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3화

Author: 차라
“괜찮습니다. 이곳에 제 자리는 없는 것 같아요. 돌아오면 누군가의 눈에 거슬리는 존재가 될까 두렵기도 하고요.”

조금은 냉랭한 말투였다.

그 말을 들은 할머니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지셨다.

“누가 그러더냐? 우리 강가네 손자라고는 오직 너밖에 없단다. 너는 커서 가업을 물려받아야 한다. 네가 이곳 사람이 아니면, 누가 이곳 사람이란 말이냐?”

강영수는 모르고 있었다. 강병준이 심유를 아내로 맞이한 다음, 강용은 강가네 고택에 한 발자국도 들이지 못했고 강가네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 받지 못했다는 것을.

“영수야, 말하는 태도에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구나. 그 사람이 여태 너를 이렇게 가르쳤니?”

“저를 어떻게 교육해왔는지... 아버지가 관여할 수 있는 게 아니예요!”

손안의 젓가락을 꽉 움켜쥔 영수의 손등에는 핏줄이 선명히 돋아나 있었다.

“오랜만에 와서 할머니에게 불편을 끼쳐드릴 전혀 생각은 없었어요. 죄송해요, 할머니.”

영수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할머니는 피골이 상접한 손으로 그의 손등에 살며시 얹으며 물었다.

“수야, 무슨 일이냐 도대체? 누가 너를 괴롭히고 있는 거냐? 이 할미에게 다 말하렴... 내가 도와줄 수 있단다!”

“그럴 필요 없으세요.”

영수는 젓가락을 놓고는 티슈를 뽑아 입 주변을 닦고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눈길을 보냈다.

“사람은 도착했는가?”

집사가 말했다.

“이미 문밖에 계십니다.”

영수는 손을 안쪽으로 휘휘 저었다.

그 손짓을 본 집사는 문밖에 신호를 보냈고 뒤이어 두 명의 경호원들이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온몸에 상처를 입은 사람을 끌고 와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강병준은 바닥에 있는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용?”

그의 얼굴 곳곳에는 멍이 들어있었고 두 손은 부러져 이상한 모양으로 구부린채 엎드려 거의 반혼수 상태로 꼼짝도 하지 못했지만, 눈빛은 여전히 매서운 기운을 뿜고 있었다.

할머니는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재수 없는 놈. 수야, 이놈은 왜 데리고 왔느냐?”

강병준은 당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4화

    병원에 입원한 지 보름 만에 퇴원했다. 이 시간 동안, 장소월은 마냥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몸을 회복하는 동시에 시험지도 잊지 않고 몇 세트 풀었다.그 사이 전연우는 아무리 바빠도 꼭꼭 와서 장소월이 풀었던 시험지를 봐주곤 하였는데 틀린 곳을 발견하면 제때 알려줬고 차근차근 설명도 해주었다.쉬는 시간, 전연우는 평소에 장소월이 시간을 느긋하게 보낼 수 있게 하려고 그녀의 핸드폰에 몇몇 자신의 회사에서 새로 개발한 심심풀이용 게임을 다운로드해주었다.하지만 장소월은 게임을 거의 하지 않았고 대부분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였는데 몇 개월 남지 않은 중간고사가 장소월이 장가네를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만 했었다.‘전연우와 장해진의 싸움에서 멀어져야 해...'전연우는 장소월의 퇴원 절차를 도와주었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통증은 가시지 않았지만, 전보다 많이 좋아졌고 몸의 상처도 겉의 딱지가 거의 모두 벗겨지고 그 위에 새로운 피부가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가려운 건 어쩔 수 없었다.이번에 전연우가 장소월한테 그나마 시간을 투자한 것은 단지 장해진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밖에서 모두가 말하기를 전연우는 그저 장해진이 옆에서 키운 개에 불과하다고 한다.하지만 장소월만이 알고 있었다. 사실 전연우는 한 마리의 호시탐탐 목표물을 노리고 있는, 어둠 속에서 배회하고 있는 야생 늑대라는 것을.언제든지 사람을 눈 깜빡 안 하고 죽일 수 있는 짐승이라는 것을 말이다.그는 무엇을 하든지, 그가 하는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다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었다.그의 친절은 여태껏 헛되이 준 적이 없다.장소월은 전연우의 뒤를 따라 아우디 차 앞으로 갔다.이미 조수석 뒷좌석에 앉아 있는 백윤서를 보자마자 장소월은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백윤서에게서 흘러나오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차 앞으로 돌아 운전석 문 앞에 서서 장소월을 바라보던 전연우는 무엇을 발견했는지 대뜸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늘 네가 퇴원했잖아. 마침 윤이도 같이 데리고 가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5화

    “소월아.”장소월은 비몽사몽 해서 눈을 떴다. 그녀의 눈에 전연우의 예리하고도 어딘가 음침한 눈동자가 들어왔다. 장소월은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반응이 다소 과하게 몸을 뒤로 젖혔다. “오빠... 왜... 왜 그래요?”전연우는 그녀를 차갑게 보면서 말했다. “집에 도착했어. 어서 내려.”“아... 네...” 전연우는 곧바로 차에서 나왔고 장소월이 안전벨트를 풀려던 찰나, 차 위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보고는 곧바로 뜯어버렸다.그리고 차 위에 놓인 물건들, 냄새를 제거하는 향수까지 모조리 깨끗이 치웠다.장소월이 차에서 내리자, 전연우는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물건을 보았지만 모두 각자의 침묵을 지키며 서로 입을 열지 않았다.괜히 어떤 말을 꺼냈다가 자칫하면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더 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였다.장소월이 현관문에 들어서자, 아줌마가 반겨주셨다. “오늘 집에 손님이 오셨어요. 일단 먼저 손부터 씻고 나서 밥 드세요.”장소월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손님? 누구요?”“아가씨 담임 선생님이라던데요.”‘강만옥?’장소월은 순간 가슴이 꽉 막힌 것만 같았다. ‘강만옥이 어떻게 여기에 왔지?’‘일부러 장해진인데 접근하려고 왔나?’‘아니면 전연우와의 계획이 앞당겨졌나?’장소월은 손이 덜덜 떨렸고 눈 밑에 어두운 빛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지만 너무나도 빨라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였다.“그럼 강 선생님은요?”그녀는 지금 서재에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듣자니 네가 학교에 있었던 그 일 때문이라고 한다.전생에 장소월에게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가 다시 태어나면서 원래의 운명이 흘러가야 하는 방향을 바꾸었기 때문에 지금의 어떤 일도 함께 바뀐 것 같았다.전연우는 그녀를 지나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백윤서의 곁으로 갔다.그때 위층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아버님,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소월에 관한 일은, 이후에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6화

    마음을 가다듬고 식탁에 돌아와 앉았다.장해진은 모처럼 나에게 관심을 주었다. “강 선생님이 말하기를 요즘에 성적이 아주 좋다며 지난번보다 진보가 아주 많다는데 어떤 보상을 원하는지 한번 말해보렴, 내가 다 들어주마.”평소에 장해진은 장소월에게 아주 엄격하였기에 밥상머리에서도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강만옥이 나타나서 그런지 기분이 아주 좋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장소월은 이때다 싶어 한 가지 요구를 부탁했다. “이번에 수능시험 다 보고 친구들과 함께 해성에 가서 놀고 싶어요. 그럴 수 있나요, 아버지?”“그래, 갈 때 운전기사를 데리고 가는 것이 좋겠어. 혼자는 위험해.”장소월은 크게 기뻐하는 내색이 없이 입꼬리만 살짝 올라갔다. “감사합니다, 아버지.”그러자 강만옥은 한마디 끼어들었다. “소월이 해성에 가서 바다를 보는구나? 듣기로는 그곳이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이 났다던데... 수능 시험 다 보았으니 제대로 휴식은 해야지.”장소월은 대충 대답했다. “제가 오래 안 나가 놀긴 했어요.”옆에 있던 하인이 강만옥에게 주스를 따라주었다. “다니고 싶은 대학교 결정했어? 만약 사범대라면, 지금 네 성적으로 보았을 때 막판에 스프린트 하면 기회가 있어 보이긴 하는데.”서울사범대학교, 명문대학 중에서는 중간 정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경쟁이 너무 치열하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장소월의 문과 성적이 비교적 좋았기에 합격할 가능성은 그래도 컸다.전연우는 장소월의 성적 수준을 모를 리가 없었다. 병원에서도 장소월이 푼 시험지를 많이 봐줬기에 지금 장소월의 능력으로 보았을 때 서울대에 합격하고도 남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서울대학교는 국내에서는 최고의 대학교였다.장소월은 밥을 몇 숟가락 먹고는 담담하게 말하였다. “아직 생각 중이에요. 이제 나중에 보려고요.”“그래, 그때 가서 생각해 봐. 선생님이 네가 학습 계획 세우는 것을 도와줄 수도 있어. 너도 잊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야 해.” 강만옥은 그녀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생에 장소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7화

    두 사람이 전후로 서재에 들어갔고 전연우가 문을 닫자, 압도적인 억압이 온 방 안을 엄습했다.장해진은 불상에 향을 피우며 물었다. “최근에 새로운 친구를 만들었니?”갑자기 던진 물음에 장소월은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였다.“네... 네! 아버지, 혹시 제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장해진은 느릿느릿 책상 앞에 가서 앉았고, 전연우는 바로 그의 옆쪽에 가서 섰다. 두 눈길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소월아, 아빠가 너를 무섭게 했니?”장소월은 고개를 숙이고 잠시 생각하더니, 주눅이 들어 대답했다. “아니요... 아버지가 너무 엄격하셔서, 혹시라도 제가 뭔가를 잘못해서 벌을 받게 될 까봐 걱정했어요.”장해진은 이 말은 듣고는 오히려 희한했고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자기 딸이 어딘가 변한 것 같았다.예전의 퉁명스러운 성격이 많이 누그러진 것 같았다.“언제부터 강 씨 집안사람을 만나고 다녔어?”강 씨 성을 가진 친구라면 장소월은 한 명밖에 아는 사람이 없는데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궁금했다.장해진의 사소한 원한도 반드시 갚는 성격에 따르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장해진은 관여를 안 할 수가 없었다.이런 말들을 물어보면 유일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바로...‘설마... 강영수까지 여기에 끼어들었나?’이것은 장소월이 유일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장해진이 굳이 따로 그녀를 불러내 대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강영수에 관한 일들을 장해진한테 평생 숨길 수는 없고 지금 말하지 않아도 장해진은 나중에 분명히 다 알게 될 것이다.장소월은 아예 사실대로 말했다. “저도 요 며칠 사이에 알게 된 친구인데, 바로 우리 집 옆집에 살았어요. 지난번에 제가 뒤뜰에 있는 대추나무에 갔을 때 그와 몇 마디 나누었을 뿐이에요.”“그래?”‘강 씨 집안사람들도 남원 별장에 있다고?’장소월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 사람 이름은 강영수예요. 아버지, 그 사람 사실 좋은 사람이에요.”장해진은 일어나 장소월에게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8화

    백윤서는 잠시 밖에서 기다리다가 전연우가 서재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는 바로 그에게 다가갔다. “연우 오빠, 왜 그래요? 얼굴색이 안 좋아 보여요... 그 사람이... 오빠를 난처하게 했죠?”전연우는 팔에 양복 외투를 걸쳤다. 원래 얼굴이 오만상이었지만 그녀를 보자마자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아무것도 아니야, 들어가 봐.”차에 앉아 핸들을 잡은 채 서재에서 나눈 대화를 떠올리는 전연우의 눈빛은 날카로웠다.“이건 일주일 뒤 주최되는 자선 파티 초대장이야. 그때 내가 사람을 보내 협조하게 할 테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겠지?”전연우는 초대장을 받았다. “의부님, 혹시 인가네를 끌어들일 생각이십니까?”“아니, 이건 두 집안의 정략결혼이야. 너도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가정을 꾸려야지. 지금으로서는 인가네가 너의 가장 좋은 선택인 것 같다.”“네, 의부님을 실망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전연우는 무엇 때문인지 차를 세웠다. 백윤서는 이해가 안 가는 듯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연우 오빠, 왜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전연우는 갑자기 손을 뻗어 조수석에 앉아 있던 백윤서를 끌어안고 그녀의 향긋한 동백꽃 냄새를 맡았다.백윤서는 흠칫하더니 몸이 뻣뻣해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가 전연우와 이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하면서 전에 그들 사이에는 항상 큰 틈이 있는 것 같았고 아무도 그 틈을 넘을 수 있는 한 발자국을 내딛지 않았다. 설령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하지만 지금 백윤서는 전연우의 이상함을 감지하였다. 줄곧 자기 분수를 알고 있던 사람이 인제 와서 적극적으로 그녀를 안다니.차 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하기 시작했다. 백윤서는 천천히 몸을 느슨하게 풀더니 고개를 젖히고 턱을 전연우의 어깨에 얹은 채 두 손으로 그의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연우오빠... 왜... 왜 그래요? 무슨 일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요?”얼마 지나지 않아 전연우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윤아, 내가 최근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네가 학교로 돌아가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9화

    장소월은 거의 빠른 속도로 답장하였다.「앞으로 또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날 불러. 내가 다 해줄게.」「알았어.」전연우는 위의 메시지를 보더니 눈빛에 많은 생각들이 담겼다.웬일로 장소월이 한 남자에게 메시지를 답장하는 모습을 본다.전연우는 원래 자신의 것이었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 느낌이 들어 왜인지 모르게 불편했다.위의 메시지들은 모두 장소월의 핸드폰을 감시하여 얻은 내용이었다.지난번의 병원에서 장소월의 틈을 타서 몰래 감시하는 앱을 다운했던 것이었다.이어서 장소월은 강영수와 거의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모두 아이들의 일상적인 공유와 취미뿐이었다.무미건조했지만 전연우는 끝까지 모든 내용을 다 읽었다.그는 장소월이 확실히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이야기가 다 끝나가서야 전연우는 이에 대해 감흥이 없어졌다.시간을 보니, 8시 30분이었다. 전연우는 자기가 장소월한테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을 허비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하였다.같은 시각 장가네.장해진은 술자리에 나갔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지만, 장소월은 그가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장해진은 워낙 밖에서 여자를 많이 만드는지라 그에게 있어서 어느 곳에서 밤을 지내든지 마찬가지였다.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후, 장소월은 위층으로 올라가 샤워를 했다.사실 그 밤떡은 모두 아줌마가 만든 것이고 그녀는 그냥 밀가루를 반죽하고 물을 부어 넣는 등, 옆에서 거들기만 하였다. 장소월은 할 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줌마가 너무 걱정해서 혹시라도 상처가 날까 봐 손을 대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전생에 전연우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장소월은 요리부터 간식까지 미슐랭 요리사 못지않는 요리 솜씨를 발휘했었다.하긴 남자를 정복하려면 그 남자의 위부터 정복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으니...전연우는 확실히 그녀의 요리 솜씨에 붙잡혔고, 나중에는 입맛이 점점 까다로워져서, 밖에서 먹는 음식도 익숙지 않게 되었다.그녀가 요리를 배우게 된 것은 전연우의 위장병 때문이었는데 방금 장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30화

    차가운 달빛이 창가에 드리웠다. 장소월은 잠옷을 입고는 아래층 거실로 내려왔다.장소월은 평소에 밤에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아까 깨어났을 때 물을 마시고 싶었는데 주전자의 물을 다 마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아래층으로 내려온 장소월이 졸린 눈으로 돌아서자, 갑자기 소파에 앉아 있는 검은 그림자에 놀라 펄쩍 뛰었다.“악!”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소파에 앉아 있던 사람은 일어나 벽에 있는 불을 켰다.눈 부신 불빛에 장소월은 눈을 가늘게 뜨고서야 비로소 사람이 똑똑히 보였다.“오빠가 왜 여기에 있어? 아직도 안 돌아간 거야?”거실에는 은은한 술 냄새가 났는데 전연우한테서 나는 냄새였다.‘방금 술자리에서 돌아왔나?’‘아니... 가서 백윤서와 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와서 뭐 하는 거지?’전연우는 원래 치밀한 사람이라, 그와 8년 동안 부부였는데도 그의 속내를 짐작할 수 없었다.‘도대체 무슨 속셈인 거야?’말을 하고 있는데 전연우는 서서히 다가오면서 둘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장소월의 뒤에는 벽이 있어 물러설 길이 없었다.그는 앞으로 걸어가서, 눈빛으로 여자아이를 힐끗 보았다.아무리 그의 가벼운 눈빛일지라도 장소월은 여전히 포착할 수 있었다. 전연우 눈 밑의 이상한 기색도.그의 호흡이 잠시 흐트러졌다.장소월이 아는 바에 의하면, 전연우는 함부로 하는 습관이 없다.백윤서가 사고가 나기 전뿐이었지만.그녀가 죽은 후, 전연우는 사치스러운 생활에 취해 수많은 여자와 놀아났었다.장소월은 알고 있었다. 현재 장해진이 있는 한, 전연우는 그녀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장소월의 속눈썹이 가볍게 흔들렸다. 눈치채지 못한 척 도망치려 했다.그러자 전연우는 갑자기 손을 뻗어 벽을 짚더니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장소월은 순간 숨이 멎는 듯했고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오빠... 오빠... 또 무슨 일 있어요?”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이는 점점 더 빨라졌다. 예리하게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그 눈빛은 아무리 두꺼운 갑옷을 입어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31화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는 전연우의 눈길에서 장소월은 너무나도 낯선 다정함을 느꼈다. 왜일까, 백윤서를 마주할때만 보이던 그 눈빛으로 이 남자는 지금 왜 날 보고있는걸까. 그녀에게 익숙한 것은 얼음 같은 냉혹함, 혐오, 무시... 수년간 변하지 않던 그의 태도에 익숙해지려 하는 지금, 갑자기 나타난 다정함은 그녀를 순식간에 긴장케 했다. 어디 긴장 뿐일까, 행여나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건 아닐까 하나하나 되새겨보는 장소월이였다.“네가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거 윤이가 알면 참 좋아할 텐데. 그럼 넌? 진짜 강영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거야?”“네? 그게 무슨...”연우의 한마디에 소월은 귀를 의심했다. 여기서 강영수가 왜 나오는 거지? 참, 오늘따라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니까. 당황함에 할 말을 잃은듯해 보이는 소월을 바라보던 연우는 뭔가 떠오른 듯 잡은 손을 놓았다. 순간 방금전의 따스함은 사라지고 전연우의 얼굴에는 늘 하던 그대로 차가움만이 남아있다. 마치 방금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착각인것마냥...“됐어, 아무것도 아냐, 신경 쓸 필요 없어.”후. 조금은 긴장이 풀린 장소월의 머릿속엔 그저 빨리 이 곳에서 탈출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슬며시 자리를 피하려던 그녀의 손목이 뜨겁고 거친 손에 잡혔다. 전연우였다.“더 할 말이라도 있어요?”“배고파, 주방에 가서 뭐라도 좀 해와.”“...”그녀가 요리에 소질이 없다는 걸 전연우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라면 하나조차 끓일 줄 모르는 소월에게 요리를 시키다니, 어딘가 단단히 맛이 간 게 분명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연우는 뒤돌아 소파로 향했다. 그제야 장소월은 그에게서 풍겨오는 술 냄새를 느꼈다.“하, 술이 문제지 술이 문제야 정말.”장소월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주방으로 가 냉장고를 열었다. 공복에 술부터 들이붓는 습관은 어디서 기른 건지 참, 아침밥조차 통 먹으려 하지 않으니, 위가 정상일 리 만무했다.“어쩌겠어, 이게 다 내 팔자지 뭐. 저런 인간도 명색에 오빠라고...”말은 삐뚤

Latest chapter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48화

    그는 배은란 때문에 자신의 미래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건 그에게 너무나 불공평한 일이니 말이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서철용은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호걸에게 전화를 걸었다.“뭐야?” “너 돼지냐? 이제야 일어났어?”전화기 너머에서 주호걸의 욕설이 들려왔다.“농구장에서 기다려. 나와서 농구나 하자.”어제의 서철용은 그야말로 활기 하나 없이 축 처져 있었다.그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에 주호걸은 농구를 하자며 서철용을 불러냈다.“좋아, 지금 바로 갈게.” 서철용은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그러고는 운동복을 입고 농구장으로 향했다.따스한 햇볕이 농구 코트에 쏟아지고 있으니, 서철용의 기분도 더불어 밝아졌다.주호걸은 이미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철용아, 왔어?” 주호걸은 서철용을 보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응, 주호걸, 어제 해준 말 고마웠어.” 서철용이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다.“우리 사이에 그런 낯간지러운 말은 필요 없어.” 주호걸은 웃으며 서철용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두 사람은 농구를 시작했고, 서철용의 기분도 점점 좋아졌다.그 역시 자신에겐 기나긴 미래가 펼쳐져 있음을 알고 있었다. 고작 한 사람 때문에 인생을 포기할 수는 없다.그는 열심히 노력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생각이었다.농구를 마친 후, 두 사람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식탁에서, 서철용은 주호걸에게 자신의 결정을 이야기했다.“주호걸, 나 의대에 가기로 결심했어.” 서철용이 진지하게 말했다.“응, 나는 너 응원해.” 주호걸은 서철용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는 서철용이 올바른 선택을 내렸다고 생각했다. 그는 분명 열심히 노력해 자신의 목표를 이룰 것이다.비록 의학 공부가 서철용의 처음 꿈은 아니었지만, 그는 이미 배은란 때문에 한 번 진로를 바꾸었다. 또다시 바꾸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다.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덧 개학 첫날이 되었다.주호걸은 의대에 지원하지 않았기에 서철용 혼자 대학교에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47화

    번외편 5: 최초의 꿈“미치지 않았어.” 서철용은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나는 의대에 가고 싶지 않아.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철용은 또다시 자신에게 술을 따랐다.그는 자신의 결정이 미친 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마음속에선 이미 결정을 끝냈다.그는 더 이상 배은란을 위해 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려는 생각이었다.“철용아, 너...” 주호걸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한동안 말없이 서철용을 쳐다보았다.그는 서철용이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결심한 일은 종래로 번복하지 않는다.하지만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그를 설득해야 했다.친구가 잘못된 길에 들어서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난 네가 네 최초의 꿈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최초의 꿈이라...서철용은 생각에 잠겼다.그는 당연히 자신의 최초의 꿈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배우고 싶어 했다.의대를 지망했던 건 오로지 배은란 때문이다.“주호걸, 네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 서철용이 나지막이 말했다.“하지만 난 정말 더 이상 배은란을 위해 살고 싶지 않아.”그 순간 서철용의 눈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미친 결정이긴 하지만, 이미 준비를 마쳤다.그는 자신의 꿈을 좇으며 원하는 삶을 살 것이다.“자꾸만 삶의 방향을 바꾸는 건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야.” 주호걸이 말했다.“이왕 이 길을 선택하고 노력을 기울여 성과까지 따낸 이상, 계속 걸어가야 해. 사소한 일 때문에 포기하는 건 내가 아는 서철용답지 않아.”서철용은 주호걸의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그는 주호걸이 이런 말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기억 속 주호걸은 항상 그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지금 주호걸은 그의 결정을 반대하고 있다.“주호걸, 너...” 서철용은 말문이 막혀버렸다.“철용아, 너 지금 기분 안 좋다는 거 알아. 또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46화

    서철용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좋은 일 맞지. 하지만 나한테는 별로 의미 없어.” “무슨 말이야?” 주호걸이 물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남자랑 사귄대.” 서철용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어디야?” 주호걸의 목소리도 무거워졌다. 역시 아무 이유 없이 그를 찾아 술을 마시자고 할 서철용이 아니다.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이다. “KK 술집으로 가자.” 서철용은 자신이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슬픔만 안겨준 이곳에 더는 머물고 싶지 않았다. KK 술집은 서철용과 주호걸의 비밀 아지트였다. 그들은 종종 그곳에서 함께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호걸은 술집 문 앞에 도착했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구석에 앉아 있는 서철용을 발견했다. 서철용은 이미 술을 많이 마셨는지, 얼굴에 약간의 취기가 감돌고 있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 주호걸은 서철용의 옆에 앉아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많이 안 마셨어.” 서철용은 또다시 자신의 컵에 술을 따랐다. 주호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서철용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철용아, 너...” 주호걸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서철용이 말을 끊었다. “주호걸, 난 정말 형편없는 인간인가 봐.” 서철용은 고개를 들어 허탈한 얼굴로 주호걸을 쳐다보았다.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했는데, 배은란은 한 번도 나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았어. 병신 같은 놈. 고백도 못 하고!” 서철용은 괴로움을 못 이겨 또다시 술을 들이켰다. 주호걸의 눈에 서철용은 너무나도 안타까워 보였다. 그는 서철용이 배은란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서철용에게 조금의 관심도 없는 듯했다. “철용아, 네 잘못이 아니야.” 주호걸은 서철용의 어깨를 두드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잘못된 게 아니야.” 그 말에 서철용의 얼굴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렇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나쁜 일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45화

    번외편 4“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서철용은 합격 문자가 와 있는 핸드폰을 등 뒤로 숨겼다.그들의 교제 소식에 비하면, 그의 것은 그다지 놀라운 것도 아닌 것 같았다.어쩌면 서철용 혼자에게만 좋은 소식일지도 모른다. 배은란, 서민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일 수도 있다.두 사람은 대학에서 캠퍼스 커플로 사랑을 키워갈 테니, 그는 그저 불필요한 존재가 될 뿐이다.그는 잠시 이 대학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까지 들었다.“너 나한테 전화해서 좋은 소식이 있다고 말했었잖아. 왜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야?”배은란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서철용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녀는 서철용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배은란 또한 서철용이 왜 이토록 풀이 죽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얼른 마음을 추스르고 다른 목표를 향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녀가 다른 남자와 연애를 시작했다고 해서, 넋을 잃은 사람처럼 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아, 너희들이 이어졌다는 거 들으니까 너무 기뻐서 그래. 그에 비하면 내 일은 별거 아닌 것 같아.” 서철용은 무심한 듯 손을 흔들었다.“됐어, 너희들 먼저 가.” 그는 더 이상 두 사람과 한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계속 이 시간이 이어지다간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전락할지 그조차 알 수 없었다.지칠 만큼 지쳐 더이상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는 건 무리다.“이상하네.” 배은란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그녀는 더는 서철용에게 캐묻지 않고 서민용의 팔짱을 끼고 떠났다.서철용은 씁쓸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배은란은 분명 그가 의대에 지원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늘 결과가 나오는 날이니, 그녀 역시 이미 전화를 받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그가 의대에 합격했는지 여부를 묻지 않았다.배은란의 마음속에 그의 자리는 전혀 없다는 것을 설명한다.그런 그녀에게 그의 합격 소식을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여보세요, 나와서 술이나 마시자.” 서철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44화

    배은란이‘우리’라고 했다.‘내’가 아니라.“맞아, 우리 사귀기로 했어.” 배은란이 서민용의 어깨에 살짝 기대며 말했다.서철용은 눈앞이 아찔해지고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배은란과 서민용이 사귄다고?배은란이 줄곧 서민용을 좋아해 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두 사람이 이렇게나 빨리 이루어질 줄은 정말 몰랐다.그의 마음은 실망감과 분함으로 가득 찼다. 왜 서민용은 되고, 그는 안 된단 말인가.하지만 그 또한 감정이라는 것은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 못마땅한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그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애써 침착함을 되찾고는 배은란과 서민용을 바라보며 말했다. “축하해.”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마음은 불편했어도, 진심으로 배은란이 행복해지기를 바랐다.배은란과 서민용 모두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어 배은란이 말했다. “고마워, 철용아. 사실 우리가 이렇게 되게 된 건, 네 덕분이기도 해.”서철용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배은란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배은란이 말을 이어갔다. “전에는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계속 망설였었거든. 네가 날 위해 그토록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어.”배은란도 자신에 대한 서철용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다만, 그 마음을 마주 하고 싶지 않아 잠시 외면했을 뿐이다.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자신을 좋아해 주는좋아해주는 사람, 둘 중에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했었다.그러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서철용을 본 그녀는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선명해졌다.서철용을 선택했다면, 분명 후회했을 것이다.하여 수능이 끝난 후 서민용에게 그녀의 진심을 고백했다.다행히 그녀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고, 서민용은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였다.“내 덕분에?” 서철용은 더욱 의아해졌다.배은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네 덕분에. 네가 날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 보니까 나 역시 나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43화

    “은란아, 집에 있니?” 그는 좋은 소식을 알려주려 배은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집에 있어. 무슨 일이야?” 방금 합격 문자를 받은 배은란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너에게 좋은 소식 하나 알려주고 싶어서.” 서철용은 잔뜩 흥분한 채 말했다.곧 배은란과 같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동안 했던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게 여겨졌다.그에게 있어서 이 상황은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앞으로는 다른 걱정 없이 그녀와 함께 대학 생활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마침 나도 너한테 할 말이 있는데, 저녁에 같이 밥 먹을래?” 배은란이 말했다.오늘 그녀 또한 나누고 싶은 좋은 소식이 있었던 차에 마침 서철용이 전화를 걸어오니 자연스럽게 초대한 것이다.“그래, 그래, 좋아.” 배은란의 제안에 서철용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 역시 배은란에게 함께 밥을 먹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녀에게 거절당할까 봐 망설이고 있었으니 말이다.그런데 배은란이 먼저 그와 만나겠다고 하다니.혹시 그녀도 그에게 마음을 열게 된 걸까?“나중에 위치 보내줄게.” 배은란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서철용에게 오후 시간은 굼벵이처럼 너무나도 느리게 흘렀다.그는 특별히 백화점에 가서 새 옷을 사고 헤어스타일도 바꾸며 최고 멋진 모습으로 배은란을 마주하기 위해 노력했다.저녁, 서철용은 일찌감치 식당에 도착해 자리에 앉았다.기대와 긴장으로 가득 찬 채 의대 합격 문자가 담긴 핸드폰을 꽉 쥐고 있었다.그는 끊임없이 시계를 바라보며 배은란이 오기를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흰색 원피스를 입은 그녀가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청순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서철용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이지 보고 있으면 혼이 쏙 빠질 정도로 예뻤다.하지만 몇 초 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서민용이 왜 배은란과 함께 왔단 말인가?“여긴 왜 왔어?” 서철용은 불편하고도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서민용에게 물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42화

    “응, 결정했어.” 서철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굳건한 눈빛으로 배은란을 바라봤다.배은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철용은 절대 결정을 바꾸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럼 지켜보겠어.” 배은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 마, 그때도 네 옆자리에 앉아 있을 테니까.” 서철용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말했다.오직 서철용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 의학 공부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그가 진짜 좋아하는 분야는 컴퓨터공학이었다.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는 것이 그의 오랜 꿈이었다.하지만 배은란 앞에서는 그 어떤 꿈도 뒷전이었다.배은란과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그의 가장 중요하고 큰 꿈이 되었기 때문이었다.“뭐? 의대에 지원하겠다고?” 한의준은 서철용의 결정을 듣고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화들짝 놀랐다.그가 과외해준 덕분에 성적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의대에 도전할 정도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네.” 서철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그는 한의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서철용 또한 의대에 지원하겠다고 말하면 한의준이 많이 놀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결정한 이상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하지만 시도한다면 한 가닥 희망의 끈이라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배은란 곁에 머물고 싶다면 서울에 있는 다른 대학교나 다른 전공에 지원해도 되잖아. 쉬운 길이 있는데 왜 굳이 자신을 괴롭히려고 하는 거야.”서철용이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는 알지만, 한의준은 그를 말리고 싶었다.그가 어찌 서철용에 대해 모르겠는가.정확히 말하면 그는 의학 분야에 부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었다. 평소 병원에 가는 것조차 싫어하는 그가 매일 의학 관련 일에 파묻혀 있으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미 마음 정했으니까 더 이상 말리지 말아요. 그냥 내가 의대에 붙을 수 있도록 과외만 잘해주면 돼요.” 서철용은 한의준을 바라보며 손을 내저었다.그가 자신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41화

    ‘분명 먼저 널 만난 사람은 나였어!’‘배은란!’...“배은란, 어느 대학에 갈 거야?” 서철용은 배은란에게 다가가 능글맞게 물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최근 그의 성적이 급격하게 향상되어 점점 배은란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는 것을.조금만 더 노력하면 배은란과 같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가 왜 이토록 열심히 노력하는지 오직 그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배은란은 콧방귀를 뀌며 오만하게 말했다.서철용은 바로 배은란의 이런 오만한 모습을 좋아했다.“알려주면 안 돼?” 서철용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지금 자신의 체면을 신경 쓴다면 그는 배은란과 같은 대학에 갈 수 없을 것이다.하여 그는 배은란에게 자존심을 버리고 그녀가 어느 대학에 지원할지 알려달라고 애원했다.“반장이 가는 곳으로 가려고. 난 반장 따라갈 거야.” 배은란은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서민용을 바라보았다.배은란이 서민용을 좋아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물론 서철용 또한 마찬가지였다.서철용의 눈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녀는 서민용을 따라갈 것이라는 걸 일찌감치 예상했어야 했다. “야, 어느 대학에 갈지 정했어?” 서철용이 서민용에게 다가가 삐딱한 태도로 물었다.배은란 때문이 아니었다면 서민용에게 이런 질문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배은란과 같은 대학에 가기 위해선 어쩔 수가 없었다.“의대에 가려고.” 서민용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그는 본래 그런 사람이었다. 그 누구에게나 무관심했다. 바로 그 모습 때문에 배은란은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서민용의 대답을 들은 서철용은 그야말로 착잡하기 그지없었다.서민용이 하필이면 의대를 선택할 줄이야.그는 의대 경쟁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다. 서민용은 배은란과 함께 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서철용은 돌연 허탈함과 무력감에 사로잡혔다. 서민용과 자신은 비교가 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비교할 생각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40화

    회사는 그녀의 상황을 배려해 흔쾌히 휴가를 승인해 주었다.배은란은 1층 욕실에서 씻은 뒤 다시 서민용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현재 서민용과 한 침대에서 자지 않고 있다. 의사가 환자의 몸을 실수로 누를 수 있기에 같은 침대에서 자는 건 권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다.그녀는 그 말을 기억하고 줄곧 한 방에 있었지만 한 침대에서 자지는 않았다.달빛이 서민용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배은란은 달빛을 빌려서야 그의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배은란은 이런 날들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서민용이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다음 날 아침, 배은란이 일어났을 때 서민용은 이미 눈을 뜨고 있었다.“바깥 새소리 때문에 깼어? 어제 자기 전에 커튼 치는 거 깜빡했네. 다음부터는 잊지 않을게. 안 졸려? 조금 더 잘래?”서민용은 눈을 깜빡이며 괜찮다는 뜻을 표했다. 배은란은 얼른 일어나 그의 얼굴을 씻겨주었다. 잠시 뒤면 두 아이가 서민용을 보러 올 것이기 때문이었다.배은란이 오늘 휴가를 냈기에 아침 식사는 서민용의 방에서 네 가족이 함께 먹었다. 서민용은 배은란이 계속 집에 머무르며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자 의아한 마음에 눈을 반복해 깜빡거렸다. 그 모습을 본 배은란은 손바닥으로 그의 눈을 덮으며 걱정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이어 그녀는 입술을 서민용의 눈에 가져갔다. 그는 배은란의 입맞춤을 느끼고 눈까풀을 파르르 떨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서민용의 꿈속에서 그는 한 손에 아이 하나씩 안고 있었고, 석양의 노을이 그와 배은란에게 드리워져 있었다. 더없이 행복한 모습이었다.그는 꿈속에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현실에서는 두 아이를 안고 놀이공원에 갈 수 없기에 진짜일 리가 없었다.그러던 어느 날, 배은란은 뜻밖에도 그를 다시 볼 수 있었다.“들어와서 좀 앉았다가 가.”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서철용은 몸을 돌렸다.“얼굴이 좀 탔네.”“응. 지나가다가 두 사람이 여전히 이곳에 살고 있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