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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봄바람이 불자, 소녀의 체향과 술 냄새가 뒤엉켜 스며들었다.

남자는 강한 힘으로 땅바닥의 여자를 잡아당겼다. 장소월이 똑바로 서지 못하고 넘어지려 하자, 남자가 그녀의 허리를 잡아주었다. 얇은 옷감 사이로 그녀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전연우는 그녀가 들고 있는 맥주를 빼앗아 보더니 말했다.

“한 캔 마시고 이렇게 취한 거야? 주량도 그대로고, 머리도 여전히 둔하네.”

나지막한 그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깃들지 않았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 원한다면 줄게. 좋게 말하면 될 것을 왜 욕하고 난리야?”

장소월은 술에 취해 그를 밀치고,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몸을 돌려 한쪽 팔걸이를 짚으며 계단을 올랐고, 나무 의자에 앉아 두 발을 웅크리고는 치마를 정리했다.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무슨 일이든 마음속에 담아두는 스타일이었다. 술에 취했어도 묵묵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가로등 아래, 짙은 색 캐주얼 차림의 전연우의 큰 그림자가 여자의 연약한 몸을 감쌌다.

“언제까지 여기 앉아 있을 거야? 집에 안 가?”

한참 후에야, 장소월의 우울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 집이 없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엄마가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좋을까. 절대 날 내버려 두지 않으실 텐데...”

전연우는 그녀와 함께 의자에 앉았다. 보기 드물게 인내심이 강한 모습이었다. 장소월은 남은 맥주를 마시고 나니 제대로 취기가 올랐다.

지금 벌써 11시가 되어가고 있으니, 공원 호수 주변은 이미 텅텅 비었다.

전연우는 그녀를 안고 조수석에 앉혔다. 만취한 장소월은 절대 술주정을 부리지 않았고 조용히 잠을 잤다.

예전의 장소월은 아무리 오만방자하게 굴었어도,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절대 밖에서 취하는 일이 없었다. 두 번의 인생을 통틀어 밖에서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연우가 손을 빼려는데, 여자가 갑자기 그의 옷 소매를 잡았다. 장소월은 갑자기 고개를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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