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감옥, 이곳은 그 어떤 나라도 감히 범접할수 없는 곳이다. 그 어느 나라의 관할도 받지 않고 있는 이곳에는 흉악하고 잔인하기로 소문난 범죄자들만 가득 수감되어 있었다. 그 인원이 얼마나 거대한지 오죽하면 수라감옥의 범죄자들이 함께 발을 구르면 온 세상이 흔들린다는 소문까지 돌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어느 국가도 이곳을 관리할 엄두를 못 내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현재 수감 중인 이선우때문이었다. 지금 이 순간도 백 명이 넘는 범죄자들이 이선우 앞에 꿇어앉은 채 그를 공손히 모시며 헤어지기를 아쉬워하고 있었다. 오늘이 이선우가 출소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형님, 이건 제가 소유한 아이슬란드 쪽 땅의 전부 재산입니다. 고작 500억 달러밖에 안되지만 받아주십시오. 그동안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 전 오성그룹 주식의 50% 정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1000억 달러정도 될 겁니다. 이거라도 제발 받아주십시오!” “형님, 로스차일드가에서 발행한 한정판 카드입니다. 전 세계에 세장밖에 없고 가치는 500억 달러정도 됩니다. 이 카드 한 장만으로 세계 5대 재벌들의 100억 달러 정도 되는 대출금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형님, 전 가진 게 하나도 없는 몸이라 고작 이 영패와 쌍둥이 딸밖에…” “형님, 저는 5만 명 정도 되는 병사를 형님한테 드리겠습니다.” … “뭐 하는 거야? 내가 뭐 이 딴것들 뺏기라도 한댔어? 왜, 나가서 굶어 죽을까 봐?” “아닙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형님!”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며 몸을 숙였다. “그래, 이만 가볼게. 다들 얌전히 있어. 내 손에 너희들중 누구의 피도 묻히고 싶지 않으니까.”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 몇 분 후, 이선우가 감옥밖으로 나왔다. “니들이 왜 여기 있냐?” 이선우가 감옥의 대문을 열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와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는 세 사람이 있었다. “스승님, 모시러 왔습니다.” 이선
방안에서 주현호는 아직도 분에 겨워 씩씩대고 있었다. “이선우 내가 죽여버릴 거야. 5년 전 그때 죽였어야 했어.” “감히 돈을 돌려달라고 해? 딱 기다려. 내가 어떻게 하나.” 부잣집 도련님으로 살아온 주현호는 이런 모욕감을 견디지 못했다. 양지은도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아까 맞은 얼굴은 이미 멍들어 있었다. 양지은네도 그다지 잘 사는 편이 아니었었다. 하지만 주현호와 만나고 난 뒤 사업도 굉장히 잘 풀리기 시작하면서 발전속도가 굉장히 빨라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니 그녀는 한 푼도 이선우에게 줄 수 없었다. “자기야 안심해, 저런 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 죽이지 못하더라도 다시 감옥에 집어넣으면 그만이야. 이선우 엄마가 교외 쪽에 산다고 했지? 우리 부하들이 관리하는 곳이니까 일단 걔네한테 연락해서 엄마부터 장애인으로 만들어 버려야겠어.” 주현호가 전화를 걸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주현호 아버지로부터 온 전화였다. 전화를 끊고 난 주현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양지은에게 말했다. “아빠한테서 온 전화야. 둘째 삼촌이 곧 올 거라고 했어. 둘째 삼촌이 말하기를 부대에서 백조라고 불리는 새로 임명된 전쟁여신이 양성으로 오고 있대. 그래서 내일 아침 일찍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 “둘째 삼촌이랑 그 전쟁여신님을 만나러 가야 하거든. 우리 삼촌도 전쟁 영웅이셔. 이건 우리 가문이 일떠설 기회야. 전쟁여신이라 불리는 그분의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이제 우리도 귀족가문으로 거듭날지도 몰라” “아, 그리고 삼촌이 허락하셨어. 직접 백조님한테 우리 결혼식 주례 좀 봐달라고 부탁해 주실 거래.” 양지은은 그 말을 듣자 너무 기뻐하며 주현호에게 입을 맞췄다. “진짜? 오빠가 최고야. 근데 그 백조님 신분이 삼촌분보다 높은 거야?” “당연하지, 우리 삼촌이 영웅이라면 그분은 신이야. 그것도 별을 7개나 단 신이시라고. 같은 레벨이 아니야.” 양지은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굉장히 짜릿하
그녀는 도대체 누구인 걸까? 이선우는 첫눈에 그녀의 외모와 몸매에 놀라긴 했으나 그보다도 그녀의 깊은 상처가 신경 쓰였다. 무술인이 틀림없었다. 최은영은 그런 이선우의 시선을 인식하지 못한 채 침대에 앉으며 물컵을 건넸다. 이선우는 물컵을 건네받고는 벌컥벌컥 들이켰다. 최은영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이선우 씨, 전 최은영이라고 해요. 당신 약혼녀고요.” “네? 약혼녀요?” 이선우는 상황판단이 안 돼서 멍하니 최은영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때 최은영이 갑자기 그의 품에 안겼다. “사실 어제 절 당신께 드리려고 했어요. 근데 술을 너무 많이 드셔서 인사불성이신 상태시더라고요. 이제 술도 깨셨고 오늘 날씨도 좋으니까 지금이 기회인 거 아닐까요?” 최은영은 말을 마치고 바로 이선우에게 입을 맞췄다. 이선우는 놀라서 최은영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밀어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일단 진정하세요. 먼저 대화부터 나눠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약혼녀라고 하시는데 전 약혼을 한 적이 없어요. 저 그렇게 쉬운 사람 아닙니다.” 최은영은 그 말에 발끈했다. “그럼 전 쉬운 여자라는 건가요? 좋아요, 어떤 게 쉬운 건지 알려드릴게요.” 그녀는 이선우를 덮치고는 그의 볼을 잡고 입을 맞췄다. 그녀는 진심으로 화가 났다. 전쟁터에서 신이라고 불리던 자신이 거절당한 것도 모자라서 쉬운 여자라는 취급을 받는 것이 참을 수 없게 분했다. 그 시각 이선우는 거칠게 입을 맞춰오는 최은영을 차마 밀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몸을 뒤집어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타는 방식으로 제압할까도 잠깐 생각했지만 최은영 몸에 난 상처가 떠올라 차마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는 다시 한번 힘껏 그녀를 밀어내며 말했다. “죄송해요, 일단 화내지 마세요. 제 말을 오해하신 것 같아요. 전 그런 뜻으로 얘기한 게 아니었어요. 상처도 깊으시면서 왜 이러시는 거예요. 목숨이 아깝지도 않아요?” “제 상처를 보셨다고요?” 최은영이 깜짝 놀라 물었다. “
“조금 따끔할 거예요. 잠시만 참아줘요.” 두 번째 바늘도 들어갔다. “베개를 등 쪽에 받쳐주세요. 반시간 내로 폐 쪽에 고여있던 피들이 빠져나갈 거예요.” 이선우가 베개를 최은영에게 건넸다. 반시간 후, 최은영의 혈색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원래도 아름답도 그녀의 미모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신경 쪽에 치명상을 입었어요. 치료하려면 16종류의 진귀한 약재가 필요해요. 지금은 없지만 이틀 내로 제가 구해올게요.” “정말 이것도 치료할 수 있는 거예요?” 최은영이 물었다. 이런 치료방식은 생소했기에 궁금한 점이 굉장히 많았다. “네,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이선우는 손을 멈추지 않았고 수많은 침들이 최은영의 몸에 놓였다. 최은영은 내내 조용히 누워서 이선우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전쟁터의 피비린내와 비명소리들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서서히 지워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요함과 편안함이었다. 그녀는 서서히 눈을 감고 이 편안함에 몸을 맡겼다. 어느덧 한 시간이 흘렀다. “이제 침을 빼볼게요. 지금 상태가 어떤 것 같아요?” 최은영의 혈색이 많이 좋아졌다. 숨도 더 이상 가빠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은영은 기쁘지 않았다. 왠지 이선우라면 자신의 병을 빠른 시일 내에 고칠 수 있을것 같았고 그때가 되면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이선우는 최은영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다급히 물었다. “왜 그래요, 어디가 불편해요?” “아니요, 많이 나아졌어요. 고마워요.” “고맙긴요, 제 약혼녀라고 하셨잖아요. 일단 기본적인 치료는 마쳤어요. 하지만 격렬한 운동은 하지 마시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세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마저 치료하죠.” “아, 그리고 제가 식단과 먹어야 할 약들을 좀 정리해서 적어봤어요. 이따가 제가 보내드릴 테니까 상처가 다 낫기 전까지는 제가 적어드린 대로 드시고 약도 꼭 챙겨먹어야 돼요.” 최은영은 세심하게 챙겨주는 이선우의 모습에
주현호와 양지은이 보디가드를 데리고 나타났다. 자신의 부하들이 다 처참히 무너진 모습을 보고 주현호도 화를 참지 못했다 “쓸모없는 것들 같으니라고. 이선우랑 저 노인네 하나도 똑바로 처리 못해?” “도련님, 정말 강합니다. 대신 복수해 주세요 제발요.” 흑곰이 주현호 발밑으로 기여와 옷소매로 그의 구두를 닦으며 말했다. 주현호는 이미 최은영과 이설에게 완전히 주의를 뺏긴 상태였다. 그녀들의 기세와 미모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양지은은 그들에게 상대도 안 됐다. 주현호는 흑심을 품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전 주현호라고 합니다. 이건 제 명함이에요. 보아하니 양성 사람은 아니신 것 같은데 소개를 좀 해보자면 저희 집안이 양성에서도 알아주는 집안입니다. 혹시 백조라고 불린다는 전쟁의 여신이 양성으로 왔다는 소문을 들으셨나요? 그분이 저희 집에 방문하신다고 해요. 지금 저희 삼촌이랑 같이 있으시다는데 진심으로 두 분을 저희 집으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주현호가 음침하게 웃으며 명함을 내밀었다. 그는 이런 빅뉴스를 들었으니 이 둘이 절대 자신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양지은은 그 모습을 보고 굉장히 불쾌한듯한 표정이였다. “오빠, 무슨 헛소리야? 삼촌이 같이 있긴 무슨.” 주현호가 두 여성을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걸 양지은도 눈치채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삼촌을 만나고 오는 길이였다. 그리고 삼촌에게서 백조 여전사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소식도 입수했었다. 언제 도착하는지는 삼촌도 모르는 상황이었고 그들도 여기저기에 백조에 관한 소식들을 수소문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실 양지은과 주현호가 이곳에 온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주현호의 말이 끝나자 이설에게서 서늘한 기세가 느껴졌다. 그들은 양성에 비밀리에 왔다. 부대에서도 대장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을 이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이설은 이미 살기 어린 눈빛으로 주현호를 응시하는 중이었다. 최은영에게서 명령이 떨어지면 그녀는 바로 주현호를 살해할 준비가 되
이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하지만 최은영은 현재 남자에게 보호받은 것에 감동받아 그런 기분을 느낄 틈이 없었다. 그때 주현호의 보디가드들이 주현호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도련님, 이 자식 좀 고수 같은데요. 위험할 것 같아요.” 주현호가 보디가드의 뺨을 때렸다. “다들 이것밖에 안돼?” 주현호가 시선을 이선우에게로 돌렸다. “너나 너네 엄마나 목숨이 참 질기다. 어제 나랑 지은이 때릴 때 즐거웠지? 각오해. 내 뒤에 부하들 보이지?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우리한테 사과하고 보호비를 내면 너랑 너네 엄마는 풀어줄게. 아, 그리고 이 두 아가씨는 나랑 술 한잔 하러 가고.” 주현호가 또다시 음흉하게 이설과 최은영을 바라봤다. 이선우는 간신히 살기를 억누르며 담담히 말했다. “여긴 병원이야, 일단 나가서 얘기해. 걱정 마, 네가 원하는 거 내가 다 만족시켜 줄 테니까.” 이설이 분노했다. “지금 뭐라고 한 거예요?” 하지만 최은영이 이설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봤기에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은영이 이선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처리할 수 있어요.” “아니요, 당신을 힘들게 할 수 없어요. 제가 처리할 테니까 저희 엄마 잠시만 돌봐주세요. 금방 올게요.”이선우의 말이 최은영 마음속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건드렸다. 그녀는 바로 이설을 데리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이선우 씨는...”“조용히 해, 선우 씨를 믿자.”최은영은 더 이상 남을 지키는 게 아니라 남에게 보호받는 입장이 된 기분을 처음 느꼈다. 그녀는 이제 이선우를 완전히 신임했다.병실밖으로 나가자 이선우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공기의 온도도 확연히 내려간 듯싶었다.“가죠, 주현호 씨. 그렇게 대단한 집안이시니 저 두 여성분도 어디 도망가시진 못할 겁니다.”말을 마치고 이선우는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그는 병원에서 소란스럽게 굴고싶지 않았다.“이제야 말이 좀 통하네.”주현호는 보디가드 두 명을 시켜 병실을 지키게
“장군님, 이선우가 의사라면 정말 장군님 병도 고칠 수 있는 걸까요? 그리고 방금 자기가 코드네임 백조라고 밝히려 하셨죠!” 병원을 벗어나자마자 이설이 참아왔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최은영은 병원으로 오는 길에 이미 이설에게 이선우가 의사인 사실과 자신을 치료해 줬다는 사실을 얘기했었다. “난 이선우 씨가 내 병도 고쳐줄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 방금 내 진짜 신분을 밝히려고 했던 것도 맞아. 우리 둘이 군인이라고 얘기할 때 이선우 씨 표정이 무척 평온했던 거 못 봤어?” 이설은 확실히 그랬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은영이 말을 이어갔다. “이선우 씨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신비로운 사람이야. 은인님의 제자라서 그런지 역시 단순한 사람이 아니었어. 그러니까 내가 한 말 명심해. 다시는 그 사람한테 시비 걸지 마.” “네, 그럴게요.” 이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문을 열었다. 최은영이 차에 타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번호를 확인한 최은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차가 출발하고 나서야 최은영은 그 전화를 받았다. 그 시각 이선우는 퇴원수속을 밟고 있었다. 2시간 후 그는 엄마를 등에 업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문 앞에 도착하니 웬 중년남성이 정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버지, 오셨어요?” 이선우의 아버지는 이한이라는 사내였다. 이선우의 기억 속에 그는 늘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아마 8년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한은 늘 말이 적었기에 이선우는 그가 매우 낯설게만 느껴졌다. 이선우는 아버지가 밖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종래로 묻지도 않았다. “그래, 엄마는 좀 어때?” 이한은 담배를 끄고 전민자를 안아 안방 침대에 눕혔다. “많이 괜찮아지셨어요. 곧 깨실 것 같아요. 몇 달 더 쉬시면 다 나으실 거예요. 아버지는 이번에 돌아오셔서 얼마나 머무르실 생각이세요?” “이젠 떠나지 않을 거다. 몇 년 동안 엄마랑 둘이서 고생이
“아니에요, 의사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인걸요. 어르신, 고마워할 필요 없으세요. 전 이선우라고 합니다.” 이선우는 말을 마치고 좀 전에 놓았던 침들을 뽑았다. “이제 정상적으로 움직이실 수 있으실 거예요.” 옆에 앉아있던 열일곱쯤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애가 할머니를 부축했다. “할머니, 좀 어때요?” “이제 괜찮아.” “진짜요? 할머니 저 정말 놀라 죽는 줄 알았잖아요.” 여자애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주변에 서있던 사람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회장님, 귀인을 만나셨네요. 다행이에요.”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이제 다들 일하러 가시죠. 소희야, 가서 이 의사분께 1억짜리 수표 한 장 드리거라.” “네?” 손녀인 김소희가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뭐 하는 거야, 어서 가지 않고.” “안 돼요 할머니, 진짜 치료가 된 건지도 모르고 아까 먹은 알약이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는 건데 이렇게 많이 주면 어떡해요. 혹시 독약이면 어떡하려고요.” “꼬마 아가씨, 제 의술을 의심하는 건 좋은데 인성까지 의심하진 말죠? 어르신이랑 아무런 원한도 없는 관계인데 제가 왜 독약을 드렸겠어요.” 안 그래도 기분이 안 좋은 상태였는데 김소희에게 의심까지 받으니 이선우는 조금 불쾌해지려고 했다. 하지만 김소희가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도도하게 말했다. “흥, 저희 할머니를 모르실 리가 없잖아요. 양성의 모두가 우리 할머니랑 관계를 맺고 싶어서 다들 안 달나 있는데 그쪽이라고 다르다는 보장 있나요? 제가 오해를 했을지는 몰라도 뭔가 꿍꿍이가 있을게 분명해요.” “조용히 해!” 김홍매가 호통을 치자 김소희가 흠칫 놀랐다. “죄송해요.” “하하하, 너 같은 손녀가 옆에 있는 걸 보니까 할머님 쓰러지신 것도 이해가 되네.” “너!” 이선우의 말에 김소희는 분해서 화를 내려고 했지만 할머니의 눈치가 보여 하려던 말을 삼켰다. “의사양반, 미안하네. 우리 손녀가 곱게 커서 뭘 잘 몰라. 목숨 살려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