점 더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심지어 저도 모르게 그의 행동에 협조하기까지 했다.“싫어?”그가 손만 그곳에 둔 채 움직임을 멈추자 소현아는 무언가 부족함을 느꼈다.그녀는 신음소리와 함께 몸을 비틀며 조금 전의 그 느낌을 다시 찾으려 했다.“강지훈 씨, 아까 거기 너무 좋았어요. 간질간질한 것이.”남자는 드디어 목적을 달성한 듯 마지막 한 겹의 옷을 벗겼다. 만화 그림이 그려져 있는 속옷이었다.“네가 벗어. 내가 더 즐겁게 해줄게, 응?”“그럼 살살 해줘야 해요.”소현아는 발그스레해진 얼굴로 브래지어를 풀었다...처음엔 좋았지만, 그 뒤엔...소현아는 너무 고통스러워 손을 휘저었다. 흉터로 뒤덮인 남자의 등에 또 몇 갈래의 자국이 추가되었다.그녀는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그러다 신음소리는 천천히 다시 가라앉았다.얼마가 지났을까,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소현아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진주알 같은 눈물을 흘렸다. 온몸이 쑤시고 아파 당장이라도 죽을 것
장소월이 전화를 받았다.“현아야.”“흑흑흑... 소월아...”전화기 너머로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장소월은 전연우를 힐끗 보고는 화원에서 나가 조용한 곳으로 갔다.“무슨 일이야?”소현아가 울먹거리며 말했다.“나... 나... 나... 소월아... 나 임신한 것 같아.”“임신?”장소월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어떻게 임신했을 수가 있어? 현아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소씨 저택 안, 소현아는 보송보송한 토끼 인형을 안고 얼굴을 털 안에 묻은 채 흐느끼고 있었다.그녀가 말했다.“소월아, 나 강지훈과 부끄러운 그 짓 했어. 나 지금 배 속에 아이가 있는 것 같아.”장소월은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소현아와 강지훈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다니...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현아야, 이런 건 장난치면 안 돼. 너 정말 그 사람과...”소현아가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다 그놈이 날 속인 거야. 나쁜 놈...”장소월은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그 짐승 같은 놈이... 감히 현아에게 나쁜 마음을 먹었다고?장소월이 그녀를 위로했다.“현아야, 일단 병원에 가서 정말 임신한 게 맞는지 검사해봐...”그녀가 안에서 걸어 나오는 전연우를 쳐다보며 말했다.“만약 사실이라면... 우리가 널 도울 방법 생각해볼게. 긴장하지 마. 아닐 수도 있잖아?”“하지만... 나 생리가 안 와...”“얼마나 됐어?”“오래됐어! 소월아, 정말 임신한 게 맞으면 나 어떻게 해? 나 엄마아빠가 알게 되실까 봐 너무 무서워. 이번 일은 나한테만 알려줄 거야. 나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내가 검사하러 병원에 같이 가줄게. 일단 끊어!”전연우는 예쁜 목단화를 꺾어 그녀의 귀에 꽂아주었다.“무슨 얘기 한 거야?”장소월은 처음으로 그에게 얼굴을 붉히며 귀에 꽂은 꽃을 던져버렸다.“약속 지키지 못하겠으면 약속하지마. 이 사기꾼!”장소월은 분노하며 몸을 홱 돌렸다. 바닥에 떨어진 꽃까지 냉정히 짓밟으면서 말이다.
소민아는 기성은이 전화를 끊자 물 두 컵을 들고 걸어갔다.“기 비서님, 대표님이 또 새 지시를 내리신 거예요? 저 조금 전 소현아라는 이름을 들었는데... 제 사촌 언니예요.”“기 비서님, 제자와도 같은 저에게 조금만 알려주면 안 되나요? 그래야 저도 비서님의 일을 조금 도와드릴 수 있잖아요.”기성은은 차가운 얼굴로 자신의 컵을 가져갔다.“알지 말아야 할 일은 듣지도 말고 보지도 말고, 맡겨진 일이나 잘해요.”소민아는 오만한 얼굴로 자리를 뜨는 그를 보고는 눈을 까뒤집으며 그를 흉내 냈다.“아이고. 맡겨진 일이나 잘하세요.”맞은편 거울을 통해 그녀의 괴이한 모습이 모두 기성은의 눈에 들어왔다.전연우는 통화를 마치고 화가 난 여자를 달래러 2층으로 올라갔다.장소월은 화실에 들어와 붓을 들었다. 그녀가 연료를 놓은 곳 옆엔 꽃꽂이를 마친 꽃병이 놓여 있었다.전연우는 무릎을 굽혀 그녀와 시선을 맞추고는 붓을 든 그녀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었다.“소현아 씨 일은 확실히 내가 방심했어.”“보상받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내가 전부 다 해줄게. 어때?”전연우가 그녀의 손등에 키스했다. 그 모습은 마치 장소월이라는 교의 가장 충실한 신교 같았다.장소월은 그로 하여금 존엄, 자존심 등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하는 유일한 사람이다.장소월은 몇 번이나 손을 빼내려 했으나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속 타오르던 불길을 잠재우고 예전의 평온함을 되찾았다.“이미 소식 들었다는 거 알아.”“너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일 아니야? 세상 모든 일은 네 그 더러운 돈으로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전연우, 넌 여전히 그렇게... 진심이라곤 없는 사람이야.”이번엔 장소월은 정말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녀는 힘껏 손을 빼내고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를 떠나갔다.그녀는 별이 방에 들어간 뒤 문을 닫았다.복도를 타고 전연우의 귀에도 장소월이 화를 내며 문을 쾅 하고 닫는 소리가 들려왔다.바닥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던 별이는 깜짝 놀랐지만 울지는 않았다.
“제가 들고 올라왔으니 한 번 맛보세요.”장소월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목욕을 마친 별이를 안고 욕실에서 나와 함께 잘 준비를 했다.별이도 졸렸는지 손을 항상 올려두던 그곳에 놓고 새근새근 잠들었다.5성급 크리스탈 호텔.강지훈은 가랑이 사이에서 용을 쓰고 있는 여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송시아는 입가의 침을 닦으며 매혹적인 눈동자로 그를 올려다보았다.“오늘 몸 상태 별로인가 봐요? 바깥에서 몰래 누구랑 했어요?”30분이 지나도 남자의 몸은 반응하지 않았다.송시아의 입술은 이미 퉁퉁 부어올랐다.강지훈은 그녀의 아래턱을 들어 올려 유혹적인 입술을 쳐다보며 말했다.“10분만 더 줄게. 그래도 안 되면 부하들에게 던져넣어 어떻게 남자를 대접해야 하는지 가르침을 받게 해줄 거야.”송시아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지만 이내 다시 표정을 바꾸었다. 그녀는 강지훈이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강지훈은 늘 임자가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에게 찍힌 여자는 단 한 명도 도망치지 못했다. 여자가 거부하더라도 수백 가지의 방법을 동원에 꼭 손에 넣고야 만다.송시아는 몸을 일으켜 손동작은 멈추지 않은 채 그의 다리 위에 앉았다. 그녀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귀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부드러운 혀가 그의 민감한 곳을 핥았다.“날 전연우의 부인이라고 상상해봐요...”송시아는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 위 가장 부드러운 곳으로 가져가고는 몰입하며 말했다.“당신이 만지는 곳은 전연우도 만졌어요. 우린 전연우의 신혼집 주방, 욕실, 베란다... 모든 곳에 흔적을 남겼어요...”송시아는 그의 하체에서 전해지는 선명한 반응을 느꼈다. 이어 그녀는 더더욱 자극적인 말로 그의 성욕을 끌어올렸다.다른 사람의 아내를 좋아하는 그 고질병은 이번 생이나 저번 생이나 여전했다.강지훈의 몸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그는 곧바로 다리에 앉아있는 여자를 껴안아 들어 올리고 몸을 파고 들어갔다.“계속해...”송시아는 고개를 들고 신음했다. 그 목
파란불이 켜지자, 소현아는 우울한 기분으로 사람들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넜다.그녀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진주 가방을 메고 자신의 세계에 깊숙이 빠져있었다.정말 아이를 임신한 거라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그때, 신호를 기다리던 군용차 안, 강지훈의 부관이 지나가던 소현아를 발견하고는 말했다.“감옥장님, 소현아 씨입니다.”강지훈은 인파 속에서 단번에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는 소녀를 발견했다. 그 몸매는 오가는 사람들보다 날씬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자들의 평균보다 조금 더 통통해 보였다.예전 강지훈은 이런 여자들에겐 조금의 시선도 주지 않았었다.하지만 그날의 소현아를 떠올리니 흥미로움이 피어올랐다.감히 그의 옷을 창문으로 던져버리는 여자는 이 세상에 그녀가 유일할 것이다.그를 거부하며 반항하는 행동도 강지훈은 그리 못마땅하지 않았다.소현아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은 바깥 노리개에 불과한 여자를 보는 것과는 달랐다. 마치 아껴주다가 가끔 장난을 치는 애완동물을 대하는 것 같았다.소현아는 버스 정류장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렸다. 그녀가 꽁꽁 언 손을 곰돌이 호주머니에 넣고 있을 때,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차 한 대가 앞에 도착했다.부관이 차 창문을 내렸다.“소현아 씨, 어디 가세요?”소현아는 고개를 들고 멍하니 쳐다보다가 3초 뒤 돌연 몸을 돌리고 미친 듯이 뛰어갔다.운동이라곤 전혀 하지 않던 그녀는 오늘 어디에서 그런 폭발력이 솟아올랐는지 한달음에 꽤나 긴 거리를 달렸다.남자는 그녀를 기만이라도 하는 듯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뒤따라가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그녀가 힘이 빠지자, 강지훈은 옆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열고 나가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는 차 안으로 던져버렸다.소현아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는 악마라도 본 것처럼 창문을 두드리며 차에서 내리려 발버둥 쳤다.“나... 나 집에 갈 거예요. 내리게 해주세요.”강지훈은 느긋하게 트렁크에서 물 한 병을 꺼내 뚜껑을 열어주었다.“숨 좀 고르고 말해
소현아는 흉악한 그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렸다.그녀는 벙어리처럼 우물쭈물하며 못 들은 척했다. 말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줄 알았지만 강지훈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그녀는 토끼처럼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강지훈이 그녀의 옷을 들어 올리니 두 층의 뱃살이 바지 위로 튀어 올랐다. 마르고 매끈한 체형의 여자만 봐왔던 그로서는 이런 통통한 살집의 뱃살은 처음이었다.“소씨 가문에 먹을 것이 많나 봐?”아무리 봐도 병이 난 것 같지는 않았다.그 말에 소현아는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당연하죠. 저 매일 다섯 끼나 먹어요. 이 살들은 다 소월이 집에서 먹고 자라난 거예요. 소월이가 만든 음식 정말 맛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소월이의 그 나쁜 오빠가 너무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다시는 절 소월이 집에서 밥을 먹지 못하게 했어요. 아니면 더 많이 먹었을 거예요.”강지훈은 이렇듯 성깔 없고 순진무구한 여자는 처음 보았다. 그녀가 뚱뚱하고 바보 같다는 걸 에둘러 표현한 그의 말뜻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부관이 말했다.“감옥장님, 지금 차가 좀 막힙니다.”강지훈이 이마를 찌푸렸다.“배 아직도 아파?”소현아는 단번에 험악해진 그의 표정을 본 순간 곧바로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져버렸다. 그녀가 몸을 움츠린 채 어렵게 말을 내뱉었다.“이... 이제 안 아파요. 저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데려다주시면 안 돼요?”소현아가 고개를 숙이고 손톱을 쥐어뜯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이른 시간이야.”“아니에요. 저 집에 가야 해요. 저번에 늦게 들어간 것 때문에 엄마가 화내셨단 말이에요.”소현아는 아랫배에서 살짝 경련이 일어났지만, 애써 참으며 그에겐 내색하지 않았다.강지훈이 물었다.“저번에 집에 가서 약 먹었어?”소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먹었어요.”소현아는 매일 뇌 영양을 보충하는 한약을 먹고 있었다. 엄마는 망가진 그녀의 뇌를 치료하려 가정형편이 좋아진 뒤로부터 거의 끊지 않고 한약을 먹였다.소현아 역시 자신의 지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