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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전연우는 총칼이 빗발치는 피로 얼룩진 어둠의 세계를 진정으로 경험해온 사람이다. 장해진에게 그동안 해온 끔찍한 일로 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아마 그중 절반은 전연우가 짊어져야 할 것이다.

반면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부잣집 귀한 아가씨로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살아왔다.

그녀는 어쩌면 말싸움에서조차 다른 사람을 이기지 못할지도 모른다. 신변에 항상 경호원을 대동하고 있어 다들 그녀만 보면 멀찌감치 피해 다녔으니 말이다.

그녀는 그렇게 일생을 걱정 하나 없이 호의호식하며 살아왔다.

전생에서 송시아가 그녀에게 아무 쓸모도 없는 쓰레기라고 도발한 적이 있었다.

사실 송시아의 말이 맞다. 그녀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전연우의 사모님이라는 신분을 제외하면, 그저 먼지 한 톨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는 예전 전연우의 팔짱을 끼고 수많은 화려한 파티에 참석했었다. 당시 사람들은 송시아처럼 능력 있는 여자야말로 전연우와 어울리는 배필이라고 생각했다. 정신적으로도, 사업적으로도 가장 최선의 파트너일 테니 말이다.

그들의 시선 속에서 장소월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였다.

때문에 그의 옆에 있을 때마다 늘 무력감과 비참함에 몸부림쳤었다.

“5년 전.”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는 순간, 전연우는 심장을 커다란 망치로 두들겨 맞는 것만 같았다.

5년 전?

당시 그녀는 고작 13살이었다.

그토록 어린아이를 상대로 시작했었구나...

“약은 어디에 넣은 거야? 내가 먹는 음식 안에? 아니면 물 안?”

“도착했어! 내려.”

병원 건물 꼭대기에 걸려있는 서울 강남 병원이라는 여섯 글자가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

전연우는 안전벨트를 풀었지만 장소월은 자리에 앉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죽을 때 죽더라도 왜 죽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어?”

전연우는 순간 담배 갈증이 강하게 밀려왔다. 그가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손을 창문에 걸쳤다.

“그걸 안다고 한들 네가 바꿀 수 있는 게 뭔데! 그렇게 알고 싶다면 말해줄게. 우유에 넣었어. 그리고 그 약은 외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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