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조진원도 하천과 함께 신전으로 가고 싶었지만 현재 그의 실력이 너무 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결국 조진원은 이곳에 남겨두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하천과 모진남은 진기를 이용하여 가장 빠른 속도로 그 봉성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약 한 시간 지난 뒤, 하천과 모진남 두 사람은 봉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어 두 사람은 장려의 말대로 줄곧 서쪽으로 약 20 킬로미터를 더 달렸고 마침내 신전 부근에 도착했다. 전에 장려가 이곳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하늘에는 태양이 떠올랐지만 이 신전의 상공만은 여전히 먹구름이 잔뜩 껴 있었고 햇빛 또한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두 사람은 신전에서 약 200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모진남은 그 신전 쪽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음기가 엄청 짙습니다.” 모진남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갑자기 맹렬히 땅을 밟았고 순식간에 지면에는 무수한 백골이 떠올랐다. “이건 아마 사람들이 시체를 묻는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네?” 하천이 되물었다. 그러자 모진남이 설명했다. “이곳에는 수많은 시체가 매장되었던 적이 있어 보입니다. 그 시체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허공에 가득 차 이 짙은 음기를 형성한 것이고 말입니다.” 말하면서 모진남은 또 허리를 굽혀 땅의 흙을 한 웅큼 짚더니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이곳에는 분명 대규모의 시체 변이가 나타났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신전은 그 변이한 시체들을 진압하기 위해 세워진 것일 수도 있고요.” 이 말에 하천은 손으로 턱을 괴고 말했다. “그럼 이 신전은 오히려 좋은 의도로 만들어졌단 겁니까?” “그건 확정할 수 없습니다.” 모진남이 말했다. “신전이 이곳에 세워진 이유는 이 땅속의 변이된 시체들을 진압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것들을 통제하여 자신의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 해석이 오히려 현재의 사태에 더 맞는 느낌이었다. 왜냐하면 전에 유세도든 장려든 모두 이곳에서 좀비 부대를 데려
신전 안의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사람들은 여전히 폴싹폴싹 뛰고 있었는데 그 땅 밑의 좀비들은 바로 이들이 이런 기이한 소환한 것이었다. 밖에서는 하천과 모진남이 좀비를 끊임없이 죽이고 있었지만 여전히 더 많은 좀비들이 땅을 뚫고 생겨났고 죽여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계속 이렇게 죽이기만 하는 건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근원을 잘라내야 합니다.” 한바탕 좀비들을 죽이던 하천과 모진남은 이 좀비를 소환하는 근원을 발견한 것이다. 하천이 재빨리 말했다. “모진남 선배님, 이 좀비들은 모두 신전 안의 저 수상한 무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먼저 들어가 저들을 치겠습니다.” “그러시죠.” 말이 끝나자마자 하천은 곧장 신전 안으로 돌진했다. 신전 안에는 한 그루의 큰 나무 아래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즐겁게 뛰고 있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은 손에 방울을 들고 끊임없이 흔들어 댔다. 그런데 천 손에 있던 천궐도가 약간씩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에 한창 신나게 뛰고 있던 한 무리 사람들이 하천을 발견했고 모두 고개를 돌려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때 그 한 무리 사람들의 눈빛은 괴이하기 짝이 없었다. 하천이 천궐도를 휘두르며 돌진하자 그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이 사람들의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다. 때문에 하천이 여러 번 천궐도를 휘둘렀지만 모두 이들을 명중하지 못했다. 그 후 이들은 하천을 중간에 에워싸고 끊임없이 회전했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졌는데 마치 이상한 진법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천은 자신의 주위를 끊임없이 회전하는 이 사람들을 보며 천지가 빙빙 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하천이 몇 번이나 천궐도를 휘둘러 이 수상한 자들을 찌르려 했지만 전혀 묘준이 되지 않았고 이들을 털끝 하나도 건드릴 수 없었다. 이에 하천은 점점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이 무리는 하천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는데 전부 하천의 몸을 강타했다. 이 공격들은 비록 하천에게 중상을 입힐
다행히도 하천은 반신들 가운에서도 최강의 실력을 가진 존재였기에 태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하천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런데 하천이 태세에게 연거푸 공격을 퍼붓고 있을 때, 이 주변에서 갑자기 또 여러 갈래의 실루엣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순간, 하천은 두피가 저려오고 완전히 멍해졌다. 태세를 제외하고도 사방에서 세 명의 사람이 더 나타났는데 이 셋 모두 하천과 접촉이 있던 사이였다. 전에 도광검치 묘에서 하천과 백리가 함께 죽였던 성주, H국 4황 중 한 명인 조무적,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천의 가장 큰 숙적이었던 아수라까지!!! “이, 이런 젠장!” 하천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났고 이 네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는데 미쳐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넷은 모두 하천이 전에 마주했던 가장 강한 적들이었다. 특히 하천은 전에 아수라를 처리하는데 아주 오랫동안 애를 먹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하천이 힘들게 해치웠고 완전히 죽은 줄만 알았던 적들이 지금 전부 부활한 것이다. 조무적 그들도 태세와 마찬가지로 몸에는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유일하게 다른 것은 그들 갑옷의 색깔이었다. 태세의 갑옷은 검은색이었고 조무적은 금색, 아수라는 빨간색, 그리고 성주는 은색이었다. 이때 네 사람은 일렬로 나란히 선 채 하천을 마주보고 있었다. 이들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지만 짙은 살기가 끊임없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하천도 이 살기를 이미 느끼고 있었다. 이 넷은 마치 당시 자신들의 원수를 갚으려는 듯 모두 지체없이 하천을 해치우려 하고 있었다. 동시에 한바탕 찬바람이 불어와 하천의 몸을 시리게 했다. 하천은 먼저 가장 왼쪽의 조무적을 한 번 보더니 가운에의 태세와 성주를 보았고 마지막으로 가장 오른쪽의 아수라를 쳐다보았다. 익숙한 사람과 익숙한 숨결, 하천의 머릿속에는 당시 이들을 해치우던 장면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얼마 전 하천이 이곳에서 조진원을 다시 만났을 때 그가 이 안으로 들어온 이유는 바로 아버지 조무적의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이때 모진남이 두말없이 검을 들고 돌진했고 손에 도목검을 든 채 조무적의 몸을 가격했다.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조무적의 온몸에는 불이 났다. 하지만 그 불은 타오르는 듯하더니 몇 초 만에 사라져 버렸고 일반 좀비들처럼 잿더미가 되기는커녕 얼굴만 새까맣게 탔을 뿐이었다. “모산 도술이 통하지 않다니!” 모진남에 놀라움의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아수라, 성주와 태세 등은 이미 모진남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모진남도 반신이었고 그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방면은 바로 도술이었다. 그런데 모산 도술이 이 녀석들에게 아무런 위협을 주지 못하는 지금, 모진남은 이들과의 싸움에서 점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때 하천이 다시 천궐도를 들고 달려들어 엄청난 기세로 아수라 등을 몰아붙였다. 그러나 하천이 곧 공격을 하려는 찰나, 신전 안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가자!!!” 이 목소리는 아주 온화하고 듣기 좋았다. 하지만 이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하천은 제자리에 완전히 멍해지고 말았다.20년이 지났지만 하천은 그 목소리를 잊을 수 없었다. 이 목소리는 바로 하천이 꿈에서도 오매불망 그리던 그 목소리였다. 그리고 이 목소리는 하천이 어렸을 때의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기도 했다. “어머니!!!” 하천은 더 이상 마음속의 흥분을 억제하지 못했고 심지어 아수라 이들과 더 이상 전투를 치를 겨를도 없이 당장 신전 안으로 성큼성큼 달려갔다. “틀림없어, 틀림없이 어머니야. 내가 잘못 들었을 리 없어.” “신전의 신녀가 바로 내 어머니 강릉평이야.” 하천은 이미 눈시울이 촉촉했다. 그는 신전 안의 백의 신녀가 바로 그의 어머니였음을 진작에 알아차려야 했다. 당시 음령설산에 왔을 때 강릉평은 분명 나타났었고 하천은 그녀의 품속에서 아주 편히 잠들었던 것도 진짜 사실이었다. 그러나 당시 강릉평은 결국 하천을 남겨 둔 채 그 이상한 옷을 입은 괴한들과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 괴한들이 다
“설마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좀비가 된 건 아닐까요?” 모진남의 머릿속에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만약 강릉평이 정말 좀비라면 왜 다른 좀비들과 달리 의식을 가지고 있고 정상인처럼 보이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방금 본 강릉평의 모습은 일반인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으니 말이다. 하천은 머리가 혼란스러웠고 아무런 단서가 없는 지근 그 어떤 것도 확정 지을 수 없었다. “저 몇 구의 좀비들이 백의 신녀를 들고 떠났고 우리는 저들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으니 먼저 녹성으로 돌아가는 게 어떻습니까?” “아직 시간도 있으니 가서 천천히 의논해 보자고요. 급하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니까요.” 이 말에 하천이 고개를 끄덕였고 비록 아쉽긴 했지만 모진남과 함께 몸을 돌려 이곳을 떠났다. ... 한편 신전에서 약 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태세 등 4명은 그 흰색 가마를 든 채 달리고 있었다. 그들 모두 진기를 이용하여 발 밑에 소용돌이를 형성하여 허공 속에서 달리고 있었기에 강도 쉽게 건널 수 있었다. 그 가마 안에는 백의 신녀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평온하게 앉아 있었다. 이때 맑고 투명했던 신녀의 눈동자 속에는 한 줄기의 빛이 슥 스쳐갔고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는 하천의 모습이 떠올랐다. 동시에 신녀는 무언가 어렴풋이 떠오를 듯 말 듯했다.점차 백의 신녀의 표정은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머리가 윙윙거리고 있음을 느꼈다. 게다가 수많은 단편의 기억들이 삽시간에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백의 신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 단편의 기억들이 하나로 이어지진 않았다. “아아아악!!!” 잠시 후 가마 안에서는 백의 신녀의 고통스러운 소리가 들려왔지만 가마를 들고 있던 태세 등은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그들이 얼마나 질주했는지 모르지만 하늘에 떠있던 태양이 서서히 지기 시작했고 그들은 결국 큰 산의 산기슭에 도착했다. 네 사람은 잠깐 산기슭에서 머무르더니 다시 가마를 들고는 끊임없이 정상으로 오르기
“그야, 바로 그야! 그가 나타난 거야. 하하하, 그가 드디어 왔어!” 법대 위의 모든 움직임이 사라진 후,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그 흑포 신사는 마치 간식을 얻은 초등 학생처럼 덩실덩실 춤까지 추었다. 흑포 신사는 매우 흥분한 채로 궁전을 뛰쳐나와 백의 신녀 앞에 왔다. “신녀, 4권의 기서가 모였어.” “무슨 뜻입니까?” 백의 신녀가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러자 흑포 신사가 대답했다. “내가 방금 알아본 결과 네가 만난 그 두 사람은 몸에 4서를 품고 있어. 전설에 의하면 5서를 모으면 신이 될 수 있다고 해.” “이제 곧 난세황 기서가 탄생할 테니 나머지 4서가 감응을 일으켜 그들을 이곳으로 모은 거지.”“감응했다고요? 그럼 제가 만난 그 사람들도 모두 난세황 기서 때문에 이곳에 왔다는 건가요?” “그렇다.” 흑포 신사가 말했다.“그들은 틀림없이 밖에서 온 사람들일 것이다. 이곳에 온 목적은 바로 난세황 기서를 찾기 위해서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미 가신의 경지에 오른 우리 주인님의 상대는 되지 못할 거다. 그러니 그들은 단지 주인님이 신령의 되는 길의 제물 같은 거지.” 이 말을 들은 백의 신녀가 말했다. “그런데 지금 난세가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난세황 기세도 세상에 나오기 어려운 거 아닙니까?” “그건 걱정 말거라.” 흑포 신사가 매우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난 처음부터 다른 방안으로 세워두었다. 네가 성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내 피나방으로 난세를 만들면 되니까 말이다.” 여기까지 말한 흑포 신사는 갑자기 깔깔거리기 시작했고 그 표정은 아주 역겹고 공포스러웠으며 매우 기괴한 느낌까지 들었다. “신녀,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난 피나방을 연구하러 갈 테니 너도 이제 가서 쉬거라. 난세를 만드는 일은 이제 나에게 맡기면 된다.” 말을 마친 흑포 신사는 콧노래를 부르며 떠났고 이에 백의 신녀는 약간 눈살을 찌푸리더니 자신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자신의 거처로 돌아온 백의
“큰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들인 하천까지도 희생될 겁니다.” 이 순간 하행풍은 다소 격동한 채 말하기 시작했다. “큰어머니, 숨길 필요 없어요. 어떤 감정은 숨기려 한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니까요. 아무리 위장해도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진가신이 큰어머니를 살렸다고 하지만 사실 그는 큰어머니의 영혼, 심지어 기억까지 완전히 깨뜨린 겁니다.” “하지만 큰어머니는 기억이 부서진 기억들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큰어머니가 기억하길 원하면 언젠가는 다시 그 기억들을 복구할 수 있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진가신이 정말 신령이 되기 위해서는 큰어머니는 물론이고 아들인 하천의 목숨까지 원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천의 손에 4서가 있기 때문이죠. 하천 또한 5서를 모아 신령이 되려 하니까요.” “지금 바깥 세계는 아주 위태로운 상태입니다. 하천은 그 재난에서 세상을 구할 중책을 짊어지고 있고 말입니다.” 백의 신녀는 하행풍의 말에 순간 움찔하며 무언가 생각난 듯했지만 다시 눈 깜짝할 사이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당장 꺼져.” 백의 신녀가 다시 한번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하행풍은 떠날 생각이 없었고 바로 구석에 서있던 아수라의 앞으로 이동하여 그의 목을 졸랐다. 순간 아수라는 본능적으로 으르렁거렸지만 백의 신녀의 명이 없었기에 감히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큰어머니도 신결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 신결은 일정한 정도로 한 사람의 과거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도 말입니다.” “그러니 제가 말한 것들을 믿지 못하겠다면 신결로 이 자들에게서 느껴보십시오. 이들 모두 아들 하천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이들 모두 전에 하천과 대적한 적 있던 녀석들이니까요. 특히 제 눈 앞에 있는 아수라는 하천과 아주 질긴 연을 갖고 있던 숙적이고요.” 한동안 백의 신녀는 말이 없었다. 그러나 하행풍이 계속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정원 밖에서 갑자기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자들이 걸어왔다. 이를 발견한 하행풍은 미간을
“으아아앙!!!” 한바탕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가 단잠에 빠져 있던 부부를 깨웠다. 이때 여인은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 아들의 작은 침대로 향했다. “아들, 왜 그래? 악몽 꿨어?” “괜찮아, 괜찮아. 엄마 옆에 있어.” 여인은 곧바로 작은 침대에서 아들을 일으켜 품에 안고 끊임없이 그를 어루만지며 달래 주었다. 하지만 이 남자아이는 여전히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점점 더 대성통곡했다. “아들, 왜 그러는 거야?” 여인은 그제야 어린 아들의 목이 피로 물들었고 이빨 자국도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야? 한 밤중에 갑자기 왜 우는 거야?” 소년의 울음소리에 남자 또한 눈을 비비며 부스스 일어났고 말투에는 약간의 원망이 섞여 있었다. 사실 남자는 매일 낮에 힘들게 일을 하곤 했기에 저녁의 잠 자는 시간이 매우 소중했다. 하지만 아들의 울음소리에 꿀 같은 잠에서 깨어버리니 마음 속에는 약간 불만의 감정이 든 것이다. 그렇게 남자 또한 침대에서 일어나 아내와 아이 쪽으로 가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피나방 한 마리가 남자에게 날아와 그의 목덜미를 세게 물어버렸다.“악!!!” 놀란 남자는 본능적으로 소리를 질렀고 손바닥으로 자신의 목을 쳤다. 그러자 미처 도망가지 못한 피나방은 남자의 손바닥에 의해 그대로 뭉개졌고 그의 손은 이미 피로 흥건해졌다. “뭐야? 여보는 왜 또 그래? 귀신이라도 봤어?” 여인이 뒤돌아서는 순간 그대로 넋을 잃고 말았다. 그녀의 남편은 이미 두 눈이 붉게 물들었고 험상궂은 얼굴과 함께 목과 온몸은 붉은 핏줄이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여인이 그대로 자리에 멈춰선 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 상황 파악이 채 되지 않은 순간, 가슴에서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바로 그녀의 품에 안겨 있던 어린 아들이 그녀의 가슴을 덥석 베어 뜯은 것이다. “이, 이게?” 푸슉- 가위가 몸을 찌르는 소리였다. 남자가 언제 테이블 위의 가위를 잡았는지 모르지만 이미 자기 아내의 뒷목을 찌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