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은 계속되었다. 꿈에서 그녀는 전생에 있었던 모든 일을 다시 한번 완전히 경험하게 되었다.온몸이 땀범벅이었고, 잠옷을 흠뻑 적셨다. 전연우는 해열용 알코올로 그녀의 몸을 계속 닦아줬고, 잠옷도 몇 벌이나 바꿨는지 모른다.서울에서 이보다 더 연약하고 보살피기 어려운 사람은 또 없을 것이다.전연우는 한 번 또 한 번 장소월의 입에서 아이를 지운다는 소리를 들었다. 모든 키워드를 종합해보면, 그녀가 꿈에서 그들의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그녀는 울면서 아이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전연우는 차분히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웠지만, 마음속의 우울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장소월은 그렇게 아이를 원할까?하지만 전연우는 아무리 그녀의 몸을 탐해도, 심지어 그녀의 몸속에 자신의 씨앗을 남겨도, 장소월은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설사 아이가 생겼다 해도, 전연우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왜냐하면... 이 아이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직접 심은 열매는 반드시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법이다.메일함에서 알림음이 울리고, 도착한 메일을 확인해보니 장소월의 입에서 존재한 송시아라는 사람에 관한 정보였다.뒤이어 기성은이 전화를 걸어왔다.“구체적인 정보는 못 알아냈어요. 전국에 송시아라는 동명 인물만 300명 이상입니다. 그 사람들의 모든 자료는 이미 메일로 보냈습니다만 대표님께서 찾으시는 분이 그 안에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전연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됐어. 급하지 않아. 새 회사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분부하신 대로 진행 중이고, 남천 그룹의 적지 않은 고참직원들도 합류하고 싶어 해요. 대표님만 돌아오시면 됩니다.”“알겠어.”전연우는 다른 일들을 분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그가 메일을 확인하기도 전에 강지훈이 메시지를 보냈다.「윤서 씨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셨어요. 지금 병원에서 응급수술 중입니다.」메시지를 확인한 전연우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차를 몰고 별장을 떠났다.오귀화에게
“저를 용서하지 않더라도, 묵묵히 아가씨 곁에 있고 싶어요. 아가씨가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는 것도 지켜봐야, 제가 죽어도 마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아요...”“아가씨 깨나면 바로 드시게 제가 가서 죽을 데워 올게요.”조용한 방에서 문을 닫는 소리가 나자, 장소월은 눈을 떴다. 사실 전연우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깨어났다. 장소월은 처음으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아버지의 악행을 들은 것이다. 멍한 눈빛으로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사실 아버지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진작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그 누구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그녀는 잘못하지 않았지만, 장씨 성을 가진 이상 그 보복들은 그녀에게도 가해질 것이다.그래서, 장해진의 딸이라는 이유로 그녀는 억울하게 이 모든 일을 감당해야 했다.남을 탓할 자격은 더더욱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오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한 모든 행동을 용서할 수 있는 건 아니다.죽을 데워서 방으로 가져오려던 오 아주머니는 방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묵묵히 문 앞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돌아서더니 다른 하인에게 죽을 방으로 들여보내도록 했다.“아가씨... 하루종일 아프셨는데 좀 드세요.”“주세요.”하인이 빈 그릇을 들고 방을 나오는 것을 보자, 오 아주머니는 흡족하게 방으로 돌아갔다.장소월은 밤새도록 생각했지만 도무지 견딜 수 없었다.그녀는 몰래 짐을 싸서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아버지가 계신 병원으로 갔다.경호원은 장소월을 보자마자 말했다.“아가씨, 큰 도련님께서 아가씨 전화를 받지 못하셔서 걱정하고 계세요.”장소월은 덤덤하게 대답하고 병실로 들어갔다. 간호사를 내보내고 아버지와 단둘이 병실에 남았다.장해진은 이미 깨어났지만 아직 말도 못 하고, 거동도 불편했다.그녀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다. 용기를 내어 말하려 했지만 모두 가슴에 막히고 말았다. 한참 후에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영수와 결혼 취소할 생각이라고 말하러 왔어요.
장소월은 택시를 타고 강가의 본가로 향했다.오늘 날씨는 그 어느 때보다 흐렸다.변덕스러운 날씨에 더욱 우울해졌다.본가에 도착했을 때, 하늘에서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렸고, 강영수는 우산을 들고 와서 그녀를 안으로 데려갔다.“추워? 가서 옷 가져올게.”장소월은 현관에서 거실을 훑어보았다. 눈썰미가 좋은 그녀는 소파 밑에 있는 어린이 블록을 확인하고 시선을 한쪽으로 돌렸다.하인이 담요를 가져왔고, 강영수는 그녀의 몸에 둘러주었다.“고마워.”그는 항상 섬세하고 배려심이 깊어 무엇이든 잘 해내는 사람이었다. 결혼하면 분명 좋은 남편이 될 것이라는 걸 장소월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장소월의 남자가 아니다.“소월아!”박순옥의 목소리가 입구에서 울렸고 오 집사도 같이 왔다.어르신은 장소월의 옆에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더니 말했다.“왔으면 할머니한테 전화 좀 하지. 안 그래도 영수 보고 널 집에 데려와 식사하려던 참이었어. 네가 갑자기 귀국했다는 소식은 영수가 말해줬어. 우리가 반드시 더 좋은 의사를 찾아 네 아버지를 치료할 테니, 넌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장소월은 치맛자락을 움켜쥐며 말했다.“저는 오늘... 파혼하러 왔어요.”“죄송해요, 며칠 동안 고민했지만 역시나 안 되겠어요.”낙엽처럼 가벼운 그녀의 목소리가 듣는 이의 귀에는 쩌렁쩌렁 울렸다.거실의 하인조차 귀가 솔깃했다.오부연은 진작 장소월이 오늘 찾아온 목적을 예상하고, 하인들에게 흩어지라고 눈짓했다.강영수의 눈빛은 어두웠고, 차디찬 목소리로 거절했다.“난 동의할 수 없어.”박순옥은 그에게 침착하라는 눈빛을 보내고, 부드럽게 말했다.“소월아... 파혼이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바깥사람들은 모두 네가 미래의 강씨 며느리라는 걸 아는데, 이제와서 파혼이라니?”그들이 사실을 애써 숨길수록, 장소월은 더욱 슬퍼졌다.“나 알고 있어. 그날 통화 내용 다 들었어...”장소월은 평온한 눈빛으로 강영수를 바라보았다.“그리고 그저께... 아이랑 김남주와 함께 쇼핑몰에 들어가는
박순옥은 서둘러 입을 열었다.“소월아, 그 아이는 확실히 영수 잘못이 맞아. 영수가 그 아이를 받아들인 건 이 할미 생각이지 절대 영수가 원한 게 아니야. 내가 받아들이라고 부탁했어...”“네가 임신할 수 없다는 걸 알고, 내가 영수한테 아이의 양육권을 쟁취해 네 곁에 남겨, 엄마가 될 수 없는 네 한을 풀어주라고 했어.”“그래도 강씨 집안의 핏줄인 그 아이를 밖에서 김남주와 고생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어.”“소월아, 넌 착한 애잖아. 강씨 가문의 대가 끊기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있어? 이 할미 좀 이해해주면 안 되겠냐?”김남주는 구석에 몰래 숨어서 그들이 하는 말을 엿들었다.오부연도 말을 보탰다.“소월 아가씨, 이 아이는 두 분의 관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강씨 가문 사모님 자리가 쉽게 얻을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만약 진짜 화나신다면 다른 여자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해서는 더더욱 안 되죠.”“아가씨는 똑똑한 분이니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잘 아실 거로 생각합니다.”장소월은 일어서더니 박순옥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죄송합니다, 할머니. 제 선택은 여전히 파혼입니다. 제 선택으로 인해 불쾌하게 만든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말을 마친 장소월은 강영수가 직접 쓴 약혼서와 그녀에게 준 카드를 꺼냈다.“나머지 물건은 아버지께서 병이 나으신 후에 속속 강가에 돌려드리겠습니다.”“영수야... 그냥 이렇게 하자.”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있는 강영수는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 그녀의 손을 잡았다.“난 동의할 수 없다고 했잖아.”“우리 차근차근 얘기해.”“파혼만 아니라면,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줄 수 있어. 만약 아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강씨 가문에서 안 보이게 할게. 난 너만 원해.”박순옥은 얼굴빛이 흐려지더니 말했다.“그 아이는 반드시 강씨 가문에 남아야 해!”장소월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바로 이때 위층에서 다급한 소리가 났다.“작은 도련님, 내려가시면 안 돼요. 큰 도련님께서 소월 아가씨와 얘기 중이세
“떠난다고 해도 넌 강씨 가문 예비 며느리 신분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어.”“아직도 모르겠어? 네가 지켜야 할 건 우리의 약혼이 아니라, 남자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이야. 우린 정말 안 맞는구나. 행복하게 잘 살길 바라.”장소월이 그의 손을 뿌리쳤다.“약혼반지 잃어버렸어. 돈은 내가 천천히 갚을게.”“미안... 나 이제 가야겠어.”“안돼. 소월아!”강영수는 한 발 내디딘 순간, 두 다리에서 저릿하게 전해져오는 고통 때문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도련님...”“영수야.”쓰러진 강영수의 모습을 목격한 김남주도 걸어 나왔다.“아빠!”모든 사람들이 놀라 강영수의 주위를 에워쌌지만 장소월만은 단호히 몸을 돌리고 발걸음을 뗐다. 그들은 알지 못했다. 이것이 장소월의 영원한 안녕이 될 거라는 걸 말이다.하지만 이제 강씨 집안 사람들에게 장소월은 안중에도 없었다.장소월은 곧바로 파리행 길에 올랐다. 이번에 떠나면 언제 다시 돌아올지 그녀 자신조차 알지 못했다.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한편 교통사고를 당했던 백윤서는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다. 다만 다리에 경미한 골절이 생겨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아침 아홉 시, 전연우가 장소월이 남원별장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검은색 아우디 차량이 미친 듯한 속도로 달려 공항에 도착했다.전연우는 한 번, 또 한 번 연이어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수신 거부였다가 마지막엔 핸드폰 전원이 꺼져있다는 신호음이 들려왔다.전연우가 직원에게 물었다.“파리로 가는 제일 빠른 비행기가 몇 시죠?”“2분 전 비행기 한 대가 이미 떠났기 때문에 오전 비행기는 이제 없습니다. 가장 빠른 비행기는 오후 한 시 반에 출발합니다.”만약 강영수와 함께 하는 것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면, 그녀와 전연우의 사이를 개변시킬 수 없는 것이었다면... 이번 기회에 다시 해보면 된다.장소월의 출국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아무도 그녀의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방학이
호숫가 조각상 아래, 곧 졸업할 학생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소월아, 너 이 그림 콩쿠르에 나가면 분명 1등 할 거야.”가을바람이 어깨 위 짧은 머리카락을 휘날렸고 눈 부신 햇살이 하얗고 투명한 그녀의 얼굴을 비추자 백조처럼 매끈히 뻗은 목에 걸려있는 은색 목걸이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장소월이 붓을 들고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고마워.”4년이 지나 22살이 된 장소월은 18세 소녀의 앳됨을 벗고 어느덧 성숙함이 깃들어 있었다. 한번 미소를 지을 때마다 여자의 향기가 듬뿍 새어 나왔다.옆에 있던 금발의 여자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나 올해 졸업 작품 완성 못 할 것 같아. 나한테 실망감까지 들어. 허 교수님은 너 같은 학생이 있어서 참 좋으시겠어. 나와는 달리 이렇게나 많은 상을 땄으니...”장소월이 풀이 죽어있는 그녀를 북돋아 주었다.“새라, 조금만 더 노력하면 분명 할 수 있을 거야.”오후 학교에 돌아온 뒤, 장소월은 졸업 작품으로 제출할 가장 만족스러운 다섯 장의 그림을 꺼냈다. 좋은 작품은 상을 받게 된다.1등은 두둑한 상금뿐만 아니라 괜찮은 직장까지 얻는다고 한다.졸업식이 끝나고 난 뒤, 급히 직장을 찾는 건보단 커피숍에 돌아가 아르바이트를 했다.앞치마를 입고 있을 때, 함께 일하던 리사가 신문을 들고 흥분한 얼굴로 장소월을 향해 달려왔다. 손님으로부터 많은 팁을 받았을 때에만 보이던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소월아, 이 남자 봐. 파리 글로벌 잡지에 처음 이름을 올린 한국 남자야.”장소월은 리사가 소문난 얼빠라는 걸 잘 알고 있다.대체 얼마나 잘 생겼길래 저토록 흥분해있는 걸까?장소월은 오랫동안 국내 소식을 찾아보지 않았다. 대부분의 소식은 모두 다른 사람의 입에서 전해 들었었다.“그래? 축하한다고 전해줘.”“소월아, 너 너무 냉정해. 얼굴 한 번만 보면 너도 반할 거야.”“리사야, 남자한테 기대선 안 돼. 이제 그만 보고 일해.”장소월이 머리를 묶으며 쟁반을 들었다. 리사는 포기하지 않고
세계 무수한 기업들이 파산하자, 전연우는 대량의 해외 회사를 매입했고 수천만 명의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그 행동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 각종 신문과 TV에 보도되었다.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전연우는 세상의 관심을 받는 인물로 떠올랐고 전 세계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장소월은 그 모든 것이 우연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그녀가 알고 있는 바로는 전연우가 매입한 곧 파산할 기업들은 향후 5년 내 전 세계 500위 안에 들어갈 회사들이다.전연우의 행동은 처음엔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전연우가 부자 랭킹 순위권에 들어가자 사람들은 그가 그리 간단한 인물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의 이름은 악마의 주문과도 같이 장소월의 귓가에서 사라지지 않고 줄곧 맴돌았다.아무리 먼 곳으로 도망쳐도 그에게서 도망칠 수가 없었다.몇 년간 그의 변화에 대해 장소월은 이런 추측을 했었다.전생의 전연우가..혹시 그도 돌아온 게 아닐까.만약 정말 그렇다면...가을바람이 바짓자락을 스치자 그녀는 소름이 돋아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이 쓸데없는 생각을 했기를 간절히 바랐다.오후 직원 교육 시간, 카페 매니저가 말했다.“다음 주 저녁 8시, 크리스탈호 크루즈에서 큰 파티가 열려요. 본사에 일손이 부족해 소월, 리사... 5명이 가서 도와야겠어요. 일당은 평소의 3배, 그리고 만족할만한 포상금도 챙겨줄게요. 운이 좋으면 손님이 준 팁도 받을 수 있을 거예요.”장소월이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죄송한데 저 다음 주엔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요. 선생님이 여는 전시회에 가봐야 해서요.”매니저는 장소월의 선생님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저명한 화가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팬이기도 했기에 장소월에게 고개를 끄덕였다.회의가 끝나자 리사가 조금 실망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소월아, 너 없으면 나 분명 외로울 거야.”장소월이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전시회가 끝나고 시간 되면 나도 곧바로 가서 도울게.”허 교수님의
“12시엔 인시윤 아가씨와의 점심 식사가 예약되어 있습니다.”“저녁 6시, 자선 파티에 참석하셔야 합니다.”“5일 뒤엔 중요한 파티에 참석하러 파리에 가셔야 합니다. 초청장은 이미 대표님의 사무실에 가져다 두었습니다.”99층에 도착하자 세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왔다. 기성은은 옆쪽 비서 사무실로 들어갔고 송시아는 전연우와 함께 대표 사무실로 향했다.4년 동안 송시아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이 남자를 피라미드 가장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반면 강씨 집안은 천천히 쇠퇴했고 이제 전연우가 서울의 지배자가 되었다.송시아는 커피를 내린 뒤 책상을 돌아 그의 앞에 놓아주었다. 책상 아래 버튼을 누르자 대표 사무실 문이 닫혔다.송시아는 곧바로 남자의 다리에 앉았다.“대표님이 원하시는 거 제가 모두 이루어 드렸어요. 이제 몇 년이 지났으니 저한테 약속했던 거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송시아의 손이 그의 건실한 가슴팍을 훑어내렸다.그에 반해 전연우는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요즘 일이 덜 바쁜가 보네.”음산한 눈빛에 못마땅함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 기분을 선명히 드러내진 않았다. 또한 그녀를 밀어내지도 않았다.“성세 그룹은 이제 안정적인 상승 단계에 들어섰어요. 제가 말한 대로만 실행하면 대표님이 얻게 되는 건 훨씬 더 많을 거예요.”“4년이 지났는데, 설마 아직도 절 못 믿는 거예요? 오직 저만이... 대표님과 어울릴만한 사람이에요.”그 점만큼은 전연우도 부인할 수 없었다.그가 현재 이 위치에 오른 데엔 송시아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그녀는 처음 나타난 그 순간부터 그를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있었다.그녀는 마치 미리 완벽한 계획을 짜놓은 것처럼 전연우가 원하는 것을 전부 실현해 주었다.“송 비서가 출중한 능력으로 날 이곳까지 올려준 게 고작 내 와이프 자리가 탐나서였어? 너한테 다른 속셈이 없다는 거 내가 믿을 것 같아?”전연우가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치켜들었다. 빨간 입술을 노려보는 그의 눈동자는 어둡기 그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