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대표님.”그 여인은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와 기세등등하게 힘껏 책상을 두드렸다.“이름은 전연우, 나이는 스물여섯, 장씨 가문에서 입양한 아들. 99년도에 음악학원의 퀸카를 스폰했고 작년 스키장에서 그 여인은 의문의 사고로 죽게 되었죠. 죽기 전에 당신과 말다툼이 있었고요. 두 달 전, 당신은 남해의 개발권을 우리 오빠에게 넘겨주었고 한진그룹과 남해 공동 개발 프로젝트의 계약을 체결하였어요. 계약을 체결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오빠는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고 당신이 면회하러 가기 하루 전날, 우리 오빠는 감옥에서 의문의 죽임을 당하게 되었어요.”기성은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황유나 씨, 말조심하세요. 여긴 회사입니다. 이리 계속 소란을 피운다면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그의 말에 황유나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요. 경찰에 신고해요. 마침 잘됐어요. 경찰이 오면 우리 오빠 사건 제대로 조사해 보라고 할 거예요. 멀쩡하던 사람이 감옥에는 왜 갇히게 되었고 왜 감옥에서 갑자기 죽었을까요?”이때, 전연우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으며 기성은을 향해 말했다.“일단 나가 있어.”“네, 대표님.”기성은은 사무실을 나오면서 문을 닫았다. 잠시 후, 전연우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조사 제대로 했군요. 계속 말해봐요.”이내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발견한 황유나가 언성을 높였다.“감히 날 조사한 거예요?”“싸움에서 이기려면 상대를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그는 호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황유나 씨는 나한테 이런 걸 물으려고 온 건가요?”“그러니까 지금 인정한 거예요? 우리 오빠의 죽음이 당신과 관련 있다고?”황유나는 앞으로 다가와 그를 향해 따져 물었다. 선글라스 아래 그녀의 눈빛은 날카로운 검 같았고 그녀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뒷모습을 훑어보았다. 아까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처음 이 남자를 봤을 때부터 이 남자는 위험할 뿐만 아니라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
이 남자에게 첫눈에 성형한 얼굴이라는 걸 들킬 줄은 몰랐고 뜻밖에도 사진 속의 여인과 비슷하게 생길 줄은 더더욱 몰랐다. 다만 눈 수술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눈이 약간 부어있는 상태라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없었다.황유나는 시선을 피하며 팔짱을 낀 채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도대체 나에 대해 얼마나 조사한 거예요?”그녀는 책상 위에 놓여있는 사진이 들어있는 서류봉투를 보며 물었다. 전연우가 말을 꺼내도 전에 그녀는 서류봉투를 뜯어 그 안에 있는 사진들을 꺼냈다. 사진을 본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진 속 그녀의 모습은 성형하기 전의 모습이었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의 모습이 다 담겨 있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을 떨었다.“이 사진들... 어떻게 구한 거예요?”‘이 사람이 어떻게 내 예전 사진들을 구한 거야?’“내가 말했죠. 황유나 씨가 나에 대해 조사하면 나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당연히 당신에 대해 알아두어야 하지 않겠어요? 게다가... 황유나 씨는 외국에서 학위까지 받은 재원인데. 이런 것들을 조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전연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쳐다보더니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예요? 난 시간이 귀중한 사람이에요. 당신과 여기서 낭비할 시간 없어요.”그 말에 황유나가 책상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진실을 말해줘요. 오빠는 내가 잘 알아요.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절대 아무 이유도 없이 다른 사람을 해치는 사람은 아니에요. 멀쩡하던 사람이 왜 감옥으로 끌려가게 된 건지? 이 모든 게... 당신이 한 짓 아닌가요?”전연우의 인내심은 점점 바닥을 보이게 되었다. “2분 줄 테니까 혼자 여기서 나가든지 아니면 내가 끌어낼 거예요.”“황유나 씨, 귀국하자마자 이리 다짜고짜 날 찾아와 죄를 묻는 건 아니죠. 일을 크게 만드는 건 당신한테도 아무런 이득이 없을 거예요. 황유나 씨... 생각 잘 해봐요.”바로 이때, 그의
두 사람은 사무실을 나와 회의실로 향했다. 저녁 6시 반쯤, 장소월은 특별히 차려입지 않고 강영수와 같은 스타일의 커플 옷을 입었다. 이 옷 또한 강영수가 직접 고른 옷이었다. 잠시 후, 장해진과 강만옥이 들어왔고 강만옥은 장소월의 손을 붙잡고 거실로 와서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약혼까지 하게 될 줄이야. 아줌마가 너한테 줄 건 없고. 널 위해 특별히 산 거니까 이 옥팔찌를 받거라.”“아줌마, 고마워요.”장소월은 거절하지 않았다. 강만옥과 사이좋게 지내는 건 여전히 익숙지 않았다. 핏빛 옥팔찌는 반짝반짝 빛났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액체가 흐르고 있는 것이 딱 봐도 비싸 보였다. 아마도 아버지가 산 것 같다. 지금 강만옥은 장씨 가문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이고 게다가 아들을 임신하고 있어 장해진은 강만옥의 말이라면 뭐든 다 들어주었고 돈을 쓰는 데 대해서도 제한하지 않았다. 몸매가 잘 드러나는 짙은 녹색의 치파오를 입고 있는 강만옥은 우아해 보였고 볼록한 아랫배가 눈에 띄게 드러났다. 장해진과 강영수는 서재로 들어가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누었고 식사 준비가 다 되어서야 서재에서 나왔다. 장해진의 시원시원한 웃음소리가 위층에서 들려왔다.“하하하, 소월이를 자네한테 맡기면 당연히 안심이 되지. 어릴 때부터 내가 너무 오냐오냐하게 키워서 성격이 온순하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자네가 너그럽게 봐주게나.”“걱정하지 마십시오. 장인어른.” 소파에 앉아있던 장소월이 일어나서 강영수에게로 다가갔다.“얘기 다 했어?”“응.”강영수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얘기 했어?”“저녁에 알려줄게.”그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강만옥이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어머, 귓속말까지 다 하고? 우리가 들으면 안 되는 얘기라도 있는 거야?”그 말에 장소월은 이내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아무 얘기 안 했어요. 아버지, 아줌마. 일단 식사부터 해요.”“네,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오
백윤서가 전연우의 팔짱을 낀 채 걸어들어왔다.“죄송합니다. 차가 막혀서 조금 늦었습니다.”백윤서는 고개를 숙인 채 조심스럽게 전연우를 따라 들어왔고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함부로 둘러보지도 않고 어색한 모습을 보이며 전연우를 따라 옆에 긴 테이블에 착석했다. 맨 마지막에 온 박순옥은 장해진과 함께 가운데로 앉았다. 장해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이했다.“어르신, 오랜만입니다. 몸은 어떠하십니까?”박순옥은 강씨 가문의 손주며느리가 될 장소월의 체면을 봐서 장해진의 말에 대답했다.“나쁘진 않네.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닌가 보지. 다들 오래 기다린 것 같은데 식사부터 하자고.”박순옥은 젓가락을 들고는 옆에 있던 장소월에게 수육을 집어주었다. “요즘 살이 빠진 것 같아. 네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준비했으니 많이 먹거라.”“감사해요, 할머니.” “천운사의 주지 스님한테 너와 영수의 약혼식 날짜를 받아왔어. 시험이 끝나고 3일째 되는 날이 좋은 날이라고 하니 약혼날짜를 그날로 정하는 게 좋겠다. 넌 어떠하냐?”가슴이 떨려온 장소월은 왼손으로 치맛자락을 꽉 잡았다. 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네, 할머니 뜻에 따를게요.”강영수는 장소월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저랑 소월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할머니께서 그리 결정하셨으니 할머니 뜻에 따를게요.”“장인어른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그 자리에서 가장 기쁜 사람은 바로 장해진이었다. 강영수의 물음에 그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소월이가 장씨 가문의 큰 사랑을 받으며 시집을 가는 건 소월이의 복이네. 난 당연히 동의하지.”한편, 옆에 있던 박순옥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넌 우리 집안의 며느리야. 가문의 법도에 따라 난 청담 빌리지에 있는 별장을 약혼선물로 소월이 너한테 줄 생각이다. 영수 네 생각은 어떠하냐?”“그렇게 하세요.”그 말을 들은 장소월
사람들은 각자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저녁 식사를 했다. 박순옥은 몇 숟가락 들고는 먼저 자리를 떴다.한편, 장해진과 강영수 두 사람은 술을 꽤 많이 마셨다. 장소월은 승낙했을 때부터 가슴이 막힌 것처럼 답답하고 어쩐지 생각만큼 즐겁지도 않았다. 이유는 그녀도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모든 것이 너무 급히 이루어진 것 같다...잠시 후, 백윤서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오빠, 나 다 먹었어요.”전연우는 그녀의 그릇을 가져와 국 한 그릇을 담아주었다.“국 조금만 더 먹어. 이따가 배고플 거야.”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장소월은 두 사람과 멀지 않은 곳에 앉아있었고 얼마 후, 그녀 앞에 누군가 국 한 그릇을 가져다주며 입을 열었다.“국 괜찮아. 한번 먹어봐.”고개를 들어보니 그 사람은 전연우였고 그를 보니 마음이 설렜다.“고마워... 오빠.”“응.”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고 차가운 그의 눈빛을 마주치게 된 장소월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기분이 좋아진 강영수는 장소월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이건 단맛이어서 소월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모르고 있는 것 같군.”그 말 한마디에 식탁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영수야, 많이 취했어. 방으로 들어가자. 응?”전연우는 성격이 어둡고 소심하고 마음에 원한을 잘 담아두는 사람이었다. 특히 뒤에서 사악한 수법을 잘 쓰는 사람이었다. 전생에서 전연우는 강씨 가문을 무너뜨리고 강한그룹을 장악했다. 비록 그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장소월은 이번 생에도 같은 비극이 일어나는 건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리고 지난번 하마터면 교통사고가 났을 뻔한 그 큰 트럭도 분명 전연우가 직접 계획한 짓일 것이다. 지금은 전연우가 강씨 가문을 대적할 수 없고 강씨 가문의 권위가 높다 하지만 사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한 사람을 무너뜨리는 건 그에게 쉬운 일이었다.전연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래? 소월이가 집에 온 지 오래돼서 오빠가... 다 잊어버렸
“남천그룹을 인수한다고?”장해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전연우를 쳐다보았다.그는 옅은 미소를 지은 채 차가운 눈빛을 보이며 담담하게 말했다.“결국 나도 남천그룹에서 일하는 직원일 뿐이에요. 이 일에 관해서는 저희 아버지와 얘기를 나누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난 이 일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없거든요.”“장소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장해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불쾌한 표정을 지었고 그녀는 몹시 당황스러웠다.“아버지, 이 일은 나도 잘 몰라요. 이 사람이 술에 취해서 괜한 소리를 한 것 같아요.”그녀는 강영수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영수야, 회사는 오빠가 알아서 잘 경영할 거야. 그 얘기는 그만 해. 방으로 들어가서 쉬자.”“그래, 알았어.”강영수는 마지막 잔에 담긴 와인을 마시고는 옆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장해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이 일은 장인어른과 전연우 씨가 상의해 보고 언제든지 강한그룹으로 날 찾아와요. 난 남천그룹이 강한그룹 제2의 계열사가 되는 걸 기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에요.”장소월은 술에 취한 강영수를 방으로 데리고 왔다. 평소에 술 접대 자리에 거의 나가지 않는 사람이라 그는 술이 많이 약한 편이었다. 그녀는 그를 침대에 눕혔고 그는 침대에 뻗은 채로 손을 눈에 얹고 있었다. 그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그녀가 입을 열었다.“해장국 끓여다 줄게. 힘들어도 잠깐만 참아.”자리를 뜨려고 할 때 강영수가 갑자기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왜 그래?”“방금 내가 한 말 때문에 화났어? 내가 남천그룹에서 전연우 씨의 직권을 빼앗는 게 싫어?”그가 이런 말을 할 줄을 몰랐던 장소월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침대 옆에 앉아 그의 손을 이불 속에 넣어주며 대답했다.“아니. 네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 거야.”“거짓말.”강영수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매번 대답하고 싶지 않은 거에 대해 말하거나 나한테 거짓말 할 때면 넌 항상 내 눈을 쳐다보지 않았어.”그에게
웃는 얼굴 뒤에 가려진 그의 잔인함.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장소월은 그가 지금 화가 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의 손에 넘어가면 그녀는 아마도... 뼈도 못 추릴 것이다.전연우는 처음부터 그녀가 강영수한테 접근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는 강씨 가문의 권력을 꺼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씨 가문을 원했던 그는 언제든지 빼앗아 갈 수 있었다.장소월은 그저 평생을 편안히 사는 게 목표였다. 그녀는 그의 삶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는... 백윤서든 송시아든 그녀는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를 쳐다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알았어.”잠시 후, 오부연은 기사들을 한 명씩 안배하여 그들을 남원별장으로 돌려보냈다.장소월은 그들을 본가 문 앞까지 배웅했다. 떠나기 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강영수가 자신 몰래 이렇게 많은 선물을 준비한 것을 몰랐을 것이다. 귀중한 액세서리, 티 그리고 영양품들까지 차 한 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올 때는 차가 두 대였는데 떠날 때는 차가 세 대가 되었다. 강영수가 그들을 매우 중시하고 있단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강영수를 사랑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에게 또 다른 선택은 없었다.그가 자신을 존중해 주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강영수는 좋은 사람이었고 동반자로서도 적합한 사람이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고 자신이 걱정하고 있던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번 생은 오직 평안하게 보낼 길 바라고 있다. 장소월은 해장국을 들고 방으로 들어와 강영수에게 먹여주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떠나기 전, 전연우가 그녀에게 메일을 보내왔는데 그녀는 읽어보지도 않고 그냥 삭제해 버렸다. 가든 아파트, 전연우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백윤서가 그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오빠, 천천히 가요.”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백윤서가 그의 앞길을 막아섰다.“오빠, 오는 내내 나
그녀의 눈에는 맑고 투명한 눈물이 고여 있었고 그녀가 울먹이며 그를 향해 달려가 그를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오빠, 내가 소월이를 얼마나 부러워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요? 소월이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 사람도 아낌없이 소월이를 사랑하고 있잖아요.”“소월이는 좋아하는 사람과 약혼도 하고. 오빠, 난 영원히 오빠와 함께하고 싶어요. 오빠의 아내로 영원히 살고 싶어요... 하지만 오빠는 왜 날 좋아하지 않는 거예요?”우뚝 서 있는 전연우의 몸은 점점 뜨거워졌지만 그의 마음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윤서야, 난 네가 생각하는 만큼 좋은 사람 아니야. 네가 모르고 있는 게 많아.”백윤서는 그의 허리를 꽉 붙잡고는 전혀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요. 나한테 오빠는 최고예요. 오빠가 어떤 사람이든 난 상관 없어요. 난 그저 오빠 옆에 평생 있고 싶고 오빠의 아내로 살면서 아이도 낳고 싶어요. 나한테 가정을 만들어 주겠다고 오빠가 약속했었잖아요.”“오빠, 그 약속 꼭 지켜요.”그녀의 눈물에 그의 검은 양복은 흠뻑 젖었고 눈물이 셔츠까지 스며들어 그 축축한 열기가 등 뒤에서 고스란히 전해졌다. 전연우가 몸을 돌려 거친 손바닥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결혼 말고는 네가 원하는 거 다 들어줄게. 하지만 결혼은 안 돼. 해야 할 일이 남았어. 사랑은 너하고 나한테 어울리지 않은 거야. 난 가정을 이룰 생각이 없거든.”“그런 말로 얼버무리지 말아요. 가정을 이룰 생각이 없다는 건 다 거짓말이잖아요. 난 어린애가 아니에요. 장씨 가문에서 오빠가 거침없이 소월이한테 키스하는 걸 봤어요. 그리고... 오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오빠가 기분이 안 좋았던 건 소월이 때문이잖아요. 안 그래요? 오빠 자신을 속일 수는 있지만 내 눈은 속이지 못해요.”백윤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정말 기분이 많이 상한 것 같았다. “사실 오빠는 진작부터 소월이를 좋아하고 있었잖아요?”“오빠는 늘 내 스킨십을 거부했어요. 나랑 같이 있는 건 모두 거짓이잖아요. 날 좋아하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