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아.”장소월은 비몽사몽 해서 눈을 떴다. 그녀의 눈에 전연우의 예리하고도 어딘가 음침한 눈동자가 들어왔다. 장소월은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반응이 다소 과하게 몸을 뒤로 젖혔다. “오빠... 왜... 왜 그래요?”전연우는 그녀를 차갑게 보면서 말했다. “집에 도착했어. 어서 내려.”“아... 네...” 전연우는 곧바로 차에서 나왔고 장소월이 안전벨트를 풀려던 찰나, 차 위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보고는 곧바로 뜯어버렸다.그리고 차 위에 놓인 물건들, 냄새를 제거하는 향수까지 모조리 깨끗이 치웠다.장소월이 차에서 내리자, 전연우는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물건을 보았지만 모두 각자의 침묵을 지키며 서로 입을 열지 않았다.괜히 어떤 말을 꺼냈다가 자칫하면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더 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였다.장소월이 현관문에 들어서자, 아줌마가 반겨주셨다. “오늘 집에 손님이 오셨어요. 일단 먼저 손부터 씻고 나서 밥 드세요.”장소월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손님? 누구요?”“아가씨 담임 선생님이라던데요.”‘강만옥?’장소월은 순간 가슴이 꽉 막힌 것만 같았다. ‘강만옥이 어떻게 여기에 왔지?’‘일부러 장해진인데 접근하려고 왔나?’‘아니면 전연우와의 계획이 앞당겨졌나?’장소월은 손이 덜덜 떨렸고 눈 밑에 어두운 빛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지만 너무나도 빨라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였다.“그럼 강 선생님은요?”그녀는 지금 서재에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듣자니 네가 학교에 있었던 그 일 때문이라고 한다.전생에 장소월에게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가 다시 태어나면서 원래의 운명이 흘러가야 하는 방향을 바꾸었기 때문에 지금의 어떤 일도 함께 바뀐 것 같았다.전연우는 그녀를 지나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백윤서의 곁으로 갔다.그때 위층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아버님,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소월에 관한 일은, 이후에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
마음을 가다듬고 식탁에 돌아와 앉았다.장해진은 모처럼 나에게 관심을 주었다. “강 선생님이 말하기를 요즘에 성적이 아주 좋다며 지난번보다 진보가 아주 많다는데 어떤 보상을 원하는지 한번 말해보렴, 내가 다 들어주마.”평소에 장해진은 장소월에게 아주 엄격하였기에 밥상머리에서도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강만옥이 나타나서 그런지 기분이 아주 좋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장소월은 이때다 싶어 한 가지 요구를 부탁했다. “이번에 수능시험 다 보고 친구들과 함께 해성에 가서 놀고 싶어요. 그럴 수 있나요, 아버지?”“그래, 갈 때 운전기사를 데리고 가는 것이 좋겠어. 혼자는 위험해.”장소월은 크게 기뻐하는 내색이 없이 입꼬리만 살짝 올라갔다. “감사합니다, 아버지.”그러자 강만옥은 한마디 끼어들었다. “소월이 해성에 가서 바다를 보는구나? 듣기로는 그곳이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이 났다던데... 수능 시험 다 보았으니 제대로 휴식은 해야지.”장소월은 대충 대답했다. “제가 오래 안 나가 놀긴 했어요.”옆에 있던 하인이 강만옥에게 주스를 따라주었다. “다니고 싶은 대학교 결정했어? 만약 사범대라면, 지금 네 성적으로 보았을 때 막판에 스프린트 하면 기회가 있어 보이긴 하는데.”서울사범대학교, 명문대학 중에서는 중간 정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경쟁이 너무 치열하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장소월의 문과 성적이 비교적 좋았기에 합격할 가능성은 그래도 컸다.전연우는 장소월의 성적 수준을 모를 리가 없었다. 병원에서도 장소월이 푼 시험지를 많이 봐줬기에 지금 장소월의 능력으로 보았을 때 서울대에 합격하고도 남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서울대학교는 국내에서는 최고의 대학교였다.장소월은 밥을 몇 숟가락 먹고는 담담하게 말하였다. “아직 생각 중이에요. 이제 나중에 보려고요.”“그래, 그때 가서 생각해 봐. 선생님이 네가 학습 계획 세우는 것을 도와줄 수도 있어. 너도 잊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야 해.” 강만옥은 그녀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생에 장소
두 사람이 전후로 서재에 들어갔고 전연우가 문을 닫자, 압도적인 억압이 온 방 안을 엄습했다.장해진은 불상에 향을 피우며 물었다. “최근에 새로운 친구를 만들었니?”갑자기 던진 물음에 장소월은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였다.“네... 네! 아버지, 혹시 제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장해진은 느릿느릿 책상 앞에 가서 앉았고, 전연우는 바로 그의 옆쪽에 가서 섰다. 두 눈길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소월아, 아빠가 너를 무섭게 했니?”장소월은 고개를 숙이고 잠시 생각하더니, 주눅이 들어 대답했다. “아니요... 아버지가 너무 엄격하셔서, 혹시라도 제가 뭔가를 잘못해서 벌을 받게 될 까봐 걱정했어요.”장해진은 이 말은 듣고는 오히려 희한했고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자기 딸이 어딘가 변한 것 같았다.예전의 퉁명스러운 성격이 많이 누그러진 것 같았다.“언제부터 강 씨 집안사람을 만나고 다녔어?”강 씨 성을 가진 친구라면 장소월은 한 명밖에 아는 사람이 없는데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궁금했다.장해진의 사소한 원한도 반드시 갚는 성격에 따르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장해진은 관여를 안 할 수가 없었다.이런 말들을 물어보면 유일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바로...‘설마... 강영수까지 여기에 끼어들었나?’이것은 장소월이 유일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장해진이 굳이 따로 그녀를 불러내 대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강영수에 관한 일들을 장해진한테 평생 숨길 수는 없고 지금 말하지 않아도 장해진은 나중에 분명히 다 알게 될 것이다.장소월은 아예 사실대로 말했다. “저도 요 며칠 사이에 알게 된 친구인데, 바로 우리 집 옆집에 살았어요. 지난번에 제가 뒤뜰에 있는 대추나무에 갔을 때 그와 몇 마디 나누었을 뿐이에요.”“그래?”‘강 씨 집안사람들도 남원 별장에 있다고?’장소월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 사람 이름은 강영수예요. 아버지, 그 사람 사실 좋은 사람이에요.”장해진은 일어나 장소월에게
백윤서는 잠시 밖에서 기다리다가 전연우가 서재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는 바로 그에게 다가갔다. “연우 오빠, 왜 그래요? 얼굴색이 안 좋아 보여요... 그 사람이... 오빠를 난처하게 했죠?”전연우는 팔에 양복 외투를 걸쳤다. 원래 얼굴이 오만상이었지만 그녀를 보자마자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아무것도 아니야, 들어가 봐.”차에 앉아 핸들을 잡은 채 서재에서 나눈 대화를 떠올리는 전연우의 눈빛은 날카로웠다.“이건 일주일 뒤 주최되는 자선 파티 초대장이야. 그때 내가 사람을 보내 협조하게 할 테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겠지?”전연우는 초대장을 받았다. “의부님, 혹시 인가네를 끌어들일 생각이십니까?”“아니, 이건 두 집안의 정략결혼이야. 너도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가정을 꾸려야지. 지금으로서는 인가네가 너의 가장 좋은 선택인 것 같다.”“네, 의부님을 실망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전연우는 무엇 때문인지 차를 세웠다. 백윤서는 이해가 안 가는 듯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연우 오빠, 왜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전연우는 갑자기 손을 뻗어 조수석에 앉아 있던 백윤서를 끌어안고 그녀의 향긋한 동백꽃 냄새를 맡았다.백윤서는 흠칫하더니 몸이 뻣뻣해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가 전연우와 이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하면서 전에 그들 사이에는 항상 큰 틈이 있는 것 같았고 아무도 그 틈을 넘을 수 있는 한 발자국을 내딛지 않았다. 설령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하지만 지금 백윤서는 전연우의 이상함을 감지하였다. 줄곧 자기 분수를 알고 있던 사람이 인제 와서 적극적으로 그녀를 안다니.차 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하기 시작했다. 백윤서는 천천히 몸을 느슨하게 풀더니 고개를 젖히고 턱을 전연우의 어깨에 얹은 채 두 손으로 그의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연우오빠... 왜... 왜 그래요? 무슨 일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요?”얼마 지나지 않아 전연우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윤아, 내가 최근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네가 학교로 돌아가
장소월은 거의 빠른 속도로 답장하였다.「앞으로 또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날 불러. 내가 다 해줄게.」「알았어.」전연우는 위의 메시지를 보더니 눈빛에 많은 생각들이 담겼다.웬일로 장소월이 한 남자에게 메시지를 답장하는 모습을 본다.전연우는 원래 자신의 것이었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 느낌이 들어 왜인지 모르게 불편했다.위의 메시지들은 모두 장소월의 핸드폰을 감시하여 얻은 내용이었다.지난번의 병원에서 장소월의 틈을 타서 몰래 감시하는 앱을 다운했던 것이었다.이어서 장소월은 강영수와 거의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모두 아이들의 일상적인 공유와 취미뿐이었다.무미건조했지만 전연우는 끝까지 모든 내용을 다 읽었다.그는 장소월이 확실히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이야기가 다 끝나가서야 전연우는 이에 대해 감흥이 없어졌다.시간을 보니, 8시 30분이었다. 전연우는 자기가 장소월한테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을 허비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하였다.같은 시각 장가네.장해진은 술자리에 나갔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지만, 장소월은 그가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장해진은 워낙 밖에서 여자를 많이 만드는지라 그에게 있어서 어느 곳에서 밤을 지내든지 마찬가지였다.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후, 장소월은 위층으로 올라가 샤워를 했다.사실 그 밤떡은 모두 아줌마가 만든 것이고 그녀는 그냥 밀가루를 반죽하고 물을 부어 넣는 등, 옆에서 거들기만 하였다. 장소월은 할 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줌마가 너무 걱정해서 혹시라도 상처가 날까 봐 손을 대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전생에 전연우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장소월은 요리부터 간식까지 미슐랭 요리사 못지않는 요리 솜씨를 발휘했었다.하긴 남자를 정복하려면 그 남자의 위부터 정복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으니...전연우는 확실히 그녀의 요리 솜씨에 붙잡혔고, 나중에는 입맛이 점점 까다로워져서, 밖에서 먹는 음식도 익숙지 않게 되었다.그녀가 요리를 배우게 된 것은 전연우의 위장병 때문이었는데 방금 장
차가운 달빛이 창가에 드리웠다. 장소월은 잠옷을 입고는 아래층 거실로 내려왔다.장소월은 평소에 밤에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아까 깨어났을 때 물을 마시고 싶었는데 주전자의 물을 다 마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아래층으로 내려온 장소월이 졸린 눈으로 돌아서자, 갑자기 소파에 앉아 있는 검은 그림자에 놀라 펄쩍 뛰었다.“악!”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소파에 앉아 있던 사람은 일어나 벽에 있는 불을 켰다.눈 부신 불빛에 장소월은 눈을 가늘게 뜨고서야 비로소 사람이 똑똑히 보였다.“오빠가 왜 여기에 있어? 아직도 안 돌아간 거야?”거실에는 은은한 술 냄새가 났는데 전연우한테서 나는 냄새였다.‘방금 술자리에서 돌아왔나?’‘아니... 가서 백윤서와 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와서 뭐 하는 거지?’전연우는 원래 치밀한 사람이라, 그와 8년 동안 부부였는데도 그의 속내를 짐작할 수 없었다.‘도대체 무슨 속셈인 거야?’말을 하고 있는데 전연우는 서서히 다가오면서 둘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장소월의 뒤에는 벽이 있어 물러설 길이 없었다.그는 앞으로 걸어가서, 눈빛으로 여자아이를 힐끗 보았다.아무리 그의 가벼운 눈빛일지라도 장소월은 여전히 포착할 수 있었다. 전연우 눈 밑의 이상한 기색도.그의 호흡이 잠시 흐트러졌다.장소월이 아는 바에 의하면, 전연우는 함부로 하는 습관이 없다.백윤서가 사고가 나기 전뿐이었지만.그녀가 죽은 후, 전연우는 사치스러운 생활에 취해 수많은 여자와 놀아났었다.장소월은 알고 있었다. 현재 장해진이 있는 한, 전연우는 그녀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장소월의 속눈썹이 가볍게 흔들렸다. 눈치채지 못한 척 도망치려 했다.그러자 전연우는 갑자기 손을 뻗어 벽을 짚더니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장소월은 순간 숨이 멎는 듯했고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오빠... 오빠... 또 무슨 일 있어요?”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이는 점점 더 빨라졌다. 예리하게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그 눈빛은 아무리 두꺼운 갑옷을 입어도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는 전연우의 눈길에서 장소월은 너무나도 낯선 다정함을 느꼈다. 왜일까, 백윤서를 마주할때만 보이던 그 눈빛으로 이 남자는 지금 왜 날 보고있는걸까. 그녀에게 익숙한 것은 얼음 같은 냉혹함, 혐오, 무시... 수년간 변하지 않던 그의 태도에 익숙해지려 하는 지금, 갑자기 나타난 다정함은 그녀를 순식간에 긴장케 했다. 어디 긴장 뿐일까, 행여나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건 아닐까 하나하나 되새겨보는 장소월이였다.Comment by 만든 이: 랭혹하다 : ‘냉혹하다’의 북한어.북한어와 혼용하지 않도록 반드시 유의Comment by 만든 이: 긴장케 만들었다. - 번역체 문구둘 다 사용에는 무관하나 한국식 표현 지향Comment by 만든 이: 오타Comment by 만든 이: 搭配不当올바른 호응 : 행여나 ~ 한 건 아닐까 “네가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거 윤이가 알면 참 좋아할 텐데. 그럼 넌? 진짜 강영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거야?”“네? 그게 무슨...”연우의 한마디에 소월은 귀를 의심했다. 여기서 강영수가 왜 나오는 거지? 참, 오늘따라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니까. 당황함에 할 말을 잃은듯해 보이는 소월을 바라보던 연우는 뭔가 떠오른 듯 잡은 손을 놓았다. 순간 방금전의 따스함은 사라지고 전연우의 얼굴에는 늘 하던 그대로 차가움만이 남아있다. 마치 방금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착각인것마냥...“됐어, 아무것도 아냐, 신경 쓸 필요 없어.”후. 조금은 긴장이 풀린 장소월의 머릿속엔 그저 빨리 이 곳에서 탈출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슬며시 자리를 피하려던 그녀의 손목이 뜨겁고 거친 손에 잡혔다. 전연우였다.Comment by 만든 이: 맞춤법 오류Comment by 만든 이: 맞춤법 오류. 띄어쓰기“더 할 말이라도 있어요?”“배고파, 주방에 가서 뭐라도 좀 해와.”“...”그녀가 요리에 소질이 없다는 걸 전연우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라면 하나조차 끓일 줄 모르는 소월에게 요리를 시키다니, 어딘가 단단히
장소월은 당황한 표정으로 어쩔 바를 몰라 하며 방으로 도망갔다. 그리고 힘껏 문을 닫고 나서 자물쇠까지 걸어버렸다.그녀는 문에 기대어 섰다. 떨리는 두 손은 끊임없이 입술을 닦아댔다. 마치 더러운 물건에라도 닿았던 것처럼 말이다.장소월의 첫 키스는 진작 술김을 빌어 전연우에게 줬다. 전연우가 그녀를 힘껏 밀어내던 장면은 아직도 선명히 기억났다. 특히 혐오로 가득한 그 눈빛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장소월이 아니었고, 전연우와 얽히고 싶지도 않았다.전연우와 닿았다는 생각에 장소월은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수십 마리의 개미가 몸을 타고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장소월은 입술이 저릿저릿하니 감각이 사라진 다음에야 손을 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어떻게 전연우의 몸 위로 넘어졌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상식대로라면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전연우가 취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의심할 필요가 없기도 했다.장소월은 부단히 이건 사고일 뿐이라고, 마음에 둘 필요가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하지만 침대에 누운 다음에도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전연우의 얼굴로 가득했다.거실.전연우는 잔뜩 풀린 눈으로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비몽사몽인 채로 저도 모르게 그릇 안의 면을 전부 다 비웠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천상의 맛이었다.‘혹시 지금껏 요리를 못하는 척 한 건가? 에이, 설마... 그냥 어디에서 배웠겠지.’사실 전연우는 조금 전 일부러 장소월의 발을 걸었다. 그녀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서 말이다. 예상 밖으로 그녀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지금의 장소월은 전연우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진저리를 쳤다. 정말이지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그녀는 백윤서 때문이 아닌 단순한 혐오와 공포 때문에 그와 거리를 두려는 것이었다.‘혹시 무언가 발견한 건가? 장소월... 너 도대체 뭘 알고 있는 거야?’줄곧 모든 것을 손쉽게 장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