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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갑자기 날아든 소리에 시끄러웠던 현장은 찬물을 끼얹듯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의 귀를 의심하고 있었다.

20원이라고? 어느 겁도 없는 놈이 감히 박씨 일가가 주최한 경매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숫자를 부른 거야?!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김지유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머문 곳에는 청동 가면을 쓴 남자가 다리를 꼰 채 유유하게 찻물을 들고 들이키고 있었다. 마치 뭇사람들의 시선을 아직 눈치채지 못하기라도 한 듯 말이다.

"대체 어떤 간땡이가 부은 놈이 감히 경매장에서 장난질이야?"

박재형은 큰소리로 화를 냈다. 반면 박성태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곧 최서준을 향해 물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는지 다시 한번 말해보시죠."

박성태는 지금 비단 화가 나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눈에는 희열이 가득 차 있었다.

한성 보육원의 생존자, 기어코 나타났구나!

"왜요? 너무 적어요?"

청동 가면 아래의 최서준의 얼굴에는 조롱이 가득 서려 있었다.

"그럼 20원 더 추가. 더는 안 돼요."

사람들은 그의 말에 또 한 번 어안이 벙벙해졌다.

대체 저놈은 누구지? 이거 완전 소란을 피우려고 작정을 했구만!

사람들 틈에 있던 김지유도 얼떨떨한 얼굴로 가면을 쓴 남자를 바라봤다.

박씨 일가가 남양시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 저 남자는 대체 왜 이런 무모한 짓을 벌이는 거지? 혹시 박씨 일가와 무슨 원수라도 졌나?

박성태는 지금 당장이라도 최서준을 잡고 싶었지만, 간신히 마음을 억누르고 차갑게 읊조렸다,

"당신, 대체 정체가 뭐죠?"

"내 정체가 알고 싶다고 하니 친절하게 대답해드려야죠."

최서준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지옥에서 막 기어 올라온 사람의 목소리를 하고는 큰소리로 외쳤다.

"나는 12년 전 있었던 한성 보육원 화재사건 ‘망령’ 중 한 명으로 오늘 모든 망령을 대표하여 박씨 일가가 진 빚을 대신 받으러 왔다. 당신들은 그 당시 화재에 생존자가 있었을 줄은 아마 꿈에도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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