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55화

장소월이 살짝 미소 띤 얼굴로 거리감이 느껴지도록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

“너무 고마운데 괜찮아. 이미 찬 것 같으니 우린 다음 엘리베이터를 탈게.”

그토록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듯 단호히 거절하니 다들 이상한 눈빛으로 장소월과 강영수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고 있었다.

“나 깜빡하고 룸에 물건을 두고 왔어. 금방 다녀올게.”

허이준이 말했다.

“내가 기다리고 있을게.”

“그래.”

장소월이 몸을 돌려 룸으로 향하자 엘리베이터 문도 서서히 닫혔다. 사실 강영수는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물건을 두고 오지 않았다. 그저 이 불편한 상황에서 도망친 것뿐이다.

장소월은 룸에서 몇 분 기다리다가 종업원이 청소하러 들어온 뒤에야 문을 나섰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장소월이 조수석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매고는 말했다.

“됐어. 가자.”

“잠깐만.”

“왜?”

허이준이 갑자기 가까이 다가와 장소월의 몸을 살짝 뒤로 젖혔다. 장소월은 그가 무슨 짓이라도 할 줄 알고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허이준은 가볍게 여자에게 손대는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가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안전벨트에 걸린 머리카락을 풀어주었다.

“머리카락.”

장소월이 경계심을 풀며 말했다.

“고마워.”

허이준이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는 액셀을 밟고 주차장에서 나갔다.

한편 멀지 않은 곳에 정차된 벤츠 차 앞엔 담배꽁초 몇 개가 쌓여가고 있었다.

김남주가 강영수의 손에서 절반가량 피운 담배를 빼앗아갔다. 다리를 꼬고 앉으니 찢어진 치마 옆으로 가는 다리가 드러났다. 그녀가 빨간 입술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영수야, 그렇게 장소월을 쳐다보면 나 질투해.”

그녀가 가까이 다가가 습관적으로 담배 연기를 그의 얼굴에 내뱉었다.

“이제 내가 돌아왔어. 난 네 마음속에 다른 여자가 자리 잡는 걸 용납할 수 없어. 우리 두 사람이야말로 가장 어울리는 커플이잖아, 안 그래? 그토록 오랜 시간이 흘러도 넌 한 번도 날 놓은 적이 없다는 거 알아. 우리에겐 수많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