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연우는 인시윤과 혼인신고를 한 이후에도 줄곧 로즈 가든에 머물렀다. 다만 장소월은 더는 그와 함께 회사에 가지 않았다.장소월의 출현은 이미 적잖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었다.인시윤이 성세 그룹의 안주인이 된 지금, 그녀가 또다시 나타난다면 사람들이 무슨 말을 떠들어댈지는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전연우와 인시윤의 결혼식 3일 전부터 서울시 전체는 성세 그룹과 인하 그룹이 사돈을 맺었다는 소식으로 뜨겁게 들끓었다.두 사람의 예식장은 서울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호텔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호텔 측에선 아예 3일 동안 문을 닫고 결혼식 준비에 매진했다.장소월은 인시윤이 보낸 경호원의 도움으로 또다시 청연사로 향했다. 오직 강영수를 위해 날씨가 좋지 않은 날 빼고는 매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산에 올랐다.어젯밤 전연우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여 그녀는 어둑한 새벽 일찍 출발했고 산봉우리에 도착하니 해가 완전히 떠올라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오늘 청연사엔 불경을 드리러 온 사람이 별로 없었다. 장소월은 처음으로 청연사에 들어온 사람이었다. 문이 열리고 회색 승복을 입은 스님이 걸어 나왔다.“아미타불, 장 시주.”장소월이 매일 절에 드나든 탓에 많은 스님들이 그녀를 알아보았다.장소월은 늘 그랬던 것처럼 불상 앞에서 몇 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다.두 번째 이곳에 왔을 땐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었다...세 번째,네 번째.다섯 번째...항상 강영수가 하루빨리 의식을 되찾고 몸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그가 깨어날 때까지 매일 매일 이곳에 올 생각이었다.하지만... 강영수의 상황은 하루하루 더 악화 됐다. 신장 등 장기 기능까지 천천히 퇴화하여 갔다. 의사 선생님은 이후 닷새 안에 깨어나지 못한다면 가망이 없으니 치료를 지속해 나갈 필요도 없다고 통보했다.주지 스님이 걸어 나왔다.“장 시주, 애쓰지 말고 그냥 하늘의 뜻에 순응하십시오. 아미타불.”장소월이 간신히 새어 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전 예전 운명 같은
그때, 돌연 불어온 바람에 휩쓸려 운을 점치는 대나무가 꽂혀있던 통이 쓰러졌다.주지 스님이 급히 달려가 바닥에 떨어진 대나무를 주워보니 엄청난 길운을 의미하는 대나무였다.장소월은 산에서 내려온 뒤 병원으로 향했다.매번 그녀가 올 때마다 인경아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자리를 떴다.하산하던 중 장소월은 아무런 징조도 없이 돌연 피를 토해냈다. 이어 정신을 잃고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요즘 장소월은 줄곧 자기 몸을 혹사했다. 제대로 잠을 잔 날이 언제였던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경호원은 급히 장소월을 업고 아래로 내려가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향했다.장소월은 엘리트 개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었다.배드에 누워 응급실로 향하는 순간, 어렴풋이 정신이 돌아왔다.그녀의 눈에 보고 싶지 않았던 한 사람의 얼굴이 들어왔다.서철용!그는 마스크를 하고 그녀의 몸을 검사하고 있었다.“서 선생님, 검사실 준비 마쳤습니다.”“그래요.”서철용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마주하고는 마스크를 내리고 말했다.“소월 씨, 우리 또 만났네요?”간호사는 옆에서 장소월의 몸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주고 있었다.그때, 다른 간호사 한 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서 선생님, 이제 환자분 들여보내도 됩니다.”배드 바퀴가 굴러감과 동시에 장소월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검사할 필요 없어요. 뇌암 말기예요. 이제 치료도 못 해요.”두 간호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서철용이 요사스러운 눈을 가늘게 치켜뜨며 말했다.“우리 소월 씨는 농담도 잘한다니까요. 알겠어요... 연우가 모레 결혼식을 올린다고 하니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거죠?”장소월이 그와 똑바로 시선을 마주하며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목숨으로 당신과 장난칠 사람으로 보여요?”그녀는 시선을 돌려 머리 위 하얀색 벽을 보며 말했다.“제 가방에 약이 있어요. 그리고 새 옷 좀 부탁드릴게요. 감사해요.”장소월은 입을 여는 순간 농후한 피 냄새를 느꼈다.그녀는 이런 불쾌한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다. 서철용은 고집대로 그녀
서철용은 전연우를 향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왔네.”그가 뭐라 말했던가.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건 시간 문제라 하지 않았던가.친자 감정서까지 확인했음에도 장소월을 사랑해 버리고 말았다.전연우와 인시윤은 모두 장소월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줄곧 서철용에게 멈춰 있었다. 인시윤이 다가가 장소월의 손을 잡았다.“왜 갑자기 병원에 온 거야? 어디 아파?”인시윤은 장소월의 몸 상태를 잘 알고 있다. 그저 그녀의 병을 숨기려 한 말일 뿐이었다.장소월이 시선을 거두었다. 서철용은 흥미로운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기대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장소월은 알고 싶었다. 서철용은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그가 어떻게 어머니를 아는 걸까?설마 어머니의 무덤 앞에 있던 그 꽃이 서철용이 가져다 놓은 건가?전생에서 장소월은 서철용과 엄마의 관계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리고... 엄마는 그녀를 낳을 때 과다 출혈로 돌아가셨다 하지 않았던가?이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 엉켜버려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전생에선 이런 일들에 대해 아무도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았었다.장소월이 덤덤히 말했다.“산에서 내려올 때 조심하지 않아 삐끗해서 넘어졌어.”이건 경호원, 인시윤, 그리고 장소월이 사전에 맞춰두었던 이유였다.옆에 있던 서철용은 모든 걸 알아보았는지 혼자 은밀한 웃음을 지었다.전연우의 음산한 눈빛이 서철용에게로 향했다. 그가 차갑게 말했다.“검사 보고서는?”서철용이 아무 일도 없는 척 어깨를 들어 올리며 가볍게 말했다.“소월 씨가 얘기했잖아? 그냥 넘어진 것뿐이니까 별문제 없어. 우리 소월 아가씨는 몸이 너무 약해. 앞으론 얌전히 집에만 있고 어디든 안 나가는 게 좋겠어.”사람들의 말에 장소월은 짜증이 밀려왔다.“난 괜찮으니까 어서 가! 이 링거만 다 맞으면 혼자 집에 갈 수 있어.”인시윤이 걱정스레 말했다.“여보, 먼저 가요. 오후 회의가 있다고 했잖아요. 병원엔 제가 있으면 돼요. 집에 돌아가면
남자는 고분고분 자기 말에 잘 따라주는 여자를 좋아한다. 혼인신고를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데다 모레면 결혼식까지 해야 하니, 인시윤은 전연우와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싶지 않았다.인시윤이 나가자 병실엔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장소월은 밀폐된 공간에서 전연우와 단둘이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숨 막힐 듯한 침묵이 온몸을 옥죄어왔다.장소월의 안색은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누가 봐도 넘어져서 입원한 사람 같지는 않았다.전연우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차갑게 말했다.“지금까지 줄곧 그놈과 연락하고 있었던 거야?”“오빠, 그런 것에 신경 쓸 시간에 새언니한테 잘해주는 낫지 않아? 여동생한테 더러운 짓도 그만해. 소문나면 내 이름만 더럽혀져.”전연우가 이마를 찌푸렸다.“꼭 그런 식으로 나한테 말해야겠어?”장소월은 덤덤히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내 말이 틀렸어? 이 세상에 너보다 역겨운 사람은 없어. 전연우!”“네가 내 몸을 만질 때마다 역겨워 미치겠다고.”“걱정하는 척 연기하지 마. 내 몸이 왜 이렇게 됐는지는 네가 나보다 더 잘 알잖아.”“어느 날 내가 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는다면 그건 분명 너 때문일 거야.”전연우가 그녀의 옆으로 성큼 걸어가 손을 들어 올렸다.“내 몸에 손대지 마.”전연우의 손이 경직되어 허공에 멈추었다.“소월아, 인시윤과는 그냥 결혼한 척 연극을 하는 것뿐이야.”“연극이든 뭐든 상관없어. 난 그냥 네가 나에게서 멀리 떨어졌으면 좋겠어.”“됐어. 나가. 더는 널 보고 싶지 않아.”“나가라고!”인시윤은 바깥에서 주름이 생길 정도로 드레스를 꽉 움켜쥐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안에서 전연우가 나오자 그녀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저기...”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연우가 말했다.“잘 보살펴 줘요.”“네.”인시윤이 병실로 들어갔다.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아직은 장소월 앞에서 고스란히 드러낼 수 없었다.더욱이 곧 죽을 사람이 어떻게 그녀의 경쟁상대가 될 수 있겠는가.“정말
“그건 걱정하지 마. 연우 씨는 절대 오빠를 해치지 못해. 이젠... 내 오빠이자 연우 씨의 형님이기도 하잖아.”인시윤의 확신에 찬 말투에 장소월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안전하게 강영수와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장소월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인시윤은 떠나기 전 약속대로 아래층 약국에서 약을 받아왔다. 장소월은 곧바로 그 약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전연우와 한패인 이 더러운 병원에서 준 약을 어떻게 믿는단 말인가.장소월은 강영수를 보러 위층으로 향했다. 그녀의 몸은 이미 많이 호전되었다.그녀는 침대 옆에 앉아 면봉에 물을 적셔 그의 입술에 발라주고는 죽은 사람과도 같이 생기 하나 없는 강영수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장소월이 사소한 이야기로 말을 시작했다.“오늘 대사님께서 경서 하나를 주셨어. 넌 부처님의 은총을 받는 관상을 갖고 있어서 머지않아 몸을 회복할 거라고 하셨어.”“넌 이미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잠들어있었어. 이제 더는 자지 마. 응?”“영수야, 몇 개월만 더 지나면 서울에도 눈이 내릴 거야...”“학교 조각상 뒷면에 새겨진 글자 봤어. 내 이름이더라고.”장소월이 약간 울먹이며 말을 이어갔다.“나 요즘 지난 4년 동안 나한테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얘기했어. 너 듣고 있는 거야? 나 정말 네가 빨리 깨어났으면 좋겠어. 예전의 그 강영수를 보고 싶단 말이야.”“김남주와의 일은 더는 문제 삼지 않을게. 그러니까 얼른 깨어나, 응?”장소월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 그의 초췌한 얼굴에 떨어졌다. 뜨거운 눈물이 피부에 닿은 순간, 강영수의 몸이 약간 움직이는 것 같았다.그때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장소월은 빠르게 눈물을 닦고 마음을 가다듬었다.경호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아가씨, 이제 가셔야 합니다. 대표님께서 이미 로즈 가든에 도착해 저희더러 아가씨를 모셔 오라고 하셨습니다.”“알겠어요. 밖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장소월이 창밖을 내다보
전연우가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병원에서 하루 종일 잤잖아. 아직도 잠이 부족해?”“내가 돌아오라고 하지 않으면 안 돌아올 생각이었어?”장소월은 그가 왜 화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말투는 마치 부모님이 집에 늦게 들어온 아이를 나무라는 듯했다.전연우와 장소월의 나이 차이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여덟 살이다. 어렸을 때부터 전연우는 늘 장소월을 통제했다. 학교를 마친 뒤 한 시간만 늦게 들어와도 왜 늦었는지 자초지종을 자세히 설명해야 했다.당시 장소월은 그를 좋아했고 그에게 고백도 했다. 하지만 매번 돌아오는 건 차가운 거절이었다.그는 늘 우리 둘은 남매일 뿐이라고 말했다.장소월의 옆에 이성이 나타날 때면, 전연우는 늘 그들의 접근을 막아버렸다.한번은 장소월이 상처를 입고 다른 방식으로 그를 잊어야겠다는 생각에 남자친구를 만난 적이 있었다. 사귄 지 3일째 되던 날, 전연우는 어디에서 소식을 들었는지 바로 남자를 전학시켜 버리고 그녀와 헤어지게 만들었다.장소월 또한 이 모든 일은 그의 간섭과 연관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장소월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전연우, 넌 이제 장씨 집안과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호자 같은 태도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하지 마.”그녀는 그의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아 곧바로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그녀가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전연우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요즘 청연사에 가서 뭐 했어?”“절에 가서 뭘 하겠어? 쓸데없는 일에 너무 많이 간섭하는 거 아니야?”장소월은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몇 번을 시도했음에도 벗어나지 못해 한숨을 내쉬었다.“부처님 앞에서 하루빨리 네가 나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날 놓아주게 해달라고 빌었어.”“이 경서는 어디에서 온 거야?”“주지 스님이 주셨어.”장소월은 그에 대한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나 진짜 피곤해. 궁금한 거 있으면 한 번에 다 물으면 안 돼?”아무도 감히 그에게 이런 말을 하지 못한다. 하늘 아래 장소월 단 한 사람뿐이다.
거실에선 아무런 인기척도 들려오지 않고 고요함이 내려앉았다.장소월은 전연우가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조금 전 그녀가 한 말을 신경 쓰고 있을까?그녀에게 저지른 일에 대해 후회하고 있을까?장소월이 아는 전연우는 절대 너그럽고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다. 잔인한 일을 저지르고도 절대 자신이 한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그는 강용을 이용해 강한 그룹을 손에 넣었다. 그가 벼랑 끝으로 내몰려 그녀의 목숨으로 협박했을 때도 전연우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결국 강용은 스스로 뛰어내리는 것을 선택했다. 마지막 순간 그녀에게 미안해 한 마디를 남기고 그녀를 밀친 뒤 자결했다.그녀는 온몸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남편으로서 다가가 그녀를 부축하기라도 해야 했거늘,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차갑기 그지없는 눈으로 훑어보고는 송시아와 함께 그녀의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장소월은 전연우의 매정함을 뼛속 깊이 느꼈었다.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전연우는 절대 아무에게도 마음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장소월은 씻은 뒤 침대에 기대어 앉아 불경을 읽었다.저녁 11시, 장소월은 피곤함이 밀려와 책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조명을 끈 뒤 잠자리에 들었다.거실엔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재떨이엔 담배꽁초가 가득 차 있었다.전연우는 장소월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오늘 장소월은 한 번도 드러내지 않았던 감정을 터뜨렸다.아이...장소월의 아이?전연우는 자신의 아이에 대해선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 만약 아이가 있다면 자신은 좋은 아버지가 되지 못할 거라는 걸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지루하고 의미 없는 결혼의 산물이라니.만약 어느 날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많고 많은 여자 중 아무나 골라 만들면 되는 것이다.결혼, 아이... 이 두 단어를 떠올리니, 전연우의 머릿속에 돌연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만약 그에게도 그녀와 함께 낳은 아이가 있다면... 장소월과...머릿속에서 행복한
수백 번이나 멍청이라고 불렀던 그녀를...대체 언제부터?이런 감정은 회한인가?그가 지금 후회하고 있다고?실은 전연우 자신도 알지 못했다.자신이 장소월에게 어떤 감정이 있는지는 더더욱 알지 못했다.전연우는 그저 자신의 물건이 떠나가게 놔두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수많은 밤, 그녀의 방에 들어갔던 건 힘들어 녹초가 되어가는 그녀를 지켜보며 채우는 삐뚤어진 소유욕 때문이었다.전연우는 그저 그녀를 눈에 자신만을 담고 있었던 예전의 장소월로 돌려놓고 싶었을 뿐이었다.무슨 수를 쓰든 그녀를 옆에 두고 싶었다.이게 흔히 말하는 사랑이라면...못 할 것도 없지. 사랑 그까짓 거 해보면 된다.그녀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받아들일 것이다.만약 장소월이 그토록 아이를 갖고 싶다고 하면...아이 또한 안겨줄 수 있다.그들의 아이를.다음 날 아침.해가 갓 떠올랐을 때, 그녀는 아기 울음소리에 잠이 깼다. 희미한 정신으로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몇 분 뒤, 또렷한 아기 울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장소월은 침대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는데 베개에 누군가 잔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어젯밤 밤새 안 잤나?장소월은 호기심에 방문을 열고 나갔다. 거실에 들어선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전연우는 아이를 안고 있고, 기성은은 옆에서 그를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배고파하는 것 같아요.”장소월은 긴 머리를 움켜잡고 이마를 찌푸린 채 눈을 비비며 어지러운 탁자 위를 살펴보았다. 아기용품이 빼곡히 놓여있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이 아이는 어디에서 데려왔어?”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장소월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종아리가 드러난 잠옷 치마를 입고 발엔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전연우가 소파에서 일어나자 기성은이 아이를 받아 안았다.“이렇게 아이를 데려오면 엄마 아빠가 얼마나 걱정하겠어.”전연우는 담요를 들고 가 그녀의 몸에 둘러주었다.“마음에 안 들어?”“다시 한번 물을게. 이 아이 대체 어디에서 데려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