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우는 조금 전에 자신이 너무 우유부단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에게 약을 쓴 백화궁에 대해 꽤 큰 관심이 생겼다.여인이 이선우에게 약을 쓴 순간, 그는 하마터면 매혹될 뻔했지만 다행히도 빠르게 정신을 차렸던 것이다.자리에서 일어난 이선우가 고명한에게 유유히 다가가더니 입을 열었다.“이제 더 할 말 있어? 난 네가 마음에 든 이 여자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 하지만 네가 감히 이 여자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네 가문을 멸해버릴 거니깐 두고 봐.”이선우는 화를 최대한 참고 있었다. 만약 이 자리에 창월이 없었다면 그는 진작 이곳을 피바다로 만들어 버렸을 것이며 절대 고명한과 백화궁 여인들에게 이렇게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다.한편, 고명한은 차오르는 공포에 넋이 나가버렸다. 그는 이선우의 경지가 이렇게까지 높은 줄 몰랐다.고명한은 백화궁 여섯 번째 순위에 드는 그 여인의 경지가 얼마나 높은 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 무적까지는 아니지만 백화궁 내부에서도 전투력이 탑급에 속하는 강자였다.그런데 그런 강자가 이선우 앞에서 공격할 기회조차 없었다니.고명한은 처음부터 이선우의 경지가 감지되지 않았고 지금 이 순간이 되어서야 자신이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를 건드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하지만 고씨 가문의 도련님으로 지금까지 고고하게 살아온 그는 절대 이선우에게 고개를 숙여 살려달라고 빌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서원의 배후에는 신전이 지키고 있다는 생각에 고명한은 휘청거리면서 몸을 일으키더니 이선우에게 말했다.“네가 감히 백화궁 제자를 죽이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내가 조금 전에 얘기했잖아. 내 아버지는 신전 서원 주천 부원의 원장이라고. 넌 내 신분이 얼마나 높고 귀한 지 상상도 못할 거야. 우리 고씨 가문이 이 주천 마을에서 어떤 존재인지 알기나 해? 네 자신을 걱정하지 않아도 네 여자를 위해 잘 생각해야지. 내가 조금 전에 너한테 제안했던 건 아직 유효야. 넌 백화궁에 찾아가서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벌을 받아. 난 너
제자들은 정소담이 백화궁을 지배한지 몇 백 년이 넘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평소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정소담이 이번에 갑자기 이렇게 나서자 백화궁 제자들과 집행 장로들은 다들 많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정소담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백화궁은 설립된 이후로 감히 백화궁을 모욕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더군다나 이렇게 건방지게 백화궁 제자들을 살해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주천 마을에서 백화궁은 실력이 가장 강한 종파는 아니지만 남성과의 합궁을 통해 경지를 높이는 수련 공법이 매우 독특했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주천 마을의 각 세력들과 가문들은 백화궁을 기피하기 바빴다.그들뿐만 아니라 신족도 마찬가지였다. 백화궁은 그만큼 특별한 존재였기에 감히 그녀들을 건드릴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런 특별함으로 백화궁은 몇 백 년 동안 장족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으며 저지른 악행 또한 널리 알려져서 사람들은 백화궁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다들 벌벌 떨 정도였다. 백화궁의 궁주와 제자들은 물론이고 백화궁에서 요리를 담당하는 아주머니마저 백화궁을 자랑스럽게 여겼다.그런데 지금, 감히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백화궁 제자들을 살해하는 건방진 놈이 나타났으니 이건 백화궁에 대한 적나라한 도발이고 치욕이기에 그녀들은 반드시 받은 만큼 복수를 제대로 해야 한다.“궁주님, 노여움 푸세요. 제가 이 일의 경과에 대해 정확히 알아봤는데 여섯째 선배님을 살해한 놈은 이름이 이선우라고 합니다. 저희가 접한 정보에 의하면 이 놈은 청주 대륙 사람이 아닙니다. 이 놈이 여섯째 선배님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주천 마을 고씨 가문까지 멸했다고 합니다. 이 사실로 봤을 때 이선우 이 놈의 경지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놈이 자신의 실력을 믿고 저렇게 건방을 떨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의 말을 들어보면 이 놈은 매우 잔인하고 살인에 망설임이 없다고 합니다. 이 놈은 현재 창월이라는 여자를 데리고 백화궁으로 오고 있
팍!어마어마한 진기가 정소담 몸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이선우를 덮쳤고 완벽하게 정신을 차리지 못한 이선우는 그대로 멀리 튕겨져 나갔다.하지만 다행인 건, 정소담의 한 방으로 이선우는 정신을 번쩍 차릴 수 있었고 머릿속에 있던 환각도 깔끔하게 사라졌다. 그의 의식이 정말로 완전히 돌아온 것이다!“내가 너희 두 사람을 너무 만만하게 봤네. 백화궁 도술이 너희한테 먹히지 않을 줄은 몰랐어. 내 백화궁에 쓰임이 되지 못하는 존재라면 살아있을 필요가 없지. 당장 저 두 놈을 죽여버려!”화가 잔뜩 난 정소담은 백화궁 제자들에게 두 사람을 죽이라고 명령했고 공격에 맞서려던 이선우와 창월은 자신들의 전투력이 30퍼센트도 안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사악한 정소담이 쓴 건 도술만이 아니었다.이 점을 깨달은 이선우는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젠장, 함정에 빠졌네. 설마 내가 이대로 이 여자들 손에 죽는 건 아니겠지? 그냥 바로 죽는 건 괜찮은데 저 여자들에게 잡혀서 합궁이라도 하면 그건 너무 끔찍한 일이잖아.’더 생각하기도 싫었던 이선우가 그를 향해 달려오던 백화궁 제자들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고 그 여인들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안개가 되어 공기중에 흩어져 버렸다.그리고는 창월의 손을 덥석 잡더니 그대로 뒤돌아서 도망쳤다. 현재 이선우와 창월의 전투력은 너무 낮기에 백화궁 사람들을 상대로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다.이선우는 눈앞에 있는 여인들을 이길 자신은 없지만 도망가는 건 자신 있었다. 그는 눈 깜빡할 사이에 창월의 손을 잡고 백화궁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뭐야? 어디 갔어? 어떻게 갑자기 사라진 거지? 이런 젠장! 멀리 못 갔을 거야. 당장 쫓아! 반드시 저 두 사람을 죽여야 돼! 지금까지 우리 백화궁에 들어온 자는 아무도 살아서 나가지 못했어! 이대로 저 놈들이 도망치게 하면 우리 백화궁은 체면이 말이 아니잖아!”말을 하던 정소담은 직접 제자들을 거느리고 두 사람을 쫓으러 나섰고 열 명이서 한 팀이 되어 그들을 찾기 바빴다
”다들 이만 흩어져. 요 며칠 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진 만큼 당분간 밖으로 나돌아 다니지 말고. 저 두 사람은 걱정하지 마. 절대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거야.”이내, 정소담은 백화궁 제자들을 데리고 떠났다. 그녀들이 떠나고 난 뒤, 이선우와 창월이 절벽 위로 기어올라왔다. 이선우가 반지 속의 검기를 발사한 덕분에 두 사람은 절벽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반지에서 발사된 검기는 낙하하던 두 사람을 끌어올렸고 조금 전에 단약을 복용한 두 사람은 공기 중에 퍼진 독에 침식되지 않았다.바닥에 주저앉은 이선우와 창월은 새빨간 피를 와락 토해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숨을 고르고 나서야 체력이 겨우 회복되었지만 전투력은 여전히 낮아진 상태였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셈이다.“아니, 다음에 또 뛰어내려야 하는 상황이 오면 저한테 먼저 얘기해주면 안 돼요? 놀라서 기절할 뻔했잖아요! 이럴 줄 알았으면 전 절대 이선우 씨와 함께 하지 않았을 거예요. 이럴 줄 알았으면 전 당신 여자들과 함께 떠났을 거란 말이에요! 백화궁 저 사람들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에요. 우리가 죽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괜히 힘 빼지 말고 그 입 좀 닫아요. 갑시다. 일단 이곳을 떠나는 게 급선무죠.”이선우가 창월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서로를 부축하면서 이곳을 떠났다.몇 시간 뒤, 주천 마을로 돌아온 두 사람은 한 여관에 묵었고 이선우는 무사월을 여관으로 불렀다.한참 뒤 도착한 무사월은 처참한 이선우와 창월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선우 씨,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어쩌다가 백화궁 사람들을 건드리게 된 겁니까?”이 사단이 벌어진 경과에 대해 무사월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이선우가 고씨 가문을 멸한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 뒤에 벌어진 일은 전혀 몰랐다.“휴, 말도 마세요. 창피해서 뭐라고 할 말이 없네요. 무사월 씨, 백화궁에 대해 좀 자세하게 얘기해줄 수 있어요?”전투력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던 이선우는 지금 이 순간, 백
”그래요. 그럼 창월 씨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그리고 무사월 씨, 부탁드릴 게 하나 있는데 제가 죽지 않았다는 소식을 백화궁에 흘려주시면 좋겠어요.”“네, 알겠습니다.”무사월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그녀는 이선우가 따로 할 일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반대하지 않았다.어젯밤 집으로 돌아간 무사월은 밤새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이선우가 왠지 수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감히 이선우에게 직접 물어볼 수는 없었다.무사월이 떠난 뒤, 이선우도 홀로 저택을 나섰다. 창월과 무사월의 추측대로 이선우는 따로 할 일이 있었으며 두 여인이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이다.이선우가 백화궁 사람들을 죽이고 백화궁을 멸하려는 이유는 그의 스승이 그에게 백화궁 궁주 정소담이 최은영의 신분과 그녀가 가지고 있는 비밀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고 얘기했기 때문이다.그리고 또 하나, 이선우의 스승은 정소담과 신전 사이에도 모종의 관계가 있을 거라고 얘기했다.정소담은 최은영이 백호진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기에 이선우는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정소담을 죽여야 한다.그리고 이 일은 이선우 혼자서 처리해야 한다.….한편, 백화궁에서.이선우와 창월이 죽지 않았다는 소식을 접한 정소담은 깜짝 놀랐을 뿐만 아니라 분노도 치밀어 올랐다.“두 사람 명줄이 꽤 기네.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으로 떨어졌는데도 안 죽었다니. 당장 가서 이선우 그놈과 그 여자를 잡아와!”백화궁 제자들이 떠나자 정소담은 한 밀실로 들어섰다. 이 밀실은 그녀만 알고 있는 공간으로 밀실 안에는 검은 도포를 입은 한 노자가 앉아있었다. 가면을 쓰고 있던 노자는 서늘한 두 눈동자만 드러내고 있었다. 이 노자가 바로 신전에서 주천 마을에 보낸 사자로 그 이름은 엄범수이다.“백화궁 궁주 정소담, 엄범수 사자님께 인사를 올립니다.”정소담은 빠른 걸음으로 엄범수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백화궁의 궁주인 동시에 신전에 소속된 사람이기도 했다.그녀가 지배하고 있는 백화궁은
정소담은 눈앞에 쌓인 시체들을 보며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엄범수가 준 정보에서 이선우가 이렇게 강하다는 말은 없었다.정소담은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감히 엄범수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그저 엄범수의 노예일 뿐, 엄범수가 죽으라고 명령하면 죽어야 했다.이선우가 검을 휘두른 순간, 정소담은 이선우의 경지가 자신보다 훨씬 높다는 걸 알 수 있기에 절대 정면 승부로는 그를 이길 수가 없었다.하지만 그녀에게는 특별한 수단이 많았기에 이선우가 그녀를 쉽게 죽이지는 못할 것이다.짝짝!정소담이 손바닥을 두어 번 치자 이선우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바닥에 쓰러져 있던 피범벅이 된 시체 두 구가 벌떡 일어났다.깜짝 놀란 이선우가 재빨리 검을 휘둘렀지만 어마어마한 검기에 공격을 당한 두 시체는 그저 중상만 입었을 뿐,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이선우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많이 놀란 듯했다.“재밌네. 근데 이것들은 뭐야?”이선우가 재빨리 다시 공격을 하는 대신, 다시 살아난 시체들을 보며 궁금한 듯 물었고 시체 뒤에 숨어있던 정소담은 머리만 살짝 내민 채 대답했다.“백화궁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알아? 이건 내 마지막 비장의 카드야. 네 눈에는 시체가 두 개만 보이겠지만 난 더 많은 시체를 깨울 수 있어. 그리고 이 두 시체보다 훨씬 강한 시체들이 많아. 이 시체들의 정체가 알고 싶어?”“알고 싶지. 얼른 얘기해봐.”이선우가 순진무구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그는 눈앞에 서있는 이 시체들이 너무 궁금했다. 그들이 아직 살아있는 건지 아니면 죽은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짐작이 가긴 했다.좀비처럼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시체일 것이다. 이런 존재는 전투력도 강하지만 방어력은 더욱 강했다. 조금 전에 이선우가 휘두른 검은 두 시체의 몸에 그 어떤 상처도 남기지 못했다.바로 이때, 정소담이 시체 두 구를 추가로 깨웠고 이자들은 조금 전에 깨운 시체보다 훨씬 강했다.“이선우, 넌 너무 오만하고 건
정소담은 이선우에게 잡혀 죽지 않는 시체로 만들어지든 신전 손에 들어가든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견뎌야 할 것이다.그녀는 죽음 따위는 두렵지 않았지만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 봐 두려웠다. 직접 죽지 않는 시체를 만든 정소담은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제일 잘 알고 있다.순간 두려운 마음이 들은 정소담은 바닥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이선우 씨, 제발 살려주세요. 사실 저에게는 다른 신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전 신전 사자 엄범수의 노예입니다. 그리고 제가 지배하고 있는 백화궁은 신전의 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전 주천 마을의 모든 종파 세력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그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무씨 가문의 정보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일이 이 지경이 되자 정소담은 그녀와 엄범수 사이의 일들을 숨김없이 구구절절 다 얘기했다. 엄범수가 그녀에게 이선우를 잡아오라고 명령한 것까지 토로했다.정소담의 말에 이선우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혹시 흰색 도포를 입고 손에 은용창을 들고 있는 여인을 만나거나 들어본 적은 있어?”정소담은 이선우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그런 사람은 만난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그럼 백조 여신이라고 들어봤어?”이선우의 물음에 정소담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이선우는 이미 그녀의 표정에서 답을 얻을 수 있었다.“이제 보니 내 스승님의 말이 맞네. 역시 넌 은영 씨에 대해 알고 있었어. 그럼 넌 반드시 죽여야 돼.”쓱!이선우가 갑자기 검을 휘두르더니 정소담의 머리통을 잘라버렸다.최은영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이선우도 다시는 그런 꿈을 꾸지 않았다. 그는 스승님이 침술로 꿈속의 화면을 지워버렸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선우가 기억나는 건 빨간 해골 구름밖에 없었으며 이 또한 그가 이 세상에 오고 나서야 다시 떠오른 것이다. 이선우 머릿속에는 아직 의문이 많이 남았지만 한가지만은 확실했다.빨간 해
”걱정하지 마세요. 창월 씨가 다치지 않게 지켜줄게요. 최소한 머리통은 잘리지 않게요.”창월의 잔소리에 귀에 피가 날 지경인 이선우는 얼른 그녀의 말을 끊으며 대꾸했지만 창월은 여전히 걱정된 듯 물었다.“뭘 걸고 보장할 거예요? 만약 정말 이선우 씨가 무적의 존재라면 그때는 믿을게요.”“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요.”이선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마음속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다음 목표는 수라탑에 진입해서 제대로 알아보는 것이다.스승 유동백의 말에 의하면 수라탑은 이선우가 더욱 빠르게 성장하게끔 도와줄 수 있고 경지를 높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한 시간 뒤, 무씨 가문 저택에서.무씨 가문의 모든 핵심 인물들이 전부 무씨 저택 거실에 모여 있었다.무사월의 할아버지인 무천호는 무씨 가문의 가장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무씨 가문의 핵심 인물들과 함께 신전에서 보낸 강자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이 자리에 엄범수도 있었다. 그는 신전의 사자이긴 하지만 사실 실력과 신분 지위가 신전 내부에서는 매우 낮았다. 사자라는 호칭은 꽤 멋있어 보였지만 결국 잡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다.무씨 가문의 사람들은 무릎을 꿇은 채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무씨 가문, 그리고 무천호 당신, 아주 대단한 사람들이네. 나의 두 제자가 전에 했던 보고에 의하면 당신들은 이선우 그 놈과 손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성지에 사람을 보내 검충파를 돕기도 했다고 하던데. 그때까진 전혀 안 믿었는데 이제 보니 전부 사실이네. 당신들,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야?”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위춘하였다.“어르신, 명확하게 조사해 주시길 바랍니다. 어르신이 말씀하신 일은 제가 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무씨 가문과는 전혀 상관없이 저 혼자 저지른 일입니다. 제가 저지른 일은 제가 홀로 감당할 테니 저만 죽여주세요. 우리 무씨 가문도 신족 사람이었던 점을 봐서 라도 제발 제 가족들은 살려주세요. 어르신은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계시
이선우가 연달아 절기를 시전하자, 그의 기세는 최고조에 달했고, 검의도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이내 그의 기세는 무서운 지경에 이르렀고 그 모든 것을 노인은 이미 느끼고 있었다.순간 그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비록 그의 본체는 천공성 멀리에 있었지만 그와 같은 강자에게 있어 거리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이선우는 그의 지척에 있는 것 같았다.“녀석, 내가 눈이 나빠 너를 얕봤구나. 불굴의 검도를 이렇게까지 깨우쳤을 줄을 몰랐구나. 너는 정말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두 번째 젊은이다. 불굴의 검도라니 재밌구나. 나를 실망하게 하지 말거라.”말을 마친 노인이 허공을 밟고 떠났다. 그는 이선우를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이토록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젊은이는 그를 위해 쓰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였다.최은영에게도 같은 생각을 했지만 결국 그는 최은영의 장총에 지고 말았다.그는 이선우가 그를 이길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이선우는 어리둥절한 상태였다. 노인의 본체가 그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본체가 온다고? 그 사람한테 죽는 거 아니야?”어리둥절한 나머지 이선우는 놀라움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비록 몇천 리 덜어져 있지만 노인에게 그 거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십여 초 사이 노인은 이미 이선우 앞에 나타나 있었다. 이선우는 그를 보고 다시 한번 넋이 나갔다.몸집이 작고 새우등처럼 굽어진 허리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그의 몸에서는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절대 강자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늙은이 같은 존재였다.“어떠냐, 젊은이. 실망한 거냐? 나도 널 그다지 죽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넌 절대로 날 위해 쓰이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러니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네가 먼저 선제공격을 해보거라.”노인은 몇 마디 하지 않았지만 숨을 헐떡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선배님께서 가르침을 주시지요.”웅!이선우 수중의 수라검에서
이번에 이선우는 선제공격을 감행했다.웅!수중의 수라검에서 낮은 검명성이 들려왔다. 불굴의 검의와 불굴의 검도의 가세 하에 이선우는 간사한 각도로 손에 쥔 수라검으로 커다란 손을 잘랐다.쾅 하는 소리가 울렸다.이선우의 검이 여전히 거대한 손을 부수지는 못했지만, 손은 허화되고 있었다.이선우는 기세를 몰아 다시 검을 몇 번 내질렀다.슉! 슉! 슉!끝내 손이 철저하게 부서지며 허화되더니 사라졌다.그 모습을 본 이선우와 일행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는데, 곧 또 다른 손이 모습을 드러냈다.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손은 이전보다 훨씬 더 크고 단단했다. 비록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반응했지만 거대한 손이 그를 덮칠 때 그는 자신이 전혀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갑자기 자기 발이 땅속에서 자라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한 손은 바로 이선우를 내리쳐 완전히 날려버렸다.무려 십여만 척이나 날아간 후에 겨우 멈춰 섰고 사방의 공간 장벽도 그대로 산산이 부서졌다.몸을 가누고 멈춰 선 이선우의 입가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고 몸 어디도 성한 곳이 없었는데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다.사람 전체가 아비규환이었다.바로 그때 어린 스님과 일행이 당황하여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 참담한 모습을 보고 모두 마음을 졸였다.모든 사람들의 마음은 놀라움과 경악으로 가득 찼다. 비록 안에 있는 사람이 매우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실력이 반단계 도경의 강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그들의 인지 안의 범위에서는 이선우도 더할 나위 없이 강했다. 하여 그들은 이선우가 이렇게 처참하게 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아미타불, 이 시주님. 괜찮으십니까?”어린 스님은 놀라서 얼른 이선우를 부축하고 사람들을 불러 그의 상처를 치료하고 체내로 진기를 주입해 주었다.그 순간 이선우의 머리는 어질어질하고 의식은 약간 흐려지며 매우 괴로웠다.오장육부는 이미 부서진 것처럼 일순간에 뒤집혔지만, 육체적인 고통에 비해 그저 심적인 억울함이 더 강했다.상대도 똑
어린 스님과 기타 일행은 그대로 만 척 밖으로 날려갔다. 이선우가 제때 검기를 내뿜어 그들을 데려오지 않았다면 그들 모두 어디로 날아갔을지 모를 일이었다.“무섭네요. 너무 두려운 위압감과 기세에요. 공포스러운 기세는 우리의 인지를 벗어난 것 같아요. 안에 있는 사람은 아마 초월자를 넘어서 도경에 들어선 것 같네요.”어린 스님과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두려움이 남아있었다. 마음속에서 두려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정말 통로 안에 있는 사람의 실력은 그들의 인식을 뛰어넘어 있었다. 단지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무서운 살상력을 뿜어냈으니 말이다.그들은 이선우 뒤에 서서 호흡조차 조심히 해야 했다. 이선우가 손을 쓰지 않았다면 그들은 아마 이미 갈기갈기 찢겼을 것이었다.그 순간 그들은 모든 희망을 이선우에게 걸었고 마음속에는 그를 향한 경외심만이 가득했다.그와 반대로 이선우의 얼굴빛은 약간 굳어있었다. 비록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안에 있는 사람의 실력이 그의 예상을 조금 뛰어넘었기 때문이었다.목소리만으로 끝없는 공포가 밀려왔다.“아미타불, 이 시주님. 안에 있는 사람은 정말 생각 밖으로 강한 것 같습니다. 이제 이 시주님만 믿겠습니다. 저희는 저 사람의 목소리조차도 버티지 못합니다. 그러니 시주님과 함께 나란히 싸운다는 건 어불성설이겠죠. 결과가 어찌 되든 저희는 항상 옆에 있겠습니다.”어린 스님의 말이 끝나자 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 바로 그때 검령이 사람들의 앞에 나타났다.그는 이선우를 한번 쳐다보고는 시선을 먼 곳에 있는 문에 고정했다.“이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지? 안에 있는 사람은 너랑 경계 자체가 달라. 그는 너보다 몇천 년은 더 살았어. 아마 일찍이 공간 접힘술을 익혔을 거야. 그의 실력은 이미 도경에 들어섰어. 조금 전 그 사람의 목소리는 무수히 많은 공간 접힘술을 통해 너희들을 향해 온 거야. 너희가 예상하지 못한 사실이 있다면 아마 그의 본체는 사실 통로에 있는 게 아니라 천공성에 있다는 것이겠지.
말을 마친 검령이 검광으로 변해 수라검 안으로 들어갔다.이선우는 그 자리에 멍하니 있다가 십여 초 지나고 나서야 반응을 보였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그는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검령이 방금 한 말은 그의 약함과 보잘것없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검령이 그를 속일 이유는 없었다. 그는 갑자기 무력함을 느꼈다.그는 줄곧 자신의 재능이 가장 뛰어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최은영과 조민아에 비하면 이 정도의 재능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하게 걸어왔다. 비록 스승님의 가르침과 조언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자신의 실력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초월자라는 큰 경지에서 자신만의 절기를 만들어 냈을 뿐만 아니라 불굴의 검도도 터득했다.이 두 가지만으로도 그는 이미 천재 중의 천재라고 할법했다. 하지만 검령의 말을 들은 그는 그보다 더 뛰어난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는 이미 이곳에서 두 달 넘게 지체했고 이제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고 있었다. 안에 있는 그 사람의 실력은 확실히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그는 최은영이 어떻게 관문을 뚫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단시간 내에 혼자서 장총 하나로 뚫고 지나갔다는 사실만은 잘 알고 있었다.이렇게 비교해 보니 그는 자신이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느꼈고, 보잘것없이 느껴졌다.“은영이는 임독 2맥을 뚫은 건가?”이선우가 혼자 중얼거렸다. 최은영에 대한 그리움이 그를 과거로 돌아가게 했다.비록 그는 최은영이 구효궁에서 어떠한 일을 겪었는지 몰랐지만, 그곳에서의 경험이 분명 행운과 거대한 기연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라고 믿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짧은 시간 안에 그가 우러러 바라봐야 할 정도로 성장했을 리가 없었다.지난 두 달여 동안 통로 안의 강자들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을 통하여 그는 그 안 수호자들의 실력도 철저히 알게 되었다.안에 있는 수호자들은 하나같이 강한 실력을 갖췄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몇 사람을 포함해서 말이다.
어린 스님과 일행의 생사가 불명했다.이선우가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들의 종적은 찾지 못했다.“설마 내가 그 사람들까지 전부 죽였나? 그럴리가...”이선우는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한 그는 마음이 초조해졌다“아니겠지? 정말 내가 그 사람들까지 다 죽였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절대로 그럴 리가 없어.”이선우가 얼른 자기 생각을 부정하고 일행을 찾기 시작했다.그는 마침내 부서진 공간에서 그들을 찾았는데 사람들을 본 이선우는 머릿속이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어린 스님과 기타 일행들의 상태나 너무 처참했다. 모든 사람이 중상을 입었고 가장 큰 부상을 입은 몇 사람은 목숨이 위태로웠다.온 현장이 아비규환이었다.이선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어린 스님 곁으로 달려가 단약 몇 알을 꺼내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이어 진기를 그의 몸에 주입하고는 다른 사람들의 상태를 확인했다.두 시간의 치료로 모든 사람들의 목숨은 건졌지만 두세 달 동안은 싸울 수 없는 신세가 되어버렸다.모든 부상이 안정되자 이선우는 그제야 질문을 건넸다.“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이 지경이 됐어요? 개척해 낸 공간에서 시전한 그 검들은 무차별적인 공격이 아니었어요. 제가 실수로 공격했나요?”일행이 듣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미타불, 이 시주님은 정말 남다릅니다. 그러니 불굴의 검도에 관해 새로운 깨달음까지 얻으셨겠죠. 그 검의 살상력은 전보다 더 매서워져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 시주님께서 내지른 검에 다친 것이 아니라 부서진 공간 파편 때문에 다친 겁니다. 이 시주님의 검은 저희의 상대를 단칼에 제거했어요.”이선우는 듣고 충격을 받았다.그는 이전에 시전한 검이 외부의 공간까지 파괴하고 복구하지 못했을 줄은 몰랐다.공간 파편만으로 일행들이 이렇게 심하게 다칠 줄도 생각지 못했다.“선배님, 정말 강하십니다. 자책하실 필요 없으세요. 저희가 너무 약해서 그렇습니다. 볼품없는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다행히 저희를 제때 구해주셔서 망정이지 아니면 저승에
그 순간 세 사람은 모두 이선우를 향한 살의가 넘쳤다.이선우의 실력이 그들의 예상을 훨씬 웃돌아 그들에게 극도로 위험한 감정을 안겨주었다.“그럼 너희들이 그럴만한 실력이 있는지 봐야지.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와라!”이선우의 전의가 불타올랐다. 그는 전투를 갈망했다. 통쾌하고 피로 물든 전투를 갈망했다.눈앞의 세 사람이 그를 만족시키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충분했다.이선우는 지금 점점 더 전투를 갈망하고, 더 강한 상대를 갈망하고 있었다.강한 상대만이 그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고 그의 경지를 더 빨리 향상할 수 있었다.“죽어라!”세 사람이 동시에 이선우를 향해 어떠한 남김도 없이 최선을 다해 돌진했다.쾅! 쾅! 쾅!공포스러운 기세가 세 사람의 체내에서부터 뿜어져 나왔다. 금방 만들어낸 공간은 바로 풍비박산 나버렸다.세 사람이 동시에 손을 써서 보여준 실력이 공포스럽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이 바로 이선우가 바라던 바였다.“싸우자!”이선우는 수라검을 손에 쥔 채 자리에서 사라졌었다. 공포스러운 검명성이 천지를 울렸다. 공포스러운 검기가 주위의 공간을 산산이 조각내더니 다시 복구시켰다.이선우는 공포스러운 검의를 두르고 있었다. 매번 나타날 때마다 발밑에는 새로운 검기가 생기고 있었고 검기는 부단히 강해지고 있었다.슉! 슉! 슉!수라검이 한 번씩 휘둘러 질 때마다 한 줄기 한 줄기의 검기가 발사되며 검광이 번쩍였다.복구된 공간이 다시 한번 찢겼다. 이선우의 검기가 세 사람이 내뿜은 기세를 가르며 그들을 향해 나아갔다.푹!네 인영이 연이어 뒤로 물러났다. 이선우도 족히 만 척 밖으로 밀려나고 나서야 멈췄다.멈춰 선 그는 검을 든 손이, 팔 전체가 이미 선혈로 낭자한 모습을 발견했다. 몸에도 빽빽한 상처들이 생겼다.수라검이 가늘게 떨며 낮은 검명성을 내었다.그와 만 척 밖에 떨어진 세 사람의 상태도 별반 다를 바는 없었다. 매 사람의 몸에는 적어도 열 개의 상처가 나 있었고 전부 이선우가 내지른 검기로 인해 생긴
이선우가 말하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체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두 시간이 지나자 이선우의 체력은 이미 완벽히 회복했다. 하지만 체내의 진기는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자연히 전투력도 정상으로 회복하지 못했는데 90% 정도는 회복된 상태였다.비록 전투력은 90% 정도만 회복했지만 그의 경지는 이전보다 훨씬 많이 향상되어 있었다.두 시간의 회복 기간 이선우는 검도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도 얻었다.이선우는 이제 검도에 대해 깨달음을 얻을 때마다 경지가 향상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그 발견은 이선우를 매우 놀라게 하고 흥분시켰고 그가 검도의 길을 걸어야겠다는 마음을 더 확신시켰다.그 순간 그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이전보다 더 깊어졌는데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확연히 눈에 띄었다.그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어린 스님이 그랬다. 비록 그와 이선우가 함께 지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선우의 천재성과 불굴의 검도에 대한 깨달음은 잘 알고 있었다.비록 얼마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이선우는 불굴의 검도에 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이전에 얻은 깨달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여 일행들도 얼마간 깨달음을 얻긴했지만 도의 문턱에 닿으려면 아직 많이 부족했다.이선우에 비한다면 그들은 모두 이 세상에 살 자격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자격도 없다고 느껴졌다.상대적인 박탈감은 심했다.“아미타불, 이 시주님은 정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습니다. 짧디짧은 두 시간 사이에 불굴의 검도에 관해 또 새로운 깨달음을 얻다니요. 이러면 정말 사람들에게 맞기 쉽습니다. 저희도 살길 좀 주세요. 희망도 좀 주시고요.”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선배님. 제발 사람다운 모습을 보여주세요! 지금 재능은 혀를 내두를 정도예요! 저희 지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두부에 부딪혀 죽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모두 제각기 표정이 울상인 채로 입을 열었다.이선우가 사람들을 바라보며 얼른 위로의 말을 내뱉었다.“자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천부적인
이어 청색 두루마기를 입은 중년 남성이 대문을 나서며 이선우를 향해 손바닥을 내지르고 있었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이선우가 날려갔다. 멈춰 선 그의 입가로 선혈이 흘러나왔다.그 순간 이선우의 안색은 더 없이 어두워져 있었다.그 남자는 엄청 강했는데 사용하는 수법이나 공법이 매우 기이했다이선우는 한순간 그 어떠한 허점과 속임수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상황이 그의 표정을 저도 모르게 굳게 만들었다.청색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는 이선우를 바라보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그저 그렇네. 난 또 얼마나 강한 사람인가 했어. 공격해 봐. 세 수 안에 네 목을 취하겠다.”말을 마친 남자는 더 이상 이선우를 신경 쓰지 않고 손을 주소요의 어깨에 올려 진기를 그녀의 체내로 주입해 주었다.“네 매혹술로 적을 상대하지 말라고 말했지. 이제 네 실력이 얼마나 약한지 알겠지?”주소요는 인정하지 않았다.“나 여우야! 매혹술을 안 쓰면 뭐 하라고? 그리고 네가 뭔데 내 실력이 약하다고 하는 거야? 당시에 네가 어떤 모습으로 져서 내 치마폭에 들어왔는지는 잊은 거야?”청색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자신도 모르게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주소요의 매혹술에 걸려 처참한 모습으로 패배했기에 뭐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그때 그는 하마터면 몸을 잃을 뻔했다.비록 지금의 주소요는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하지만 당시 주소요가 매혹술로 그를 패배시켰던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그는 여전히 몸을 흠칫 떨었다.“흥, 할 말 없지? 아직 비장의 카드는 꺼내지도 않았어! 꺼냈으면 저놈도 내 치마 밑에 무릎을 꿇었을 거야! 아까 나를 아주 처참하게 때렸어! 그러니까 나 대신 저놈 잘 좀 혼내줘. 하지만 죽이지는 마. 괜찮은 남자야. 쟤랑 수련해서 정기를 흡수할 거야. 아니면 이분을 삭힐 수 없어!”말하는 순간 조소요의 온몸에서 도발적인 향이 풍기더니 이내 인간형으로 변했다.청색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단 몇 알을 던져주고는 그녀를 외면한 채 이선
검이 또 한 번 내질러 지며 주소요의 두 꼬리가 잘려 나갔다.두 꼬리가 사라지자 주소요가 사람들에게 가했던 매혹술이 훨씬 약해졌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서둘러 이선우와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그녀는 이내 먼 곳에 있던 문 근처로 후퇴하고 남은 7개의 꼬리를 모두 회수했다.잘린 두 개의 꼬리를 보는 주소요의 마음속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이선우를 노려보았다.“죽일 놈의 인간! 감히 두 꼬리를 잘라? 정말 살고 싶지 않은가 보구나!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서 구미호로 진화했는지 알아? 매 꼬리가 나한테 무슨 의미인지 아냐고! 죽일 놈의 인간! 가만두지 않겠다.”이전의 주소요는 계속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 그녀의 전력을 꺼내야 할 만큼 이선우가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여우 일족으로 구미호가 되는 건 극한에 다다른 성과였다. 더 앞으로 진화하고 실력을 더 향상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하지만 아홉 개의 꼬리가 잘리지 않는 동시에 인간의 비술을 수련하면 끊임없이 경지를 향상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인간 남자와 정을 나눈다거나 하는 행위가 있었다.하여 이선우를 만나고 난 후 얼굴도 잘생겼고 실력도 괜찮은 듯하여 적합한 상대라는 생각이 들었다.더 중요한 사실은 이선우가 잠자리에서도 굉장한 능력이 있을 듯하여 끊임없는 그녀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만 같았다.하여 그녀는 지금까지 전력을 다하지 않았고 그저 환술만으로 이선우를 굴복시키고 싶었다.생각지도 못하게 이선우한테 두 꼬리가 잘린 그녀는 이제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두 꼬리가 잘린 그녀의 실력은 최소한 30%가 줄어들었다.그녀에게 치명적인 상황이었다.이선우와 동귀어진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러한 원수에게는 꼭 복수를 해야 했다.한순간 주위에 다시 한번 공포스러운 보라색 기운이 풍겨왔다. 그와 동시에 주소요도 여우와 인간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영혼과 수명을 태우는 일도 불사했다. 주소요의 목적은 이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