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세 그룹 대표님과 그 동생분이 오시면 난 공손히 모실 거야. 조금 전 성세 그룹 아가씨가 온다고 했지? 그럼 20분 기다려줄게. 그 안에 오지 않으면 파티 다시 시작할 거야.”“20분이면 20분이지. 누가 널 무서워한다고!”아홉째 이모가 말했다.“누군 높으신 분들 만나본 적 없는 줄 아나! 뭘 그렇게 대단하다고!”열몇 살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옆에 있는 누나에게 물었다.“누나, 현아 누나 말이에요. 설마 정말 그 아가씨와 아는 사이인 건 아니겠죠? 난 한 번도 그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 없어요.”“몰라. 나한테 묻지 마!”“누나, 또 현아 누나 옷 훔친 거예요? 말했잖아요. 현아 누나 옷은 현아 누나가 입어야 예쁘다고요. 누나가 입으면 웃겨요.”“입 다물어! 말끝마다 현아 누나 현아 누나. 그렇게 좋으면 소현아 친동생 해! 날 귀찮게 하지 말고.”천하 일성답게 종업원들이 빠르게 달려와 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바닥을 깨끗이 치웠다.노원우는 새로 음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20분... 이미 18분이 지나 2분밖에 남지 않았다.여든 살의 어르신이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다.“내가 보기엔 기다릴 필요 없어. 빨리 시작해.”“맞아! 원우야, 할아버지 몸 안 좋으신데 어서 시작해. 느닷없이 나타난 사람이 소란을 부린 것만 해도 창피한 일이야. 이 일이 밖으로 알려진다면 우리 노씨 가문 사람들이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어.”“맞아. 대단한 인물은 무슨. 다 거짓말이야. 돈을 그렇게 많이 냈는데 경비원도 없어? 빨리 사람을 불러 끌어내. 쓸데없는 말 듣고 있지 말고!”소민아는 장소월의 연락처를 받지 못한 걸 후회했다.“성세 그룹 대표님은 나타나지 않으실 것 같네. 당연한 일이지. 그분이 어떤 분인데... 현아야, 안 그래?”“싫어... 싫어... 난 너랑 결혼 안 해!”소현아는 일그러진 얼굴로 그를 향해 소리쳤다.오늘 파티가 끝난 뒤, 그와 혼인신고만 하면 그녀는 반드시 죽게 된다.그녀는 또다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노원우는 호텔
호텔 프런트 매니저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하고 즉시 달려와 살펴보았다. 그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화들짝 놀랐다.그는 기성은을 보자마자 머리를 조아리며 다가왔다.“기 비서님, 이곳엔 무슨 일이세요?”소민아는 미친 듯이 소리쳤다.“절 찾아온 사람이에요.”그 말을 들은 프런트 매니저는 곧바로 호텔 경비원에게 눈짓을 보냈다. 경비원이 소민아를 놓아주자 그녀는 곧바로 기성은의 곁으로 뛰어갔다.“기 비서님? 소월 언니한테 오신다는 말 못 들었는데...”기성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소민아는 확실히 놀랐다.하지만 누가 오든 마찬가지였다.기성은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서울엔 성세 그룹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성세 그룹 회장 최측근인 기성은의 등장은 사람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성세 그룹과 소씨 가문은 모든 면에서 천지차이다. 그 작고 보잘것없는 소씨 가문에게 어떻게 성세 그룹이라는 뒷배가 있을 수 있겠는가!기성은은 아무 말 없이 소민아를 흘끗 쳐다보았다.“소민아 씨, 아가씨가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해요. 대표님께서 저에게 먼저 이쪽으로 와 축하 인사를 전하라고 지시하셨어요.” 기성은이 손을 들어 올리자 뒤에 있던 경호원들은 예쁘게 포장된 선물 상자 몇 개를 들고 왔다. “비싼 선물은 아니지만 진심을 담아 준비했으니 받아주세요.”경호원들이 선물 상자를 하나씩 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모두 고가의 귀중한 보석과 액세서리였다.손님들은 모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제 눈이 잘못된 걸까요? 지난주 파리 패션위크에서 모델이 착용했던 4억 원이 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 아니에요?”“아직 시중에 나오지도 않았잖아요? 성세 그룹 사람들은 어떻게 저걸 손에 넣은 걸까요?”“네, 구매 예약도 못 했어요.”“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저 파란색 다이아몬드 반지, 혹시 저번 자선 경매에서 60억에 팔린‘심해의 눈물’ 아니에요?”“소씨 가문과 성세 그룹은 대체 무슨 관계일까요? 이렇게나 쉽게 60억을 내놓다니요!”“그러
경호원이 전연우의 손에서 골프채를 건네받아 옆으로 가져갔다.장소월은 이어폰을 착용하고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었다.가장 먼저 소민아가 화를 내며 다투는 목소리가 들렸다.그 목소리...전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그쪽 가족은 아직도 체면이라는 게 있긴 해요? 언니를 위한 선물이라고 말했잖아요. 당신들 뭐 하는 거죠? 두 사람 아직 결혼한 거 아니에요! 이걸 탐낼 자격 없어요. 배은망덕하고 수치심도 없는 뻔뻔한 사람들... 양아치들! 날강도들!”그러자 아주머니 한 명이 소민아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다 우리 것이야. 그냥 지금 가져가는 게 나아.”“그래요! 배짱 있으면 가져가요! 감히 손을 댄다면 내가 손모가지를 잘라버릴 거예요.”기성은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소민아를 바라보았다.소민아가 단호하고도 강인한 표정으로 말했다.“주홍, 와서 우리 물건 다 가져가.”노부인은 탐욕스러운 얼굴로 보석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돈, 돈, 이건 다 돈이다!몇 평생을 살아도 다 쓸 수 없는 거대한 액수의 돈 말이다.“소 비서님, 강도죄 형량이 몇 년인 줄 알아요?”“3년 이상 10년 이하입니다.”“맞아요. 하지만 빠뜨린 게 있어요. 이 물건들의 가치를 고려하면 무기징역으로 처벌당할 수도 있어요. 성세 그룹 물건은 아무나 만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소현아 씨, 자신의 물건은 앞으로 스스로 잘 관리해야 해요.”소현아는 노원우을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올 거라고.”“지금 당장 네 친척들과 친구들을 데리고 내 집에서 나가! 난 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둘째 할머니가 눈을 부릅뜨고 일어섰다. “원우야, 저게 무슨 말이야? 그렇게 큰 집에서 우리가 아니면 누구랑 살겠다는 거야? 우릴 쫓아낼 생각을 하다니!"순간 노원우는 백지장처럼 창백해진 얼굴로 감히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노원우는 매몰차게 등을 돌리고 떠나는 여자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순식간에 공황
“기 비서님, 소월이는 왜 안 왔어요?”기성은이 대답했다. “아가씨는 이미 도착해 대표님과 아래층에서 골프를 치고 계십니다. 대표님께서 파티는 저에게 알아서 마무리하라고 지시하셨으니, 아가씨를 만나고 싶으면 지금 가도 돼요."“그럼 부탁드릴게요. 기 비서님. 감사합니다.”기성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별말씀을요.”노원우가 후회에 가득 찬 얼굴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현아야...”소현아는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며 시선을 돌렸다. “내가 말했잖아. 날 괴롭힌 만큼 벌 받게 될 거라고.” 그녀는 그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긴 채, 매정히 돌아서 자리를 떠나버렸다.한 무리의 사람들만 남아 고성을 지르며 언쟁을 벌였다.노원우의 친척들은 급기야 단상으로 올라가 노원우를 원망했다.“원우야, 이게 무슨 일이냐? 현아 쟤 왜 저러는 건데? 네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주면 집으로 보답하겠다고 했던 말 잊으면 안 돼!"“이 결혼 대체 하는 거야, 마는 거야?”“맞아! 형, 나 아직도 형이 주겠다던 집만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신혼집도 없이 어떻게 결혼해?”“이 보석들을 내 딸이 결혼할 때 혼수를 준비하는 데 쓴다면 나중에 부잣집 사위를 맞을 수 있을 텐데... 노원우, 너 말 바꾸면 안 돼!”“다들 닥치세요!”노원우가 소리쳤다.“돈 돈 돈 돈, 돈 빼고 아는 게 있기나 해요?”“소씨 집안을 먼지 한 톨 남기지 않고 탈탈 털어야 그만할 거예요?”소민아의 말이 맞다. 그들은 그저 돈밖에 모르는 기생충들이었다.뒷이어 형사들이 안으로 출동했다.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노원우 씨, 당신을 협박 및 감금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에겐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타인의 집에 무단침입해 절도죄를 행한 몇몇 분들도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두 형사는 노원우에게 수갑을 채우고 곧바로 연행했다.뭔가 잘못된 것을 감지한 다른 친척들은 당장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아
그녀가 또다시 말했다.“고마워.”장소월은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경호원이 막고 있던 손을 내려놓자마자 소현아는 장소월을 와락 껴안았다. 얼마나 세게 안았는지 장소월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나며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기까지 했다.소현아는 장소월의 품에 폭 안겨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야.”“나한테 전화도 안 하고... 나 진짜 죽을 뻔했단 말이야.”그 말은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장소월은 그녀의 목과 등 군데군데 남아있는 검붉은 멍 자국을 발견했다...“민아 씨가 이미 다 말해줬어. 현아야...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소현아는 울먹이며 고개를 저었다. “하나도 안 늦었어. 다시 만나게 된 것만으로도 난 행복해. 선물도 많이 받았으니 용서해 줄게."“이제 눈 똑바로 뜨고 다녀야 해. 다시는 그런 나쁜 놈한테 속으면 안 돼!”“그럴 일 없을 거야! 앞으로는... 네가 곁에 있으면 아무도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못해.”노원우는 원래 소씨 집안의 후원을 받는 가난한 집 학생이었다. 소현아도 서울대에서 그를 만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그에 관한 정보들은 모두 아버지의 프로필에서 봤었다.대학 시절, 소현아는 구석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괴롭힘을 당하던 노원우를 우연히 발견하고 그를 도와주었다.그 후... 노원우는 명확한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소현아에게 접근했다.노원우는 항상 소현아를 모든 면에서 세심하게 배려하며 정성껏 챙겨주었다.소현아의 아버지 역시 노원우를 딸을 평생 맡길 수 있는 믿음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심지어 두 사람에게 교제를 부추기기도 했다.처음에 소현아는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어 신장에 문제가 생기자 선뜻 아버지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한 노원우에게 감동해 그의 마음을 받아주었다.하지만... 그 이후 노원우는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했다.소씨 집안에 들어가 살면서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 친척들을 모두 집안으로 불러들여 이것저것 일을 맡겼다.처음
끌려가던 사람들은 소현아를 보자마자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소현아! 네가 꾸민 짓이지! 다 너 때문이야!”“잡아가야 하는 건 저 여잔데 왜 우릴 데려가요!”“맞습니다, 형사님. 우리는 모두 아무 잘못도 없는 정직한 사람들입니다! 무슨 착오가 있었을 거예요.”경찰이 그들에게 소리쳤다. “조용히 하세요”“젠장, 이 난장판을 만든 건 저 두 개년들이야. 소현아 기다려. 나오면 절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형사는 여전히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붓는 아주머니에게 일갈했다. “감옥 생활을 몇 년 더 늘리고 싶은게 아니라면 다들 닥쳐요! 저분은 당신들이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우리보다 돈이 많기나 해요?”장소월은 더 이상 그들을 보고 싶지 않았다. “다른 데로 가자.”“그래.”경찰차가 와 그들을 앉히고 데려가고 나서야 시끄럽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소현아, 거기 서.”장소월과 소현아 앞에 요정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막아섰다. 소현아 옆에 있는 여자를 본 그녀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소녀는 재빨리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엄마가 경찰에 끌려간 건 다 너 때문이야. 내가 얼마나 어렵게 대학에 들어갔는지 너도 알잖아. 학교에서 나한테 감옥에 간 엄마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난 앞으로 어떻게 학교를 다녀?”“가능한 한 빨리 집을 나가겠다고 했잖아. 꼭 이렇게 소란을 피워야 만족하겠어?”이제 겨우 몇 살밖에 안 된 꼬마는 소현아의 치마를 붙잡고 울먹였다.“현아 누나, 우리 엄마 괜찮겠죠?”장소월은 마음이 약해져 어쩔 줄 모르는 소현아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악역은 여전히 그녀의 몫인가 보다.장소월은 소현아를 막아서며 차갑게 말했다. “네 엄마가 잘못한 게 없다면 여기서 울 필요 없어. 경찰이 다 명백하게 조사할 거야. 현아한테 말해도 소용없어. 학교는... 이미 초등학교에서부터 배웠잖아. 나쁜 짓을 하면 반드시 그에 해당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이야. 그렇게
“난 괜찮아, 하나도 안 아파.”오직 장소월을 걱정시키기 싫어 한 말이었다.어릴 적부터 소현아는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았을 정도로 공주님처럼 곱게 자랐다. 하지만 최근 2, 3년 동안 갖은 고초를 겪은 탓에 손등에는 화상 상처가 가득 뒤덮여 있었고, 부드럽던 손은 잔뜩 거칠어져 있었다.그때 기성은이 다가와 말했다.“아가씨, 시간이 다 됐으니 이제 가야 합니다.”형사 한 명도 다가왔다. “소현아 씨의 진술이 필요합니다. 죄송하지만 경찰서까지 같이 가주실 수 있을까요?”소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소월아, 그럼 난 갈게.” “그래.”소현아는 아쉬운 감정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소월아, 나 혼자 가기 무서워.” 장소월이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벙긋거리자, 기성은이 말을 가로챘다.“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경찰서에 따라가서 모두 처리하겠습니다.”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되겠네요.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현아를 보호해 주세요.”“당연하죠.”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본 뒤에야 장소월은 천천히 고급 리무진으로 걸어갔다. 경호원이 차 뒷좌석 문을 열어 주었다.장소월이 허리를 굽혀 들어가 앉자 전연우는 레드 와인 한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마셔봐.”장소월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롱 원피스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오랫동안 마시지 않았어.”“괜찮아. 조금은 마셔도 돼.”그는 검은색 셔츠 소맷자락을 걷어 올려 단단한 팔뚝을 드러냈다. 뼈마디가 뚜렷하게 솟아나 있는 손가락으로 잔을 잡으니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전연우... 나 알코올 알레르기 있어.”그녀는 슬픔을 달래기 위해 술의 힘을 빌렸던 적이 있었다. 당시 술을 마시기 위해 매번 알레르기 약을 먹곤 했었다.전연우가 손을 멈추었다. 그녀에게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그였다.“왜 이제야 얘기하는 거야?”“말할 필요 없었어.”그녀가 말했다고 해도 그는 마음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장소월은 예전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취
“중복 결혼은 범죄야, 전연우.”“무서워?”그는 오늘 유난히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장소월이 대뜸 아버지의 말을 꺼냈다. “아...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 너도 장씨 집안에서 오랫동안 지냈으니 나보다도 더 잘 알 거야. 장례를 치른 뒤 최소 3년은 지나야만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걸.”장소월이 도망치려 했지만 전연우는 그녀를 놓아주기 만무했다. 도리어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손깍지를 낀 다음 무릎에 올려놓았다.“난 인내심이 별로 없어.”장소월은 그에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가슴을 꽉 막고 있는 무언가를 너무나도 분출해 내고 싶었다.“대체 나와 결혼해서 네가 얻는 게 뭐야? 난 아이를 낳을 수 없고, 그 아이는 가짜잖아. 나와 결혼하려는 건... 그저 네 그 못 말리는 소유욕 때문이잖아. 넌 그저 네가 갖고 싶은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지 않은 거야. 시간이 지나면 또 날 쓰레기 치우듯 매정하게 버려버리겠지.”“왜 그렇게 확신하는 거야? 너에 대한 내 마음이 그저 한순간의 욕심이 맞는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나보다 널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장소월은 다시는 그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용기를 내어 그에게 솔직하게 말했다.“송시아가 다시 태어나 두 번째 생을 살고 있다고 너한테 말했었지?”그의 얼굴이 어두워지고 그녀를 단단히 잡고 있던 손에도 점차 힘이 풀렸다. 장소월은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내뱉었다.“일이 이렇게까지 됐으니 이제 솔직히 털어놓고 싶어... 왜냐하면 난 더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지도, 또다시 너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싶지 않아.”“전연우... 전생이든 이번 생이든 우리가 함께하면 좋은 결과는 결코 없을 거야. 네가 나한테 가져다주는 건 고통뿐이야...”“전생에... 우리 결혼했었어!”“전생 우리의 8년이라는 결혼 생활 동안, 넌... 집에도 거의 오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