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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연우는 윤서에게 혈기를 보양하는 한약을 먹이고 삼십 분이나 달랜 후 병실 밖에 나왔다.

시간이 너무 늦었는지라 그는 병원에서 하룻밤 쉬고 내일 돌아갈 생각이었다.

연우는 밖으로 걸어가 담배 한 대를 꺼냈다. 고요하고 어두운 베란다에서 야경을 보며 손으로 바람을 막고는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고는 입에 넣어 한 모금 마셨다.

“후.”

연기를 내뿜었다.

담배를 절반 정도 피웠을 때 철용이 진단서를 들고 찾아왔다.

“시간을 더 끌면 팔 년 전에 윤서에게 했던 최면 효과가 다 떨어질 거야. 이번에 정서 기복이 큰 게 바로 윤서 속마음이 반사된 거야.”

“만약 마음이 충분히 강하지 않다면 네가 주시하지 않았을 때 또 오늘 같은 일을 벌일 수 있어.”

담배의 니코틴은 마음속의 응어리를 많이 녹여주었다. 담배 성분은 사람을 중독되게 한다. 하지만 연우에겐 그렇지 않았다.

그는 중독된 느낌을 잘 알고 있었다. 갖고 싶을 때 갖지 못한다면 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았고 뼛속까지 짜릿한 아픔이 도졌다. 하지만 갖는다면 이런 느낌은 순간 절정에 달할 것 같았다.

하지만 연우도 잘 알고 있었다. 얼마나 끊기 어려운지 말이다. 그런 고통은 죽는 것보다 더 힘들게 했고 그는 그런 어둠 속에서 몇 년 동안 혼자 버텨온 것이다.

“이 몇 년 동안 내가 윤서에 대한 보호는 이미 넘쳐났어. 성인도 됐으니, 모든 일을 내가 대신 결정해 주는 건 옳지 않아.”

연우는 마치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이런 말을 내뱉었다.

철용은 라이터로 이 진단서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진단서가 불에 조금씩 삼켜져 나중에 잿더미로 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무리 밝은 빛이라도 이 둘만 만나면 모두 어둠 속에 먹힌다.

“이런 결정을 한 거 두 번 다시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

처음은... 그가 장소월에게 마음이 없다고 했을 때였다.

하지만 전연우는 마치 태어날 때부터 어둠 속에서 살기 적합한 사람 같았다. 빛을 보지 못하는 곳에서 음침하게 한없이 비뚤어지면서 말이다.

또 마치 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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