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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예전 강씨 집안은 깨끗했던 거 같아?”

“자고로 이긴 사람은 왕이 되고 진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이야.”

“사모님, 정말 바보가 됐는지, 바보인 척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생각해 보세요. 이깟 집과 손자의 목숨 중 뭐가 더 중요한지 말이에요.”

“제가 듣기로 강씨 집안은 근래 계속 적자라고 하던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네?”

“내일이 마지막 날이에요.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전 이만.”

코를 더럽히는 악취에 전연우는 이마를 확 찌푸리고는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자리를 떴다.

붉은 노을 아래, 길고 곧게 뻗은 그림자가 별장 문밖을 나섰다.

고고하고 우아하기 그지없던 박순옥은 현재 영락없는 치매 노인으로 전락했다. 대소변도 가리지 못해 실수하기가 일쑤였고 하인의 도움이 없이는 간단한 식사도 문제가 되는 상태였다.

도우미가 급히 박순옥에게 깨끗한 옷을 갈아입혔다. 희미한 등불이 비추고 있는 방 안, 드디어 정신을 회복한 박순옥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말했다.

“가서 강씨 저택 집문서를 갖고 와!”

박순옥은 눈을 감고 힘겹게 그 한마디를 꺼냈다. 큰 결단을 내린 것 같은 얼굴이었다.

도우미가 아연실색하며 말했다.

“이건 강씨 집안에 남은 유일한 재산입니다. 저택마저 없으면 어떻게...”

“강씨 집안의 영혼 같은 이곳이 중요하다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내 눈앞에서 손자가 죽어가는 건 도저히 볼 수가 없어. 죽더라도 내가 먼저 죽는 게 맞아. 내 말대로 해. 당장.”

인씨 집안도 그 전씨 놈과 한통속이 되어 강씨 집안 대부분의 재산을 몰수했다.

그녀는 혼자의 몸으로 쓸쓸히 커다란 저택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평생을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집마저 그의 손에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도우미가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가 복도에서 들려왔다. 이어 인경아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박순옥이 천천히 눈을 뜨고 그녀를 보며 말했다.

“여긴 왜 왔어?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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