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내에는 여전히 피나방들이 돌아다녔고 온몸이 불꽃으로 뒤덮인 신조는 날개를 퍼덕이며 그 속으로 뛰어들어 가장 빠른 속도로 피나방들을 소멸시켰다. 이때 하행풍이 말했다. “현재 천하에 대란이 일어난 건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어. 때문에 난세황 기서가 나타나는 것 또한 시간문제일 뿐이야.” “그러니 가능한 빨리 사람들을 도와 이 피나방들을 없애자고.” 그러자 하천이 말했다. “형님의 말에 의하면 이 피나방들은 가신궁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우리가 그곳에 가서 진짜 근원을 찾고 파괴하지 않는다면 이 피나방들 또한 완전히 소멸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우리가 지금 이곳의 모드 도시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피나방을 소멸하는 것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 아닐까요?” 하행풍은 여전히 신조를 타고 밤하늘의 먼 곳을 향해 날며 말했다. “하천, 큰어머니가 널 기억한가면 반드시 이 모든 걸 막으실 거야.” 이 말을 들은 하천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 다음날 저녁, 그 신궁 뒤의 큰 산이었다. 온통 기괴함과 공포로 휩싸인 제대 중앙에 검은 두루마기를 걸친 흑포 신사가 앉아 있었고 여전히 무수한 피나방을 만들어 하늘로 날려보내곤 했다. 사실 어젯밤 흑포 신사가 풀어놓은 그 피나방들로 온 천하를 엉망으로 만들기에는 아주 충분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흑포 신사는 피나방이 마치 자신이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인 듯 매우 만족했고 그래서 전혀 멈출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이 산 전체는 짙은 악취로 가득 찼고 그 산 아래 움푹 파인 곳은 이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포스러운 곳으로 변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두피가 저릿한 느낌이었다. 신궁 이쪽, 백의 신녀는 뒷산의 방향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그 피나방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낮에 하산했을 때 봤던 그 화면들을 떠올렸고 눈살을 찌푸렸다.신녀의 머릿속에는 때때로 단편적인 장면들이 스치곤 했는데 이로 인해 그녀의 확고하던 신념에 큰 변화가 일어난 듯했다. 백의 신녀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해 보였고 곧바로
이 광경을 보자 저쪽에서 시체와 피나방을 불태우고 있던 백의 신녀도 눈살을 찌푸렸다. 이 흑포 신사는 그의 주인인 진가신과 같은 시기에 나타난 인물로 가신궁에서의 지위나 스스로 갖고 있는 실력 모두 신녀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이때 흑포 신사는 이미 철저히 분노한 듯 보였고 이런 무서운 괴물이 소환된 후 산 전체가 끝없는 공포 속에 휩싸였다.“신녀, 지금 당장 멈추지 않으면 이제부터는 내가 너무 한다고 탓하지 마라.” 검은 기운이 여전히 끊임없이 그 흑포 신사의 몸에서 솟아올랐고 동시에 그의 동공조차 칠흑같이 변해 버렸다. “막아라.” 그러나 백의 신녀는 흑포 신사의 위협에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낮은 고함을 지르더니 창염을 더욱 키웠고 삽시간에 산 전체가 불바다로 번졌다. 이로 하여 무수한 시체가 불탔고 그 위로 날아올랐던 대량의 피나방은 소멸되고 있었는데 매 하나의 피나방이 죽을 때마다 흑포 신사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다. 이것들은 흑포 신사가 엄청난 노력과 정력을 들여 연구해낸 것이지만 지금 모든 것이 한순간에 망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미치기 않고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죽여라, 전부 죽여라!!!”흑포 신사는 소리 치자 그 검은 기운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괴물이 아수라 등 네 사람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맞붙는 순간 산봉우리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야말로 천지가 무너질 듯했다. 아수라 등 네 사람은 이미 반신의 경지에 이른 실력을 가졌지만 이런 괴물을 상대하는 데는 매우 어려워 보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성주와 조무적 등은 그 괴물의 공격을 받고 저 멀리 날아가 뒤에 있던 산봉우리에 부딪혀 큰 폭파를 일으켰다. 하지만 지금의 조무적 등 이들의 몸은 일반적인 물리적 상해에 끄덕 없었다. 비록 이들은 그 괴물에 의해 피부가 찢어지고 살이 터졌지만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은 듯 또 한번 괴물을 향해 돌진했다. 동시에 아수라와 태세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당장 눈앞의 괴물을 죽일 수는 없었지만 싸움이 오랫동안 지
이때 신녀와 흑포 신사는 이미 두 사람의 전투에만 초고도로 집중하고 있었기에 진가신이 출관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동시에 저쪽에서는 흑포 신사가 만들어낸 괴물과 아수라 등도 팽팽히 맞붙고 있었고 그 시체들은 이미 불에 활활 타고 있었다. 진가신은 당장 흑포 신사와 백의 신녀에게로 돌진했고 두 사람을 각각 밀어냈다. 이 순간 바다처럼 방대한 힘이 양쪽을 향해 솟구쳐 나와 백의 신녀와 흑포 신사를 모두 저 멀리 쫓아냈다. “주인님.” “주인님.” 갑자기 나타난 진가신의 모습에 흑포 신사와 백의 신녀는 모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망할 자식들.” 진가신은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흑포 신사에게로 돌진하여 그의 따귀를 세게 때렸다. 그러자 겁에 질린 흑포 신사는 곧바로 진가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진가신은 다시 몸을 돌려 백의 신녀의 곁으로 이동했고 그녀 역시 따귀를 때리려 했지만 손이 곧 신녀의 얼굴에 닿으려는 찰나 진가신을 무의식적으로 행동을 멈추었다. “어이구!” 진가신은 한숨을 쉬었고 백의 신녀도 얼른 땅에 무릎을 꿇었다. 한편 저쪽의 아수라 등은 여전히 그 괴물과 싸우고 있었다. 이때 진가신이 고개를 돌리자 그의 눈에서는 갑자기 두 줄기의 푸른 빛이 그들을 향해 발사되었고 순식간에 흑포 신사가 만들어냈던 그 괴물은 사분오열되었다. 그 후 괴물은 다시 검은 기운으로 변하여 흑포 신사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때 진가신이 뿜어낸 푸른 빛은 또 분분히 아수라 등 네 녀석의 몸을 맞추었고 강력한 충경으로 그들은 수십 미터를 날아가 한동안 바닥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야?” 싸움을 평정한 후 진가신은 아주 분노한 눈빛으로 백의 신녀와 흑포 신사를 바라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흑포 신사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가주님, 이 피나방들은 제가 여러 해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신녀에 의해 전부 불타버렸습니다. 가주님께서 제 억울함을 풀어주기 바랍니다.”
하행풍의 말을 전부 듣고 난 하천은 갑자기 침묵에 잠겼다. 그러나 사실 솔직히 말하면 이때의 하천은 극도의 긴장감에 잠긴 것이었다. “하천, 난세황 기서가 세상에 나오는 날이 바로 네가 신령이 되는 날이야. 그러니 반드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해. 절대 5서를 다 모으고 마지막 9개의 뇌겁을 못 버텨 죽으면 안 된다는 소리야.” 여기까지 말한 하행풍은 곧바로 신조를 타고 저 멀리 날아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하천은 무언가 깊은 다짐은 한 것처럼 보였다. 이후 며칠 동안 하천은 아무 데도 가지 않고 하행풍이 말한 뇌겁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뿐만 아니라 모진남의 도움 하에 하천은 물과 공기가 맑고 영기가 짙은 산을 찾을 수 있었고 그곳에서 수행을 시작했다. 만약 반신의 경지에 등급이 있다면 이미 하천의 경지는 반신들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등급이며 가신과 아주 가깝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신의 경지는 반신과 신령 사이 그 어딘가의 과정이라 칠 수 있었고 하천이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가신의 경지에 오르는 것은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반신이든 가신이든 5서를 다 모을 수만 있다면 그 5서를 통해 신령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가신보다 반신이 뇌겁을 이겨낼 가능성이 조금 더 적은 뿐이다. 어느덧 7일이란 시간이 흘렀고 하천은 그 산의 모든 영기를 전부 흡수했다. 그렇게 하천이 수행을 끝낸 뒤 주위에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원래 밝았던 날은 갑자기 밤이 되었고 허공 속에는 밝은 달이 걸려 있었으며 이 밝은 달 아래에 세차게 흐르는 바다가 있었다. 그리고 그 세차게 흐르는 바다 위에 갑자기 무수한 금련이 떠올랐고 매 한 송이의 금련이 피어날 때마다 마치 기적이 일어나는 듯 아주 신비롭고 즐거운 느낌이 들게 했다. 이것은 바로 하천의 그 성세황 도서가 만들어낸 형상이었는데 전에 단지 그 모습을 현화시키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이미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는 꽃이 피는 계절이 아니었다. 그러나 허공에 그런
“잘됐구나.” 하행풍은 흥분하여 자신의 주먹을 꽉 쥐었다. “원래 네 실력이 아직 좀 부족하여 그 9번의 뇌겁을 견디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도 했는데 가신의 경지에 올랐으니 실력도 대폭 증가했을 테니 다행이구나.”“이렇게 되면 그 뇌겁을 견뎌낼 승산이 훨씬 높아질 테니 말이야.” “하천, 난세황 기서가 탄생할 곳은 이미 알아냈고 하루 이틀 안에 세상에 나오게 될 거야. 가신궁 사람들은 이미 그곳에 도착했으니 우리도 가능한 빨리 그곳으로 가야 해.” “정말입니까?” 하천의 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그게 어딥니끼?” “연하산이란 곳이야. 여기서 약 60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녹성으로 돌아가 하룻밤 쉬고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연하산에 갑시다.” “좋다.” 그렇게 하천 일행은 녹성으로 돌아와 하룻밤 쉬었고 이튿날 날이 밝은 후 간단하게 정리한 후 연하산의 방향으로 달려갔다. 600킬로미터의 거리는 하천 등과 같은 반신에겐 전혀 어려운 여정이 아니었고 4명 중 가장 실력이 약한 조진원도 하행풍이 만들어낸 신조의 등에 앉아 순조롭게 연하산으로 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하천 일행이 연하산과 약 200킬로미터도 안 남았을 때 신녀 일당이 눈 앞에 나타났다. 이들이 나타남과 동시에 갑자기 누런 안개가 엄습해왔고 순식간에 그 짙은 안개로 하여 손을 뻗어도 다섯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무슨 일이지?” 모두들 당황하고 있을 때 전방의 누런 안개 속에서 갑자기 누군가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고 순간 위험한 기운도 정면으로 엄습해왔다. “아수라?” 잠시 후 하천은 아수라가 아주 빠른 속도로 멀지 않은 곳에서 자신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때의 아수라는 이미 두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포악한 힘이 담긴 주먹을 휘두르며 하천을 공격하려 했다. 이 모습을 확인한 하천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들어 아수라의 주먹을 맞받아쳤다. 순간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아수라는 온 사람이 하천에 의
순간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심지어 하천을 비롯하여 백의 신녀 또한 표정이 한없이 엄숙했다. “그러니까 하천이 큰어머니의 아들이란 걸 알아도 진가신의 편에 서겠단 겁니까?” 하행풍이 약간 분노한 듯 말했다. “전 오늘 큰어머니가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게 하천을 알아보고 다시 돌아오시려는 줄 알았는데 4서를 노릴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큰어머니, 하천이 대체 왜 여기에 왔는지 아십니까? 그가 어떤 사명과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겁니까?” “바깥 세상은 곧 큰 재앙이 닥칠 겁니다.” “만약 하천이 5서로 신령이 되지 못한다면 바깥의 모든 사람들은 그대로 죽어버리는 거고요. 큰어머니의 남편, 그리고 아버지를 비롯한 모든 가족들 말이예요.” 하행풍은 말하면 말할 수록 더욱 격동하는 듯했고 심지어 두 주먹까지 꽉 쥐었다. “큰어머니, 이미 기억을 회복하셨으면서 왜 계속 진가신을 도우려는 겁니까? 그 녀석은 신이 아리나 악귀입니다.” “큰어머니를 비롯한 아수라 등 저 자식들을 부활시킨 것도 모두 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고요. 진가신은 완전히 큰어머니를 이용하는 중이란 말이예요.” “만약 큰어머니께서 지금 정말 하천의 손에서 4서를 빼앗으려고 온거라면 죄송합니다. 오늘만큼은 적으로 대하겠습니다.” 하행풍이 한 말은 사실 하천이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다만 하천은 한동안 자신의 어머니 앞에서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이때 조진원과 모진남 또한 매우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백의 신녀가 함부로 손을 못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때의 백의 신녀는 여전히 매우 평온했는데 그는 숨을 가볍게 들이마시더니 하천의 마음을 설레게 할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래, 맞아. 난 확실히 다 기억났어. 내가 바로 강릉평이고 하천의 어머니야.” 이 순간 하천은 머리가 핑- 돌았고 한참 뒤에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어머니!” 하천은 시선을 강릉평에게 고정시킨 채 한 걸음 한 걸음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정말, 정
“하천, 넌 반드시 날 믿어야 해.” 강릉평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는 아주 엄숙하고도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4서를 나에게 맡겨야만 순조롭게 5서를 얻고 신령이 될 수 있어. 우리에겐 정말 시간이 많지 않아.” 하천은 고개를 돌려 하행풍을 힐끔 보았고 그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이어 또 옆에 있는 모진남과 조진원을 보았다. 두 사람은 아무런 태도 표시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 표정은 분명 절대 강릉평에게 4서를 넘겨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때의 하천은 여전히 마음이 정해지지 않았다. 만약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하천은 확실히 4서를 넘겨서는 안 됐다. 설령 하천이 진가신의 상대가 아니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덤비는 게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었다. 혹시 기적이 나타날 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필경 하천은 지금까지 이 길을 걸으면서 너무 많은 기적을 창조해냈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머니에 대한 믿은 때문인지 하천은 이미 4서를 강릉평에게 넘겨줄 의사가 있어 보였다. 그렇게 모든 이들이 하천의 마지막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고 심지어 모진남과 하행풍은 이미 수시로 손을 쓸 준비도 마친 상태였다. 한동안 하천은 침묵했고 그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한참이 지난 후 하천은 갑자기 강릉평 쪽으로 다가왔고 그녀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었다.그 후 하천의 온몸은 순식간에 황금색의 진기로 뒤덮였다. 그리고 잠시 후 네 권의 책이 하천의 주위의 떠있었다. “하천!” 이 상황을 본 하행풍과 모진남은 모두 표정이 급변했고 무의식적으로 하천을 향해 달려갔다.“하천, 지금 뭐하는 거야?” “오지 마세요.” 하천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하행풍과 모진남 두 사람을 모두 제지했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하천의 주위에 떠있던 4서는 이미 강릉평 쪽으로 날아갔고 그녀의 손에 있던 특수한 공간 병기 안에 거둬들여졌다. 이어 하천의 몸에 있던 황금색 진기는 사라졌고 강릉평은 하천의 곁으로 다
“주인님, 이미 죽였습니다.” 신녀가 대답했다. “정말이냐?” 원래 제대의 중앙에 앉아있던 진가신은 순식간에 강릉평의 앞으로 이동했고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물었다. “정말 그들을 죽였다고 확신하는 거냐?” 이 말에 강릉평은 흠칫 놀랐지만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대답했다. “주인님, 확실합니다.” “음.” 그제야 진가신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강릉평을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이에 그녀는 식은땀을 흘렸다. 바로 이때 맑았던 하늘은 갑자기 먹구름이 짙게 끼었는데 검은 기운이 연하산 상공을 향해 모이고 있음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모습을 본 흑포 신사는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주인님, 먹구름이 모이고 있습니다. 난세황 기서가 곧 세상에 나올 건가 봅니다.” 진가신 또한 격동한 표정을 지었고 더 이상 강릉평을 캐묻지 않은 채 몸을 돌려 제대의 중앙으로 향했다. “오행 좀비, 각자 제자리로.” 말이 끝나자마자 진가신의 몸에서는 푸른 색의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것들은 곧바로 강릉평, 태세, 아수라, 성주 그리고 조무적 다섯 사람을 직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푸른 빛줄기는 다섯 사람을 꽉 감싸더니 억지로 제대 주위에 둘러싸인 다섯 개의 석대 위로 끌어들였다. 다섯 사람은 완전히 그 푸른 빛줄기에 의해 통제되었고 마치 진가신과 연결되어 하나가 된 듯했다. 허공 위의 먹구름은 점점 더 짙어져 갔고 잠시 후 연하산 상공 전체는 어두운 밤으로 변했다. “난세황 기서, 나타나라.” 이때 진가신은 고개를 들고 포효했는데 긴 머리카락은 바람을 따라 마구 흩날렸고 사방에는 광풍이 크게 일었으며 4서가 그의 몸에서 날아올라 하늘의 검은 구름들 속으로 사라졌다. 우르릉- 굉음과 함께 공중의 먹구름은 갑자기 갈라지더니 곧이어 커다란 균열이 생겨났고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인 책 한 권이 그 속에서 날아올라 다른 4서와 모이는 것이었다. “난세황 기서야!” 흑포 신사 등은 고개를 들어 허공을 쳐다보며 흥분에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