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10시에 도서관은 폐관한다.장소월이 7시에 도서관에 도착하니, 아직도 사람들이 조금 있었다.창가 쪽 늘 앉던 자리에 앉아 문제집을 펼쳐놓았다.얼마 후, 도서관 불이 하나씩 꺼지더니 도서관 관리원이 다가와 말했다.“학생, 폐관했어요.”강용이 오지 않은 것도 별로 놀랍지 않았다.돌아가는 길에 장소월은 인테리어를 하고 있어 하인과 기사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지금 시간에 마지막 버스는 이미 끊겼다.장소월은 결국 택시를 타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거의 11시가 되어서야 장소월은 아파트에 도착했다.고개를 들어보니 12층 불은 이미 꺼졌다. 아마 이미 자고 있을 것이다.장소월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집에 도착해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하니 오류라고 떴다.세 번이나 시도했지만 여전히 틀린 비밀번호였다.‘분명 1부터 6이었는데, 혹시 바꿨나?’장소월은 휴대폰을 꺼냈지만, 오 아주머니는 휴대폰이 없는 것이 생각났고, 거실의 유선 전화 번호도 모르고 있었다. 백윤서... 거의 연락하지 않는 그녀의 번호에 시선이 떨어졌다.몇 초 동안 침묵이 흘렀고, 복도의 음성 제어등이 꺼졌고, 칠흑 같은 어둠이 그녀를 덮었다.장소월은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그들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이미 늦은 시간이니 오늘은 호텔에서 하룻밤 묵는 게 좋겠어.’장소월은 돌아서서 엘리베이터 앞에 다가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거의 도착했을 때, 호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한 장소월은 수신 버튼을 바로 누르지 못하고, 10초 정도 망설이다가 끝내 전화를 받았다.휴대폰을 귓가에 대니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어디야?”장소월은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문 앞이요...”얼마 지나지 않아 장소월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장소월이 주춤주춤 거실로 들어서자 짙은 줄무늬 잠옷 차림의 남자가 냉장고 앞에 서서 물 한잔을 따르고 있었다.장소월이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언짢은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장소월은 부기를 가라앉히려고 얼음물을 마셨다.“안돼요. 시간 없어요.”“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요? 제가 아가씨 때문에 4시 30분에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했어요. 말 들어요. 한창 자랄 때이니 아침을 거르면 안 돼요.”“앞으로는 준비하지 마세요. 그냥 대충 먹으면 돼요.”“참, 어릴 때부터 아가씨를 봐왔는데 제가 모르겠어요?”장소월은 다가가서 오 아주머니를 등 뒤로 껴안고 턱을 어깨에 얹었다.“이모밖에 없다니까요.”문이 열리고 조깅을 마치고 돌아온 전연우가 돌아왔다.장소월은 손을 놓았다.오 아주머니는 죽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앉아서 드세요.”“네.”비록 전연우를 마주 하고 싶지 않지만, 오 아주머니의 정성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장소월이 식탁에 앉자 오 아주머니는 수저를 몇 개 들고 와서 죽 두 그릇을 담았다.전연우는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왔다.“윤서 씨 깨워서 같이 드시라고 할까요?”전연우는 의자를 당겨 메인 자리에 앉았다.“됐어요. 좀 더 자게 두세요.”전연우가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장소월은 일어섰다.“배불러요. 저 먼저 학교 갈게요.”“벌써요? 죽도 많이 남았는데 다 드시고 가세요.”“괜찮아요. 버스 시간이 돼서요.”전연우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앉아! 다 먹고 가! 어제 담임 선생님한테 물었더니 너 야간자율학습에서 빠졌다며? 어디 갔어?”“그쪽이랑 뭔 상관이죠?”장해진도 그녀를 상관하지 않는데, 전연우가 무슨 자격으로 참견일까?장소월이 일부러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모르고 있을까?전연우가 저지른 그 수많은 악행은 매번 장소월의 목숨을 위협했는데, 이제 와서 장소월을 관심하는 척하고 있다니...너무 우스웠다.“만약 올림피아드 팀에 참석했다면, 적어도 8시 30분에 끝나고, 돌아오는 시간 30분까지 더해도 겨우 9시야.”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구구절절 분명하게 말했다.“확실하게 말하지 않으면, 학교 더 이상 못 가.”“내가 학교를 가든 말든, 그건 당신이 결정
갑자기 강한 힘이 장소월의 손목을 잡았고, 그녀는 하마터면 균형을 못 잡고 넘어질 뻔했다.전연우는 거칠게 그녀를 서재로 끌고 갔고, 순식간에 그녀를 안에 가두었다.밖에서 문을 잠가버렸다.오 아주머니는 얼른 와서 말했다.“도련님, 왜 이러세요?”서재에서는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뭐 하는 짓이야! 당장 열어! 전연우 이 자식, 네가 뭔데 날 가둬!”전연우는 문을 잠그고 열쇠를 뽑고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제 허락 없이는 아무 음식도 주지 마세요.”“잘못을 뉘우치면, 그때 나와! 내가 네 버르장머리를 고칠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야겠어!”백윤서는 바깥의 인기척에 잠이 깨서 방문 뒤에 붙어 동정을 살폈다. ‘오빠랑 소월이가 싸우나?’7시 30분.백윤서는 방에서 나와 앉아서 아침을 먹었다. 거실 분위기가 너무 험악해 백윤서는 죽을 먹다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오빠, 오늘 출근 안 해요?”전연우는 여전히 잠옷 차림에 최신 경제 신문을 보고 있었다. 거실의 험악한 분위기는 그의 몸에서 나온 것이다.“재택근무. 성은이한테 너 학교 데려다 주라고 할게.” “아... 알겠어요.”백윤서는 떠나면서 굳게 닫힌 서재 문을 쳐다보았다.‘연우 오빠는 항상 성격이 온화하고, 겸손하고 예의 발라 화도 잘 내지 않는 사람인데, 대체 소월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오 아주머니는 나와서 식탁 위의 수저를 치우고 또 무슨 말을 하려는데 전연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오늘은 제가 집에 있을 테니 이모는 오늘 하루 휴가를 내셔도 돼요.”‘도련님이 소월 아가씨를 하루 동안 가두기로 한 모양이네? 어려서부터 고생이라고는 못해본 아가씨가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아가씨는 아직 어려서 철이 없...”오 아주머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연우가 말을 낚아챘다.“어려요? 열여덟이에요! 성인으로서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요!”전연우는 더 말하지 않고 신문을 내려놓고 어서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침실로 돌아갔다.오 아주머니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서재를 바라
장소월은 갑자기 피식 웃었다.“왜 이렇게 화를 내? 내가 뭐 잘못 말했어?”“나한테 오랫동안 약을 먹이고 또 사람을 불러서 못된 짓을 하게 했잖아. 왜 지금은 내 앞에서 어른처럼 구는데? 이건 관심이야? 아니면 동정?”“다시 한번 말하는데, 꺼져!”앞에 있던 남자가 갑자기 몸을 숙이자,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장소월이 입술을 깨물자, 남자는 얼굴을 찡그렸고, 두 사람 모두 피비린 맛을 보았다.전연우는 잠시 멈추더니, 아픔을 참고 더욱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부었고, 이빨이 상처 입은 곳을 깨물어 장소월은 아파서 힘껏 몸부림쳤다.그녀의 입술은 마치 약처럼 사람을 중독되게 만들었다.만약 첫 번째 키스가 남자의 계략이었다면, 이번에는... 무엇일까? 분노? 그는 왜 화가 났을까?전연우도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몰랐다. 장소월의 말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그녀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고, 거짓과 모함이 전혀 없었다.장소월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멀리하고, 반항하고, 심지어 그와 만나는 것을 꺼리는 것을 전연우도 잘 알고 있었다.전연우는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지만, 그는... 참을 수 없었다.또 선을 넘고 말았다.얼마 후, 장소월은 현기증이 나서 벽에 기대어 쓰러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까마귀 깃털처럼 긴 속눈썹은 파르르 떨렸고 애처롭기 그지없었다.“짝!”전연우의 얼굴에 따귀 날렸다.“전연우... 다시 한번 내 몸에 손대면 당장 장해진에게 네 손목을 자르라고 말할 거야!”장소월은 울부짖는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협박하는 법까지 배웠네? 좋아!’앞에 있는 키 큰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눈웃음을 치다가 다시 그녀의 무기력한 눈망울에 시선을 고정했다.미쳐 날뛰면, 야생에서 자라는 장미꽃처럼 가시덤불을 뒤집어쓰고 사람을 찌를 수 있을 것 같았다.괴롭힘을 당하면, 벌벌 떠는 모습은 마치 작은 토끼처럼 눈을 붉히고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오빠라고 불러!”장소월은 말하지 않고
“오... 오빠...”장소월은 끝내 타협했다.‘내가 오빠라고 부른다고 해서, 네가 나한테 준 상처가 사라져? 없었던 일이 되냐고? 전연우... 대체 목적이 뭐야?’전연우는 피식 웃었다.그에게 대항하는 것은 사서 고생하는 것이란 걸 잘 알면서, 장소월은 왜 매번 충고를 듣지 않을까? 왜 하필 전연우가 심한 행동을 해야만 말을 들을까?“앞으로 다신 그 일 들먹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사실이지만, 내가 듣기 거북하거든, 알겠어?”장소월: “...”장소월이 침묵하자 전연우는 그녀의 턱을 잡고 치켜들었다.“대답해!”장소월은 타협할 생각이 없었다. 만약 이렇게 넘어간다면, 앞으로 똑같은 일이 발생할 것이다.“오빠의 목적은... 나를 짓밟는 것이라는 걸 일깨워줬을 뿐이야. 지금처럼 열여덟 살밖에 되지 않은 여학생에게 추잡한 짓을 하는 게 아니라.”장소월은 갑자기 웃더니 차가운 눈으로 말했다.“오빠, 전에는 오빠 몸에 손도 못 대게 했잖아? 그런데 지금 나에 대한 행동들은, 설마 나 좋아해?”전연우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장소월은 끝내 학교에 가지 않았다. 전연우가 대신 전화하여 청가를 맡았다.오후 4시가 다 되어갈 무렵, 전연우는 장소월을 차에 태우고 병원에 갔다. 집에 있는 의료 상자의 거즈가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장소월은 조수석에 앉아 평소 입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교복은 핏자국이 묻어 드라이클리닝을 맡겼다.그녀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강남병원에 가기 싫어.”여자 같은 서철용은 전연우의 사람이라 장소월은 믿을 수 없었다. 목숨을 걸고 그의 병원에 갈 필요가 없었다.전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신호등 입구에서 방향을 바꾸었다.인민병원에 도착하여 전연우는 줄을 서서 접수했다.장소월은 진찰실에서 상처를 치료했다. 피가 이미 응고되어 봉합선과 달라붙었고, 의사가 실을 풀 때, 그녀는 아파서 얼굴을 찡그렸다. “움직이지 마세요. 피가 응고되면 원래 따끔해요. 제가 먼저 알코올로 소독할 테니까, 아파도 좀 참으세요.”의사는
장소월은 입술에 발갛게 부어오른 상처를 피해 립스틱을 발랐다. 상처가 너무 눈에 띄면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도리가 없으니 말이다.30분 뒤, 장소월은 슬슬 짜증이 몰려왔다.드디어, 두 손 가득 물건을 든 남자가 슈퍼에서 걸어 나와 자동차 트렁크에 모두 싣고는 조수석에 앉았다.집에 돌아오니 백윤서도 이미 도착해 있었다. 발걸음 소리를 들었는지 잔뜩 흥분한 얼굴로 슬리퍼를 신은 채 문을 열었다.“오빠, 제가 들게요.”“괜찮아. 이거 무거워.”“알겠어요.”장소월은 두 남매 사이의 애틋한 대화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누군가 지금 이 광경을 보고 있다면 단번에 장소월이 방해꾼이라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이다.전연우가 사 온 물건을 넣으려 냉장고로 향하자 백윤서도 쪼르르 따라갔다.“오빠, 오늘 오 아주머니 휴가예요? 우리 저녁 뭐 먹죠? 아니면 제가 할까요?”“배달음식 주문했어. 곧 올 거야. 넌 가서 숙제를 하고 있어. 도착하면 부를게.”장소월이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백윤서가 그녀를 불러세웠다.“소월아... 너 가려고? 밖에 곧 비 올 것 같아. 우산 챙겨 가.”장소월이 대답했다.“챙겼어요.”전연우가 신선한 우유를 냉장고에 넣으며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어디에 가려고?”“흥취 수업에요. 10시에 돌아오니까 기다리지 말아요.”그 한마디 말을 끝으로 장소월은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이제 집 안엔 그들 두 사람만 남았다. 분위기는 또다시 경직되어버렸다.장소월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수향각에서 시킨 음식이 도착했다.3인분의 양이라 밥상 전체를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뒤덮었다.백윤서도 최근 다이어트 중인지라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적지 않은 음식을 남겼다. 본래 내일 먹으려고 했으나 냉장고엔 이미 마트에서 사 온 음식들로 가득 차 아깝지만 버릴 수밖에 없었다.천하일성 실내 골프장.수업을 시작한 지 한 시간 정도 되었을 때 온주원이 장소월에게 생수 한 병을 가져다주었다. 휴식실 실내에 히터가 틀어져 있어 조금 열이
“너 거기 서!”15분 뒤, 장소월이 집에 올라가려고 할 때 어딘가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두 사람이 걸어왔다. 손에 담배를 들고 있는 강용과 그의 뒤를 쫓아오고 있는 긴 원피스에 긴 파마머리를 늘어뜨린 여자 한 명이었다.여자가 강용의 눈앞까지 달려가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강용, 넌 쓰레기야!”“네가 뭔데 나랑 헤어지자고 해? 고작 문자 한 통으로 날 차려고? 대체 날 뭐로 생각한 거야? 버리고 싶을 때면 언제든 버려도 되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했어?”강용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에 든 담배꽁초를 던져버리고는 손을 호주머니에 슥 넣고 말했다.“그냥 엔조이야. 싫증 나면 끝내는 거지 뭐.”가로등 불빛 아래, 산산한 바람이 불어와 그의 앞머리를 흩날렸다. 그 바람에 길고 곧게 뻗은 눈썹이 머리카락에 가려졌다. 그 순간, 그의 볼이 부어오더니 다섯 개의 손가락 자국이 남았다.“난 나한테 먼저 대시하는 여자엔 관심 없어. 넌 다른 남자를 알아봐.”성숙한 어른처럼 치장한 소녀가 가방 안에서 물 한 병을 꺼내더니 씩씩거리며 강용의 머리 위에 부었다.“너 기다려. 우리 아빠는 넌 절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소녀는 들고 있던 생수병을 홱 던져버리고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자리엔 만신창이가 된 강용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그는 머리카락의 물을 툭툭 털고는 앞머리를 이마 위로 올려붙였다.장소월은 예전에 봤던 강용의 여자친구가 아닌 것 같았다. 한창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을 때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그녀를 향해 쏘아졌다.그의 눈빛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재밌냐?장소월은 그와 몇 초간 시선을 맞춘 뒤 덤덤한 표정을 짓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810214를 누르니 문이 열렸다. 이 숫자는 백윤서의 생년월일이었는데 오늘 전연우가 누르는 것을 보고 기억한 것이었다.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거실 불은 켜져 있었지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녀를 위해 켜놓은 듯했다.문을 닫고 소파가 눈에 들어오니 조금 전 흥분했
오부연이 돌아간 뒤.강영수는 또다시 핸드폰을 켰다. 마음속의 기대가 완전히 사라졌다.순간 답답함에 들고 있던 책을 내팽개쳐버렸다. 그 바람에 가치가 2억에 달하는 유명 화가의 그림이 찢어지고 말았다.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그 소리를 들은 오부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도련님은 또다시 타락하고 말 것이다. 이제야 어렵게 회사의 모든 것을 손에 넣었는데 쓰러진다면 도련님에게 분명 이로울 게 없을 것이다.도련님은 강씨 가문 어르신과 사모님, 그리고 인씨 가문 전 사모님의 지지가 있어야만 안정된 보좌에 앉을 수 있다.이토록 중요한 시기엔 절대 아무 일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오부연은 아무리 신통한 약재라도 소월 아가씨의 존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도련님의 병이 다시 재발했을 때 예전처럼 자신을 해치는 일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장소월은 숙제를 해야 한다는 핑계로 강영수와의 문자를 끝내고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씻고 나니 12시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다.다음 날 여섯 시, 그녀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오 아주머니는 이미 음식을 차리고 기다리고 있었다.장소월은 식탁에 자리 잡고 앉았다. 전연우도 평소보다 일찍 깨어나 방에서 나와 그녀와 마주 앉았다.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식사에만 열중했다. 오랜만에 맞이한 평화였다.오 아주머니는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유리컵에 담은 뒤 오늘의 점심 도시락과 함께 장소월의 앞에 놓아주었다.“따뜻한 우유예요. 잊지 말고 마셔요.”“네.”“진통제 드셨어요? 아직 아파요?”생리통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장소월이 대답했다.“많이 나아졌어요.”“힘들면 저한테 전화해요.”“학교에 양호실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예요.”시계를 보니 곧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었다. 그녀는 절반가량 먹은 죽 그릇을 내려놓고 일어섰다.“저 버스를 타야 해요. 이만 갈게요.”“아가씨, 도시락을 갖고 가요.”장소월은 몸을 돌려 도시락통과 우유를 챙기고는 다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