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수는 네 가지 반찬과 국 하나를 만들었다. 두 사람이 먹기에 맞춤한 양이었다.“이것도 먹어봐.”강영수가 탕수육을 집어 그녀의 접시에 놓아주었다.장소월이 한 입 먹고는 말했다.“맛있어.”“그래? 맛있으면 다 네가 먹어.”그가 한 요리를 처음 먹는 것 같지는 않았다.저녁밥을 먹은 뒤 강영수는 서재에서 회사 일을 처리했고, 장소월은 그의 옆에서 조용히 공부했다. 수업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그녀만의 계획은 있었다. 장소월에게 지금의 수업 진도는 큰 의미가 없었다. 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예전의 성적을 회복하는 건 확실히 쉬운 일이 아니다.다행히 그녀는 기초가 탄탄했기에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강영수는 이어폰으로 진봉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대표님, 이번 주말 디자이너가 소월 아가씨를 직접 만나 약혼식 드레스를 결정하려고 하는데 어떨까요? 그리고 메이크업에 관해서도 논의해야 해요. 대표님의 주말 일정은 이미 모두 뒤로 미뤄두었습니다.”“그래. 알았어.”장소월이 카펫 위에 앉아 시험지 몇 장을 풀고 채점, 수정까지 하고 나니 이미 열 시 반이 되어가고 있었다.그녀가 탁자를 잡고 일어나 책을 정리했다.“다 했어?”강영수가 이어폰을 내려놓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응. 시간이 늦었어. 남은 건 내일 할 거야. 난 먼저 방에 돌아가 잘게.”“잠시만.”강영수가 셔츠 단추 두 개를 풀고는 그녀의 손을 잡아당겨 소파에 앉혔다. 서재의 밝은 조명이 따뜻하게 두 사람을 비추었다. 장소월은 목덜미가 화끈 달아올랐다.관능적인 목젖이 아래위로 움직이더니 남자가 몸을 기울여 천천히 다가왔다.조명 아래 남자의 오관은 너무나도 준수하고 매력적이었다. 그의 두 눈동자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그녀를 감싸 안아 녹여버리기라도 할 듯한 기세로 뜨거웠다.장소월이 땀에 흥건해진 손으로 치마를 꽉 움켜쥐었다. 거리가 가까워지니 얼굴에 있는 작은 모공까지 똑똑히 보였다. 심장이 당장 튀어나올 것 같아 눈을 질근 감았다.그 순간, 장소월은 머리가 백지장처럼 새하얗
“엄마가 말했잖아. 영원히 우리 소월이 옆에 있을 거라고. 소월아, 영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너 자신에게 강요하며 괴롭힐 필요 없어.”장소월이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전 제가 영수를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냥 처음이라 아직 받아들이기 힘들 뿐이에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엄마는요? 영수 어때요?”“이건 소월이의 선택이야. 소월이만 좋다면 엄마는 영수를 허락할 거야.”“저도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엄마도... 아빠를 좋아했어요? 엄마, 아빠는 처음에 어떻게 시작했던 거예요?”그 순간, 그림자는 대답도 없이 사라져버렸다....다음 날 아침 부드러운 햇볕이 방안을 비추었다.최근 며칠은 평온한 나날의 연속이었다.하지만 장소월은 조용할수록 더더욱 큰 불안감에 휩싸였다.좀처럼 오지 않는 주말이라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도우미가 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났다.“소월 아가씨, 일어나실 시간이에요. 도련님께서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네. 알겠어요.”장소월은 몽롱한 정신으로 대답하고는 이내 다시 잠들어버렸다.도우미가 내려온 지 10분이 지났음에도 장소월은 내려오지 않았다.강영수가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그 시간 거실엔 촬영감독, 디자이너 모두 도착해 있었다.정장을 입은 서른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가 걸어와 말했다.“소월 아가씨 아직 주무시는 중인가 봐요? 강 대표님, 그럼 저희 먼저 다른 걸 준비할까요?”강영수는 탁자에 올려두었던 다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렇게 해요.”촬영감독이 강영수가 위층으로 올라가는 걸 보고는 곧바로 따라 올라갔다.강영수가 문고리를 잡아당겨 보니 문은 잠겨있었다.그가 문을 두드리며 장소월을 불렀다.“소월아.”장소월이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귀찮은 듯 말했다.“영수야, 오늘 주말이잖아. 나 30분만 더 자고 싶어.”그녀의 몸은 주말이면 8시 반에 일어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때문에 아직 7시밖에 되지 않았으니 당연히 좀처럼 깨어나기가 힘들다.“할머니
“내가 네 아버지인 건 아직 아는구나. 약혼이라는 그 큰일을 왜 나한테 알리지 않은 거야?”장해진은 평소 그녀와 별로 연락하지 않는다. 1년 동안 전화 통화 횟수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평소 할 말이 있을 땐 모두 전연우를 통해 해결했다.지금 먼저 전화를 해 온 건 분명 강영수 앞에서 자애로운 아버지인 척 연기하기 위함일 것이다.그녀가 곧바로 말했다.“죄송해요. 곧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이모는 잘 지내고 계세요?”“그래. 잘 지내. 약혼 사실도 말하지 않다니. 그 벌은 돌아가서 내리도록 하마.”“전...”장소월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녀가 흔들리는 동공으로 강영수를 바라보며 도움을 청했다.강영수가 긴 손가락을 뻗어 핸드폰을 잡고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할게. 넌 먼저 가서 씻어.”장소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강영수에게 건네주었다. 그러고는 도망치듯 욕실에 들어갔다.차가운 물로 세수하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그녀는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강영수와 약혼을 약속했던 것뿐이다.이제 보니... 그 약혼식 준비가 정말 진행되고 있었다.장소월은 씻고 난 뒤 드레스룸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욕실에 달린 유리문을 열면 커다란 방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곳엔 모두 장소월의 옷, 신발, 가방, 그리고 액세서리들이 놓여있었다.강영수는 물질적인 면에선 장소월에게 모두 최고급으로 준비해 주었다. 양말 한 짝까지도 모두 밖에선 살 수 없는 핸드메이드였다.장소월은 얇은 실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묶어 어깨까지 늘어뜨린 뒤 밖으로 나갔다. 그때 강영수는 아직 통화를 하고 있었다.“네... 제가 반드시 소월이를 잘 챙기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장인어른.”장인어른? 이렇게나 빨리 호칭을 바꿨다고?장소월이 나오자 강영수는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손을 뻗었다. 장소월이 그에게 다가가자 그는 긴 팔로 그녀를 껴안았다.“아버지가... 뭐라고 하셨어?”“약혼식에 해 상의했어. 오늘 돌아오신대. 그래서 같이 밥 먹
“소월 씨, 메이크업에 대해 특별한 요구 있으세요?”“메이크업까지 해요?”“네. 약혼식에서 할 메이크업을 미리 테스트해 보는 거예요.”“네.”장소월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이때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저희가 먼저 소월 씨의 이목구비와 헤어스타일에 맞춰 메이크업을 해드릴게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말해주세요.”“네.”장소월은 피부가 좋아 파운데이션을 거의 쓰지 않았다. 정교한 이목구비와 비단결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는 그녀는 너무 아름다웠고 화려한 장미꽃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그녀의 몸매나 옷차림은 늘 사람들 속에서 한눈에 알아볼 정도로 빛이 났다. 지금은 나이가 어려 아직 이목구비가 제대로 다 자라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커서 얼마나 많은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스타일링부터 메이크업까지 꼬박 2시간이 걸렸고 장소월은 단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소월 씨, 다 됐어요. 마음에 들어요?”“괜찮네요. 예뻐요?”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모두 장소월을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강씨 가문은 예로부터 전통에 중요시하는 가문이었다. 드레스는 강영수가 직접 고른 것이다. 빨간색 민소매 치파오와 빨간색 보석 귀걸이, 머리에는 진주 머리핀를 하고 있었다. 하얀색 여우 털 숄을 걸치고 까맣고 긴 머리에는 웨이브가 살짝 들어가 있어 그녀의 웃음 하나 눈빛 하나 일거수일투족이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연예계 전체를 통틀어 보아도 그녀와 비교할 수 있는 스타는 없을 것이다. 장소월이 연예계에 진출한다면 아마 인기가 많은 톱스타가 되었을 것이다. “예뻐요, 소월 씨. 그동안 많은 연예인과 모델들과 작업을 해봤지만 이렇게까지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미모를 가진 자는 없었어요. 얼른 강영수 씨한테 보여줘요. 마음에 들어하실 거예요.”장소월은 단 한 번도 자신이 그렇게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밖으로 나가자 마침 박순옥과 오 집사도 있었고 강
“영수 씨, 지금 웨딩드레스 고르는 건 너무 이른 거 아니야? 우리 아직 약혼도 안 했는데.”“이르긴. 약혼하고 나면 결혼은 시간문제인데.”그녀의 말에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두 사람 사이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지켜보고 있던 매니저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소월 씨의 걱정도 이해가 되긴 하네요. 소월 씨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몸이 자라고 있을 시기라 지금 웨딩드레스를 맞추면 나중에 몸에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드레스 착용 효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결혼식 날짜가 잡히면 그때 웨딩드레스를 맞추는 게 어떠할까요?”강영수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 그녀의 손등을 쓰다듬으며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그래 그럼. 오늘 아버님께서 오셔서 결혼 날짜 정해지면 그때 다시 고르는 걸로 하자.”“응.”장소월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남천그룹, 기성은이 문을 두드리고 대표 사무실로 들어왔다.“대표님, 공사 비용에 관한 서류들 대표님께서 사인해 주셔야 합니다.”전연우는 서류들을 살펴보고는 서류에 서명했다. “오늘 장 회장님께서 돌아오는 날입니다. 남원별장 쪽은 대표님께서 분부하신 대로 준비해 두었습니다. 회장님의 식사와 일상을 책임질 가사도우미도 8명 추가했고요. 그중 영양사 한 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건 도우미분들 자료입니다.”전연우는 고개조차 들지 않고 말했다.“이런 건 안 보여줘도 돼. 다음 일정 보고해 줘.”“네, 대표님. 두 시간 뒤 회의 일정이 잡혀있습니다. 남해 토지 개발 프로젝트에 관한 회의입니다. 저녁 6시쯤에는 합작 개발업체와의 연회가 있을 예정이고 은성그룹의 대표도 참석한다고 합니다.”“한진그룹에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한진그룹 최대 주주인 황준엽이 사망했고 장례식은 어제 마쳤다고 합니다. 그의 회사 지분은 이미 대표님의 다른 신분으로 넘어온 상태입니다.”“현재 한진그룹은 그룹을 이끌어갈 사람이 없고 지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황준엽의 여동생 황유나가 맡게 될 것입니다. 조사한 바로 황유나는 호주에서 MBA 과정
“네, 대표님.”그 여인은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와 기세등등하게 힘껏 책상을 두드렸다.“이름은 전연우, 나이는 스물여섯, 장씨 가문에서 입양한 아들. 99년도에 음악학원의 퀸카를 스폰했고 작년 스키장에서 그 여인은 의문의 사고로 죽게 되었죠. 죽기 전에 당신과 말다툼이 있었고요. 두 달 전, 당신은 남해의 개발권을 우리 오빠에게 넘겨주었고 한진그룹과 남해 공동 개발 프로젝트의 계약을 체결하였어요. 계약을 체결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오빠는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고 당신이 면회하러 가기 하루 전날, 우리 오빠는 감옥에서 의문의 죽임을 당하게 되었어요.”기성은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황유나 씨, 말조심하세요. 여긴 회사입니다. 이리 계속 소란을 피운다면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그의 말에 황유나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요. 경찰에 신고해요. 마침 잘됐어요. 경찰이 오면 우리 오빠 사건 제대로 조사해 보라고 할 거예요. 멀쩡하던 사람이 감옥에는 왜 갇히게 되었고 왜 감옥에서 갑자기 죽었을까요?”이때, 전연우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으며 기성은을 향해 말했다.“일단 나가 있어.”“네, 대표님.”기성은은 사무실을 나오면서 문을 닫았다. 잠시 후, 전연우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조사 제대로 했군요. 계속 말해봐요.”이내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발견한 황유나가 언성을 높였다.“감히 날 조사한 거예요?”“싸움에서 이기려면 상대를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그는 호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황유나 씨는 나한테 이런 걸 물으려고 온 건가요?”“그러니까 지금 인정한 거예요? 우리 오빠의 죽음이 당신과 관련 있다고?”황유나는 앞으로 다가와 그를 향해 따져 물었다. 선글라스 아래 그녀의 눈빛은 날카로운 검 같았고 그녀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뒷모습을 훑어보았다. 아까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처음 이 남자를 봤을 때부터 이 남자는 위험할 뿐만 아니라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
이 남자에게 첫눈에 성형한 얼굴이라는 걸 들킬 줄은 몰랐고 뜻밖에도 사진 속의 여인과 비슷하게 생길 줄은 더더욱 몰랐다. 다만 눈 수술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눈이 약간 부어있는 상태라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없었다.황유나는 시선을 피하며 팔짱을 낀 채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도대체 나에 대해 얼마나 조사한 거예요?”그녀는 책상 위에 놓여있는 사진이 들어있는 서류봉투를 보며 물었다. 전연우가 말을 꺼내도 전에 그녀는 서류봉투를 뜯어 그 안에 있는 사진들을 꺼냈다. 사진을 본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진 속 그녀의 모습은 성형하기 전의 모습이었고 초등학교부터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의 모습이 다 담겨 있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을 떨었다.“이 사진들... 어떻게 구한 거예요?”‘이 사람이 어떻게 내 예전 사진들을 구한 거야?’“내가 말했죠. 황유나 씨가 나에 대해 조사하면 나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당연히 당신에 대해 알아두어야 하지 않겠어요? 게다가... 황유나 씨는 외국에서 학위까지 받은 재원인데. 이런 것들을 조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전연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쳐다보더니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예요? 난 시간이 귀중한 사람이에요. 당신과 여기서 낭비할 시간 없어요.”그 말에 황유나가 책상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진실을 말해줘요. 오빠는 내가 잘 알아요.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절대 아무 이유도 없이 다른 사람을 해치는 사람은 아니에요. 멀쩡하던 사람이 왜 감옥으로 끌려가게 된 건지? 이 모든 게... 당신이 한 짓 아닌가요?”전연우의 인내심은 점점 바닥을 보이게 되었다. “2분 줄 테니까 혼자 여기서 나가든지 아니면 내가 끌어낼 거예요.”“황유나 씨, 귀국하자마자 이리 다짜고짜 날 찾아와 죄를 묻는 건 아니죠. 일을 크게 만드는 건 당신한테도 아무런 이득이 없을 거예요. 황유나 씨... 생각 잘 해봐요.”바로 이때, 그의
두 사람은 사무실을 나와 회의실로 향했다. 저녁 6시 반쯤, 장소월은 특별히 차려입지 않고 강영수와 같은 스타일의 커플 옷을 입었다. 이 옷 또한 강영수가 직접 고른 옷이었다. 잠시 후, 장해진과 강만옥이 들어왔고 강만옥은 장소월의 손을 붙잡고 거실로 와서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약혼까지 하게 될 줄이야. 아줌마가 너한테 줄 건 없고. 널 위해 특별히 산 거니까 이 옥팔찌를 받거라.”“아줌마, 고마워요.”장소월은 거절하지 않았다. 강만옥과 사이좋게 지내는 건 여전히 익숙지 않았다. 핏빛 옥팔찌는 반짝반짝 빛났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액체가 흐르고 있는 것이 딱 봐도 비싸 보였다. 아마도 아버지가 산 것 같다. 지금 강만옥은 장씨 가문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이고 게다가 아들을 임신하고 있어 장해진은 강만옥의 말이라면 뭐든 다 들어주었고 돈을 쓰는 데 대해서도 제한하지 않았다. 몸매가 잘 드러나는 짙은 녹색의 치파오를 입고 있는 강만옥은 우아해 보였고 볼록한 아랫배가 눈에 띄게 드러났다. 장해진과 강영수는 서재로 들어가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누었고 식사 준비가 다 되어서야 서재에서 나왔다. 장해진의 시원시원한 웃음소리가 위층에서 들려왔다.“하하하, 소월이를 자네한테 맡기면 당연히 안심이 되지. 어릴 때부터 내가 너무 오냐오냐하게 키워서 성격이 온순하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자네가 너그럽게 봐주게나.”“걱정하지 마십시오. 장인어른.” 소파에 앉아있던 장소월이 일어나서 강영수에게로 다가갔다.“얘기 다 했어?”“응.”강영수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얘기 했어?”“저녁에 알려줄게.”그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강만옥이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어머, 귓속말까지 다 하고? 우리가 들으면 안 되는 얘기라도 있는 거야?”그 말에 장소월은 이내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아무 얘기 안 했어요. 아버지, 아줌마. 일단 식사부터 해요.”“네,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