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52화

은경애는 핸드폰을 꺼내 장소월에게 보여주었다.

장소월이 어떻게 그 번호를 알아보지 못하겠는가.

만약 그가 마음속에서 답을 찾았다면 두 사람은 더 이상 연락을 할 필요가 없다.

그는 분명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들에겐 미래가 없다.

강영수가 어떤 마음을 지니고 있었든 장소월은 그에게 마음을 다했기에 후회나 죄책감은 없었다.

3일 후 오후 여섯 시, 장소월은 꾸미지 않은 검소한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날이 추웠던지라 모자가 달린 검은색 외투와 연한 색 운동복 바지 안에 몇 겹 더 껴입었다. 다만 얼굴색은 밝게 보이려 옅게 립스틱을 발랐다.

퇴원한 뒤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남원 별장 문을 나서는 순간이었다. 따사로운 햇볕이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감쌌다.

예약했던 택시가 문 앞에 도착하자 장소월은 차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맸다. 시간이 있을 때 운전면허를 따 매일 혼자 차를 몰고 나가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때는 마침 퇴근 시간이라 만설 과학기술로 가는 길이 꽤나 막혔다.

이번 시상식엔 만설 과학기술 임원들뿐만 아니라 몇몇 협력사 대표들도 참석한다.

스파클 5성급 호텔.

파티장 안, 강영수가 가장 앞줄 중앙 VIP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의 옆엔 빨간색 머리에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앉아있었는데 번쩍거리는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어깨까지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이 퍽이나 공격적으로 보였다.

또한 목에서부터 시작해 가슴골까지 이어지는 문신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른쪽에 앉은 진행자가 강영수에게 말했다.

“대표님, 이미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언제 시작할까요?”

김남주가 시큰둥한 얼굴로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이번 대회 1등 수상자가 장소월이라던데, 혹시 그 여자를 기다리는 거야?”

강영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두워진 얼굴로 무대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지금 시작하죠.”

신생 회사인 만설 과학기술이 주최한 작은 시상식에 강한 그룹 대표가 친히 발걸음을 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설 과학기술은 비록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