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한두 명씩 모두 도망쳐버렸다.소민아는 마주 오는 사람을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기 비서님, 저들이 했던 말은 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전 새로 들어온 인턴이라 아무것도 모릅니다.”기성은은 오랜 시간 동안 전연우와 함께 있었던지라 전연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와 흡사한 서늘한 분위기를 갖고 있었기에 회사 사람들 모두 그를 두려워했다.“아이 볼 줄 알아요?”“네?”순간 당황한 소민아가 되물었다.기성은의 눈썹이 찌푸려졌다.“아이 볼 줄 아냐고요. 못 알아들어요?”소민아가 곧바로 대답했다.“압니다. 압니다. 갓 태어난 아이부터 80세 노인까지, 보살피는 건 잘합니다.”그때 기성은의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별이는 너무 울어 목소리까지 변해버린 뒤에야 간신히 울음을 그쳤다.소민아가 아이를 받아 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성은은 급히 자리를 떴다.낯선 냄새를 맡고, 낯선 이의 얼굴을 본 별이는 또다시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젠장, 그녀가 알긴 뭘 안단 말인가. 그저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한 말일 뿐인 것을.한 시간 뒤, 전연우는 회의를 끝마쳤다.12시 정각이었다.회의 시간은 본래 두 시간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아이 때문에 최대한 시간을 단축했다.하지만 전연우가 간과한 점이 하나 있었다...그는 핸드폰을 꺼내 유일하게 저장되어 있는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장소월이 낮잠을 청하려 침대에 누웠을 때, 도우미가 문을 두드리고 핸드폰을 들고 들어왔다.“아가씨, 대표님이 아가씨와 통화가 되지 않아 집 전화로 연락해 왔어요. 중요하게 할 말이 있으신 것 같아요.”“무슨 일 있으면 잠시 뒤에 전화하라고 해요. 전 지금 쉬어야 해요.”“하지만...”도우미가 난처한 얼굴로 아직 연결되어 있는 전화기를 바라보았다.장소월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주세요.”“또 무슨 일이야?”그녀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전연우가 대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며 말했다.“오늘 일찍 출발하는 바람에 분유를 못 가져
검은 구름이 걷히고 차도 양옆 나무 사이사이로 햇빛이 내리쬐었다.장소월은 전연우가 아이로 협박해 목적을 이루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안 오면 굶길 거야.”도우미가 곧이곧대로 그녀에게 전한 전연우의 말이었다.전연우는 그녀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제 이 아이도 전연우가 장소월을 다루는 무기가 되어버렸다.그녀는 옷방에서 가방 하나를 꺼내 아이 물건을 챙겨 넣고는 들고 나왔다.분유를 잊어버린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기저귀까지 가져가지 않으면 어찌한단 말인가...이쯤 되니 그가 일부러 놓고 간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흐렸던 날씨는 점차 맑게 개어가고 있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난 뒤, 장소월은 성세 그룹에 도착했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문 앞에 서서 성세 그룹을 올려다보니, 전생과 똑같은 모습이었다.그녀는 도저히 회사에 오고 싶지 않아 가까운 거리에 있는 로즈 가든에 가져다 놓겠다고 했지만, 전연우는 단칼에 거절해 버렸다.로비에 들어서자마자 프런트에 서 있는 익숙한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예전 남천 그룹에서 일했던 직원이었다.그녀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아가씨? 귀국하신 거예요?”장소월은 예의 있게 웃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아가씨, 대표님 만나러 오신 거죠? 대표님께서 아가씨가 도착하시면 모시고 올라오라고 분부하셨어요.”“괜찮아요. 저 혼자 올라가면 돼요. 몇 층이에요?”“99층입니다.”“고마워요.”“별말씀을요.”프런트 직원은 장소월에게 99층 대표실로 향하는 전용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었다.“아가씨, 잠시만 기다리세요. 엘리베이터가 곧 내려올 겁니다.”“네.”프런트 직원이 자리에 돌아가자 다른 직원 하나가 그녀에게 다가갔다.“아가씨요? 난 왜 한 번도 본 적 없죠?”프런트 직원이 장소월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 사람이 바로 제가 저번에 말했던 장씨 집안의 따님이에요. 대표님의 여동생이 되기도 하죠. 그러니까 앞으로 저 사람을 보면 조심해야
장소월은 젓가락을 들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럼에도 그의 눈동자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은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장소월은 베이지색 니트 원피스를 입고 긴 머리카락을 예쁘게 위로 얹어 가늘고 긴 목을 드러내고는 귀 옆으로 잔머리를 늘어뜨렸다. 사람들로 하여금 부드럽고도 편안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모습이었다.그녀가 전연우에게 가져다주는 느낌은 바깥 그 어떤 여자도 줄 수 없는 것이었다.그녀가 생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전연우는 옷소매를 걷어붙이고 세심하게 가시를 바른 뒤 그녀의 그릇에 놓아주었다.“밥 먹을 땐 좀 이러지 않으면 안 돼?”장소월이 그를 노려보고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가슴에서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그의 손을 잡았다.전연우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꽤 커졌네.”평소엔 빈틈 하나 없는 고고한 신사인 척하더니, 그녀 앞에선 악랄한 본성을 드러낸다.포장하고 있던 인두겁을 떼어내고 나니, 그저 망둥이처럼 날뛰는 짐승에 지나지 않았다.“전연우, 좀 무겁게 행동하면 안 돼?”전연우가 몸을 가까이 가져가 그녀의 향긋한 머리카락에 코를 파묻었다.“너 침대에선 무거운 거 좋아하던데.”“전연우!”장소월은 혐오가 가득 섞인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꼭 그렇게 역겹게 말을 해야겠어?”장소월은 입맛이 뚝 떨어져 버렸다.그녀는 전연우의 손을 뿌리치고 의자에서 일어나 차갑게 말했다.“난 이미 분유 가져왔어. 먹이든지 말든지 네 마음대로 해. 난 집에 갈 거야.”전연우가 고개를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였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웃는 듯해 보였지만 얼굴엔 어느새 서늘한 기운이 드리워져 있었다. 자신을 등지고 걸어가는 장소월의 모습에 전연우는 느릿하게 단추 두 개를 풀고는 서랍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물고 전화기 버튼을 눌렀다.장소월은 방에서 나가려 문고리를 잡았다. 하지만 아무리 밀어도 도저히 열 수가 없었다. 그녀는 화가 치밀어올라 몸을 홱 돌리고는 그를 쳐다보았다.“또 뭘 하려는 거야?”전연우가 퉁명스럽게 몇
차가 CCTV 범위를 벗어나자 돌연 누군가 길옆에서 튀어나왔다. 운전기사는 깜짝 놀라 다급히 브레이크를 밟았고 그 바람에 장소월의 몸이 앞으로 기울여졌다.운전기사가 곧바로 물었다.“소월 아가씨. 괜찮아요?”장소월이 고개를 들어보니 단발머리에 검은색 유니폼을 입고 성세 그룹 사원증을 목에 건 여자였다.두 눈동자가 영리하게 빛나는 수수한 생김새의 사람이었다.그녀가 달려와 창문을 두드리며 뭐라고 입을 벙긋거렸다. 장소월은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아 창문을 열었다.“아가씨, 몇 분만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나요? 급하게 할 얘기가 있어서요.”운전기사가 말했다.“아가씨, 대표님께서 낯선 사람과 접촉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장소월이 머뭇거리다가 물었다.“이름이 뭐예요?”“전 소민아라고 해요. 저는 모르실 테지만, 제 언니는 분명 아실 거예요. 소현아요.”“타요.”운전기사가 걱정스레 말했다.“소월 아가씨...”“괜찮아요. 잠깐이면 돼요. 아저씨, 잠시 내려주세요.”소민아가 차에 올라탔다.이토록 추운 날에 땀을 뻘뻘 흘리는 그녀의 모습에 장소월은 물을 한 병 쥐여주었다. 건물에서 뛰어나오는 건 봤지만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천천히 말해봐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현아 지금 잘 지내죠?”소민아는 눈앞의 여자를 멍하니 살펴보았다. 그녀의 얼굴, 머리카락 하나하나까지... 고귀한 기품을 풍기고 있었다.언니의 핸드폰 사진 속에서만 보던 장소월을 직접 만나니 훨씬 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소민아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소월 언니, 현아 언니의 생일 파티에 꼭 갈 거죠?”“그것 때문에 날 찾아온 거예요?”소민아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현아 언니가 꼭 보고 싶어 해요.”그 말을 들은 장소월은 틀림없이 무슨 일이 생겼다는 예감이 들었다.“현아한테 무슨 일 있는 거예요?”소민아는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15분 뒤, 소민아는 일 때문에 회사에 돌아갔다.운전기사는 어두워진 장소
그녀는 기억을 더듬어 4년 전 소현아를 그리기 시작했다.“아가씨, 조금 쉬면서 이 죽을 드세요. 곧 식겠어요.”장소월은 머리도 들지 않고 말했다.“거기 놓아두세요.”은경애는 그림에 집중하는 그녀를 보고는 방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문을 닫고 자리를 비켜주었다.또 몇 시간이 흐른 뒤, 은경애가 식사를 올려갔을 때에도 장소월은 간단한 한 마디로 돌려보냈다.은경애는 여전히 그대로인 죽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들고 내려갔다.저녁 6시 반, 오늘 전연우는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롤스로이스가 엔진 소리를 내며 안으로 들어왔다.전연우는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피곤함에 찌든 얼굴로 허리를 굽혀 차에서 내렸다.어두운 색 셔츠 한 편이 축축이 젖어있었다.그가 현관에 들어서자 식은 음식을 다시 데울 준비를 하고 있는 도우미들이 보였다.“소월이는 먹었어요?”전연우의 목소리에 도우미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접시를 떨어뜨릴 뻔했다.“대표님, 소월 아가씨는 외출하고 돌아오신 뒤 계속 화실에 들어가 계십니다. 은 아주머니가 모시러 올라갔지만 내려오지 않으셔서 지금 음식을 데우려고 하던 참이었어요.”“네.”전연우의 얼굴에 그림자가 내려앉았다.도우미는 얼른 음식을 들고 주방에 들어갔다.돌아오는 내내 울음을 그치지 않았던 별이는 이제야 평온한 얼굴로 전연우의 어깨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전연우는 아이를 안고 올라가 화실 문을 열었다. 장소월은 옷 군데군데 물감을 묻히고 그림에 열중하고 있었다.“언제까지 그릴 거야?”전연우의 화난 듯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장소월이 약간 머리를 움직이자 대충 묶어두었던 머리카락이 스르륵 풀려내려왔다.“잠깐이면 돼.”“10분 줄 테니까 준비하고 내려와서 나랑 밥 먹어. 아니면 내일 여기 그림 도구들을 모조리 치워버릴 거야.”그 한 마디를 남긴 뒤 전연우는 방으로 돌아갔다.그는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옷을 벗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몇백만 원짜리 셔츠가 가차 없이 휴지통에 버려졌다.장소월은 고민을 거듭하다
저녁 9시 반.아래층 거실, 전연우는 소파에 앉아 운전기사로부터 오늘 장소월에게 있었던 일을 보고받고 있었다.“... 맞습니다. 소월 아가씨께선 그 아가씨와 몇 마디 나누고 돌아온 뒤로 저러고 계십니다.”전연우의 눈동자가 은경애에게로 향했다.“할 말 없어요?”은경애가 말했다.“대표님, 별일 아니에요. 잊으셨어요? 모레가 아가씨 친구 생일 파티잖아요. 친구에게 생일 선물을 주겠다고 그림 그리고 있는 거예요.”전연우가 물었다.“소씨예요?”은경애가 고개를 저었다.“그건 저도 모르겠어요.”전연우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꼬고 있던 다리를 풀고 소파에서 일어섰다.“알겠어요.”그는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서재 창문 앞, 오늘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전연우는 전화를 걸었다.3초도 지나지 않아 기성은이 전화를 받았다.“대표님.”“오늘 점심 12시쯤 회사에서 나가 장소월을 만난 직원에 대해 알아봐.”...환하게 조명이 켜져 있는 성세 그룹 비서실.기성은은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여자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조용히 말했다.“대표 비서실에서 일하는 소민아입니다.”전연우는 그녀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비서실은 기성은의 관할 하에 있는 부서다. 비록 대표 비서실 직원이긴 하지만 평소 전연우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기성은 한 명뿐이다.“대표님, 잠시만요.”기성은이 핸드폰을 소민아에게 건네주었다.“직접 말할래요, 아니면 내가 할까요.”소민아는 기성은이 이렇게 나올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전... 대표님과 얘기하지 못하겠어요. 아시잖아요... 저 겁 많은 거... 전 아직 인턴생이에요. 무서워요...”기성은의 그 차가운 얼굴은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다가가지 못하게 만들곤 한다.그는 핸드폰을 다시 가져와 방을 나선 뒤 모든 일을 전연우에게 말했다.기성은의 설명을 듣자 전연우는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심이 사그라들었다.정말 생일 선물을 주려는 것뿐인가?전연우는 기성은에게 한 가지 일을 더 지시했다.“... 반드시
“소월이는...”노원우가 피식 웃으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됐어. 성세 그룹 대표 여동생이라는 말 수도 없이 들었어. 설사 그렇다고 해도 너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널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벌써 왔겠지, 왜 오늘까지 기다려서야 오겠어. 네 주제를 알아야지. 고작 너희 소씨 가문이 어떻게 성세 그룹 아가씨한테 비벼? 어림도 없지. 이제 너희 소씨 집안 지긋지긋해, 역겨워! 퉷!”소현아는 자신이 불구덩이에 들어간 것도 모자라 아빠한테까지 해를 끼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소현아는 강제로 눌려 앉아 메이크업을 받고는 허줄한 중고 웨딩드레스로 갈아입었다. 그녀의 몸은 온통 시퍼런 멍 자국으로 뒤덮여 있었다.소월아, 대체 언제 날 구하러 올 거야!노원우는 소현아가 대학을 다닐 때 알게 된 가난한 집안 학생이었다.소현아가 혼자 처량하게 휴게실에 웅크리고 앉아있을 때, 옆방에선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거친 호흡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소현아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점심 12시 반, 사회자가 파티의 시작을 알렸다.너무 울어 시뻘겋게 퉁퉁 부어올랐던 소현아의 눈은 메이크업으로 말끔히 가렸다. 그녀는 너무나도 겁이 났지만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 남자의 팔짱을 꼈다. 노원우는 역겨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무대로 걸어가 사회자에게서 마이크를 건네받았다.“오늘 제 가장 행복한 순간을 함께 해주시러 귀한 걸음 해주신 손님 여러분 감사합니다.”노원우가 그윽한 눈빛으로 소현아를 바라보았다.“3년이라는 시간 끝에 드디어 저희가 사랑의 결실을 맺으려 합니다. 반드시 아내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 아끼며 살아갈 것입니다.”노원우가 소현아의 손을 잡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옆에 서 있던 도우미가 곧바로 검은색 상자를 노원우에게 건네주었다. 뚜껑을 여니 반지가 들어있었다.“2년 전에 준비했던 건데 계속 용기가 없어 말하지 못했어. 오늘 손님들 앞에서 정식으로 너한테 청혼하고 싶어.”“현아야... 나랑 결혼해줄래? 내가 평생 아끼고 사랑해줄
소민아가 온 힘을 다해 때렸던 탓에 노원우의 입안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파티장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시끄러워졌다.소민아는 곧바로 소현아를 끌고 와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노원우의 얼굴에 던져버렸다.“몇천 원짜리 반지로 누굴 속이려고? 양심도 없는 짐승 같은 자식. 노원우, 너 빈대 같은 더러운 네 가족들 데리고 당장 너희들 판자촌으로 꺼져.”노원우는 손님들의 반응을 살펴보고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경고했다.“소민아, 충고하는데 내 일 방해하지 마.”“방해하겠다면 어쩔 건데? 날 때리기라도 할 거야?”소민아가 턱을 올리고 그와 똑바로 시선을 마주했다.소현아가 그녀를 끌어당겼다.“민아야, 그만해.”“언니, 이제 무서워할 필요 없어. 소월 언니가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어. 저것들은 모조리 경찰서에 잡혀가 콩밥을 먹을 거야. 지금까지 우리 집안에서 먹고 쓰고 마신 것들 전부 다 토해내게 만들겠어.”“소월이가... 정말 온다고?”“응.”“오긴 뭘 와! 하느님이 온다고 해도 난 원우가 청혼에 성공하는 거 볼 거야. 소현아, 빨리 네 동생 쫓아내지 않고 뭐 하고 있어. 쟤가 뭔데 이렇게 좋은 일을 망쳐! 나 신랑신부가 주는 술을 마시려고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그다지 비싸지 않은 옷을 입은 아주머니가 소리쳤다. 노원우의 둘째 고모였다.소민아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술을 마시겠다고요? 누가 허락한대요?”그녀는 큰 걸음으로 걸어가 와락 상을 엎어버렸다.둘째 고모는 안타까움에 허벅지를 두드렸다.“아이고, 이런 망둥이 같은 여자를 봤나. 몇백만 원이나 되는 음식을 쏟아버리다니!”일반인 한 달 월급에 달하는 금액이었다.옆에 있던 도우미가 이마를 찌푸리고 노원우의 옆으로 걸어갔다.“형, 빨리 사람을 불러 끌어내! 아니면... 우리 계획이 틀어지잖아. 나 소씨 집안 재산으로 여자친구한테 집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단 말이야!”노원우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실은 그는 소민아의 입에서 성세 그룹 사람이 오고 있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당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