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10화

작가: 차라
“오... 오빠...”

장소월은 끝내 타협했다.

‘내가 오빠라고 부른다고 해서, 네가 나한테 준 상처가 사라져? 없었던 일이 되냐고? 전연우... 대체 목적이 뭐야?’

전연우는 피식 웃었다.

그에게 대항하는 것은 사서 고생하는 것이란 걸 잘 알면서, 장소월은 왜 매번 충고를 듣지 않을까? 왜 하필 전연우가 심한 행동을 해야만 말을 들을까?

“앞으로 다신 그 일 들먹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사실이지만, 내가 듣기 거북하거든, 알겠어?”

장소월: “...”

장소월이 침묵하자 전연우는 그녀의 턱을 잡고 치켜들었다.

“대답해!”

장소월은 타협할 생각이 없었다. 만약 이렇게 넘어간다면, 앞으로 똑같은 일이 발생할 것이다.

“오빠의 목적은... 나를 짓밟는 것이라는 걸 일깨워줬을 뿐이야. 지금처럼 열여덟 살밖에 되지 않은 여학생에게 추잡한 짓을 하는 게 아니라.”

장소월은 갑자기 웃더니 차가운 눈으로 말했다.

“오빠, 전에는 오빠 몸에 손도 못 대게 했잖아? 그런데 지금 나에 대한 행동들은, 설마 나 좋아해?”

전연우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

장소월은 끝내 학교에 가지 않았다. 전연우가 대신 전화하여 청가를 맡았다.

오후 4시가 다 되어갈 무렵, 전연우는 장소월을 차에 태우고 병원에 갔다. 집에 있는 의료 상자의 거즈가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장소월은 조수석에 앉아 평소 입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교복은 핏자국이 묻어 드라이클리닝을 맡겼다.

그녀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

“강남병원에 가기 싫어.”

여자 같은 서철용은 전연우의 사람이라 장소월은 믿을 수 없었다. 목숨을 걸고 그의 병원에 갈 필요가 없었다.

전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신호등 입구에서 방향을 바꾸었다.

인민병원에 도착하여 전연우는 줄을 서서 접수했다.

장소월은 진찰실에서 상처를 치료했다. 피가 이미 응고되어 봉합선과 달라붙었고, 의사가 실을 풀 때, 그녀는 아파서 얼굴을 찡그렸다.

“움직이지 마세요. 피가 응고되면 원래 따끔해요. 제가 먼저 알코올로 소독할 테니까, 아파도 좀 참으세요.”

의사는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11화

    장소월은 입술에 발갛게 부어오른 상처를 피해 립스틱을 발랐다. 상처가 너무 눈에 띄면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도리가 없으니 말이다.30분 뒤, 장소월은 슬슬 짜증이 몰려왔다.드디어, 두 손 가득 물건을 든 남자가 슈퍼에서 걸어 나와 자동차 트렁크에 모두 싣고는 조수석에 앉았다.집에 돌아오니 백윤서도 이미 도착해 있었다. 발걸음 소리를 들었는지 잔뜩 흥분한 얼굴로 슬리퍼를 신은 채 문을 열었다.“오빠, 제가 들게요.”“괜찮아. 이거 무거워.”“알겠어요.”장소월은 두 남매 사이의 애틋한 대화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누군가 지금 이 광경을 보고 있다면 단번에 장소월이 방해꾼이라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이다.전연우가 사 온 물건을 넣으려 냉장고로 향하자 백윤서도 쪼르르 따라갔다.“오빠, 오늘 오 아주머니 휴가예요? 우리 저녁 뭐 먹죠? 아니면 제가 할까요?”“배달음식 주문했어. 곧 올 거야. 넌 가서 숙제를 하고 있어. 도착하면 부를게.”장소월이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백윤서가 그녀를 불러세웠다.“소월아... 너 가려고? 밖에 곧 비 올 것 같아. 우산 챙겨 가.”장소월이 대답했다.“챙겼어요.”전연우가 신선한 우유를 냉장고에 넣으며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어디에 가려고?”“흥취 수업에요. 10시에 돌아오니까 기다리지 말아요.”그 한마디 말을 끝으로 장소월은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이제 집 안엔 그들 두 사람만 남았다. 분위기는 또다시 경직되어버렸다.장소월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수향각에서 시킨 음식이 도착했다.3인분의 양이라 밥상 전체를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뒤덮었다.백윤서도 최근 다이어트 중인지라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적지 않은 음식을 남겼다. 본래 내일 먹으려고 했으나 냉장고엔 이미 마트에서 사 온 음식들로 가득 차 아깝지만 버릴 수밖에 없었다.천하일성 실내 골프장.수업을 시작한 지 한 시간 정도 되었을 때 온주원이 장소월에게 생수 한 병을 가져다주었다. 휴식실 실내에 히터가 틀어져 있어 조금 열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12화

    “너 거기 서!”15분 뒤, 장소월이 집에 올라가려고 할 때 어딘가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두 사람이 걸어왔다. 손에 담배를 들고 있는 강용과 그의 뒤를 쫓아오고 있는 긴 원피스에 긴 파마머리를 늘어뜨린 여자 한 명이었다.여자가 강용의 눈앞까지 달려가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강용, 넌 쓰레기야!”“네가 뭔데 나랑 헤어지자고 해? 고작 문자 한 통으로 날 차려고? 대체 날 뭐로 생각한 거야? 버리고 싶을 때면 언제든 버려도 되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했어?”강용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에 든 담배꽁초를 던져버리고는 손을 호주머니에 슥 넣고 말했다.“그냥 엔조이야. 싫증 나면 끝내는 거지 뭐.”가로등 불빛 아래, 산산한 바람이 불어와 그의 앞머리를 흩날렸다. 그 바람에 길고 곧게 뻗은 눈썹이 머리카락에 가려졌다. 그 순간, 그의 볼이 부어오더니 다섯 개의 손가락 자국이 남았다.“난 나한테 먼저 대시하는 여자엔 관심 없어. 넌 다른 남자를 알아봐.”성숙한 어른처럼 치장한 소녀가 가방 안에서 물 한 병을 꺼내더니 씩씩거리며 강용의 머리 위에 부었다.“너 기다려. 우리 아빠는 넌 절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소녀는 들고 있던 생수병을 홱 던져버리고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자리엔 만신창이가 된 강용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그는 머리카락의 물을 툭툭 털고는 앞머리를 이마 위로 올려붙였다.장소월은 예전에 봤던 강용의 여자친구가 아닌 것 같았다. 한창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을 때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그녀를 향해 쏘아졌다.그의 눈빛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재밌냐?장소월은 그와 몇 초간 시선을 맞춘 뒤 덤덤한 표정을 짓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810214를 누르니 문이 열렸다. 이 숫자는 백윤서의 생년월일이었는데 오늘 전연우가 누르는 것을 보고 기억한 것이었다.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거실 불은 켜져 있었지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녀를 위해 켜놓은 듯했다.문을 닫고 소파가 눈에 들어오니 조금 전 흥분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13화

    오부연이 돌아간 뒤.강영수는 또다시 핸드폰을 켰다. 마음속의 기대가 완전히 사라졌다.순간 답답함에 들고 있던 책을 내팽개쳐버렸다. 그 바람에 가치가 2억에 달하는 유명 화가의 그림이 찢어지고 말았다.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그 소리를 들은 오부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도련님은 또다시 타락하고 말 것이다. 이제야 어렵게 회사의 모든 것을 손에 넣었는데 쓰러진다면 도련님에게 분명 이로울 게 없을 것이다.도련님은 강씨 가문 어르신과 사모님, 그리고 인씨 가문 전 사모님의 지지가 있어야만 안정된 보좌에 앉을 수 있다.이토록 중요한 시기엔 절대 아무 일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오부연은 아무리 신통한 약재라도 소월 아가씨의 존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도련님의 병이 다시 재발했을 때 예전처럼 자신을 해치는 일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장소월은 숙제를 해야 한다는 핑계로 강영수와의 문자를 끝내고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씻고 나니 12시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다.다음 날 여섯 시, 그녀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오 아주머니는 이미 음식을 차리고 기다리고 있었다.장소월은 식탁에 자리 잡고 앉았다. 전연우도 평소보다 일찍 깨어나 방에서 나와 그녀와 마주 앉았다.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식사에만 열중했다. 오랜만에 맞이한 평화였다.오 아주머니는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유리컵에 담은 뒤 오늘의 점심 도시락과 함께 장소월의 앞에 놓아주었다.“따뜻한 우유예요. 잊지 말고 마셔요.”“네.”“진통제 드셨어요? 아직 아파요?”생리통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장소월이 대답했다.“많이 나아졌어요.”“힘들면 저한테 전화해요.”“학교에 양호실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예요.”시계를 보니 곧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었다. 그녀는 절반가량 먹은 죽 그릇을 내려놓고 일어섰다.“저 버스를 타야 해요. 이만 갈게요.”“아가씨, 도시락을 갖고 가요.”장소월은 몸을 돌려 도시락통과 우유를 챙기고는 다급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14화

    이런 일이 있을 때면 학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제운 고등학교 임원들이 빠르게 모습을 드러낸다.우연히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 소월 아가씨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진봉은 곧바로 대표님에게 보고했다.의자에 앉아 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남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장소월이 다쳤다고? 왜 이제야 나한테 알려주는 거야? 학교 쪽은 어떻게 됐어?”진봉이 말했다.“학교 측에서 처리 중입니다.”강영수는 몇천만 원짜리 만년필을 덮고 서류를 내려놓았다.“회의를 뒤로 미루고 학교 쪽에 전달해. 일은 내가 해결하겠다고 말이야.”진봉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강한 그룹은 제운 고등학교의 가장 큰 투자사지만 대표가 직접 출마할 필요는 없다. 회사 일에 비하면 학교에서 발생한 모든 일은 한없이 보잘것없다. 18살 소녀 한 명을 너무 과도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소월 아가씨의 일에 부딪히면 대표님은 사리 분별을 못하는 듯하다.하지만 그 여자와 소월 아가씨를 비교하면...아마 오직 소월 아가씨만이 깊은 어둠 속에 빠진 대표님을 끄집어 내올 수 있을 것이다.지나간 고통을 잊어버리고서 말이다....제운 고등학교.아침 자습 시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장소월은 교장 사무실에 불려갔다. 인시윤도 함께 가야 했지만 인씨 가문의 위치 때문에 차마 귀한 집 아가씨는 부르지 못했다.장소월은 무슨 일 때문인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기에 묻지 않았다.한결이 그녀의 앞으로 걸어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번 일은 이미 투자자들 귀에까지 들어갔어. 하지만 안심해. 학교 측에서 널 보호해줄 테니까. 안에 들어간 뒤 아무 말도 하지 마. 다른 사람이 너 대신 해결해 줄 거야.”장소월은 고개를 숙이고 한결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분명 피해자는 그녀 자신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하고 무겁단 말인가.엽준수의 이모와 삼촌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잔혹한 욕설을 퍼부었다.“나쁜 년, 넌 내 동생을 죽이고 내 조카를 감옥에 보냈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15화

    50세 남짓한 남자가 일어서 분노에 찬 얼굴로 책상을 퍽 치며 말했다.“너 그게 무슨 뜻이야! 내 동생은 죽어도 싸다는 거야?”“그럼 저는요? 전 무슨 잘못이 있어서 다쳐야 하는 건데요? 그리고 엽준수에게 칼에 찔려 아직도 병원에 누워있는 친구는 또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장소월은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 어머니를 잃고 감옥에 갔다고 하여 상대방 쪽 잘못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사망자를 존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그들은 6,70년대 생으로 시골에서만 생활했기에 교육을 받지 못했고 법률 지식도 아주 희박하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말해도 그들을 이해시킬 수 없었다.하지만 장소월은 시골 사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할머니는 어릴 적 시골에서 살았었는데 당시엔 먹고 입는 것조차 구하기 힘들었고 글자도 깨우치지 못한 문맹이었다. 할아버지는 쌀 한 가마니를 대가로 할머니를 아내로 맞이했다.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갔지만 할아버지는 동네 양아치로 빈둥거리며 살다가 34살이 되던 해에 누군가와 싸우는 바람에 숨을 거두었다.이런 불행 속에서도 할머니는 종래로 다른 사람을 원망한 적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작은 힘으로라도 곤란에 처한 사람들을 도우려 했다.“만약 그날 밤 그들이 절 구해주지 않았다면 지금 죽어있는 사람은 저였을 거예요!”“죽었다고 하여 그 사람이 옳은 행동을 한 건 아니라고요.”한결이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보기엔 제 학생의 말이 맞습니다. 엽준수의 가족분들, 저희가 이미 경찰서에 연락했으니 곧 엽준수를 데리고 올 것입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피해자는 직접 올 수 없으니 그의 친구들이 대신 올 겁니다. 그들은 그날 밤 사건의 목격자이기도 합니다.”옆에 서 있던 중년 여자가 씩씩거리던 남자를 한쪽으로 끌고 가 무언가 속삭였다.얼마 후 남자가 돌연 말을 바꾸었다.“사실 저희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필경 사람이 목숨을 잃은 일이니 천만 원만 주세요. 그럼 저희도 더는 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16화

    휴게실에 앉아있던 장소월이 따뜻한 물이 담겨 있는 컵을 감싼 채 기성은에게 물었다.“전연우가 엽준수의 일을 대체 어떻게 처리한 거예요?”기성은은 문어구에 서서 등 뒤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대답했다.“아가씨, 모르는 게 좋아요. 전 대표님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을 말끔히 해결할 거예요.”얼마 후 건물 입구에서 누군가 도착한 듯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눈앞에 나타난 사람을 본 순간 장소월은 너무 놀라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네이비색 정장에 고귀한 분위기의 강영수가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너... 여긴 왜 왔어?”뒤에 서 있던 오부연이 말했다.“강한 그룹은 제운 고등학교에 가장 많은 자본을 투자한 회사라 일이 생겼다는 소식에 온 것입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소월 아가씨죠.”강영수가 말했다.“오 집사.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죄송합니다. 도련님.”장소월은 시선을 거두고 불안한 듯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었다.“귀찮게 해서 미안해. 이번 일은 전... 오빠가 학교에 누가 되지 않게 잘 처리할 거야.”“소월아, 우리 사이에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 네 일은 이제 내 일과도 같아. 너 손 다쳤다면서? 봐봐...”강영수가 손을 내밀자 그녀는 자신의 손을 뒤로 숨기며 말했다.“난 괜찮아. 거의 다 나았어.”오부연이 말했다.“아가씨, 도련님에게 보여주세요. 도련님이 며칠 내내 아가씨를 걱정했어요.”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두 사람 사이에 오묘한 감정이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다행히 그곳엔 그들의 말을 들은 사람은 없었다.장소월은 천천히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강영수는 곧바로 그녀의 손목을 잡고 의자에 앉았다. 그 모습에 오부연은 방에서 나간 뒤 문을 닫았다.장소월은 남자와 단둘이 있는 걸 불편해하는지라 순간 몸이 경직되어 무척이나 부자연스러워 보였다.“소월아? 너 지금 날 무서워하는 거야?”강영수는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했다. 매번 단둘이 있을 때면 이렇듯 심하게 경계했다. 마치 그가 그녀를 해칠까 봐 두려워하는 듯 말이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17화

    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였다.실은 그는 정말 따뜻한 사람이다. 회사의 모든 일을 제쳐두고 그녀를 도우려 왔으니 말이다. 장소월은 서울에서 강영수의 위치를 잘 알고 있다. 이런 일에 그가 직접 나설 필요는 전혀 없지만 오직 그녀를 위해 발걸음을 한 것이다...그가 그녀에게 잘해줄 수록 그녀는 더 큰 부담감을 느꼈다. 그의 이 깊은 마음을 온전히 받아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녀도 강영수도 아직은 어린 나이이다. 앞으로 생길 가능성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그와 하룻밤이라도 함께 보내고 싶어 접근하는 여자는 아주 많다. 때문에 강영수는 여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만약 그때 그녀가 강영수를 지옥에서 끌어내온 일로 목숨을 빚졌다고 생각해 이런 은혜를 베푸는 것이라면 너무도 과분하다. 이미 충분히 갚고도 남았으니 말이다.그날 강영수가 그녀에게 준 생일 선물과 그녀를 위해 준비한 모든 것은 두 번의 생을 거쳐오면서 받은 가장 큰 서프라이즈였다.장소월은 처음부터 그에게 무언가를 받을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강영수는... 그녀의 계획 밖의 사람이다. 그녀가 그의 손을 잡을 가능성은 없다.강영수에게 지금보다 더 큰 권력이 쥐어져있어 그녀를 장씨 집안이라는 마귀소굴에서 구해낼 수 있다고 해도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한때는 다정하고 능력 있는 그에게 마음이 동하긴 했지만 말이다.“좀 괜찮아졌어?”남자가 그녀의 손가락을 어루만지며 입술에 가까이 가져갔다. 시원한 입김을 상처에 불어주니 한결 시원했다.그녀는 처음으로 그의 손등에 있는 문신을 똑똑히 보았다. 강용의 몸에 새겨진 것과 비슷했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장소월이 물었다.“이 문신 도안에 무슨 의미가 있어?”강영수가 덤덤히 말했다.“그런 거 없어. 그저 당시 꽂혔던 거로 새겼을 뿐이야.”장소월은 그의 말을 들으니 더더욱 큰 의미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더이상 캐묻지 않았다.한 시간 남짓 지나자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218화

    전연우는 학교에서 온 전화를 받은 뒤 곧바로 회의를 취소하고 학교로 달려왔다. 사실 이런 일은 기성은만 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전연우가 직접 걸음을 할 필요는 전혀 없는 일이다.기성은이 조심스레 말했다.“정말 엽준수를 퇴학시키실 겁니까? 10년의 처벌을 받게 하고요? 제가 알기론 아가씨의 행동 때문에 시작된 일입니다.”전연우가 창가 쪽 의자에 앉아 차가운 기운을 풍기며 깊은 눈동자로 그를 쳐다보았다. “너도 소월이의 잘못이라고 생각해?”“아닙니다.”“네가 누굴 위해 일하고 있는지 기억해.”전연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문 앞까지 걸어갔을 때 기성은이 자세를 곧추 세우고 말했다.“전 대표님만을 위해 일합니다.”당시 그가 전연우의 곁에 머무르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그녀의 목숨은 전연우의 것이나 다름없었다.전연우가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만들어준 것이다.전연우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너한테 월급을 주는 건 내가 아니야!”장소월은 더더욱 불안해졌다. 전연우는 학교의 일에 대해선 종래로 물은 적이 없다.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날개를 달아 장씨 가문을 박차고 나오는 건 허황된 망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이제 많이 영리해졌다. 하지만... 그 영리함 때문에 오히려 더 큰 벌을 받게 되었다.휴게실.장소월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강영수의 눈빛을 피했다.“오빠가 일을 끝낸 것 같아. 난 나가봐야겠어.”그녀는 문을 열고 다급히 걸어 나갔다. 한 손엔 강영수가 준 약을 들고서 말이다.전연우는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담배를 별로 피우지 않는다.기성은이 장소월이 오고 있음을 알리자 전연우는 채 피지 않은 담뱃불을 끄고는 휴지통에 버렸다.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전연우를 본 장소월은 저도 모르게 휴게실에서 나오는 강영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바람핀 현장

최신 챕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9화

    그녀는 분명 아직 꽃다운 젊은 나이다. 하지만 스스로 쌓아 놓은 마음의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장소월은 약병 뚜껑을 열어 손바닥에 몇 알을 쏟았다. 살펴보니 약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보는 수밖에 없다.“뭘 먹고 있는 거예요?”남자가 앞치마를 두르고 손에는 요리 도구를 든 채 문 앞에 서서 말했다. 왠지 아까보다 얼굴빛이 더 차가워진 것 같았다.장소월은 재빨리 약을 삼키고 주머니에 쑤셔 넣은 후 아무 일 없다는 듯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고질병이 도져서 진통제 좀 먹었어요. 선... 아니, 오빠...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무슨 일 있는 거예요?”손이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소금이 없어서요.”그제야 장소월은 깜빡했다는 듯 말했다. “아, 맞다. 사 오려고 했는데 깜빡 잊어버렸어요.”“지금 사 올게요.”몇 걸음 내디뎠을 때, 약을 먹어서인지 갑자기 현기증이 느껴졌다.장소월은 비틀거리며 벽을 붙잡았다. 순간 손이준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몇 분 뒤, 그녀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손이준으로 위장한 전연우는 쓰러지는 장소월을 품에 안았다.더 이상 차갑지도, 냉담하지도 않은 전연우의 눈빛이었다. 그는 가면을 내려놓고 예전 같은 탐욕스럽고 강렬한 눈빛으로 품 안에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소월아, 내 아내...”“정말... 보고 싶었어!”그 한마디에 장소월은 억지로 눈을 떴지만, 그저 단 한 순간이었을 뿐 곧바로 다시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전연우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팔을 괴고 엎드려 그녀를 꼼짝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보스, 식사는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지금 가져다드릴까요?”전연우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나직이 말했다. “병원에 있는 놈들에게 내일 다시 오라고 전해. 오늘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8화

    장소월이 장을 보고 돌아와 보니 거실은 손이준의 손에 말끔하게 청소되어 있었다.“이러실 필요 없어요. 손님으로 오셨잖아요.”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장소월은 부엌으로 가서 물을 끓여 차를 우려냈다.“선생님, 차 드세요.”낯설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호칭에 손이준은 손에 들고 있던 먼지떨이를 내려놓고 말없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어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부엌에 가서 장소월이 뭘 사 왔는지 살펴보았다.“왜 그러세요?”손이준이 덤덤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은 입에 맞지 않아서요. 쌀 씻어 놔요. 물은 손가락 두 마디 높이로 붓고요.”장소월이 난처한 듯 만류했다.“이... 이러시면 안 되죠. 그냥 제가 할게요.”손이준은 냉정한 목소리로 정곡을 찌르며 말했다. “요리 나보다 잘해요?”장소월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선생님.”손이준은 고개를 숙여 채소를 다듬으며 말했다. “호칭이 너무 듣기 거북하네요. 그냥 이준이라고 이름을 부르던가, 아니면 오빠라고 불러요.”장소월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머뭇거렸다.“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것 같으니... 그럼... 이준 오빠라고 부를까요?”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손이준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마음대로 해요.”손이준은 누구에게나 차갑고 냉담하게 대하며 거리감을 유지하는 감정 없는 로봇 같은 사람인 듯했지만, 또 그렇게만 보기도 어려웠다.솔직히 오빠라는 호칭은 너무 친밀한 느낌이라 그녀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장소월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정말 그 사람이 아닌 건가?“왜 그렇게 보는 거예요?”그의 목소리에 장소월은 바로 고개를 들고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부탁드릴게요.”장소월은 위층 방으로 올라가 닫혀 있는 옷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나갈 때 분명 문이 열려 있었던 것 같은데...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7화

    “나한테 하는 것처럼 똑같이 잘해줘... 어린아이 챙겨주는 것처럼 해도 돼, 응?”세 사람의 관계는 확실히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평소 장소월은 소현아를 좀 더 챙기려고 노력했었다.하지만 강용은 워낙 솔직한 성격이라 장소월 앞에서는 소현아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았지만, 뒤돌아서면 감히 3미터 안으로 접근하지도 못하게 했다. 소현아는 그의 차가운 눈빛만 봐도 두려움에 떨곤 했었다.소현아가 강용과 함께 있기를 원한다는 걸 알지만, 장소월은 그녀에게 어떤 말도 해줄 수 없었다. 그저 강용이 소현아를 어린아이 대하듯 조금만 더 잘해주길 바랄 뿐이었다.“현아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일 뿐이야. 강용, 현아는... 우리 친구잖아.”강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앞으로는... 좀 더 잘해주도록 할게.”“그러니까 나 밀어내지 마.”장소월이 말했다.“꼭 약속 지켜줘.”“병원에 가서 현아 좀 보살펴줘. 강용, 내가 한 말 잊지 말고.”장소월이 핏자국을 지우려 위층에 올라가 보니 이미 누군가가 깨끗하게 치워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바닥은 물기 때문에 축축해져 있었다.장소월은 방에 가서 마른걸레를 가져와 바닥에 엎드려 물기를 닦아냈다.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피비린내가 사라지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돌아갔다.장소월은 방 안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씻었다. 그러다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계단을 내려갔다.“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손이준은 빨간 과일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바구니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장소월은 그가 과일까지 들고 찾아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까 많이 놀라셨죠?”“앉으세요.” 장소월이 소파에 앉자, 손이준도 그녀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장소월이 대답했다.“조금요. 그래도 아기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선생님 따님은요?”“자고 있습니다.”길 건너편 국수 가게에서 별이는 재갈처럼 물린 고무젖꼭지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칭얼거리고 있었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6화

    “강용은... 내가 먼저 돌려보냈어. 현아야, 강용은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넌 몸을 추스르는 데에만 집중해. 알았지?”강용이 보이지 않으니, 소현아는 좀처럼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소월아, 강용 밥은 제대로 먹었어? 정말 강용과는 아무 상관없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덜렁대는 바람에... 강용이 가라고 했는데도 내가 계속 기다렸어... 소월아, 강용한테 화내지 마, 응?”장소월은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소현아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강용은 그토록 무관심하게 그녀를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소현아는 강용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주고 있기에 자연히 마음속 저울도 그에게 더욱 기울어져 있었다.강용이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에 소현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건 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에게 모질게 대할 필요는 없다.소현아 뱃속 아이에게 불상사가 생기기라도 했다면, 강용이 얼마나 큰 곤경에 처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강지훈은 전연우보다도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다...북경 감옥이 어떤 곳인가?그곳에 갇힌 사람들 중 살아 돌아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강용이 강지훈에게 잡혀가기라도 한다면...장소월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나 화 안 났어.” 장소월은 소현아에게 다가가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푹 쉬어. 난 강용 좀 만나고 올게.”소현아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소월아, 나랑 약속해. 강용한테 화 안 내겠다고.”“알았어.”병실을 나선 뒤, 누군가 장소월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고개를 돌려보니 곁에 있던 여자아이가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엄마... 웃어...”장소월은 그제야 손이준이 아직 병원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평범한 얼굴에 어딘가 낯선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그녀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병원에서 집까지는 몇 걸음만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다. 월이는 지쳤는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장소월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애교를 부렸다.“힘들어요. 엄마... 안아 줘...”“미안해, 월아. 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5화

    “현아 어떻게 된 거야?”장소월은 앞으로 걸어가 강용의 뺨을 후려쳤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현아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너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장소월은 손이준과 함께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이곳 마을에 있는 병원은 시설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인 것들은 갖춰져 있었다.병원에선 출혈이 있는 임산부를 보자마자 수술실로 옮겼다. 장소월은 수술실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강용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와 물었다.“현아 대체 어떻게 된 거야?”장소월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를 질책했다. “그건 내가 너한테 물어야 할 말이야. 왜 그렇게 현아한테 모질게 대하는 거야? 현아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데?”“단지 현아가 널 좋아한다는 이유로?”“강용, 내가 말 했잖아, 현아는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라고! 나한테 화났다는 거 알아. 하지만 그걸 왜 현아한테 풀어? 임신한 거 뻔히 알면서!”강용은 유구무언이었다. “미안해.”“가 버려.” 장소월은 괴로움에 이마를 짚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강용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용서 구할게.”장소월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말을 아꼈다. “현아가 괜찮아진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오늘 일 감사했습니다.”손이준이 아이를 안아 올리며 말했다. “별말씀을요.”“여긴 저희가 지키고 있으면 되니까 바쁘실 텐데 먼저 가셔도 돼요.”손이준이 떠나고 30분 뒤, 소현아가 수술을 마치고 수술실에서 나왔다. 검사를 마친 의사가 말했다. “아이는 괜찮습니다. 다만 유산기가 조금 있었는데, 다행히 빨리 병원에 오셔서 위험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임산부는 일반 병실로 옮겨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 회복할 겁니다.”그야말로 천만다행이었다.“수고하셨습니다.”장소월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일반 병실, 소현아는 한동안 링거를 맞은 끝에 서서히 깨어났다. “소... 소월아.”“내 아기 괜찮아?”장소월은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꼭 잡아주었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4화

    소현아는 위층 강용의 방으로 향했다. 그는 방 안 소파에 앉아 분노를 쏟아내듯 게임기를 두드리고 있었다.소현아는 열린 문틈 사이로 조심스레 고개를 들이밀었다. 두 손에는 음식을 가득 담은 그릇이 들려 있었다. “강용, 나 들어갈게.”강용은 TV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못마땅한 듯 말했다. “꺼져! 들어오기만 해봐!”소현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그를 쳐다보았다. “밥 갖다 주러 왔어. 네가 싫다면 안 들어가고 문 앞에서 기다릴게. 먹고 싶어지면 말해, 그때 갖다 줄 테니까.”그녀는 문 앞에 우두커니 서서 꼼짝 않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뜨거운 시선이 강용은 너무나도 신경이 쓰였다. 심지어 짜증스러움까지 느껴졌다.그는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햇볕 아래 땀으로 흠뻑 젖은 소현아를 쏘아보고는 못마땅한 듯 시선을 돌리고 외면해 버렸다.하지만 오랫동안 참아내지는 못했다.강용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쾅 하고 문을 닫아 버렸다.“강...”소현아는 눈앞에서 매몰차게 닫히는 문을 멍하니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식사를 마친 뒤, 장소월은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 넣어 보관했다. 월이는 그녀가 가는 곳마다 줄곧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장소월은 물소리를 듣고 시선을 돌렸다. 손이준이 싱크대 앞에 서서 설거지를 돕고 있었다.장소월이 말했다.“그릇들은 그냥 놔두세요. 설거지 안 하셔도 돼요.”손이준은 냉담하게 대꾸했다.“전 남에게 빚지는 거 좋아하지 않습니다.”장소월은 입술을 잘근 깨물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깨끗이 설거지를 마친 손이준이 물었다. “그릇은 어디에 두면 되죠?”“오른쪽 찬장 아래에 놓으면 돼요.”장소월이 그에게 휴지 몇 장을 뽑아 건넸다. “닦으세요.”손이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휴지를 받아 들었다.“감사합니다.”“오늘 신세 많았습니다. 할 일이 있어 이만 가보겠습니다.”장소월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네.”“안... 안 가. 엄마...”월이는 장소월의 다리를 꼭 붙잡고 올려다보고 있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3화

    장소월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강용, 말조심해. 애 앞에서 그게 무슨 말이야.” 강용이 말했다.“안 그래도 수상쩍었어. 자기 자식도 제대로 보지 않는 아버지가 어디 있어.” “게다가 사방팔방 아무 데나 뛰어다니게 놔두고... 보자마자 엄마라고 부르잖아.”“아가씨, 수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장소월이 말했다. “강용, 몇 번이나 확인했잖아. 그 사람은 전연우가 아니야.” “별이도 아니야. 내가 별이를 못 알아볼 리가 없잖아. 저번에 살펴봤는데 팔에 검은 몽고반점도 없었어. 강용, 네가 나 걱정하는 건 알지만, 그냥 어린아이일 뿐이야.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지금 장소월의 눈에는 오직 아이만 보이는 듯했다. 그녀는 아이의 작은 얼굴을 꼬집으며 물었다. “밥 먹었어? 월아?” “아!” 아이가 소리쳤다. 장소월의 입꼬리가 흐뭇하게 올라갔다. 만약... 그녀에게도 아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현아는 밥 먹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이 어색한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했다. “강용, 왜 안 먹어! 내 배 속 아기는 벌써 많이 먹었지롱. 안 먹으면 나 혼자 다 먹어버릴 거야.” 강용은 한숨을 푹 쉬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배불러. 입맛 없어.” “강용!” 장소월이 그를 불렀다. 소현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강용 왜 저래?”장소월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감추며 말했다.“괜찮아, 이따가 내가 강용한테 밥 가져다줄게. 현아는 먼저 먹어.” “괜찮아, 내가 하면 돼.” 소현아는 밥을 몇 숟가락 급하게 퍼먹고 그릇을 깨끗하게 비운 뒤 강용의 그릇에 밥과 반찬을 가득 담았다. “강용 이 속 좁은 놈, 내가 닭 다리 뺏어 먹을까 봐 심통이 났나 보네. 닭 다리 먹고 싶으면 말하면 되지.”장소월이 당부했다. “조심해서 올라가, 넘어지지 않게. 이따가 내가 다시 보러 갈게.” 소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소현아가 그릇을 들고 올라가는 동안 장소월의 시선은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늘 덜렁거리기만 하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2화

    장소월은 근심 걱정 없이 투덕거리는 두 사람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끊임없이 분쟁이 일어나는 서울에서 벗어나...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 없이... 계속 이렇게 지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장소월에겐 너무나도 얻기 힘든 행복한 나날이었다. 그녀는... 그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더없이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 “됐어. 우선 밥부터 먹자. 이따가 놀러 가기로 했잖아.” 소현아는 잔뜩 신이 나 팔짝팔짝 뛰며 손뼉을 쳤다. “좋아! 그럼 얼른 밥 먹자. 아니... 누가 먼저 다 먹는지 시합할까?” 강용은 장소월 옆에 앉아 그녀에게 국을 떠주었다. “너 시끄러운 거 싫어한다는 거 알아.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날씨가 너무 더워서 네가 힘들어할까 봐 걱정돼.” 장소월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 몸 그렇게까지 허약하지 않아.” 그때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문밖으로 향했다. 어린아이 한 명이 손에 빵 조각을 들고 배시시 웃으며 장소월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다가 장소월의 다리를 잡고 철퍼덕 바닥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엄마...” “여긴 어떻게 왔어?” “월아, 네 아빠는 어디 계셔? 왜 같이 안 왔어?” 장소월은 한 손으로 아이를 힘겹게 안아 올려 무릎에 앉혔다. 월이는 침을 질질 흘리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강용은 바닥에 떨어진 빵 조각을 주워 쓰레기통에 버렸다.“세상에, 어떻게 여기까지 뛰어온 거야. 아빠는 뭐 하는 거야, 아이도 제대로 보지 않고.” 강용은 일어나 아이를 안아 들려 했다. “내가 데려다주고 올게.” 장소월은 망설이다 말했다. “나는 이 아이가 마음에 들어. 볼살도 통통하니 귀엽고, 현아 어렸을 때랑 많이 닮았어. 머리 예쁘게 땋고 나비 머리핀도 꽂았네.” 이 아이를 볼 때마다 머릿속에 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난날 그녀가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였다면, 전연우는 그녀를 남원 별장에 가두는 족쇄로 별이를 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81화

    그녀는... 여전히 과거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전연우는 불이 꺼진 어두운 방에 외로이 홀로 서 있었다.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수면제 덕분인지 점심 12시가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다.오늘의 거리는 평소와는 달리 조용했다. 매일 길가에서 채소를 팔던 노점상들도 오늘은 어쩐 일인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장소월이 세수를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강용은 국을 들고 부엌에서 나오고 있었다. 소현아는 숟가락을 입에 물고 강용을 졸졸 따라다니며 뜨거울 텐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릇 아래에 손을 대고 있었다. 강용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이 바보야! 국 쏟아지면 어쩌려고 그래. 저리 비켜, 귀찮게 하지 말고.”소현아는 훌쩍거리며 말했다. “네가 넘어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잖아. 국 몸에 쏟으면 엄청 뜨겁단 말이야.” 그녀는 계속하여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을 향해 부채질을 했다. “조심해! 국 쏟으면 안 돼. 빨리 내려놔.”강용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못마땅한 듯 그녀를 흘끗 쳐다보았지만, 결국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계단 위에 서 있는 장소월을 발견한 강용이 앞치마를 풀며 말했다. “깼어? 웬일로 늦잠까지 잤네. 내려와서 내가 만든 생선국 먹어봐.” 장소월은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수고했어. 오늘 딱히 할 일 없으니까 이따가 오아시스에 놀러 가자.” 소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좋아, 좋아!” 강용이 장소월에게 그릇과 젓가락을 건네주자 소현아는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 거는? 강용, 내 것도 줘.” “너 손 없어? 임신한 거지, 손발이 잘린 건 아니잖아. 직접 가져와.”장소월이 말했다. “내가 가져다줄게.” 장소월이 일어나려 하자 강용은 그녀를 눌러 앉혔다. “됐어, 둘 다 아주 상전이시구먼. 노비인 내가 모셔야지 어쩌겠어!” “그게 아니라... 다음에는 내가 가져다줄게.” 소현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소월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현아야, 강용은 철없는 어린아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