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07화

고요한 밤.

창밖엔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며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냈다.

두툼한 커튼은 바람에 휘날렸다.

사월의 날씨는 너무 춥지 않았다. 바람이 창문을 통해 병실에 불어 들자 쓴 약 냄새가 공기 속에 은은히 퍼지고 있었다.

백윤서는 깨어난 후, 연우를 마주하기 싫어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창문 밖 휘날리는 커튼을 보고 있었다.

“오빤 이미 나 버렸잖아요. 그런데 지금 왜 병원에 온 거예요? 돌아가요. 난 오빠 보살핌 필요 없으니까.”

연우는 침대 머리맡에 놓여있는 약을 들었다. 검은색 액체에선 쓴 향기가 퍼졌다.

“알겠어.”

그는 약을 다시 원래 자리에 내려놓고는 몸을 일으켰다.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본 후 말했다.

“지금 열두 시 십이 분이야. 십 분 동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줄게. 진정됐을 때 다시 들어올게.”

“오빠!”

윤서가 절박하게 그를 부르자 연우는 발걸음을 우뚝 멈췄다.

윤서는 입술을 깨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연우는 침대 옆에 앉아 윤서에게 이불을 덮어 주었다.

“따뜻할 때 마셔. 링거 다 맞으면 데려다줄게. 그리고 내일 학교 안 가도 돼. 이미 병가 신청했거든.”

윤서는 그의 손을 꼭 잡고는 초췌한 얼굴로 간절히 빌었다.

“오빠, 아까 우리 아무 일도 없었던 거로 하면 안 돼요? 난 계속 오빠 여자친구고 우리 헤어지지 말아요, 네?”

“오빠가 지금 날 안 좋아해도 괜찮아요. 시간이 지나면 내가 좋아질 수 있을 거예요. 오빠가 소월이 같은 타입 좋아하는 거 알아요. 그러니까 내가 고칠게요. 오빠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말이에요.”

“그냥 헤어지자는 말만 하지 말아줘요. 제발요. 다른 건 다 할 수 있는데 이것만은 안 돼요.”

한 사람을 좋아하는 건 원래 자신을 한없이 낮추게 된다.

어릴 때부터 윤서는 연우와 많은 일을 겪으면서 속으로 꼭 그와 결혼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이 다짐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간절함 속에 감정의 억제도 담겨 있는 목소리.

“윤서야, 네 인생엔 한가지 선택만 있는 게 아니야. 앞으로 삼 년간 대학을 다니면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