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경애가 별이에게 우유를 먹였다. 아이는 취한 듯 빙그레 웃으며 장소월의 품에 안겨 만족스러운 얼굴로 눈을 느리게 껌뻑이고 있었다.졸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장소월은 지갑에서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쇼핑 카드를 소현아에게 건네주었다.“이거 전연우가 나한테 준 거야. 난 평소 별로 안 써.”소현아가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됐어. 난 그저 너랑 나와서 바람을 쐬고 싶었을 뿐이야. 나한테 예쁜 옷 이렇게나 많이 사줬잖아. 난 충분히 행복해.”문 앞, 소현아는 발꿈치를 들어 그녀와 살짝 포옹했다.“나 보고 싶으면 꼭 전화해. 내가 바로 달려올게.”“그래. 차를 불러놨어. 집에 도착하면 문자 보내.”소현아가 그녀를 놓아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경호원이 물건을 트렁크에 넣어둔 뒤, 소현아는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장소월도 출발하려 할 때, 고급 롤스로이스 차가 그녀 앞에 정차했다.기성은이 내려 문을 열어주기도 전에 전연우는 이미 차에서 내렸다.장소월은 그가 자신이 백화점에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시간에 이곳에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전연우가 그녀 손에서 아이를 받아 안았다.“집에 갈 거면서 왜 나한테 전화 안 했어.”장소월이 차갑게 그를 쳐다보았다.“귀찮게 하기 싫어서 그랬어. 돌아가.”퉁명스럽게 내뱉은 짧은 몇 글자의 말에서 거리감이 느껴졌다.그때, 머지않은 곳 택시 안에서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내렸다.“대표...”님, 마지막 한 글자를 채 내뱉기 전, 백화점 문 앞에 서 있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이 아름다운 여자가 보였다. 수수한 옷차림이었지만 청초한 얼굴을 돌리니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기성은은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제기랄, 저 여자가 왜 여기까지 따라왔단 말인가?’기성은은 긴장한 얼굴로 장소월을 쳐다보았다. 보아하니 아직 그녀를 발견하지 못한 듯했다.전연우 옆에서 오랫동안 일해왔으니 이런 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가 차에서
은경애가 아이를 안으며 말했다.“아가씨, 제가 올라가서 도련님 씻겨 드릴게요.”장소월이 대답했다.“그래요.”그녀는 한 입 맛보았지만 너무 달아서인지 자신이 한 것과는 많이 달랐다. “일단 냉장고에 넣어두세요. 내일 제가 직접 만들게요.”“네. 사모님.”전연우는 입고 있던 정장을 벗어 도우미에게 주고는 걸어갔다.“도우미가 만든 게 입에 안 맞아?”장소월은 냉담하게 그에게 대답했다.“난 올라갈게.”도우미들은 별다른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 그들의 눈에 대표님은 사모님에게 지극정성으로 잘해준다. 액세서리, 옷들 모두 최고 좋은 것들만 사모님에게 선물해 주니 말이다.또한 그동안 사모님은 대표님이 외박한다고 생각했던 때에도, 실은 대표님은 매일 새벽 몰래 돌아와 사모님을 보고 가곤 했었다. 도우미들에게는 사모님에게 절대 이 일을 알려줘선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기도 했다.다만 사모님이 대표님에게 조금 냉담할 뿐이다.전연우는 장소월의 뒤를 따라 안방으로 올라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문을 잠그고 그녀를 벽 쪽으로 밀어 넣었다.“하고 싶어? 그럼 나 먼저 씻고 와도 될까?”전연우는 고개를 숙이고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솟구쳐 올라오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있는 듯했다.“고개 들고 날 봐.”장소월은 고분고분 그의 말에 따랐다.지금의 장소월은 감정 하나 없는 장난감과도 같았다.그녀가 그를 바라보았다.전연우는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끓어오르던 화가 사그라들었다. 그는 손을 내려놓고 그녀를 품 안에 끌어당겼다.“그 여자와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알아. 난 상관 안 해.”“하지만 난 소월이가 예전처럼 나한테 더 많은 관심을 쏟았으면 좋겠어...”그가 보지 못하는 장소월의 얼굴엔 차가움만 가득 담겨있었다.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장해진은 지은 죄에 대한 대가로 죽었다고 하더라도, 강영수는? 인시윤은?그는 그녀로부터 엄마가 될 수 있는 자격까지 앗아갔다. 그로 인해 그녀는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
그는 장소월을 장장 8년의 시간 동안이나 별장에 가두었다.목숨을 잃은 뒤, 그녀는 그가 송시아와 결혼하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다.지금 또 그녀에게 앞으로 다른 여자는 없을 거라는 말을 한다고?장소월은 그를 밀어냈다.“나 먼저 씻을게.”그가 무슨 말을 하든, 장소월은 단 한 글자도 믿을 수 없었다.그날 밤, 장소월은 또다시 같은 악몽을 꾸었다.강영수가 타고 있는 비행기가 그녀의 꿈속에서 추락했다...며칠 후.소현아는 집에서 장소월이 준 디저트를 먹고 있었다. 소민아가 수건으로 물기가 떨어지는 머리를 감싸며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언니, 먹지 마. 더 먹으면 살 빼기 힘들어.”소현아는 두 손에 서로 다른 디저트를 잡고는 하나씩 입에 물었다.“살찌면 찐 대로 살면 되지 뭐. 소월이가 준 거잖아. 나 오늘 다 먹어버릴 거야.”소현아는 손으로 더듬거리며 안경을 찾았다. 안경을 걸고 얼마 뒤, 책상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핸드폰을 보기도 전에 소민아의 입은 거칠게 움직였다.“진짜 짜증 나. 아직도 안 끝났어? 정말 날 가축으로 생각하는 거야?”“기성은 나쁜 놈 같으니라고. 나 벌써 두 달이나 못 쉬었단 말이야.”최근 그녀는 매일 밤 야근하느라 눈 밑에 시커먼 다크서클까지 생겼다.연말 보너스를 위해 그녀는 이를 악물고 핸드폰을 들고 답장했다.[영진 토성촌에 가는 비행기 표를 사놓고 일정을 짠 뒤 나한테 메일로 보내요.][네. 기 비서님. 지금 바로 하겠습니다.][점심 12시 반, 회사에 있어요. 아니면 후과를 책임져야 할 거예요.]12시 반?소민아는 곧바로 핸드폰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제기랄, 미친 거 아니야? 겨우 반차 내고 머리 감으러 왔더니 또 오라고? 12시 반은 점심시간이잖아!”소현아가 눈을 반쯤 감고 디저트를 음미하며 말했다.“민아야, 왜 그렇게 화를 내. 내가 먹는 데에 방해되잖아.”소현아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딸기 케이크를 한입에 쑤셔 넣고는 행복하다는 듯 눈을 감았다.그때, 도우미가
소현아는 장소월이 준 선물을 얼른 입어보고 싶어 화장실로 뛰어가 빠르게 갈아입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건 아예 아무것도 가리지 못할뿐더러 가슴 위 볼록하게 튀어나온 부분까지 선명하게 보였다.“이게 뭐지? 소월이가 왜 나한테 이런 옷을 보낸 걸까? 하지만 괜찮아. 안에 입는 거니까 다른 사람들은 못 봐.”소현아는 신이 난 얼굴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세면대에 올려놓았던 핸드폰이 울려 쳐다보니 문자가 와 있었다.[마음에 들어?]소현아가 빙그레 웃으며 답장했다.[완전 마음에 들어. 내가 준 선물 봤어?]상대방은 곧바로 문자를 보냈다.[응. 좋았어.][네가 좋아하면 됐어. 부족하면 말해. 집에 많아.]그 후 한참이 지나도 상대는 답장을 보내오지 않았다.소현아는 속옷을 갈아입고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없는 번호였다.그녀는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예쁜 롱원피스를 몸에 걸쳤다.얼마 후, 소현아의 핸드폰에 사진이 한 장 도착했다. 몇 초간 자세히 살펴보던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화끈 달아올랐다.[앞으로 이 번호로 연락해.]소현아는 곧바로 그의 성기가 담긴 흉측한 그 사진을 삭제해 버리고는 씩씩거리며 문자를 보냈다.[누가 너한테 연락한대. 역겨운 놈. 당! 장! 꺼! 져!]그녀는 이어 곧바로 그의 번호를 차단해 버렸다.하지만 이내 그를 과도하게 자극했다는 후회가 몰려왔다. 전에도 서문정에게 맞아 죽을지언정 이 남자와는 절대 엉키면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또한 며칠 전.소현아는 쇼핑하다가 한 백화점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목걸이를 하나 발견했다. 하지만 돌연 다른 여자가 들어와 다짜고짜 자신이 먼저 봐둔 것이라며 막무가내로 빼앗았다.소현아는 그녀에게 양보하지 않았다. 목걸이를 빼앗으려는 그 못생긴 여자는 소현아를 못생기고 뚱뚱하다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소현아는 화를 참지 못하고 그녀를 박치기로 날려버렸다.하지만 상대에겐 뒷배가 있었다.바로 나쁜 놈 전연우와 한패인 강지훈이었다
박세리는 야간 업소 아가씨다. 오랫동안 그 세계에서 뒹굴었던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강지훈이 얼마나 지독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강지훈은 여자를 좋아한다. 특히 유부녀면 더더욱 좋아한다.저번 그 여자는 강지훈에게 놀아난 벌로 아이와 남편과 동반 자살을 했다.강지훈과 같은 사람들은 늘 이렇듯 여자를 옷 바꿔입듯 제멋대로 갈아치운다.아직 그 위험이 눈앞에 닥쳤음을 느끼지 못한 소현아는 여전히 의아함 속에 빠져있었다.그녀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등 뒤엔 그의 부하가 버티고 있어 도망칠 구멍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뭐... 뭐 하는 거예요?”강지훈은 어느덧 소현아의 뒤에서 목걸이를 그녀의 목에 걸어주고 있었다.종업원은 이렇게나 빨리 진행되는 관계는 난생처음 보았다. 그녀는 어떻게든 재빨리 소화하고 거울을 소현아 눈앞에 가져갔다.“아가씨, 안목 좋으시네요. 이 목걸이 정말 잘 어울려요.”“포장해요.”소현아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녀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살 거 더 없어?”소현아는 1미터 58이라는 아담한 키였다. 고개를 들고 건장하고 큰 키의 남자를 올려다보는 건 꽤나 힘든 일이었다. 그녀의 동그래진 눈엔 의아함과 경악이 가득 담겨있었다.강지훈은 자신에게 겁을 먹고 부들부들 떠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이 봐왔다. 하지만 이렇듯 그를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종래로 보지 못했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 담긴 순수함은 잡질 하나 없는 맑은 물과도 같았다.소현아의 마음속에서 그에 대한 경계심이 점차 부풀어 올랐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목에 걸린 목걸이를 쳐다보았다.“왜 저한테 이걸 사주시는 거예요?”“우리 아는 사이인가요?”그들은 고작 몇 번 우연히 마주친 게 전부이다. 왜 이런 물건을 사준단 말인가.강지훈은 어깨가 넓게 벌어진 건장한 몸집이었는데, 얇은 허리엔 군용 벨트가 채워져 있었고, 가슴엔 독수리 브로치를 달고 있었다. 그가 음산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손을 그녀의 허리에 가
강지훈은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나쁜 놈? 말해봐. 그 사람이 어떻게 나쁜지.”“그...”소현아는 한 글자 내뱉었다가 이내 삼켜버렸다.“난 아직 당신과 친하지 않아요. 절대 말 안 할 거예요. 나 혼자 방법 생각해내면 돼요.”강지훈의 눈썹이 실룩거렸다. 그는 조금이나마 부드러움이 남아있는 옆얼굴을 그녀에게 보여주며 말했다.“네가 말하지 않으면 전연우가 어떤 나쁜 짓을 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그놈이 정말 나쁜 짓을 했다면 내가 잡아줄게.”소현아는 여전히 그를 믿지 못했다. 하여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입술만 꽉 깨물었다.머뭇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강지훈이 화제를 돌렸다.“장소월과는 어떤 사이야?”소현아의 입에서 곧바로 대답이 튀어나왔다.“소월이는 제 가장 친한 친구예요. 다만 소월이는 지금 그 나쁜 놈이 집에 가두어놓은 탓에 너무 불행하게 살고 있어요. 기분이 나쁠 땐 방에서도 나가지 못하게 해요.”“그래?”강지훈에게 꽤나 흥미로운 얘기였다. 한 손으로 서울의 하늘도 가릴 수 있는 사람에게 길들이지 못하는 여자가 있다니.그녀의 말을 들으니 호기심이 솟아올랐다.그는 소현아가 말하는 소월이가 대체 어떤 여자인지 꼭 한번 보고 싶었다. 소현아는 자신이 이미 강지훈에게 끌려가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했다.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네.”“계속 말해봐. 내가 널 도와 전연우를 잡으면 다시는 네 친구를 괴롭히지 못할 거잖아. 못 믿겠다고 해도 괜찮아. 잘 생각해봐.”소현아는 그를 다시 쳐다보고는 역시나 입을 닫았다. 소월이가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기 때문이었다.이번 식사를 마치고 나면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이다.밥상 위 음식들은 대다수 소현아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었다.상다리가 부러지도록 가득 차려져 있었다.강지훈이 연이어 음식을 가져오는 종업원을 보고는 이제 다 올랐겠다고 생각한 찰나, 또 한 명의 종업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주문하신 디저트 지금 올릴까요?”소현아는 하루종일 쇼
호텔.강지훈은 소현아를 안고 들어가 침대에 내려놓았다.소현아의 머리에 했던 진주 머리띠가 흘러내렸다. 그녀는 모자와 목수건을 풀어헤치며 중얼거렸다.“너무 더워요...”소현아는 어찌 된 영문인지 몸에서 옷이 훌렁훌렁 벗겨나가는 것을 느꼈고 이후 다시 으스스 추워졌다.“추워요... 이불... 이불 덮어줘요...”“윽... 강지훈 씨 뭐 하는 거예요? 몸이 왜 이상해진 것 같죠?”“원해?”소현아는 자신의 몸을 깔고 엎드려 있는 남자의 머리를 안고 있었다.밀어내려 해도 도저히 밀어낼 수 없었다.“강지훈 씨, 너무 간지럽고 괴로워요. 나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더는 거기 만지지 말아요.”“처음이야?”소현아는 울먹거리며 작은 고양이처럼 끙끙거렸다.그녀는 대자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쩍 벌려진 두 다리는 남자에게 꽉 잡혀있어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조금 더 들어가 줄까? 여기에?”“아! 안 돼요. 들어오지 말아요.”남자의 손이 소현아의 가슴을 문질렀다. 그녀는 점점 더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심지어 저도 모르게 그의 행동에 협조하기까지 했다.“싫어?”그가 손만 그곳에 둔 채 움직임을 멈추자 소현아는 무언가 부족함을 느꼈다.그녀는 신음소리와 함께 몸을 비틀며 조금 전의 그 느낌을 다시 찾으려 했다.“강지훈 씨, 아까 거기 너무 좋았어요. 간질간질한 것이.”남자는 드디어 목적을 달성한 듯 마지막 한 겹의 옷을 벗겼다. 만화 그림이 그려져 있는 속옷이었다.“네가 벗어. 내가 더 즐겁게 해줄게, 응?”“그럼 살살 해줘야 해요.”소현아는 발그스레해진 얼굴로 브래지어를 풀었다...처음엔 좋았지만, 그 뒤엔...소현아는 너무 고통스러워 손을 휘저었다. 흉터로 뒤덮인 남자의 등에 또 몇 갈래의 자국이 추가되었다.그녀는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그러다 신음소리는 천천히 다시 가라앉았다.얼마가 지났을까,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소현아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진주알 같은 눈물을 흘렸다. 온몸이 쑤시고 아파 당장이라도 죽을 것
장소월이 전화를 받았다.“현아야.”“흑흑흑... 소월아...”전화기 너머로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장소월은 전연우를 힐끗 보고는 화원에서 나가 조용한 곳으로 갔다.“무슨 일이야?”소현아가 울먹거리며 말했다.“나... 나... 나... 소월아... 나 임신한 것 같아.”“임신?”장소월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어떻게 임신했을 수가 있어? 현아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소씨 저택 안, 소현아는 보송보송한 토끼 인형을 안고 얼굴을 털 안에 묻은 채 흐느끼고 있었다.그녀가 말했다.“소월아, 나 강지훈과 부끄러운 그 짓 했어. 나 지금 배 속에 아이가 있는 것 같아.”장소월은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소현아와 강지훈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다니...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현아야, 이런 건 장난치면 안 돼. 너 정말 그 사람과...”소현아가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다 그놈이 날 속인 거야. 나쁜 놈...”장소월은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그 짐승 같은 놈이... 감히 현아에게 나쁜 마음을 먹었다고?장소월이 그녀를 위로했다.“현아야, 일단 병원에 가서 정말 임신한 게 맞는지 검사해봐...”그녀가 안에서 걸어 나오는 전연우를 쳐다보며 말했다.“만약 사실이라면... 우리가 널 도울 방법 생각해볼게. 긴장하지 마. 아닐 수도 있잖아?”“하지만... 나 생리가 안 와...”“얼마나 됐어?”“오래됐어! 소월아, 정말 임신한 게 맞으면 나 어떻게 해? 나 엄마아빠가 알게 되실까 봐 너무 무서워. 이번 일은 나한테만 알려줄 거야. 나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내가 검사하러 병원에 같이 가줄게. 일단 끊어!”전연우는 예쁜 목단화를 꺾어 그녀의 귀에 꽂아주었다.“무슨 얘기 한 거야?”장소월은 처음으로 그에게 얼굴을 붉히며 귀에 꽂은 꽃을 던져버렸다.“약속 지키지 못하겠으면 약속하지마. 이 사기꾼!”장소월은 분노하며 몸을 홱 돌렸다. 바닥에 떨어진 꽃까지 냉정히 짓밟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