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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하지만 그는 못 본 척하며 이어폰을 끼고 창가 옆에 앉아 다리를 꼬고 휴대폰을 들고 누군가와 톡을 하고 있었다.

장소월은 그날 엽시연이 한 말을 떠올렸다. 그녀는 아직까지도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이 강용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때 큰비가 내리고 파도가 넘실거려서 그녀가 바다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식을 잃었다. 그저 희미한 얼굴만 보여, 그 사람이 전연우인 줄 알았다.

왜냐하면 그녀가 사는 것이 전연우에게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연우 외의 다른 사람이 자신을 구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별로 상관도 없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 말이다.

만약 장소월이 죽는다면, 전연우는 장해진을 볼 면목이 없다.

학교까지 겨우 네 정거장이었지만, 버스가 여러 번 멈추면서, 곧 버스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 찼고, 대부분은 서둘러 출근하는 직장인들이었다.

장소월은 한 할머니가 버스에 오른 것을 발견했다. 버스에는 이미 자리가 없었다. 뜻밖에도... 강용이 일어나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강용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어? 저 순수한 웃음을 보면 모르는 사람들은 말 잘 듣는 모범생인 줄 알겠네.’

갑자기, 강용의 시선은 사람들을 넘어 장소월에게 향하더니 미간을 살짝 올렸다. 장소월은 나쁜 일을 하다 들통 난 것처럼 괜히 그를 보기 민망했다.

학교 정류장.

장소월은 발걸음을 늦췄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제운고등학교에 오는 학생은 별로 없었다.

길 건너 맞은 편에서 서울제2중학교의 낭랑한 아침 자습 낭송 소리가 들려왔다.

장소월은 갑자기 1반에서 나오기 전 강용이 책을 들고 와서 과외를 해달라고 했고, 그녀가 매정하게 거절했을 때, 그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장소월은 확실히 무정했기에 강용이 욕한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전에 강용이 그녀를 보는 눈빛에 냉철함만 있었다면, 지금은 냉철함 외에 무정하다고 욕까지 하는 것 같았다.

장소월은 강용이 교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성큼성큼 다가가 따라잡으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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