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스타일만 본다면 어느 유흥업소의 간판 마담인 줄 알 것이다.10여 년 전 무도장에서 가장 유행했던 헤어스타일에 귀걸이는 에메랄드 주얼리였다.손목시계는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어 40억은 호가하는 고가의 제품이다.하지만 이런 돈들은 장해진의 피를 조금 빼는 정도에 불과했다.강만옥은 다가와 전연우의 몸에 달라붙더니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저 인간이 네 여자친구한테 손을 쓰려나 보네? 조심해!”전연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가슴 위에 얹은 여자의 손을 보더니 단번에 뿌리치고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때마침 사무실 도어벨이 울리기 시작했다.“들어와요!”전연우가 돌아서는 순간, 강만옥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깃들었다.기성은이 들어와 보고했다.“윤서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들여보내.”“네.”강만옥은 남자의 시선을 느끼고 붉은 입술로 활짝 웃었다.“왜? 우리 사이를 남들이 오해할까 봐?”남자는 말을 하지 않았고 강만옥은 피식 웃었다.“당신이 좋아하는 여자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늘 궁금했어. 장해진을 속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난 못 속여...”백윤서도 어쩌면 전연우의 도구일지 모른다.주변의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도 이용할 수 있는 그는 정말 진심이라곤 없는 인간이다.그런 전연우가 모든 것을 버리고 자발적으로 피라미드에서 내려오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지 강만옥은 너무 기대되었다.전연우는 과연 진심으로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까?강만옥은 허리를 비틀며 사무실을 나섰고 마침 입구에서 백윤서와 마주치고는 가볍게 웃고 떠났다.백윤서는 손에 보온병을 들고 말했다.“오빠, 미안해요. 제가 방해했죠?”전연우는 얼굴에 부드러운 가면을 썼다. 방금 강만옥을 대할 때의 무뚝뚝함은 보이지 않았다.“여기까지 웬일이야?”“우리 같이 밥 먹은 지 너무 오래됐잖아요. 오빠가 제일 좋아하는 삼계탕을 샀는데... 우리 같이 먹어요!”“와서 앉아.”전연우는 소파에 앉았고 백윤서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보온병을 열고 보니 안에는 남자가 집에서 즐겨
그날 저녁 갑자기 생리가 와서 치마에 피가 묻었고 그에게 전화를 걸어 와달라고 했다.전연우는 비로소 교실에서 그녀를 안고 나갔다.“오빠, 이번 주말 시간 있어요? 우리 데이트해요. 얼마 전 밸런타인데이에도 나랑 함께 보내지 않았잖아요.”“알았어. 그때 가서 시간 맞춰볼게.”그는 늘 이런 식이었다.저번 밸런타인데이에 백윤서는 그와 함께 영화를 보고 쇼핑할 계획을 세웠다.그때도 전연우는 이렇게 말했지만, 결국 회사에서 일만 했다.“그럼 우리 놀이공원 가요. 금요일에 학교 끝나고 제가 오빠 기다릴게요.”전연우는 알겠다고 했다.점심 식사 후, 기성은이 들어와 30분 후에 회의가 있다고 보고했다.백윤서는 방해하지 않고 회사를 떠났다.기성은이 떠나고, 전연우가 프로젝트 문서를 확인할 때 실수로 바탕화면의 마우스를 만졌고 원래 꺼졌던 컴퓨터가 밝아졌다.컴퓨터 화면에는 하나의 오디오가 있었다.전연우는 오디오를 보면서 눈동자가 더욱 깊고 차가워지더니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익숙하고 그리운 목소리가 컴퓨터에서 천천히 흘러나왔다.“너... 보고 싶어.”이 간단한 보고 싶다는 한마디를 전연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녀에게도 이런 말투가 있다니.이것은 바로 장소월의 통화 녹음으로, 4~5시간 분량의 녹음이 기록되어있었다.전화 속의 목소리는 그녀 말고도 강영수의 목소리가 있었다... 두 사람 진짜 사귀고 있다니!전연우는 순간 마음을 다잡을 수 없었다.자신의 물건을 남에게 조금씩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다.분명 미친 게 틀림없다!그래서 머릿속에 온통 그녀 생각뿐이다.잘못된 선택을 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다!...도서관.마지막 30분을 남겨두고 장소월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손에 있던 펜을 필통에 넣었다.맞은 편에 앉아 있는 두 남녀는 그녀의 신경을 건드렸다.다행히 오늘 도서관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용아, 나 이 문제 모르겠어. 알려줘. 방금 소월이가 말한 거 전혀 못 알아듣겠어.”장소월은 책을 정리하며 말했다.“오늘 과외는 여기까
계속 이런 식이라면 강용 뿐만 아니라 장소월 또한 학업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그녀는 도서관에서 나온 뒤 이런 생각이 들었다.‘설마 앞으로도 오늘처럼 곳곳에 여자친구를 데리고 다닐 셈인가?’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도저히 저 속내를 알 수가 없다.장소월이 곁에 없는 날이었지만, 강영수는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하교 시간이 되었다. 장소월이 책가방을 정리하고 교실을 나서려 할 때 백윤서가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소월아, 저녁에 시간 괜찮아? 연우 오빠와 나 그리고 너, 이렇게 셋이 같이 밥을 먹은 지 꽤 오래됐잖아. 오늘 저녁 우리 집에 가지 않을래? 내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줄게. 전에 오 아주머니한테서 요리를 배웠으니까 너도 입에 맞을 거야.”역시나 장소월은 거절했다.“나 곧 수업이 있어서 안 될 것 같아요.”“수업? 그 특별반 말하는 거야?”“네.”“왜 예전의 방식대로 바로 올림피아드 반에 들어오지 않는 거야?”장소월이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던 순간, 인시윤이 걸어와 피식 웃으며 백윤서에게 말했다.“너 바보야? 오늘 시험 꼴등이 누구였더라? 바로 너잖아. 언니인 너한테 올림피아드 반에 남아있을 수 있는 기회를 남겨둔 거라고. 대체 무슨 낯으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백윤서는 덤덤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말은 더이상 하지 않았다.장소월이 책가방을 메며 백윤서를 두둔했다.“내가 특별반에 간 이유는 다만 그곳에서 1등을 하기 위함이야.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인시윤이 웃으며 말했다.“소월아, 너도 이제 등수를 신경 쓰게 된 거야?”그녀가 장소월을 대하는 태도는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장소월이 아직 교실에 남아있는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그중엔 1m 80 정도 키에 과묵한 성격을 가진 남자아이도 있었다.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었지만 그의 외모는 꽤나 준수한 편이었다. 남학생의 이름은 허이준이었는데 이 아이가 바로 제운 고등학교 전교 1등이자 장소월이 넘어야 할 라이벌이었다.
강씨 집안의 훌륭한 후계자였다.권위 있는 재벌 후계자들이 있는 자리에 아름다운 미인들이 빠지면 안 된다.강영수의 마음을 얻으려고 머리를 조아리는 명문가 자제들 외, 많은 명문가 아가씨들도 그와 함께 술 한 잔 마셔보려고 접근했다.하지만 모두 기성은의 선에서 막혀버리고 말았다.예전 강영수는 교통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잃었다. 당시 모든 신문사와 방송사가 그 일을 보도했고 세상은 강영수로 인해 들썩였었다. 지금 일어서 걷고 있는 모습을 보니 모두 회복된 듯하다.강영수가 술을 마시기 싫다고 하면 그 누구도 감히 강제로 술을 권하지 못했다.파티는 저녁 아홉 시가 되어서야 끝이 난다.8시.돌연 파티장의 불빛이 꺼졌고 전체 공간이 어둠에 잠겼다.그때 파란색 조명이 반짝이더니 고급 브랜드 한정판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여자 한 명을 비추었다. 이어 시작된 그녀의 피아노 연주에 웅성거렸던 현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이어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여자에게로 향했다.검은 생머리를 늘어뜨린 그녀가 깊은 바다의 영혼을 노래하는 곡을 연주하고 있으니 마치 아리따운 인어아가씨 같았다.무대 아래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해외 유학을 마치고 갓 돌아온 허씨 가문 아가씨 아니에요? 몇 년 못 본 사이 진짜 예뻐졌네요. 적어도 해성엔 저 아가씨와 비교할 수 있는 여자는 없을 것 같아요.”연주가 끝나자 허이경은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며 인사했고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허이경의 시선은 누군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그 눈빛을 따라가 보니 다름 아닌 강영수였다.진봉은 핸드폰으로 허이경에 관한 정보를 서치해 강영수에게 보고했다.알고 보니 그들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하지만 강영수는 그녀에 대한 어떠한 기억도 없었다.시계를 보니 파티가 끝나려면 아직 30분은 더 걸려야 했다.사람들은 모두 선명히 보아낼 수 있었다. 저 강한 그룹 후계자를 보는 허이경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반면 강 대표는 그녀에게 조금의 흥미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8시 30분.장소월은 차 뒷좌석에 앉아 괴로운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일찍 나오는 게 아니었다.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이들을 만나지 않았을 텐데.오늘은 집에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에 평소보다 일찍 교실을 나섰다. 하지만 하필 그때 학교에서 걸어 나오는 전연우와 백윤서와 맞닥뜨린 것이다.그들은 야식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전연우는 그녀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다짜고짜 끌고 차에 들이밀었다.전연우와 백윤서는 한창 신나게 야식 메뉴와 주말 데이트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장소월은 연인 사이인 두 사람의 행복한 시간에 끼어든 방해꾼이 되었다는 기분이 들어 너무나도 불편했다.백윤서가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물었다.“소월아, 너 뭐 먹고 싶어? 꼬치구이? 아니면 해산물?”잠시 다른 생각에 잠겨있다가 그제야 정신이 든 장소월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다 좋아요. 사실 난 별로 배가 고프지도 않아요.”“너 집에 다녀간 지 진짜 오래됐어. 오늘 같은 시간에 끝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만나지도 못했을 거야.”백윤서가 잠시 고민하고는 말했다.“그럼 우리 꼬치구이 먹으러 가자. 그 가게엔 훠궈도 있어.”순간 장소월은 백미러로 전연우의 깊은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가 당황하며 재빨리 눈을 피했다.“그래요.”그녀는 훠궈를 먹어본 적이 없어 먹고 배탈이 나진 않을지 알 수 없었다.저번 강용과 길거리에서 먹은 꼬치구이로 인해 이미 충분히 곤욕을 치렀었다.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장소월은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진동하는 것을 느끼고 걸음을 멈추었다. 두 사람은 이미 가게에 들어가 있었다.이어 그녀가 옆으로 자리를 옮겨 전화를 받았다.백윤서는 전연우의 팔짱을 끼고 종업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몸을 돌려 뒤를 확인해보니 장소월은 아직 밖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듯했다.“오빠, 뭘 먹을 거야?”“네 마음대로 주문해. 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게.”백윤서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전화를 건 사람은 강영수였다. 매번 통화할
그의 힘이 느슨해진 틈을 타 장소월은 힘껏 그를 밀쳐냈다. 그녀가 벗어나려고 한 순간, 전연우는 애써 반항하다가 도망치는 나약한 토끼를 잡듯 그녀의 목덜미를 낚아챘다.장소월은 속수무책으로 끌려가 다시 그의 품 안에 가둬졌다.“안 보이는 동안 살쪘네?”어둠 속에서 똑똑히 볼 순 없었지만 그녀를 한껏 농락하는 전연우의 눈빛을 선명히 상상할 수 있었다.“너랑 무슨 상관이야. 너희 집 밥을 먹은 것도 아니잖아.”전연우가 장소월의 뱃살을 꼬집으며 그녀의 목덜미에 깊게 키스했다. 찌릿한 전류가 온몸을 휘감았다.실은 장소월에게선 살집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전에 비해 약간 살이 쪘을 뿐이다. 예전 그녀는 너무 말라 침대에서 누군가 살짝 건드리기만 하면 허리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강씨 집안으로 도망치면 내가 널 건드리지 못할 줄 알았어? 응?”장소월은 가슴에 얹어진 몹쓸 남자의 손길을 느꼈다. 그가 손에 힘을 주자 장소월의 입에서 유혹적인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만 그건 몸이 닳아 올라 나온 본능적인 소리가 아니라 통증 때문이었다.그가 힘을 너무 많이 주었던 것이다.장소월이 불경스레 움직이는 그의 손을 잡고는 휙 밀쳐냈다.“전연우, 그만해! 윤서 언니가 알게 되는 게 두렵지도 않아? 아직 옆 가게에 있다는 거 잊지 마.”“너 무서워?”장소월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맞아. 무섭기도 하고 역겹기도 해. 백윤서 한 명으로도 부족해서 나한테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전연우, 너 이런 더러운 습관 대체 언제 고칠래? 윤서 언니는 널 많이 좋아하고 있고 너도 윤서 언니를 좋아하잖아. 만약... 윤서 언니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라면 이런 행동을 해서는 안 돼. 분명 상처받을 거야.”전연우의 목소리가 어두워졌다.“네 입에서도 그런 말이 나온다고?”“난 윤서 언니가 힘들어하는 거 싫어. 미안한 일을 하고 싶지도 않고. 이제 이런 짓 그만해. 너도 윤서 언니가 상처받는 건 원하지 않잖아.”전연우가 장소월을 놓아주자 그녀는 옷에 잡힌 주름을 정리하고는
전연우가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블랙홀과도 같아서 도저히 그 무엇도 보아낼 수 없었다.무슨 이유에서인지 사귄 지 꽤 되었음에도 백윤서는 그를 완전히 얻은 것 같지 않았고 진정으로 그를 이해하지도 못한 것 같았다.손을 잡는 것 외에 연인 사이에서 흔히 하는 스킨쉽인 키스도 해본 적이 없었다.백윤서는 그저 자신이 너무 조급했다고 생각하며 애써 실망감을 숨겼다.전연우는 아직도 예전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녀를 동생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전연우는 프런트에서 계산을 한 뒤 가게를 나섰다.오늘 그들은 가든 아파트가 아닌 장씨 저택으로 향했다.백윤서는 웅장하게 서 있는 별장을 올려다보며 말했다.“오빠, 우리 집에 안 가?”백윤서는 해외에서 돌아온 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줄곧 이곳을 좋아하지 않았다. 더더욱 싫었던 건 바로... 장해진이 그녀를 보는 눈빛이었다.“윤서는 여기가 싫어?”“아니요.”백윤서가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전연우는 그녀의 표정에서 무언가 말하기 어려운 것이 있을 거라 추측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오빠한테 말해.”전연우의 눈빛은 그녀의 머릿속을 훤히 꿰뚫어 보는 듯했다.백윤서는 당황스러움을 애써 감추며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말했다.“아니. 아무 일도 없었어요.”그녀는 말을 마친 뒤 전연우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발그레해진 얼굴로 말했다.“오빠, 잘 자요. 난 먼저 들어갈게요.”백윤서는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양 차 문을 열고 부랴부랴 달려들어 갔다.남자의 얼굴엔 소녀가 남겨놓은 향기가 따스하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전연우의 표정은 여전히 냉담했다.백윤서가 거실로 들어가 아직 깨어있는 강만옥에게 인사하고는 위층으로 총총 올라갔다.백윤서가 돌아왔다는 건... 전연우도 왔다는 걸 의미한다.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전연우가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열쇠를 선반 위에 내려놓고 주방에 앉아있는 사람을 힐끗 쳐다보고는 이내 시선을 돌렸다.“여자친구
강만옥은 그의 눈빛을 읽고 싶었으나 깊게 감춘 그의 속내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결국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그녀의 마음엔 비참함만 자리 잡았다.“질투하는 거야?”전연우가 컵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는 정장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이어 더러운 물건이라도 만진 것처럼 손을 슥슥 닦고는 바닥에 버렸다.강만옥이 씁쓸하게 웃음을 지었다.“맞아. 원하는 남자를 얻지 못했으니 당연히 질투가 나지.”전연우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하찮은 듯 쳐다보았다.“내 옆에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붙어있어 놓고 고작 알아낸 게 그거야? 아쉽네. 난 깨끗한 여잘 좋아하거든.”가볍게 툭 뱉어낸 그의 말이 강만옥의 심장을 후벼팠다. 힘들게 봉합된 상처에서 또다시 시뻘건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그렇다. 확실히 그녀의 몸은 더럽혀졌다. 더욱이... 그녀는 전연우와 어울리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그런 눈빛으로 날 보지마. 역겨우니까.”이 말은 장소월이 그에게 했던 말이었다. 그에게도 그 말 곧이곧대로 다른 사람에게 할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그야말로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장소월이 강씨 저택에서 산다고 해도 그에게는 그녀를 돌아오게 할 몇백 가지의 방법이 있다.“전연우, 우린 같은 류의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 최선을 다해 백윤서를 보호하는 게 좋을 거야. 네가 지금까지 했던 그 모든 일들을 알고도 네 옆에 있어 줄 것 같아?”“그리고 장소월... 만약 네가 갖은 방법을 동원해 장씨 집안에 들어온 목적이 이곳 모든 사람들을 죽이기 위함이라는 걸 안다면 어떻게 될까? 강씨 집안을 이용해 네 목숨을 끊어버릴 수도 있겠지.”전연우가 차갑게 말했다.“어디 한 번 해봐. 내가 먼저 죽는지 네가 먼저 죽는지 보자고.”...다음날은 주말이었다.전연우는 백윤서와 함께 놀이공원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두 사람이 데이트를 하고 있는 모습은 누군가의 카메라에 찍혀 한장 한장 장해진의 눈앞에 놓였다.분노에 휩싸인 장해진의 가슴팍이 아래위로 움직였다. 그의 얼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