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땡이 부은 새끼가 누구야? 당장 튀어나와!"그때 깡패 같은 얼굴을 한 청년이 구석 쪽을 가리키더니 큰소리로 물었고 이에 사람들은 서로 눈을 피하며 행여 자기도 휘말릴까 봐 얼른 옆으로 피신했다.김지유는 사람들이 자신을 밀치는 데도 시선은 최서준에게 고정한 채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설마 너야? 도담이야?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최서준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저 청동 가면을 벗겨버리고 싶었다."대표님, 저희도 빨리 저쪽으로 가요."반윤정은 김지유가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는 곧장 그녀의 손을 끌고 옆으로 피신했다.박성태는 최서준을 차가운 눈빛으로 보더니 곧 검은 정장 남성들에게 명령을 내렸다."처리해."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남성들은 곧바로 최서준을 향해 무섭게 다가갔다. 그들은 오랜 기간 박씨 일가를 위해 손에 피를 묻혀온 사람들이라 절대 쉽게 볼 실력이 아니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남성들은 최서준의 근처까지 다가왔고 최서준은 마치 얼어붙은 사람처럼 제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조심해!"김지유는 초조한 얼굴로 그에게 소리쳤다. 그를 도와주러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옆에서 반윤정이 그녀의 팔을 힘껏 잡아당기는 바람에 갈 수가 없었다."대표님, 왜 이러세요? 이건 저 사람들 일이지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잖아요!"박성태는 최서준을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 줄 알았더니 별거 없네.""하하하!"박재형도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고작 혼자서 감히 우리 박씨 일가에게 복수하겠다고? 주제를 알아야지."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곧 죽을 사람을 보듯 최서준을 안타깝게 바라봤다.하지만 그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광경이 벌어졌다. 얼어붙어 있어야 할 최서준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남성들은 공격할 표적을 잃어버려 당황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허둥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여기저기에서 비명이 들려왔다.최서준은 빛의 속도로 그들의 곁을 스쳐
"잠깐!"최서준의 눈빛에서 살기를 감지한 박성태는 펄쩍 놀라더니 싹싹 빌기 시작했다."한성 보육원 화재사건,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러니 제발 용서해줘. 나를 이대로 놓아주면 내가 박씨 일가가 저질렀던 일들을 내 입으로 밝혀줄게."비굴한 말과는 달리 박성태의 눈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고 그는 속으로 오늘 무사히 살아나간다면 최서준을 꼭 죽여버리리라 결심했다."당신과 상관이 없어?"최서준은 우습다는 듯 한껏 조롱하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당신이 이 경매를 주최한 목적이 나를 끌어내려는 수작인 걸 내가 정말 모를 거라고 생각해?""너...!"박성태는 그에 흠칫하더니 곧 몸을 덜덜 떨며 말했다."날 죽이면 우리 가문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네가 잘 모르나 본데 우리 가문은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성태는 목이 차가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곧 눈앞의 세상이 뒤바뀐 것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또한, 그의 눈에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박재형의 놀란 얼굴이 눈에 들어왔고 얼마 안 가 점점 눈앞이 까맣게 변해버렸다."으아아악!"박재형은 목이 댕그랑 잘린 자신의 삼촌을 보고는 경매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물론 박재형뿐만이 아니라 현장에 있던 여러 사람이 피로 가득한 광경을 보고 소리를 질렀고 몇 명은 기절하기까지 했다."자, 이제 그쪽 차례지?"최서준의 시선이 천천히 자신의 쪽으로 향하자 박재형은 오줌을 지리며 있는 힘껏 땅에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저... 돈 많아요. 원하시면 모두 드릴게요. 나도 박씨 가문의 일원이긴 하지만 저는 그쪽한테 아무런 잘못도 안 했잖아요... 그러니까 제발...""아무런 잘못도 없어?"최서준은 허리를 숙이더니 그의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우리 이제 막 헤어진 지 30분도 안 됐는데 그새 날 까먹은 거야?"귓가에서 울려 퍼지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목소리에 박재형은 기억을 더듬다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눈을 크게 뜨며 덜덜거리
"걱정하지 마세요. 이대로 끝낼 생각은 없으니까. 곧 박씨 가문 인간들 머리를 싹 다 여기로 가져올게요."그 말을 끝으로 최서준은 두 사람의 머리를 묘지 옆에 묻어버렸고 피 묻은 옷은 적당히 태워버린 후 유유히 자리를 떴다.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람이 숨을 헐떡거리며 다가오더니 곧 정석우의 묘석 앞에 도착했다.그 사람은 바로 김지유였고 그녀는 떨리는 몸을 부여잡으며 흘러나오려 하는 눈물을 억지로 삼켰다."대체... 대체 어디 간 거지? 설마 도담이가 아니었던 거가?"김지유는 묘지 옆에 털썩 주저앉더니 사뭇 치는 그리움에 가슴이 아픈 듯 머리를 감싸 쥐었다.그러다 그녀는 어딘가에서 나는 피비린내에 고개를 들었고 그제야 자신이 앉아 있는 발아래에서 피 냄새가 진동한다는 걸 알아챘다.김지유는 뭔가에 홀린 듯 미친 듯이 땅을 팠고 곧 검은색 비닐봉지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뭔가 감지한 듯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었다. 그러자 서서히 박성태와 박재형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동시에 코를 찌르는 듯한 역한 피 냄새가 같이 풍겨왔다.김지유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그것은 두려움에 의한 것이 아닌 흥분으로 몸이 떨리는 것이었다.누군가가 정석우와 화재로 죽은 사람들을 보러 왔고 그 누군가는 바로 도담이라는 것을 그녀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도담아, 정말 돌아왔구나. 복수하기 위해 드디어 돌아온 거야!"김지유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쉴 틈 없이 새어 나왔다. 그녀가 이때를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자그마치 12년이다!당시 화재로 사람들과 뿔뿔이 흩어진 후 김지유는 혼자 거지처럼 도로를 정처 없이 돌아다녔었다. 그러다 김호석을 만났고 그는 그녀에게 김지유라는 이름을 지어주고는 대외에 그녀를 자신의 친손녀라고 공표했다.그 뒤로부터 그녀의 신분은 점점 높아졌고 남 부럽지 않게 살아왔다. 하지만 김지유는 여전히 그때의 울분을 잊지 않고 있었다.그러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오늘 드디어 박씨 일가 두 명의 머리가
"지금 남양시 전체가 그것 때문에 떠들썩해요."반윤정이 그녀를 향해 말했다."박씨 일가에서 두 시체를 거둬 간 다음 바로 그 두 사람을 죽인 남자를 찾아내 고통스럽게 죽여버릴 거라고 엄포했어요. 지금 남양시 전체가 그 청동 가면을 쓴 남자를 찾고 있다고요."반윤정은 자신의 팔을 쓸어내리며 말을 이었다."듣기로는 박씨 집안에서 단서를 얻으려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불러서 심문이라도 한 것 같아요. 만약 제가 빨리 거기를 빠져나오지 않았다면 지금쯤...""최서준은?"김지유가 물었다."말도 마세요."반윤정은 최서준이라는 이름에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 인간 청동 가면을 쓴 남자가 나타나기 전에 이미 도망간 것 같아요."김지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곧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어휴, 최서준이 도담이의 발끝이라도 따라갈 정도의 실력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박씨 일가.박재형의 아버지인 박재만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눈앞에 있는 어르신을 보며 통곡했다."아버지, 우리 재형이 가는 길 억울하지 않게 꼭 복수해 주셔야 합니다!"개량 한복을 입고, 마치 독사 같은 눈빛을 한, 이 어르신은 바로 박씨 일가 회장인 박무한이다. 12년 전 한성 보육원 참극도 그가 설계한 것이다.박무한은 눈앞에서 땅을 치며 얘기하는 박재만을 보고는 위엄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그만해. 네가 이렇게 얘기 안 해도 재형이와 네 동생을 이렇게 억울한 채로 보낼 생각은 없다. 이 남양시를 뒤집어엎어서라도 내 기필코 그놈을 잡아낼 것이니까."그때 박운호가 다급히 들어왔다."뭐라도 나왔어?"박무한이 묻자 박운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경매장에 있는 모든 CCTV를 다 뒤져봤지만, 청동 가면을 쓰고 들어온 사람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경매에 참석한 사람 중 한 명이 청동 가면을 쓰고 두 사람을 죽였을 거로 예상됩니다.""이런 하나 같이 쓸모없는 놈들!"박무한이 호통치며 말했다."무슨 수를 쓰든지 3일 내로 내 앞에 그 청동 가
곽정원과 진아영은 그 말에 얼른 맞장구를 치며 그를 치켜세웠다."잘됐구나. 그럼 얼른 가자."도현수의 말에 일행은 두 차로 나뉘어 킹스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차를 고를 때, 최서준과 같은 차에 타고 싶지 않았던 도연우는 얼른 오민욱의 차로 향했고 최서준은 어쩔 수 없이 도현수의 차에 앉았다. 물론 그는 그녀의 선택에 아무렇지도 않았다.오민욱의 차 안.곽정원과 진아영은 조수석을 도연우에게 양보한 다음 자신들은 뒷좌석에 앉았다. 그러고는 몸을 앞으로 빼 오민욱과 거리를 가깝게 하고는 입을 열었다."최서준은 왜 자꾸 우리 눈앞에 나타나는 건데! 계속 이대로 둘 거야?""맞아. 아주 뻔뻔하기 짝이 없어. 이러다가는 입맛도 다 없어지겠어."두 사람은 도연우가 조수석에 타 있음에도 전혀 거리낄 것 없이 최서준의 흉을 봤다. 그녀가 최서준을 싫어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오민욱도 그들과 같은 마음이었는지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걱정하지 마. 이따 제대로 개망신을 줄 거니까."그에 도연우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말했다."너무 심하게는 하지는 마."도연우가 이런 말을 내뱉은 이유는 최서준이 걱정돼서가 아닌 중간에 끼게 될 자신의 아빠가 난감해 할까 봐서였다."응, 내가 알아서 해."오민욱은 조금 있으면 다가올 상황이 기대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빛을 반짝였다.얼마 후, 일행은 킹스 레스토랑 앞에 도착했다.이곳은 남양 실세 최우빈 산하의 산업으로 남양시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다. 안에는 한식, 중식, 양식, 일식 그리고 디저트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또한, 이곳은 미슐랭 3스타 셰프가 있는 바람에 가격이 매우 비싸 웬만한 사람들은 소비할 수 없는 곳이기도 했다.일행이 안으로 들어서자 깔끔한 옷차림의 직원이 바로 그들을 향해 물었다."어서 오세요, 손님. 혹시 예약하셨나요?""아니요."도현수가 고개를 저었다."죄송하지만 이곳은 예약을 안 하시면 식사할 수 없으세요."그 말에 직원은 냉정한 표정으로 그들을 향해 말했다.그
몸집이 건장한 남자들이 자신들을 노려보면서 다가오자 사람들은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왜 오민욱의 킹스 골든 카드를 못 알아보는 것 같지?’오민욱도 당황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킹스 골든 카드 소유자한테 너무 건방지게 구는 거 아니에요? 계속 이러면 남양 실세한테 당신들을 고소할 거예요!”유은석이 오민욱을 발로 차려고 할 때 그의 뒤에 서 있는 최서준을 발견했다.그 순간, 유은석은 온몸이 움찔했다.‘저분 것이었군.’유은석의 눈에는 존경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진해천 사건이 발생한 후, 최우빈이 자신의 부하들이 행여나 최서준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를 경솔하게 대할까 봐 지오 그룹 슬하에 있는 기업 책임자들에게 최서준의 사진을 보내주면서 자신을 모시는 것처럼 공손하게 그를 모시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전과 같은 일이 생긴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까지 남겼다.최우빈의 명령을 떠올린 유은석은 이내 최서준을 향해 90도 경례를 하면서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소홀한 탓에 제때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최서준의 앞에 서 있던 오민욱은 유은석이 자신의 신분을 알아차리고 태도가 바뀐 줄 알고 다시 허세를 부리기 시작했다.“눈멀었어요? 얼른 안내하지 않고 뭐 하는 거예요?”“네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유은석은 더는 지체하지 않고 그들을 킹스 레스토랑 제일 좋은 방으로 안내해줬다.“여기 메뉴판입니다. 귀한 손님들이신데 마음껏 주문하세요.”유은석은 메뉴판을 공손하게 최서준한테 건네주면서 말했다.그런데 곽정원이 메뉴판을 빼앗아 오민욱에게 넘겨주면서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진짜 눈이 먼 거예요? 킹스 골든 카드 소유자는 민욱인데 당연히 주문도 민욱이가 해야죠. 저 사람과 무슨 상관이에요?”유은석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최서준이 별다른 의견이 없어 보이자 아예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면서 그를 위해 안배하러 방에서 나갔다.유은석이 방에서 나가자마자 하은숙은 화려한 방을 훑어보면서 참지 못하고 감탄을 자아
“그러세요.”최서준은 유은석의 부탁을 받아들이고 화장실로 들어갔다.유은석은 최서준이 화장실로 들어가자마자 옆에 있던 청년에게 지시했다.“호운아, 얼른 내가 전에 소장해두었던 전통주를 최서준 씨 방으로 가져다드려.”이호운은 너무 놀라 탓에 눈이 휘둥그레졌다.“매니저님, 그 술은 79년도에 장인들이 직접 담근 귀한 전통주잖아요. 현재 전 세계에 17병밖에 없는데 한 병에 무려 20억이나 하잖아요.”“힘들게 구하신 술을 지금까지 킹스 레스토랑 마스코트처럼 소장해두면서 고가로 사겠다고 해도 안 파셨는데...”짝하는 소리와 함께 유은석은 이호운의 뺨을 내리쳤다.“가져다드리라면 가져다드려. 어디서 대꾸야!”최서준의 환심만 살 수 있다면 유은석은 20억이 아니라 200억이 되는 술이라도 기꺼이 내놓을 수 있었다.이호운은 맞은 뺨을 가리고 이내 유은석의 말대로 술을 가지러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웨이터들이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우는 음식들을 하나둘씩 테이블에 올리기 시작했다.알마스 캐비어, 크래프트 스테이크, 자연산 송이, 대형 킹크랩...심지어 수저와 그릇도 은으로 되어있었다. 얼핏 보았을 때, 적어도 4000만은 넘을 것 같았다.그뿐만이 아니라 한 병에 240만 원 하는 96년도에 만들어진 모태주 7병도 있었다.도현수는 약간 어이없었다.“민욱아, 너무 과하게 주문한 건 아니니? 아무리 우리가 계산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괜찮아요, 아저씨.”오민욱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손을 저었다.“테이블에 오른 것들을 다 합쳐보았자 몇천만밖에 되지 않아요. 킹스 레스토랑에서는 정상적인 금액이에요.”“아저씨, 별다른 생각하지 마시고 얼른 드세요.”오민욱은 음식을 맛 볼 생각에 더는 참지 못했다.다들 수저를 들고 음식을 맛보려고 할 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정장을 차려입은 청년이 술 한 병을 들고 공손하게 걸어들어왔다.“안녕하세요. 이건 유 매니저님께서 특별히 손님들께 가져다주라고 당부하신 술입니다. 한 병에 20억 하는 79년
진아영의 말을 들은 오민욱과 곽정원은 비꼬는 듯한 눈빛으로 최서준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최서준에게 망신을 주려고 미리 계획해 두었었다.옆에서 보고 있던 도현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아영아, 8인석 테이블에 의자 하나를 추가하기 힘들 것 같은데 가방을 의자 등받이에 걸어두는 게 좋지 않겠니?”“안돼요, 아저씨.”진아영은 콧방귀를 뀌면서 반박했다.“이 가방 구찌 가방이란 말이에요. 제가 400만 원이나 주고 산 건데 혹시라도 긁혀서 흠이 가면 어쩌려고요.”“그래요, 서준 씨. 아영이는 여자잖아요. 서준 씨가 양보해요.”“제 생각에는 조금 불편하시겠지만 서서 드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드시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요. 저희가 짚어줄게요.”오민욱은 웃음을 참으며 가식적으로 최서준을 배려하는 것처럼 말했다.최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진아영의 가방을 땅에 내동댕이치고 자리에 앉았다.순간 진아영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놀랐다.“나쁜 새끼, 너... 너 지금 내 400만 원짜리 가방을 땅에 팽개친 거야?”정신을 차린 진아영이 노발대발했다.“짝퉁이잖아요.”최서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짝퉁이라고?”진아영은 순간 멍해졌다.최서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가방이 짝퉁이라고요. 만 원도 안 할걸요.”“헛소리 그만해!”진아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 차가운 목소리로 그를 호통했다.“시골 놈이 명품백을 알기나 해? 네가 뭔데 내 백이 짝퉁이라는 거야?”“최서준, 럭셔리 브랜드에 관해 잘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최서준은 아주 담담하게 반박했다.“못 믿겠으면 쿠팡에 한 번 검색해보든가.”진아영은 헛웃음 치더니 폰을 꺼내 들고 쿠팡에 검색해보았다.그리고 검색결과를 확인한 그녀의 얼굴이 똥이라도 밟은 듯 일그러졌다. 쿠팡에는 진아영의 백과 같은 똑같은 상품들이 수두룩했다. 심지어 재질과 무늬마저도 똑같았다.그런데 가격은 5000원밖에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무료배송까지 해준다고 표기되어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