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들인 하천까지도 희생될 겁니다.” 이 순간 하행풍은 다소 격동한 채 말하기 시작했다. “큰어머니, 숨길 필요 없어요. 어떤 감정은 숨기려 한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니까요. 아무리 위장해도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진가신이 큰어머니를 살렸다고 하지만 사실 그는 큰어머니의 영혼, 심지어 기억까지 완전히 깨뜨린 겁니다.” “하지만 큰어머니는 기억이 부서진 기억들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큰어머니가 기억하길 원하면 언젠가는 다시 그 기억들을 복구할 수 있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진가신이 정말 신령이 되기 위해서는 큰어머니는 물론이고 아들인 하천의 목숨까지 원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천의 손에 4서가 있기 때문이죠. 하천 또한 5서를 모아 신령이 되려 하니까요.” “지금 바깥 세계는 아주 위태로운 상태입니다. 하천은 그 재난에서 세상을 구할 중책을 짊어지고 있고 말입니다.” 백의 신녀는 하행풍의 말에 순간 움찔하며 무언가 생각난 듯했지만 다시 눈 깜짝할 사이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당장 꺼져.” 백의 신녀가 다시 한번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하행풍은 떠날 생각이 없었고 바로 구석에 서있던 아수라의 앞으로 이동하여 그의 목을 졸랐다. 순간 아수라는 본능적으로 으르렁거렸지만 백의 신녀의 명이 없었기에 감히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큰어머니도 신결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 신결은 일정한 정도로 한 사람의 과거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도 말입니다.” “그러니 제가 말한 것들을 믿지 못하겠다면 신결로 이 자들에게서 느껴보십시오. 이들 모두 아들 하천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이들 모두 전에 하천과 대적한 적 있던 녀석들이니까요. 특히 제 눈 앞에 있는 아수라는 하천과 아주 질긴 연을 갖고 있던 숙적이고요.” 한동안 백의 신녀는 말이 없었다. 그러나 하행풍이 계속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정원 밖에서 갑자기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자들이 걸어왔다. 이를 발견한 하행풍은 미간을
“으아아앙!!!” 한바탕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가 단잠에 빠져 있던 부부를 깨웠다. 이때 여인은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 아들의 작은 침대로 향했다. “아들, 왜 그래? 악몽 꿨어?” “괜찮아, 괜찮아. 엄마 옆에 있어.” 여인은 곧바로 작은 침대에서 아들을 일으켜 품에 안고 끊임없이 그를 어루만지며 달래 주었다. 하지만 이 남자아이는 여전히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점점 더 대성통곡했다. “아들, 왜 그러는 거야?” 여인은 그제야 어린 아들의 목이 피로 물들었고 이빨 자국도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일이야? 한 밤중에 갑자기 왜 우는 거야?” 소년의 울음소리에 남자 또한 눈을 비비며 부스스 일어났고 말투에는 약간의 원망이 섞여 있었다. 사실 남자는 매일 낮에 힘들게 일을 하곤 했기에 저녁의 잠 자는 시간이 매우 소중했다. 하지만 아들의 울음소리에 꿀 같은 잠에서 깨어버리니 마음 속에는 약간 불만의 감정이 든 것이다. 그렇게 남자 또한 침대에서 일어나 아내와 아이 쪽으로 가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피나방 한 마리가 남자에게 날아와 그의 목덜미를 세게 물어버렸다.“악!!!” 놀란 남자는 본능적으로 소리를 질렀고 손바닥으로 자신의 목을 쳤다. 그러자 미처 도망가지 못한 피나방은 남자의 손바닥에 의해 그대로 뭉개졌고 그의 손은 이미 피로 흥건해졌다. “뭐야? 여보는 왜 또 그래? 귀신이라도 봤어?” 여인이 뒤돌아서는 순간 그대로 넋을 잃고 말았다. 그녀의 남편은 이미 두 눈이 붉게 물들었고 험상궂은 얼굴과 함께 목과 온몸은 붉은 핏줄이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여인이 그대로 자리에 멈춰선 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 상황 파악이 채 되지 않은 순간, 가슴에서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바로 그녀의 품에 안겨 있던 어린 아들이 그녀의 가슴을 덥석 베어 뜯은 것이다. “이, 이게?” 푸슉- 가위가 몸을 찌르는 소리였다. 남자가 언제 테이블 위의 가위를 잡았는지 모르지만 이미 자기 아내의 뒷목을 찌른 것
“이제 어떻게 하지?” 김대관이 속이 타기 시작했고 이때 하천과 모진남이 도착했다. 그리고 하천은 곧바로 천궐도를 뽑아 들고 말했다. “피나방에 물린 사람들은 모두 이성을 잃고 괴물로 변하니 그게 누구든 모조리 처리해야 합니다.” “김대관님, 나머지 병사들도 호출하여 전부 방호복을 입힌 후 무릇 피나방에 물린 자들이면 전부 죽이라고 명을 내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비록 김대관은 백성들을 제 자식처럼 아끼는 자였지만 이 상황에서 그도 어쩔 수 없었다. 그리하여 하천과 모진남 그리고 조진원의 인솔하에 많은 병사들이 녹성 안에서 피나방에 물린 사람들을 찾아 처리하기 시작했다.모진남은 모산 도술을 이용하여 피나방을 없애려 했지만 이 피나방의 수는 너무 많았고 이동속도 또한 너무 빨랐기에 모산 도술만으로 이것들을 전부 소멸하기는 어려웠다. 시간은 곧 한밤중이 되었다. 하천 이행은 자정이 다 되어서야 드디어 성 내에 피나방에 물린 사람들을 전부 처리할 수 있었다. 그 후 하천 일행은 다시 건물 안으로 돌아왔는데 이미 그 상공에는 붉은 형체들이 몰려오고 있었는데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그것들은 피나방이었다. “젠장,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피나방이 전부 이쪽으로 몰린 것 같아.” 모든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두피가 저려왔다. 그 공중의 피나방은 정말 너무 많았고 적어도 수십만 마리는 되어 보였다. 모진남은 곧장 맨 앞으로 다가가 거대한 부적을 날려 보내자 허공은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했고 대량의 피나방은 공중에서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여전히 태반의 불나방은 이미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한데 모여 공격해오곤 했다. “이대로는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이 피나방이 날아들면 우리 이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위험합니다.” 하천과 모진남은 즉시 체내의 진기를 이용하여 거대한 장벽을 만들어냈고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전부 보호할 수는 없었다. 필경 이 피나방의 수는 정말 너무 많
“형, 그 백의 신녀가 제 어머니라고 확신하는 겁니까?” 하천이 물었다. 그러자 하행풍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해. 하천, 네가 이번에 여기에 온 것도 난세황 기서 때문이겠지? 나와 함께 가자.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 “어디로 가는 건데요?” 하천이 물었다. 이때 날은 철저히 어두워진 뒤였고 하행풍은 고개를 들어 어둠에 휩싸인 하늘을 물끄러니 바라보더니 말했다. “함께 날자.” 하천은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아직 하천이 멍하니 서 있을 때, 온몸에 불꽃을 머금은 봉황 한 마리가 이미 하행풍의 몸에서 날아올랐다. 비록 이 봉황은 봉황결에 의해 기운이 모여 형성된 것이지만 이것은 고대 신령의 남긴 신결로 만들어진 것이었기에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었다. 때문에 기운으로 만들어진 봉황은 이미 완전히 진짜 봉황처럼 보였다. 바로 이때 하행풍은 그 봉황의 등에 올랐고 하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천, 얼른 올라와. 데리고 이 공간 전체를 보여줄게.” 비록 하천은 하행풍의 의도를 알 수 없었지만 망설임 없이 그 봉황의 등 뒤에 올라탔다. “모진남 선배님, 녹성의 피나방은 이미 전부 소멸됐으니 잠시 여기서 저를 기다려 주십시오.” 하천은 한마디 분부했고 모진남은 고개를 살짝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하행풍은 하천과 함께 봉황을 타고 바로 성문 쪽으로 날아갔다. 이때 김대관은 이미 새로운 병사들을 파견하여 성문을 지키게 했고 전에 피나방에 물린 병사들도 철저히 통제하였다. “뒤로 물러나세요.” 하행풍은 크게 소리를 지르더니 두 손으로 법결을 만들었고 그 성벽 위로 휘둘렀다. 순간 한 줄기의 불꽃이 그 성벽 위에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고 하행풍은 고개를 돌려 하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불꽃은 내일 새벽까지 타오를 거야. 그러니 다른 피나방들이 이곳으로 날아와도 절대 성벽을 뚫진 못할 거야.” “형님, 저를 어디로 데려가는 겁니까?” 하천이 물었다.그러자 하행풍이 대답했다. “피나방이 난동을 부리니
도시 내에는 여전히 피나방들이 돌아다녔고 온몸이 불꽃으로 뒤덮인 신조는 날개를 퍼덕이며 그 속으로 뛰어들어 가장 빠른 속도로 피나방들을 소멸시켰다. 이때 하행풍이 말했다. “현재 천하에 대란이 일어난 건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어. 때문에 난세황 기서가 나타나는 것 또한 시간문제일 뿐이야.” “그러니 가능한 빨리 사람들을 도와 이 피나방들을 없애자고.” 그러자 하천이 말했다. “형님의 말에 의하면 이 피나방들은 가신궁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우리가 그곳에 가서 진짜 근원을 찾고 파괴하지 않는다면 이 피나방들 또한 완전히 소멸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우리가 지금 이곳의 모드 도시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피나방을 소멸하는 것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 아닐까요?” 하행풍은 여전히 신조를 타고 밤하늘의 먼 곳을 향해 날며 말했다. “하천, 큰어머니가 널 기억한가면 반드시 이 모든 걸 막으실 거야.” 이 말을 들은 하천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 다음날 저녁, 그 신궁 뒤의 큰 산이었다. 온통 기괴함과 공포로 휩싸인 제대 중앙에 검은 두루마기를 걸친 흑포 신사가 앉아 있었고 여전히 무수한 피나방을 만들어 하늘로 날려보내곤 했다. 사실 어젯밤 흑포 신사가 풀어놓은 그 피나방들로 온 천하를 엉망으로 만들기에는 아주 충분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흑포 신사는 피나방이 마치 자신이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인 듯 매우 만족했고 그래서 전혀 멈출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이 산 전체는 짙은 악취로 가득 찼고 그 산 아래 움푹 파인 곳은 이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포스러운 곳으로 변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두피가 저릿한 느낌이었다. 신궁 이쪽, 백의 신녀는 뒷산의 방향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그 피나방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낮에 하산했을 때 봤던 그 화면들을 떠올렸고 눈살을 찌푸렸다.신녀의 머릿속에는 때때로 단편적인 장면들이 스치곤 했는데 이로 인해 그녀의 확고하던 신념에 큰 변화가 일어난 듯했다. 백의 신녀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해 보였고 곧바로
이 광경을 보자 저쪽에서 시체와 피나방을 불태우고 있던 백의 신녀도 눈살을 찌푸렸다. 이 흑포 신사는 그의 주인인 진가신과 같은 시기에 나타난 인물로 가신궁에서의 지위나 스스로 갖고 있는 실력 모두 신녀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이때 흑포 신사는 이미 철저히 분노한 듯 보였고 이런 무서운 괴물이 소환된 후 산 전체가 끝없는 공포 속에 휩싸였다.“신녀, 지금 당장 멈추지 않으면 이제부터는 내가 너무 한다고 탓하지 마라.” 검은 기운이 여전히 끊임없이 그 흑포 신사의 몸에서 솟아올랐고 동시에 그의 동공조차 칠흑같이 변해 버렸다. “막아라.” 그러나 백의 신녀는 흑포 신사의 위협에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낮은 고함을 지르더니 창염을 더욱 키웠고 삽시간에 산 전체가 불바다로 번졌다. 이로 하여 무수한 시체가 불탔고 그 위로 날아올랐던 대량의 피나방은 소멸되고 있었는데 매 하나의 피나방이 죽을 때마다 흑포 신사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다. 이것들은 흑포 신사가 엄청난 노력과 정력을 들여 연구해낸 것이지만 지금 모든 것이 한순간에 망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미치기 않고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죽여라, 전부 죽여라!!!”흑포 신사는 소리 치자 그 검은 기운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괴물이 아수라 등 네 사람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맞붙는 순간 산봉우리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야말로 천지가 무너질 듯했다. 아수라 등 네 사람은 이미 반신의 경지에 이른 실력을 가졌지만 이런 괴물을 상대하는 데는 매우 어려워 보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성주와 조무적 등은 그 괴물의 공격을 받고 저 멀리 날아가 뒤에 있던 산봉우리에 부딪혀 큰 폭파를 일으켰다. 하지만 지금의 조무적 등 이들의 몸은 일반적인 물리적 상해에 끄덕 없었다. 비록 이들은 그 괴물에 의해 피부가 찢어지고 살이 터졌지만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은 듯 또 한번 괴물을 향해 돌진했다. 동시에 아수라와 태세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당장 눈앞의 괴물을 죽일 수는 없었지만 싸움이 오랫동안 지
이때 신녀와 흑포 신사는 이미 두 사람의 전투에만 초고도로 집중하고 있었기에 진가신이 출관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동시에 저쪽에서는 흑포 신사가 만들어낸 괴물과 아수라 등도 팽팽히 맞붙고 있었고 그 시체들은 이미 불에 활활 타고 있었다. 진가신은 당장 흑포 신사와 백의 신녀에게로 돌진했고 두 사람을 각각 밀어냈다. 이 순간 바다처럼 방대한 힘이 양쪽을 향해 솟구쳐 나와 백의 신녀와 흑포 신사를 모두 저 멀리 쫓아냈다. “주인님.” “주인님.” 갑자기 나타난 진가신의 모습에 흑포 신사와 백의 신녀는 모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망할 자식들.” 진가신은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흑포 신사에게로 돌진하여 그의 따귀를 세게 때렸다. 그러자 겁에 질린 흑포 신사는 곧바로 진가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진가신은 다시 몸을 돌려 백의 신녀의 곁으로 이동했고 그녀 역시 따귀를 때리려 했지만 손이 곧 신녀의 얼굴에 닿으려는 찰나 진가신을 무의식적으로 행동을 멈추었다. “어이구!” 진가신은 한숨을 쉬었고 백의 신녀도 얼른 땅에 무릎을 꿇었다. 한편 저쪽의 아수라 등은 여전히 그 괴물과 싸우고 있었다. 이때 진가신이 고개를 돌리자 그의 눈에서는 갑자기 두 줄기의 푸른 빛이 그들을 향해 발사되었고 순식간에 흑포 신사가 만들어냈던 그 괴물은 사분오열되었다. 그 후 괴물은 다시 검은 기운으로 변하여 흑포 신사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때 진가신이 뿜어낸 푸른 빛은 또 분분히 아수라 등 네 녀석의 몸을 맞추었고 강력한 충경으로 그들은 수십 미터를 날아가 한동안 바닥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야?” 싸움을 평정한 후 진가신은 아주 분노한 눈빛으로 백의 신녀와 흑포 신사를 바라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흑포 신사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가주님, 이 피나방들은 제가 여러 해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신녀에 의해 전부 불타버렸습니다. 가주님께서 제 억울함을 풀어주기 바랍니다.”
하행풍의 말을 전부 듣고 난 하천은 갑자기 침묵에 잠겼다. 그러나 사실 솔직히 말하면 이때의 하천은 극도의 긴장감에 잠긴 것이었다. “하천, 난세황 기서가 세상에 나오는 날이 바로 네가 신령이 되는 날이야. 그러니 반드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해. 절대 5서를 다 모으고 마지막 9개의 뇌겁을 못 버텨 죽으면 안 된다는 소리야.” 여기까지 말한 하행풍은 곧바로 신조를 타고 저 멀리 날아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하천은 무언가 깊은 다짐은 한 것처럼 보였다. 이후 며칠 동안 하천은 아무 데도 가지 않고 하행풍이 말한 뇌겁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뿐만 아니라 모진남의 도움 하에 하천은 물과 공기가 맑고 영기가 짙은 산을 찾을 수 있었고 그곳에서 수행을 시작했다. 만약 반신의 경지에 등급이 있다면 이미 하천의 경지는 반신들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등급이며 가신과 아주 가깝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신의 경지는 반신과 신령 사이 그 어딘가의 과정이라 칠 수 있었고 하천이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가신의 경지에 오르는 것은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반신이든 가신이든 5서를 다 모을 수만 있다면 그 5서를 통해 신령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가신보다 반신이 뇌겁을 이겨낼 가능성이 조금 더 적은 뿐이다. 어느덧 7일이란 시간이 흘렀고 하천은 그 산의 모든 영기를 전부 흡수했다. 그렇게 하천이 수행을 끝낸 뒤 주위에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원래 밝았던 날은 갑자기 밤이 되었고 허공 속에는 밝은 달이 걸려 있었으며 이 밝은 달 아래에 세차게 흐르는 바다가 있었다. 그리고 그 세차게 흐르는 바다 위에 갑자기 무수한 금련이 떠올랐고 매 한 송이의 금련이 피어날 때마다 마치 기적이 일어나는 듯 아주 신비롭고 즐거운 느낌이 들게 했다. 이것은 바로 하천의 그 성세황 도서가 만들어낸 형상이었는데 전에 단지 그 모습을 현화시키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이미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는 꽃이 피는 계절이 아니었다. 그러나 허공에 그런
이 말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심장이 철렁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한애와 사람들은 모두 모진남의 이 말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보세요, 도사님. 우리 형님이 지금까지 죽을 고비를 얼마나 많이 겪은 지 아십니까? 그것들 모두 번번이 다 이겨냈습니다.” “그런데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요? 말도 안 됩니다.” 천왕궁의 성원들은 전부 감정이 격해졌고 이에 모진남은 머리만 가로 저을 뿐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때 조경운이 입을 열었다. “지금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일단 여기 남은 일부터 처리합시다. 형님이 깨어날지 말지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는 말입니다.” 그렇게 한 차례 신령 간의 결전이 끝났다.결국 신령이 되어 돌아온 하천은 마신을 참수하고 동시에 천문을 열어버렸다. 하지만 하천은 인간 세상을 지키고 3천여 년 전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기운과 수행을 다해 강제로 천문을 닫아 버렸다. 그렇게 그는 깊은 잠에 들어버렸고 그가 도대체 언제 깨어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마신이 멸망한 후 1년 동안 GPE는 전 세계 세력들의 질타를 받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1년 후, 세계의 질서는 다시 회복되었고 모든 사람들의 생활도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왔지만 오직 이 세상의 구세주인 하천만은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청주시, 만월 산장. 방 안에서 하천은 두 눈을 감고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옆에는 주가을이 앉아 있었는데 그녀는 젖은 수건으로 하천의 몸을 닦고 있었다. 지금의 하천은 마치 식물인간 같았고 그가 도대체 언제 깨어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심지어 정말 깨어날 수 있을 지도 말이다. 하천이 깊은 잠에 빠진 후 주가을은 하을 그룹의 모든 직무를 그만 두고 매일 같이 집에서 하천과 함께 했다. 주가을은 많은 시간을 하천의 곁을 지키는 데 썼고 그의 몸을 닦아주며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하천과의 아름다웠던 과거를 회상하고
하천은 바로 마신의 앞에 서 있었고 손에 든 천궐도를 휘두르기만 하면 마신은 연기처럼 사라질 수 있었다.그런데 이 순간 하천은 갑자기 행동을 멈추었다. 분명 단칼에 마신을 참수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하천은 감시 섣부르게 행동할 수 없었다. “허허허허.” “하하하하하.” 이때 하천의 귓가에는 갑자기 마신의 험상궂은 웃음소리가 울려 펴졌고 두피가 저린 느낌이 들었다. 마신 뒤의 허공에는 블랙홀이 있었는데 뜻밖에도 그 블랙홀에 균열이 생기면서 흰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흰 빛 안에서는 누군가 매우 공포스러운 눈길로 이 모든 것을 엿보고 있는 듯했다. “저게 뭐지?” “무슨 일인 겁니까?” 멀리서 보고 있던 조경운 등도 모두 이 장면이 깜짝 놀랐다. 방금 하천은 마신이 만들어냈던 그 천사를 단칼에 베었고 동시에 그 뒤의 허공도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마도 힘이 너무 셌던 탓인지 허공은 갑자기 균열을 일으키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갈라진 틈 사이로 무언가 매우 공포스러운 것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쿵- 쿵-쿵- 어디선가 엄청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는데 이건 마치 괴물 같았다. “안 돼.” “안 돼!” 한순간 조경운과 하행풍 그리고 연무명이 모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소리를 질렀다. “왜 그러는 겁니까?” 하곤륜이 물었다. “천문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연무명이 온몸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방금 하천의 그 일격으로 천문이 열린 겁니다.” “무슨 뜻이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러자 연무명은 깊은 숨을 들이쉬더니 당시 인황이 신령을 봉인했던 그 일을 여러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이야기했다. “3천여 년 전, 신령이 이 세상에 강림해 인간들에게 해를 끼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마침 인족 중에서 대능력자가 나타났고 그가 신령들을 물리친 겁니다.” “그리고 다시는 신령이 인간 세상에 나타나 혼란을 주지 못하도록 자신의 수명을 이용하여 신계와 인간계의 공간을 봉인했습니다.”
이때 금색 신용은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치며 그 손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고 포효를 하더니 그 거대한 천사의 손을 물었다. 동시에 하천도 다시 손에 천궐도를 들었다. “절세간.” 하천은 칠식도의 주의 제6식은을 어렵지 않게 시전했다. 이것은 원래 신령의 기술이었고 지금 신령이 된 하천은 자연히 이 칠식도의의 위력을 극도로 발휘할 수 있었다. 하천의 이 일격은 허공에 거대한 균열을 만들며 마신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이 공포스러운 일격에 마신 또한 방심할 수 없었고 곧바로 장벽을 만들어내 하천의 공격을 막아내려 했다. 하지만 하천의 이 일격은 마신의 장벽을 완전히 부숴버렸고 마신조차 뒤로 날아가 버렸다. 이때 다시 몸을 일으키는 마신은 몸이 약간 떨려왔고 그의 얼굴색조차 약간 굳어졌다. 그리고 다시 하천을 바라보는 마신의 마음은 처음처럼 홀가분하지 않았다.... 한편 하행풍과 연무명 그리고 모진남 등도 모두 신조와 함께 이곳에 도착했다. “저쪽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 늦진 않았나 봅니다. 신령들의 전쟁이 채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행풍 등은 조경운 근처에 착륙했고 이들을 본 많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모진남 선배님.” 용조의 성원이 돌아온 모습에 조경운이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넸고 동시에 옆에 있는 연무명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묘아, 당신 선대 왕조의 묘지에 있던 거 아닙니까?” “젠장, 누가 묘아야. 난 연무명이라고 해.” 연무명은 용조의 성원들을 한번씩 노려보며 매우 불쾌해했다. 이와 동시에 하곤륜도 하행풍의 앞으로 가서 자신의 손자를 살폈다. “할아버지.” 하행풍은 곧장 하곤륜에게 절을 했다. “행풍아, 너 어떻게 이 사람들과 같이 있었던 거냐?” “할아버지, 말하자면 길어요.” 하행풍이 웃으며 말했다. “하천이 저 신령을 해치운 뒤 다시 이야기합시다.” “음.” 그렇게 모든 사람들은 다시 하천과 마신의 싸움에 시선을 돌렸다. 이때 두 신령의 싸움은 이미 절정에 이르렀
마신은 공포가 그에 달하는 두 번째 에너지를 응축하여 아래로 발사했는데 그 느낌은 마치 거대한 운석이 우주에서부터 떨어지는 것 같았다. 삽시간에 눈 앞은 온통 흰 빛으로 가득했고 기 공포스러운 에너지는 반신의 경지에 오른 고수들도 순식간에 죽여버릴 듯했다. 이 순간 반신이든 일반 고수든 모두들 죽음이 눈 앞에 닥쳤음을 인식했고 이 죽음을 피해갈 방법은 전혀 없음을 뼈 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망했네.” 조경운 또한 눈을 감았다. 주신대진은 마신의 두 번째 공격 전부터 완전히 붕괴되었고 모두가 죽음을 담담히 맞이하고 있었다. 쾅- 두 번째 에너지가 떨어졌지만 이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모조리 파괴되진 않았고 오히려 어떠한 공간 속에 들어선 듯했다. 그들은 공포스러운 에너지가 전방에 확산되고 있는 게 분명 눈에 보였지만 몸에는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죽지 않았고 모두 살아 있었다. 잠시 후, 모든 사람들을 주위에 황금빛 에너지 장벽이 그들을 감싸고 있음을 발견하고 완전히 멍해졌다. 이 장벽은 대체 누가 만든 것이고 어디서 나타난 건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누가 이런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기에 마신의 파멸적인 일격을 막아낼 수 있는 지 또한 의문이었다. 이때 하늘에서는 용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황금색 용 한 마리가 공중에 나타났는데 그 용의 머리 위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 사람은 온몸에 공포스러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는데 그 기운은 마신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사람은 바로 하천이었다. “형님.” “형님!” “하천!” “하천 선생.” 아래에 있던 사람들 중 누군가 먼저 침묵을 깼고 순간적으로 열렬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희망이자 마지막 의지이고 이 세계의 구원자인 하천이 드디어 돌아온 것이었다. “형님.” 조경운이 고개를 들어 금빛 용의 머리 위에 서 있는 하천을 바라보았고 이 순간 온몸의 힘이 다 빠진 채 땅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하천이 돌아
지금 이 순간, 거의 절반 이상의 고수들이 마신의 위압감에 목숨을 잃었고 천왕궁에도 대량의 사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마신은 다시 앞으로 1킬로미터 전진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의 머리 위에 떠 있었다. “더 이상 버티지 못 할 것 같습니다. 하천은 얼마나 남았습니까?” 백리와 하곤륜 모두 피를 토했고 마신이 뿜어내는 압박감에 당장이라도 몸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지금 당장 오지 않으면 우리 모두 여기서 죽을 겁니다.” 그러나 조경운은 더 이상 천기판을 바라보지 않았고 주신대진에만 집중했다. 조경운음 마치 무언가 이 진법에 힘을 응축하고 있는 듯 보였는데 곧이어 주위에 미약해졌던 빛기둥이 다시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모두들 진법을 다시 가동시켜야 합니다.” 조경운이 소리 쳤다. “하천은 이미 신령이 되어 돌아오는 중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마지막 반 시간만 버팁니다.” 하천이 신령이 되어 돌아왔다는 말이 전해지자 이미 절망했던 많은 사람들은 다시금 희망을 되찾았고 일시에 전력을 다해 주신대진에 힘을 실었다. “기린!!!” 조경운의 고함과 함께 하늘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갑자기 거대한 생물이 나타났다. 양의 머리에 늑대의 발톱, 사슴의 몸과 용의 꼬리를 가진 이 기린은 온몸이 새하얗기 그지없었다. 거대한 기린은 족히 20미터는 넘어 보였는데 소용돌이 속에서 나타난 후 마치 거대한 산이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의 포효소리에 하늘 전체가 흔들리는 듯했다. 그리고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기린에 아래에서 진법에 힘을 쏟고 있던 여러 고수들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신수는 비록 주신대진에 의해 현화된 허상이었지만 진짜 신수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고 이는 보는 사람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마신 또한 이 장면을 보고 흠칫 놀라고 말았다. “동방의 신수 기린?” “음!! 좀 재밌네.” 말이 끝나자마자 마신의 손에는 다시 자주색의 광선검이 나타났고 그 기린을 향해 거침없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마신의 검기는 수
“마신이 오고 있습니다.” 저 멀리 하늘가로부터 휩쓸고 오는 극한의 힘에 에베레스트 쪽의 모든 사람들은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진법을 가동합시다.” 이때 조경운이 한 마디 외쳤고 이에 모든 사람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주신대진에 힘을 쏟아부었다. 삽시간에 무수한 빛줄기가 하늘로 치솟아 하늘 위의 거대한 소용돌이와 이어졌다. “검기 종횡, 삼천리.” 슈슈슉- 순간 수십 만 개의 검기가 그 소용돌이 속에서 빽빽이 차올랐고 홍수처럼 마신을 덮쳤다. 이 순간 허공은 미친 듯이 진동했고 검기 또한 십여 킬로미터의 거리를 순식간에 날아갔다.“주신검.” 마신은 공중에 뜬 채 마구 밀려드는 그 검기를 보면서 얼굴에는 약간 흥분한 듯한 웃음이 떠올랐다. “이런 대진으로 내 흥미를 불러일으키다니, 재밌군.”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신은 순식간에 자주색의 장벽을 만들어냈고 그 수많은 검기들은 끊임없이 그의 몸을 강타하며 탁탁거리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검기가 아무리 대단할지라도 마신이 만들어낸 그 장벽을 전혀 뚫을 수는 없었고 단지 장벽에 조금의 흔적만 낼 뿐이었다. 그 후 마신은 자주색 장벽은 점점 커지더니 한 마디 포효소리와 함께 그 많은 검기를 순식간에 소멸해 버렸다. 마신은 에베레스트와 5킬로미터 더 가까워졌고 방대한 실력으로 검기를 전부 밀어낸 순간 조경운과 수많은 고들은 한 줌의 피를 토해냈고 심지어 거의 백여 명의 사람들이 이 짧은 찰나 죽고 말았다. “약해, 정말 너무 약해.” 검기를 전부 밀어버린 마신은 공중에 뜬 채로 연신 고개를 저었다. “다시!!!” 이때 조경운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창백해진 얼굴로 다시 손을 들었고 주위의 고수들도 다시 한번 주신대진에 힘을 불어넣었다. 둥둥둥- 허공의 그 소용돌이 안에서는 갑자기 북을 치고 경적을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이는 마치 옛날 전장에서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소리 같았다. 이어 천군만마가 그 소용돌이 속에서 뛰쳐나왔고 그들은 방대한 힘으로 집결되었는데 갑옷으로 완전무장을 한 그
극한의 땅, 하늘 높이 솟은 수정탑 위에 마신의 몸은 마치 자색 수정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온몸이 자줏빛으로 가득 찼다. 그 아래에는 십자교황과 어둠의 신부를 비롯한 수많은 GPE의 고위층들이 마신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하늘 위에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이 소용돌이는 극한의 땅 전체의 영기가 모여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때 마신은 공중으로 날아올라 큰 입을 벌리고 그 소용돌이를 향해 맹렬히 빨아 마셨고 삽시간에 그 거대한 소용돌이는 그의 체내로 빨려 들어갔다. 크악- 하늘에 울려 퍼지는 커다란 고함 소리와 함께 허공에는 갑자기 천둥번개가 쳤다. 잠시 후 마신의 등에는 여러 갈래의 균열이 생겨나더니 곧이어 황금색의 날개가 그의 등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두 개의 날개, 네 개, 여섯 개... 점점 많아지더니 결국 16개의 날개가 그의 등에서 나타났고 그 모습은 아주 위협적이고 공포스러웠다. 한편 이 모습을 본 십자교황 등은 모두 흥분을 금치 못했다. 허공 위에 떠있던 마신은 날개를 퍼덕거리며 천천히 고공에서 내려왔다. “일은 어떻게 됐어?” 마신은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는 그의 몸에서 나오는 것 같지 않았고 허공에서 나고 있었다. 그러자 십자교황이 바로 대답했다. “주인님, 지금 대부분 세계의 세력들은 전부 우리의 손에 장악되었지만 아직 H국과 R국만이 여전히 버티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전에 저희 쪽에서는 이미 M국과 각 국의 연합 세력을 이용하여 그 두 나라에게 군사적 진압을 시작한 상태입니다. 알아보니 그들은 마지막 희망을 신령에 걸고 있다고 합니다.” “신령?” 마신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바로 이 세상의 유일한 신령이야.” 이때 어둠의 신부가 손에 들고 있던 성경을 펼치며 말했다. “주인님, 그 H국 고대 무림계는 하늘의 선택한 자를 찾았다는 소문이 돕니다. 때문에 줄곧 그 자가 5서를 찾아 신령이 되길 바라고 있답니다.” “현재 H국과 R국의 반신들이 에베레스트에서 우리 세력을 막고 있는데
이때 하천은 비록 모진남 등과 10여 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었지만 그들은 하천에 대해 넘치는 경배심을 참을 수 없었다. 심지어 선대 왕조 황제의 환생인 연무명조차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오는 느낌이었다. 크오오- 황금빛 용의 포효소리는 천지에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잠시 후 하천은 황금용을 타고 허공 위에서 내려왔고 신용은 공중을 맴돌았다. “하천, 신령이 된 걸 축하해.” 하행풍 등이 모두 마음속의 흥분을 억누르지 모하고 하천을 향해 걸어왔다.“네.” 말하면서 하천은 몸의 강력한 기운을 거두어 들였고 몸을 감싸고 있던 황금빛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때 하천은 완전히 다시 태어난 듯 온몸에는 힘이 넘쳤고 마치 환골탈태한 느낌이었다. “하천, 신령이 된 건 어떤 느낌이야?” 연무명이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정말 천계로 사라진 줄 알았잖아요.” 하천은 연무명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고마웠습니다.” “허허, 고맙긴.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 걸.” 몇 사람은 한바탕 인사를 나누었고 잠시 후 하천은 연하산의 방향을 돌아보았다. 그 9번의 천뢰가 가진 위력은 정말 너무너무 컸기 때문에 연하산은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고 허공 속의 그 블랙홀 또한 짧은 시간 내에 회복되지 않을 듯 보였다. 이 순간 하천은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왜냐하면 그의 어머니인 강릉평이 자신이 아들이 신령이 되는 걸 돕기 위해 스스로 연하산에서 희생했고 모자 상봉을 하고도 몇 마디 말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천의 머릿속에는 어머니가 죽기 전에 남긴 그 말들이 끊임없이 메아리 쳤다. 결국 하천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더니 연하산의 방향으로 무릎을 꿇고 절을 세 번 올렸다. “어머니, 부디 편히 가세요. 어머니의 말씀대로 반드시 가족들을 지켜낼 겁니다.” 말이 끝나자 하천은 다시 몸을 일으켜 공중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이곳에 너무 오래 있었습니다. GPE의 마신은 이미 신령이 되었을 지도 모르니 빨리 가서 그 재난을 막아야 합니다
“아잇, 참!” 연무명은 연신 손사래를 쳤다. 모진남 같은 용조의 고수까지 자신의 별명을 알고 있다니, 자신의 별명이 용조에서 이렇게 많이 퍼져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전 묘아가 아니라 연무명이라 합니다.” 그러자 모진남은 다시 연무명을 위아래로 살펴보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 “연무명 형제, 소문에 우리 용조가 전에 당신을 요청하여 하천과 함께 선대 왕조의 묘지를 탐험하게 했는데 그 안에서 당신은 백만 대군들과 함께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 다시 나타난 겁니까?” “하천 형제가 나중에 말한 바에 따르면 당신은 선대 왕조의 황제가 환생한 후 그 백만 대군을 데리고 천계로 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천계는 무슨.” 연무명은 투덜거리더니 아홉 번째 뇌겁을 기다리고 있는 하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허공을 깨뜨리고 사라진 건 다 저 녀석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모진남과 하행풍 모두 멍해졌다. 그러자 연무명이 대답했다. “약 3천년 전, 신족이 세상에 강림하여 백성들이 편히 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 엄청난 실력을 가진 대능력자가 나타나 그 신족을 몰아냈고 이 세계를 봉인하여 다시는 신족이 이 세계에 얼씬하지 못하게 했답니다.” “하지만 그 대능력자는 먼 훗날 이 세계에 또다시 재난이 닥치고 신족이 강림할 것을 대비하여 그 자는 후세에 대한 여러가지 조치를 취해 주었답니다.” “그는 천지의 기운을 이용하여 5서를 만들고 이 세계 각 지에 숨겨두었습니다.” “만약 신족이 다시 나타난다면 하늘이 선택한 자가 나타나 이 5서를 이용하여 신령이 되고 세상을 보호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러나 세계를 봉인해버린 뒤로 영기가 고갈되어 사람이 신령이 되는 건 매우 어려워졌고 9번의 뇌겁을 견뎌내는 것 또한 말이 안 되는 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래서 대능력자는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한 수를 남겨두었답니다.” “설마 저 용?” 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