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12년 전 박씨 일가에서 한성 보육원의 땅에 눈독을 들이고 그 당시 원장 진한성 씨가 갖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채 결국 불을 질러 보육원을 망가뜨렸어요. 그러고는 그 땅을 가져갔어요... 이 몇 년간 박씨 일가는 그 땅을 빌려 부동산에 뛰어들었고 단숨에 남양 5대 재벌 가문 중 일원으로 거듭났어요! 3일 후에 옥패 하나를 경매에 내놓을 예정이라는데 이 옥패는 한성 보육원에서 그해 남긴 유품이라 아주 신기할 것 같아요.”최서준의 살의를 느낀 최우빈은 보이지 않는 두 손이 자신의 목을 꽉 조르는 것처럼 공포가 밀려왔다.“박씨 일가 참 대단해!”최서준이 입꼬리를 올리고 싸늘하게 웃었다. 그의 미간에 살벌한 한기가 감돌았다.고작 땅 하나를 위해 한성 보육원의 108명 생명을 전부 불바다에 밀어 넣다니.최서준은 즉시 분부했다.“3일 후에 경매에 참여하도록 진행 시켜. 그 옥패는 박씨 일가의 손에 넘어가면 안 돼. 이참에 이자도 좀 더 받고!”그 옥패는 그해 보육원 원장이 길가에서 최서준을 발견했을 때 그의 몸에서 챙겨간 것이다.원장은 이 옥패가 최서준의 신상과 관련이 있다면서 잃어버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그가 18살이 될 때까지 보관해두었다가 다시 돌려주겠다고 했다.그런데 최서준이 11살 되던 해 보육원에 불이 났고 모든 게 뒤바뀌었다.최우빈이 머리를 끄덕였다.“도련님, 그리고 실은 그해 보육원 화재에서 일곱 명의 여자아이들도 다 살아남았어요...”“뭐라고?”최서준은 몸이 움찔거렸다. 그는 최우빈을 뚫어지라 쳐다봤다.“감히 제 목숨을 걸고 맹세할 수 있어요. 일곱 소녀는 그때 우물 속에 숨어서 살아남았지만 그 뒤론 전부 종적을 감췄어요. 누군가가 일부러 그 소녀들의 흔적을 지운 것 같아요.”“일곱 소녀라...”최서준은 주먹을 불끈 쥐고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일곱 누나일까? 다들 안 죽었다고?”“조사해, 계속 조사해! 알아내는 대로 가장 먼저 나한테 보고해.”그는 숨을 깊게 몰아쉬며 속으로 다짐했다.“누나들, 걱정 마.
김지유는 얼굴에 화색을 띠었다.“대표님, 그 신의분 의술은 어때요? 루게릭병을 고칠 수 있나요?”실은 그녀의 할아버지가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 이 병은 세계 5대 불치병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환자는 종종 수명이 3년에서 5년밖에 안 된다.증상은 전신 근육이 위축되고 사지가 굳어 움직이지 못하며 나중엔 호흡근에 지장을 주어 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른다.김호석은 이미 말기에 접어들어 언제든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루게릭병이요?”최우빈은 흠칫 놀라더니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이런 병은 다른 의사들이라면 고칠 수 없겠지만 그해 제 병을 고쳐줬던 신의라면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허걱!”김지유는 머리가 아찔해 났고 호흡이 가빠졌다.다른 사람이라면 절대 안 믿겠지만 최우빈은 그녀를 속일 리가 없다.그는 무려 지오 그룹 대표이자 남양에서 명성이 자자한 남양 실세이다!그의 말은 위력이 상당하다!김지유는 더할 나위 없이 흥분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그 신의분 제가 한번 만나볼 수 있을까요?”“물론이죠. 마침 그 신의도 남양에 왔으니 지금 바로 집 주소를 알려드릴게요.”최우빈은 머리를 끄덕이고 종이와 펜을 챙겨 주소를 적었다.“네, 알겠습니다.”김지유는 한 줄기 희망이라도 잡은 듯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고마워요, 대표님.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최우빈은 그녀에게 주소를 건네며 당부했다.“김지유 씨, 그 신의는 천재 의사라 의학 실력이 지유 씨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겁니다. 지유 씨가 아니라 저조차도 그분 앞에선 한낱 먼지에 불과해요. 신의가 지유 씨를 도울지 말지는 오직 신의의 기분에 달려있다는 것만 기억해주세요.”김지유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대표님. 그 천재 의사분 만나면 무조건 깍듯이 대할게요. 절대 함부로 하는 일 없어요.”지오 그룹을 나선 후 김지유는 곧바로 반윤정에게 말했다.“윤정아, 얼른 나인원 별장으로 가.”“네? 나인원이요?”반윤정이 흠칫 놀라며 물었다.“대표님, 그
“뭐?”김지유와 반윤정은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거의 동시에 폭소를 터트렸다.“이봐요 최서준 씨, 방금 뭐라고요? 그쪽이 여기 산다고요?”반윤정이 박장대소하며 말했다.“여기 별장이 얼마나 하는진 알아요? 아무거나 하나 갖다 대도 7, 80억 한다고요. 촌놈 주제에 평생 벌어도 화장실 하나 못 사는 데 뭐가 어쩌고 어째? 아이고, 나 죽네. 당신 때문에 웃겨서 배 터지게 생겼다고요.”그녀는 말하면서 배를 끌어안고 자지러지게 웃었다.김지유도 한심하다는 듯이 그에게 쏘아붙였다.“말해봐, 그래서 너희 집은 어딘데?”“산꼭대기에 있는 나인원 크라운 별장이야.”최서준이 여유 넘치게 대답했다.김지유는 그런 그 때문에 웃다가 쓰러질 지경이었다.차라리 나인원에서 아무거나 하나 갖다 대도 어쩌면 믿어줄 텐데 하필 천재 의사가 지내는 나인원 크라운이라니, 대체 그 별장이 촌놈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걸까?그녀는 야유에 찬 눈길로 질문을 이어갔다.“최서준, 지금 네 꼴이 엄청 피에로 같은 거 알아? 보기만 해도 짜증 나!”“믿거나 말거나.”최서준은 어깨를 들썩거리고 몸을 돌려 계속 걸어갔다. 두 여자와 더는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으니까.“경비 아저씨가 발견하기 전에 얼른 가 그냥. 더 있다가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그래?”김지유는 이 한마디만 내던진 채 반윤정에게 시동을 걸라고 하고는 산 정상을 향해 달렸다.산 정상의 나인원 크라운 별장에 도착한 후 그녀는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눌렀다.“천재 의사님, 저는 남양시 김씨 일가 첫째 딸 김지유예요. 다름이 아니라 선생님께서 저희 할아버지를 구해주셨으면 해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어요...”그러나 입이 닳게 말해도 별장 안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대표님, 그 천재 의사분이 외출하신 것 같아요. 우리 다음에 다시 올까요?”반윤정이 물었다.“그럴 수밖에.”김지유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벤틀리를 타고 오던 길로 돌아갔다.그녀는 줄곧 길옆을 쳐다봤지만 최서준의 그림자가 안 보였다.김지유는 코웃음 치며
순간 뭇사람들은 문 앞에 서 있는 최서준에게 시선이 쏠렸다.“뭐야 이 녀석은?”손 신의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내가 누군지는 알 것 없어요.”최서준이 한 걸음 나아가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침대에 누워계신 이분은 적어도 2년은 더 살 수 있는데 왜 가망이 없다고 하는 거죠? 사람 목숨이 하찮아 보여요?”낯선 이의 생사는 원래 그와 아무 연관이 없지만 상대가 의사라 납시고 영감탱이를 비하하는 건 그냥 넘어갈 수 없다.최서준의 사부님이 바로 한때 이름을 떨쳤던 ‘천재 의사’이고 지금은 그 명예를 최서준에게 물려주었으니 절대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최서준이 사람 목숨을 왜 하찮게 여기냐고 반박하자 손 신의는 버럭 화냈다.“새파랗게 어린 것이 지금 뭐라고 했어?”뭇사람들도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손 신의의 본명은 손지명이고 백 년 된 의학 가문에서 태어나 의정의 명의라 일컫는다. 무수한 생명을 구했고 한때 국가의 지도자도 치료했다고 하는데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감히 그를 질의하다니.“이봐요, 지금 우리 할아버지를 구할 수 있다고 하셨나요?”앞에 있던 젊은 여자가 눈물을 닦으며 희열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물론이죠.”최서준은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대답했다.“제가 어르신을 구할 뿐만 아니라 2년은 더 연명하도록 치료할 수도 있어요.”“뭐라고요?”뭇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젊은 여자가 황급히 말을 이었다.“저는 주하은이라고 해요. 할아버지의 병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 우리 주씨 일가에서 반드시 제대로 보답해드릴 겁니다!”“하하하.”이때 손 신의가 불쑥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젊은이가 눈에 뵈는 게 없구먼. 한의학이 얼마나 심오한 의학인지 알기나 해? 배움의 경지가 끝도 없어. 나도 반평생을 배워서 지금의 실력을 얻었을 뿐이야.”그는 앞으로 나서며 음침한 눈길로 최서준을 노려봤다.“2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엄마 뱃속에서부터 배웠다고 해도 인제 고작 입문 단계일 텐데 어딜 감히 내 앞에서 허세를 부려?”“지당한 말
최서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불쑥 일곱 대의 은침이 나타났다.“하!”그가 팔을 휘두른 순간 일곱 대의 은침이 어르신의 일곱 개 혈 자리에 나란히 꽂혔다.손 신의는 놀라서 몸이 움찔거리고 입이 쩍 벌어졌다.“아니 이건... 공수침이란 말이야?!”일곱 대의 은침이 어르신의 혈 자리에 꽂힌 순간 일제히 흰 빛을 내뿜더니 북두칠성의 모양을 이루며 별처럼 눈부시게 빛났다.“만수무강할 운명을 타고났고 가슴팍에 칠성문도 찍었으니 저승사자가 와도 내가 절대 놓아줄 수 없지! 이젠 일어날 때가 되었어요, 어르신!!!”최서준은 마치 주술을 외우듯 어르신의 생사를 좌우하고 있었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혼미상태에 빠져 있던 어르신이 갑자기 검은 피를 내뿜더니 격렬하게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순간 장내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모든 이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제자리에 얼어붙고 넋이 나가버렸다.“헐... 진짜 어르신을 살렸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주하은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냉큼 외쳤다.“할아버지...”어르신은 흐린 눈을 천천히 뜨며 무기력하게 말했다.“하은아... 나 아직 안 죽었어? 방금 꿈에서 너희 할머니가 나 데려가겠다고 했는데...”“할아버지 아직 살아있어요. 저 사람이 할아버지를 구해주셨다고요.”주하은이 기쁨의 눈물을 훔쳤다.“너무 잘 됐어요. 진짜 너무 잘됐어요 할아버지.”뭇사람들도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며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어르신을 바라봤다.“기사회생이야. 이게 바로 진정한 기사회생이라고.”손 신의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의사 생활을 수십 년 해오면서 이런 광경은 또 난생처음이었다.어르신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고맙네, 손 신의. 자네가 날 구했어.”손 신의는 얼굴이 빨개지고 재빨리 손사래 치며 말했다.“아닙니다, 어르신. 제가 어르신을 구한 게 아니라 저기 있는 저분이에요.”“그래요, 할아버지. 바로 이분이 할아버지를 구해주셨어요.”주하은은 손으로 최서준
애초에 최서준은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그는 진짜 할아버지를 구할 수 있었는데 가소롭게도 그런 귀인을 사기꾼으로 몰아가다니.주씨 일가의 임원들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지금부터 전부 나가서 찾아. 남양을 싹 다 뒤집어서라도 아까 그 신의를 찾아내. 못 찾으면 돌아올 생각 마!”다음 날 아침 도현수가 또 전화 왔다.“서준아, 지금 어디야? 연우가 오늘 너 데리고 회사 가서 면접 보겠다는데 주소 보내줘. 연우한테 너 데리러 가라고 할게.”“네, 아저씨.”최서준은 나인원 크라운 별장 주소를 도현수에게 보냈다.도씨 일가 대문 입구.흰색 벤츠 C260 세단 옆에 검은색 정장 차림의 젊은 여자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연우야, 너 그 촌놈 약혼자 너무 허세 부리는 거 아니야? 우리 지금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아영아, 그만해. 나도 지금 미쳐버리겠단 말이야.”도연우도 짜증스럽게 불평을 늘어놓았다.‘아빠도 참, 굳이 그 촌놈을 회사에 들여보내라더니 이젠 또 이렇게 한참이나 기다리게 해?’두 사람이 한창 투덜거리고 있을 때 도현수가 전화 왔다.“연우야, 서준이 나인원 크라운 별장에 있대. 지금 바로 서준이 데리러 가.”도연우가 스피커폰으로 전환하다 보니 옆에 있던 진아영도 엿듣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 그 자식이 나인원 크라운에 산다고?”“그게 왜?”도연우가 의아한 듯 물었다.“나인원은 남양의 최고급 별장 구역이야. 특히 나인원 크라운 별장은 남양에서 손꼽히는 별장이라 가격이 무려 천억이라고.”진아영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연우야, 그 자식 촌놈이라며? 어떻게 나인원 크라운에 살아? 뻥 치는 거 아니야?”도연우는 화들짝 놀랐다.뭐라고?가격이 무려 천억이라니?!그녀는 침을 꼴깍 삼켰다.“가자, 뻥인지 아닌지 가보면 알 거 아니야.”최서준은 주소를 보낸 후 별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산정상의 경치를 감상했다.풀숲에 버려진 빈 음료수병을 보더니 그는
최서준이 고개를 내저었다.“내가 산 거 아니에요.”“그럼?”두 여자는 어안이 벙벙했다.진아영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서준 씨 참 겸손하시네요.”그녀는 문득 최서준이 들고 있는 봉투를 보더니 두 눈을 반짝거렸다.“서준 씨 이 안에 현금 들어있죠? 부자들은 현금 쓰는 걸 제일 좋아한다던데 역시 듣던 대로네요.”최서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는 선뜻 앞으로 다가가 봉투를 가져와서 열어보았다.순간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안에 든 것은 돈이 아니라 빈 깡통이라 역겹고 악취가 풍겼다.“방금 주운 쓰레기예요.”최서준이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했다.“쓰레기를 주웠다고요?”진아영은 미소가 그대로 굳었다.“네.”최서준이 머리를 끄덕였다.그녀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뭐야?! 결국 쓰레기 주우려고 여기까지 온 거예요?”그녀는 말하면서 휴지로 손을 미친 듯이 닦았다.“진짜 기분 잡쳐. 그냥 거지잖아. 좋았다 말았네! 연우야, 너희 아빤 대체 왜 저런 녀석을 찜하셨대? 쓰레기나 줍는 촌놈을 네 약혼자로 정하다니 이게 말이 돼?”그녀는 야유에 찬 눈길로 최서준을 째려보며 좀 전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도연우도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이 녀석이 진짜 여기 지내는 줄 알았는데 쓰레기 주우러 온 거라니...젠장! 촌놈 때문에 그녀의 체면이 한없이 구겨졌다!화가 난 도연우는 이 한마디만 내던졌다.“가자 얼른.”몇십 층에 달하는 이퓨레 그룹 빌딩 입구에서.“여기서 일단 기다리고 있어. 내가 들어가서 얘기하고 올게.”도연우는 최서준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곧장 진아영과 함께 로비로 들어갔다.최서준은 회사 이름을 보더니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퓨레 코스메틱? 이건 최우빈이 그에게 양도한 회사인데?!로비에서 다섯 명의 젊은 남녀가 함께 모여 수군거렸다.“연우야, 걱정 마. 내가 이미 외삼촌한테 얘기했으니 그 자식 절대 면접 통과 못 해.”가슴팍에 마케팅팀 매니저라는 명찰을 달고 베르사체 정장을 입은 오민욱이 차가운
“뭐가 그리 급해? 다들 이제 곧 동료 될 텐데 미리 알아가는 것도 좋잖아.”오민욱의 눈가에 한기가 스쳤다. 그는 선뜻 최서준에게 손 내밀며 으스댔다.“반가워요, 오민욱이에요. 현재 마케팅 2팀 매니저를 담당하고 있고 연우 동료이자 상사에요.”최서준은 그의 사악한 미소를 바로 알아챘지만 똑같이 손 내밀며 무표정하게 말했다.“최서준이에요.”두 사람이 악수하는 모습에 곽정원은 속으로 깨고소해했다.오민욱은 손힘이 세기로 유명해 전에 그와 한번 악수하다가 하마터면 손이 부러질 뻔했고 그 뒤로 족히 사흘을 아팠다. 심지어 그것도 오민욱이 자제한 결과였다.이젠 드디어 이 촌놈이 망신당할 차례가 됐다.아니나 다를까 최서준은 악수하는 순간 거대한 힘이 압박해오는 걸 느꼈다.오민욱의 표정을 보자 야유와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그는 도연우 앞에서 최서준에게 망신 주어 제 앞에 무릎 꿇고 빌기를 바랐다.다만 아쉽게도 아무리 힘을 줘봤자 최서준은 줄곧 담담한 표정이었다.‘이 녀석 변태 아니야?’오민욱이 속으로 놀라움을 자아냈다.곧이어 그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충격과 고통으로 뒤바뀌었다. 그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최서준은 마치 집게처럼 되레 그의 손을 꽉 잡았는데 아파서 죽을 지경이었다!오민욱은 손이 으스러질 것 같아서 얼른 빼내려 했지만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그가 간신히 고통을 참는 모습에 최서준이 배시시 웃었다.“오 매니저, 괜찮아요? 무슨 땀을 이렇게 많이 흘려요?”“이 손... 놔요.”오민욱은 피를 토할 것처럼 이를 꽉 깨물었다.“에이, 그럼 안되죠.”최서준이 진심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오 매니저가 마치 옛친구처럼 반가울 따름인데 좀 더 잡고 있어요 우리.”옛친구는 개뿔!오민욱은 울상이 되어 험상궂은 얼굴로 변했다.“손 놔, 당장 이 손 놓으라고!”“이봐요 최서준 씨, 지금 뭐 하는 겁니까?”곽정원이 드디어 수상함을 느끼고 황급히 질책했다.“오 매니저가 나랑 더 악수하고 싶지 않으니 어쩔 수 없네요.”최서준은 장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