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이 사실 사람을 괴롭힌 건 아니지만 어차피 이 친구가 책임지겠다고 말했어. 백만의 귀중한 재료와 만 개의 귀중한 재료는 전혀 비교할 수 없는 법이지.”주변 사람들은 또 웅성거렸다.“지루하네.”최서준은 말을 마친 뒤 돌아섰다.그가 여기서 얻은 것들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고 그저 보석으로 여길 뿐이었다. 만약 수련하는 사람이 보게 된다면 큰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최서준, 오늘 당장 그 쓰레기를 열지 않는다면 네가 더 이상 진릉보석가에서 어떤 재료든 구할 수 없을 거라고 내가 장담할게.”임지석은 최서준을 보고 위협하기 시작했다이 말을 듣자 최서준은 돌아섰다.최서준은 임지석의 능력을 믿지만 그가 입으로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두려움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하지만 누군가가 그의 천 개의 쓰레기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한다면 그들에게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최서준은 주변을 둘러보고 주변에 수련자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러고는 손에 든 돌을 임지석에게 던져주었다."직접 열어보세요."최서준은 임지석이 영정을 망가뜨릴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영정이 결정으로 되면 평범한 사람은 망가뜨릴 수가 없었다.임지석은 사양하지 않고 돌을 받아서 해체하러 갔다.거의 모든 사람들은 최서준이 타협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 돌 안에는 좋은 옥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칼이 내려간 순간 빨간색 광택이 반짝였고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다들 입을 벌리고서는 눈앞에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그들은 눈앞에서 화염 수정을 확인했다.모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눈을 비비며 아직도 절석기에 놓여 있는 돌멩이를 꼭 보고 있었다."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지?”사람들은 눈앞에 일어난 일들을 믿을 수 없어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불가능한 일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미 잘린 폐기물 한 조각에서 화염 수정이 나타났다.현재 상황에서 가장 침착한 사람은 최서준뿐이었다
그는 감았던 눈을 뜬 뒤 돌의 표면을 칼로 이어서 갈았다.이윽고 불씨를 잘라내자 그는 화염 수정을 대야에 담고 그 위에 물을 뿌려 재를 깨끗이 닦아내어 태양 아래 놓았다. 붉은빛이 반짝이며 햇빛에 반사되어 눈을 뜰 수가 없었다.가게 주인의 소리에 따라 이 거리의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가게 주인의 눈에 비친 돌멩이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말도 안 될 정도로 아름다웠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기 위해 이곳에서 재산을 탕진했을까 싶기도 했다.지금 이 돌멩이를 최서준의 손에서 2백만 원 주고 산 거지?어떤 사람들은 이때 최서준이 업계를 모르는 줄 알고, 목소리를 높였다.“2억에 살게요. 그쪽이 2백만 원에 샀으니 내가 1억 8백만 원을 더 줄게요. 나에게 파세요.”이 사람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또 어떤 사람이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소리에 그를 완전히 제압했다. 그 사람이 준 가격은 또 한 단계 올랐다. “4억에 내가 사겠어! 이런 사기꾼 같은 자식! 이 젊은이를 속이려 하다니, 젊은이 안심해. 내가 제시한 이 가격은 손해 보지 않을 거야.” "6억.""8억."가격이 오를수록, 뒤에는 아무도 부를 수 없게 되고 그들은 모두 최서준의 말만 기다렸다. 어쨌든 이 돌은 그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높은 가격을 들으면 반드시 흥분하며 얼굴이 빨개질 것이다.하지만 그는 가격 때문에 감동하는 모습은 조금도 없었고 표정도 태연해서 꼭 그의 집안이 너무 부자라서 이런 돈에는 전혀 마음에 두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어떤 이들은 자신이 제시한 가격이 그를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생각하여 더 높게 부르기도 했다.옆에 있던 임지아도 지금 눈이 멀었다."서준 씨, 운이 정말 좋네요.” 오직 최서준만이 진작에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고 운과 관련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어, 그쪽 오빠는요?”임지석이 갑자기 사라졌다.이번에 자기 체면을 너무 심하게 깎은 거 같은데?그래서 못 견뎌 도망친 건가?최서준은
결국 누군가가 화염 수정을 꺼내왔으니 그들에게 또 하나의 동기부여가 되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행운이 모두에게 있을까?가게 주인은 약간 아쉬워하면서 포장 상자를 꺼내 조심스럽게 화염 수정을 넣고는, 최서준에게 건네며 말했다. "젊은이 잘 가요. 다음번에 돌을 자를 때도 우리 가게에 와주면 내가 50% 할인 해드릴게요.""사장님, 감사합니다. 물어볼 게 하나 있는데, 이 돌이 어디서 온 건지 아세요?"최서준은 물건을 받으며 목소리를 낮춰서 물었다."젊은이 그건 확인하기 어려워. 여기 있는 돌은 내가 다른 곳에서 직접 구해온 거라 출저를 알지만 그 돌은 고정된 출처가 없어. 그 돌의 출처를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울 거야."가게 주인은 난처한 듯 말했다.최서준은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결국 인연이 없었던 것이었다. 최서준은 본인이 운이 좋아서 이 돌을 따라가면 더 많은 영석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 한 조각만으로도 그의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다.최서준은 임지아와 함께 천천히 떠났다. 돌 거리에서 얼마 가지 않았을 때 누군가가 급히 뒤따라오는 것을 눈치챘다.최서준은 갑자기 멈춰서서 뒤쪽을 향해 말했다. "할 말 있으면 나와서 말하세요. 이렇게 몰래 따라다니지 말고.""사실 제가 따라오려던 건 아니고 제가 걷는 속도가 느려서."목소리는 다소 노인의 목소리였다. 서준이 천천히 몸을 돌리자 한 노인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이마 위의 주름이 귀 뒤까지 이어져 있었다.최서준이 눈앞의 노인이 누구인지 생각하던 찰나 노인의 뒤에서 임지석이 나타났다.임지아는 자신의 오빠를 보고는 다급하게 말했다. "오빠, 어디 갔었어? 방금까지 걱정했잖아."그러나 임지석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노인은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최서준에게 말했다. "젊은이 좋은 물건을 발견했다고 들었는데 이 노인네에게 한번 보여줄 수 있겠나?"노인의 말투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최서준은 노인이 그의 물건을 강탈하고도 자기를 가르치려 하는 말을 듣고 화가 났다."얼굴에 침을 뱉어도 모르는 늙은 짐승 같은 놈!"다음 순간 최서준은 노인의 손바닥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퍽!"이 주먹으로 최서준은 손쉽게 노인을 물러나게 했다.최서준은 손을 휘저어 노인의 허리에서 그 화염 수정을 찾아냈다."노망난 늙은이, 다시 덤비면 목숨을 앗아갈 테니 조심해.”최서준은 노인이 다시 일어서려고 하자 담담하게 말했다.그때 임지석이 말했다.“최서준 네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는 거야? 이 보석 거리뿐만 아니라 대하 전체 고미술계에서도 손 어르신은 태산 같은 인물이야. 네게 값을 매기라고 한 건 너를 존중해준 거라고. 그런데도 어르신을 다치게 하다니. 이 진릉에서 계속 살고 싶지 않은 거야?”"그래서 네가 저자를 데려온 거야?"최서준이 임지석에게 물었다."그래, 그래서 어쩔 건데?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있는 건 전적으로 손 어르신 덕분이야. 손 어르신이 가주님의 생신 선물로 드릴 보물을 찾으려고 하니까 내가 신경을 쓴 거야." 임지석은 부정하지 않고 노인을 부축하며 말했다.최서준이 얻어낸 이 화염 수정은 생일 선물로 딱 맞았다."당신이 손씨 가문 사람인가요?" 최서준이 무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젊은이, 네 나이에 손씨 가문을 알고 있다니 의외군. 그래 나는 무인 손씨 가문 사람이다. 피서옥을 관리하고 있다네." 노인은 다쳤어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속으로 이렇게 젊은 데도 깊은 실력을 지닌 이 젊은이가 도대체 누구일지 생각했다.비록 자기가 무술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기연으로 통맥경에 올랐는데 이 젊은이의 한 방도 막지 못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이 젊은이는 이미 통맥경 말기까지 오른 강자인가?손씨 가문은 진릉시에서 가장 강력한 무인 가문이고 이 보석가 거리도 손씨 가문의 산업이었다.최서준은 어떻게 그 생일 잔치에 끼어들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생긴 것이아닌가?최서준이
"괜찮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다행이네요. 그런데 손가주님의 생일을 알고는 있지만 아직 초대장을 받지 못했습니다. 혹시 집사님께서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최서준이 말을 이었다."그건 쉬운 일입니다. 며칠 후에 저와 함께 축하하러 가면 됩니다!" 손 집사도 흔쾌히 대답하며 며칠 후 최서준과 함께 손씨 가문에 가기로 했다."그렇게 하기로 하죠. 이 화염 수정은 제 생일 선물로 할 테니 손 집사님께서 좋은 선물을 다시 찾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최서준이는 농담처럼 말하고는 작별을 고했다.임지석은 손 집사와 몇 마디 소곤거리고는 최서준이의 발걸음을 따라갔다.길을 가던 중 임지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오빠, 왜 그랬어?"“오빠도 임씨 가문을 위해서야. 손씨 가문이 진릉시에서 어떤 존재인지 알잖아. 그들은 진릉시의 왕이란 말이야! 됐다. 네가 이해할 리 없지. 더 이상 묻지 말고. 너는 네가 할 일을 하고 그냥 스타로 잘 살기만 하면 돼.”임지석은 무언가 생각난 듯 더 이상 속마음을 말하지 않고 그저 설득했다. "지아야, 임성호텔로 돌아가자.""오빠 변했어.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잖아. 오늘 일어난 일들 때문에, 오빠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 난 그냥 집으로 돌아갈래.""집? 임성호텔이 네 집이잖아. 너 그 작고 허름한 곳에 굳이 가야겠어? 요즘 진릉시는 엄청나게 혼란스러워. 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누가 널 보호해?" 임지석은 임지아의 거절에 목소리를 높였다."호텔이랑 집이랑 비교가 돼?" 임지아는 맞받아쳤다."집에 돌아가고 싶으면 가도 돼. 대신 내가 너를 보호할 사람들을 붙여줄게. 며칠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그럴 필요 없어. 서준 씨가 나를 보호해 줄 거야." 임지아는 거절하며 최서준의 손을 잡고 바로 뛰어갔다.임지석은 혼자 남아 멍하니 서 있었다."서준이라. 두고 보자. 내 동생 곁엔 나 말고 아무도 있을 수 없어. 지아는 내 거야." 임지석은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시야에서 더 이
최서준의 눈동자가 반짝 빛나더니 앞으로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어르신, 원하시는 게 더 있나 보군요.”“젊은 총각, 몸에 좋은 걸 지니고 다니는구먼.”어르신이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최서준의 가슴으로 손을 뻗었다.만약 여자가 최서준을 이렇게 만진다면 최서준도 생각이 달라지겠지만 노인네가 이렇게 애매하게 쓰다듬자 이상하면서도 기괴했다.최서준은 단번에 노인네의 손목을 낚아챘다. 노인네의 피부는 어딘가 푸석푸석했고 손목에는 뼈밖에 없었다.“도대체 왜 이러시는지.”최서준이 입술을 앙다문 채 노인네를 뚫어져라 쳐다봤다.노인네가 갑자기 풉하고 웃음을 터트렸다.“우리 술집에서는 원하는 게 있으면 대가를 지급해야 하거든. 이 작은 물건을 나에게 남겨주면 어떻겠나?”노인네가 가리킨 곳엔 최서준의 화염 수정이 있었다.“어르신은 이게 무엇인지 아시나 보군요.”최서준은 노인네의 손을 놓아주며 이렇게 말했다. 그 손바닥이 어딘가 오싹했다. 미녀의 손을 잡은 것도 아니니 소름이 끼칠 만도 했다.“그냥 그 물건만 내게 남겨주면 되네.”노인네는 어떻게 말해야 최서준이 화염 수정을 내줄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이걸 지닌 자네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고 있는 건가?”노인네는 최서준이 모른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이걸 알고 있다고?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군.’최서준의 눈동자가 묘하게 빛났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최서준에게는 분명 그저 화염 수정인데 노인네에겐 다른 용도가 있는 것 같았다.최서준은 머리가 아팠다. 술을 마시고 있었을 뿐인데 또 성가신 일이 일어났다. 술집이 이상해서 그런가?“이건 어르신이 신경 쓰실 게 아닙니다. 임지아가 어디 있는지만 알려주시기만 하면 됩니다.”최서준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우리 술집에 있는 건 맞지만 각양각색의 사람이 모여있는 곳이니 조심하게.”노인네는 이 말을 뒤로 장부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일부러 최서준에게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우리 술집에 들어가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다
백건호가 임지아를 쫓아다녔던 건 맞다. 하지만 욕을 바가지로 먹은 다음부터는 아예 마음을 접었다.게다가 지금은 기분도 좋아 보이지 않는데 굳이 가서 미움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안 가면 말고요. 나라도 가야지.”안 가면 말지 성질낼 건 뭐야? 점잖은 날라리 이민수가 잘난 척이란 척은 다 하며 임지아 앞으로 다가가 부드럽게 물었다.“예쁜 아가씨, 혹시 합석해도 돼요?”임지아는 실눈을 뜨고 가까이 다가온 이민수를 쳐다봤다. 아직 사람을 알아볼 정도는 되는지라 이렇게 말했다.“꺼져요.”이민수는 못 들은 척 임지아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혼자 술 마시면 너무 심심하잖아요. 누가 옆에 있으면 좀 낫지 않을까요?”테이블을 더듬거리던 임지아는 드디어 빈 병사리를 찾아냈고 그대로 이민수의 머리를 내리치려 했지만 술을 너무 많이 마신지라 눈앞이 흐릿해져 이민수가 도대체 어디 있는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아가씨,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에요? 내 방으로 가서 좀 쉴래요?”아직 뭘 하기도 전인데 벌써 취하다니, 이민수의 입꼬리가 묘한 각도로 올라갔다.역시 여자는 멍청하다니까.쾅 하는 소리와 함께 임지아는 아무 예고 없이 테이블에 쓰러졌다. 아무리 눈을 뜨려 해봐도 이미 완전히 취해버린 건지 몸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대답 안 하면 수락한 걸로 알게요.”이민수가 빙그레 웃더니 임지아의 어깨에 손을 올려 쓰러진 임지아를 들어 올렸다. 정말 보기 드문 여자였다. 옷을 입고 있는데도 손끝으로 전해지는 전율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민수는 오늘 땡잡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임지아를 안고 돌아서자마자 이민수는 머리 위에서 뭐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술과 피가 한데 섞여 이민수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민수가 눈알이 뒤집히더니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품에 안고 있던 임지아도 따라서 바닥에 쓰러지는데 백건호가 얼른 임지아를 품에 안더니 임지아의 볼을 톡톡 치며 깨우려고 했다.“지아 씨, 지아 씨, 정신 좀 차려봐요!”이민수가 눈을 감
한편, 술집 옆에 있는 한 호텔.여긴 어디지?잠에서 깬 임지아의 손끝에 호텔에서 쓰는 시트가 만져졌다. 이에 임지아가 얼른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주변을 둘러보니 방엔 욕실도 있었다. 누군가 안에서 샤워하는지 물소리가 들려왔다.임지아의 기억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데에 멈춰 있었다. 어쩌다 호텔까지 온 거지?얼른 몸을 살펴봤지만 다행히 아직 옷은 그대로였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임지아가 한시름 놓고는 방에서 나가려 했다.문 앞까지 걸어갔는데 욕실 문이 열렸고 아래에 달랑 수건만 걸친 백건호가 걸어 나왔다. 그는 한 손으로 촉촉하게 젖은 머리를 닦으며 물었다.“어디 가려고요?”“백건호 씨? 당신이었어? 다가오지 마요!”임지아가 이렇게 말하며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한발 늦었다. 뒤따라온 백건호가 그녀를 덮쳤던 것이다.백건호늘 임지아를 마구잡이로 안아 침대에 내동댕이쳤다.임지아는 작은 맹수처럼 발버둥 치며 두 손을 허공에 마구 휘젓는 것으로 백건호를 물리치려 했다.“지아 씨 아직 나 기억하고 있네. 아까 술집에서 당신을 구해준 건 나예요. 나 아니었으면 벌써 나쁜 사람한테 당하고도 남았을걸요?”“게다가 전에 그렇게 좋다고 쫓아다녔는데 좀 안으면 안 돼요? 그냥 안고만 있을게요. 다른 건 일절 안 하고.”백건호는 말은 그렇게 해도 이미 임지아의 몸에 이리저리 손대고 있었다.“사실 지아 씨도 나 좋아했던 거죠? 아니면 왜 이 술집에 왔겠어요? 이 술집 처음 데려온 사람 나잖아요. 임지아 씨, 나 믿어요. 정말 안기만 할게요. 이렇게 안은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백건호는 두서없이 장황하게 말했다. 너무 절박했다. 그런 절박함이 사람을 너무 소름 끼치게 했다.복싱 선수에 여러 상을 휩쓸었던 그에게 임지아의 주먹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짐승 같은 놈, 이거 놔!”“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임지아는 격렬하게 반항하면서 절망에 찬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마음껏 소리쳐요. 목이 터지도록 불러도 아무 소용 없어요.”백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