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음이 한참 울린 뒤에야 진서준이 전화를 받았다.“이 시간에 무슨 일로 전화하셨죠?”진서준은 피곤한지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진 마스터님, 꼭 말씀드려야 할 일이 있어요.”강성철의 말에 진서준은 미간을 문질렀다.“무슨 일인데 그래요? 조금 전에 서울로 돌아와서 피곤한데, 내일 다시 얘기하면 안 될까요?”조금 전 진서준이 집에 돌아온 뒤, 따뜻한 물에 몸을 씻고는 허사연의 입술 끝에 쾌락을 느꼈다. 허사연과 함께 잠에 들 시간이라 거절하려 했지만 강성철이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진 마스터님, 정말 중요한 일이라 그래요.”“그럼 이쪽으로 오세요.”진서준은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었고 칫솔질을 마친 허사연이 쑥스러워하며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다. 진서준이 외출복으로 갈아입자 허사연이 물었다.“이 시간에 나가려고요?”“강성철 씨가 급한 일로 만나자고 해서 나가봐야 해.”진서준의 말에 허사연은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기에 갑자기 이러는 거죠?”“나도 몰라. 급한 일인 것 같았어.”진서준은 옷을 갈아입은 뒤 허사연을 침대에 눕혔다.“먼저 쉬고 있어. 빨리 들어올게.”“알겠어요.”허사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서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진서준은 별장 앞에 서 있었고 10분 뒤, 강성철의 차가 별장 앞에 멈춰 섰다.“진 마스터님!”“무슨 일 있어요?”강성철이 한숨을 쉬며 진서준을 바라보았다.“혹시 예전에 경성 진씨 가문과 충돌이 있었나요?”진서준이 멈칫하더니 되물었다.“경성 진씨 가문이라고요?”“네.”진서준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진씨 가문의 외척을 두 명 죽인 적 있어요.”진서준이 고양시에 갔을 때 진씨 가문 외척과 모순이 생겨서 싸움이 일어났지만 이건 오래전 일이었기에 아무도 진서준이 벌인 일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그럼...”강성철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진서준이 진씨 가문의 사람을 죽여서 진씨 가문 도련님이 허사연을 납치하려는 것임을 확신했다.“무슨 일인지부터 말하세요.”진서준이 목
내일 아침이 되어서야 허사연을 만나게 될 줄 알았던 오인혁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강성철이 이렇게 빨리 임무를 수행할 줄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먼저 씻어야겠어. 상쾌한 기분으로 그 여자를 맞이하는 거야!”오인혁은 재빨리 옷을 벗어 던지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얼마 후, 진서준과 강성철이 시즌 호텔에 도착했고 곧바로 오인혁의 방으로 향했다.“오인혁 씨, 저예요.”샤워하고 나서 쉬고 있던 오인혁은 강성철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신이 났고 아무 의심도 없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 뒤로 나타난 건 예쁜 여자가 아니라 커다란 주먹이었다.퍽!진서준은 오인혁의 콧대를 향해 주먹을 날렸고 통증과 함께 코뼈가 끊어졌다. 오인혁이 소리를 지르려 하자 진서준은 침으로 오인혁의 목을 찔렀다. 오인혁은 입만 뻐끔거렸고 얼굴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감히 내 여자를 납치하려 들다니,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야.”진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오인혁을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 진서준은 오인혁을 죽이기로 진작에 마음먹었고 경성 진씨 가문의 충견도 모조리 찢어 죽일 각오가 되어있었다. 갑자기 정신이 든 오인혁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허사연을 납치하랬더니 이놈이 왜 여기에 나타난 거야?’“어... 어...”오인혁은 벙어리와 흡사한 소리를 내며 버둥거렸다.“네가 찾은 강성철이 누군지 알아?”진서준은 말하면서 오인혁의 뺨을 후려갈겼고 오인혁은 뒤로 넘어졌다. 진서준은 이빨이 여러 개 떨어져 나간 오인혁의 얼굴을 딛고는 오만하게 말했다.“강성철은 내 수하인데, 감히 수하한테 내 여자를 납치하라고 지시해? 무식하면 제대로 알아보기나 해.”오인혁은 서울 지하 황제가 진서준의 수하인 줄 몰랐기에 이 상황이 무척 당황스러웠다. 강성철은 진서준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다급히 말렸다.“진 마스터님, 이 사람은 태하 영화 제작사 연예인이라 여기서 죽인다면 진씨 가문 도련님이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죽이시면 안 된다고요.”태하 영화 제작사에서는 오인혁을
강성철은 멈칫하더니 진서준을 쳐다보았고 진서준은 오인혁을 가리키며 피식 웃었다.“머릿속에 죄다 추잡한 생각뿐인 놈이니 재미난 걸 알려주려고요.”“지금 연락해 볼게요.”강성철은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후, 몸매가 좋은 남자 8명이 들어왔는데 팔뚝이 오인혁 다리보다 더 굵었다. 그 광경을 본 오인혁은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이러다 오늘 여기서 죽는 거 아니야?’진서준은 오인혁의 입에 약을 한 알 넣어주며 차갑게 웃었다.“이것만 먹으면 오늘 밤 힘이 남아돌 거야.”오인혁은 약을 토해내려 했지만 입에 들어간 약은 순식간에 녹았다. 몇 분 후, 구석에 기대있던 오인혁은 온몸에 힘이 솟는 것 같았다.이때 진서준이 강성철을 향해 말했다.“오늘 밤 내내 영상을 찍어서 내일 아침에 인터넷에 올리세요. 톱스타 행세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실컷 하게 해줘야죠!”강성철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인혁을 쳐다보며 혀를 끌끌 찼다. 진서준을 건드린 대가는 어마어마했고 그동안 건방지게 행동한 오인혁의 처참한 후과였다.진서준과 강성철이 떠난 뒤, 8명의 남자는 끓어오르는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오인혁을 덮쳤다. 진서준이 침으로 찔러서 소리를 내지 못하는 오인혁은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그리고 진서준이 먹인 약 덕분에 오인혁은 오늘 밤 내내 지치지 않을 것이다.진서준과 강성철은 차에 올라탔고 진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저에게 경성 진씨 가문에 관한 얘기를 해주세요.”강성철은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진 마스터님, 저도 사실 아는 게 별로 없어요. 진씨 가문은 4대 가문 중 하나이고 세력이 전국을 뒤덮을 정도로 규모가 커요. 정체를 숨긴 종문도 진씨 가문과 연관된 것 같더라고요. 처음에 진 마스터님을 알게 되었을 때 경성 진씨 가문 사람인 줄 알았어요.”전국을 통틀어 소년 종사는 아주 드물었고 설사 존재한다고 해도 손꼽히는 재벌가에서만 양성할 수 있었다. 강남 소씨 가문과 서남 유씨 가문에서 감히 토 달지 못할 절대적
별장 대문 앞으로 다가간 진서준은 백발홍안의 노인과 마주쳤는데 그 사람은 숨겨진 내공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했다. 진서준은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며 말했다.“당신은 누군데 이 시간에 날 찾아온 거지?”진서준은 노인을 지그시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내 아들과 손주를 죽였으면서 감히 날 모른다고 해?”노인의 두 눈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소름 돋는 살기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고 진서준과 원한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진서준은 노인이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았지만 확실한 건 두 사람은 초면이었다.“내가 한두 명 죽인 게 아니라서 기억이 안 나니까 아들이랑 손주 이름부터 말해.”진서준은 경계심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노인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별장 앞에서 싸우게 된다면 허사연을 비롯한 여자들을 놀라게 할 수 있기에 최대한 일을 크게 벌이지 않으려고 했다. 이때 박만년이 입을 열었다.“박주혁, 박주신 그리고 박인성. 이제 좀 기억이 나?”진서준은 그 이름을 듣고는 멈칫했다. 가족을 몰살한 기억은 없었지만 삼성 무도 대회에서 랭킹 10위였던 남조인을 죽인 것이 떠올랐다.“박인성은 기억나지만 박주혁은 잘 모르겠군.”그도 그럴 것이 박주혁 형제는 누렁이한테 맞아 죽었기에 진서준은 그 형제를 만난 적이 없었다. 박만년을 유심히 지켜보던 진서준은 박만년과 박인성이 닮았다는 것을 눈치챘다.두 사람은 모두 눈이 작았는데 남조인에 관한 기사의 내용과 비슷했다. 외꺼풀에 작은 눈이 특징이라더니 사실이었다.진서준은 팔짱을 낀 채 박만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아들이 안되면 아버지가 오고 당신마저 죽으면 당신 아버지도 오는 건가?”박만년은 10여 년 전에 세상을 뜬 아버지를 떠올리더니 눈에 분노가 이글거렸다. 진서준이 도발한다고 여긴 박막년이 목청을 높였다.“이 나쁜 놈, 입을 함부로 놀린다면 갈기갈기 찢어놓을 테야!”“왜 화를 내고 그래? 설마 아버지가 돌아가신 거야?”진서준은 박만년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걸 눈치챘기에 일부러 얄밉게 웃으며
진서준은 몇 걸음 물러나는 박만년을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왜, 내가 함정이라도 팠을까 봐 두려워?”진서준의 말이 허를 찌르자 박만년은 발끈했다.“헛소리 집어치워. 오늘 난 내 아들과 손주를 위해 복수하러 온 거야.”박만년은 몸속에 있는 강기를 모으더니 총알처럼 빠르게 날아가 진서준을 덮쳤다. 박만년의 주먹 위에 강기로 만들어낸 늑대가 두 마리 나타났다. 이것은 박씨 가문에서 5대째 내려오고 있는 늑대 권법이었는데 위력이 어마어마했다.아무리 종사라도 박씨 가문의 늑대 권법을 타파할 수가 없을 정도였기에 진서준은 박만년의 맹렬한 공격을 수비하는 것에 집중했다. 체내의 영기와 혈해가 동시에 모여들어 솟아올랐고 손바닥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박만년은 늑대 권법에도 겁먹지 않고 대응하는 진서준을 비웃었다.“박씨 가문 늑대 권법을 들어보지 못했나 봐? 30년 전, 나의 아버지는 오로지 늑대 권법으로 국내의 오급 대종사를 죽였어. 난 사급 대종사가 되었고 우리나라에서 나를 능가할 놈은 없었지.”박만년은 3년 전에 이미 사급 대종사가 되었고 권법으로 겨룰 수 있는 사람이 적었다. 유일하게 실력을 겨루어 볼 수 있는 사람은 이씨 가문의 괴물뿐이었다. 그 괴물 같은 사람은 박만년의 아버지보다 더 오래 살았기에 실력이 뛰어난 것도 납득이 되었다.하지만 고작 스무 살을 넘긴 진서준이 아무리 내공이 있다고 해도 연륜의 차이는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남조에 고수가 적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진서준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남조는 인구수가 적잖아. 내가 살았던 어느 지역과 비겨도 적으니 그중에서 뛰어난 사람이 뭐 몇 명이나 있겠어?”진서준의 말대로 큰 숲이 더 많은 새를 품을 수 있을 것이다. 남조와 대한민국의 인구수 차이는 몇만 명 정도가 아니었다. 대한민국 인구수의 10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는 남조는 경제나 무술 방면으로는 대한민국과 비교할 수 없었다.“닥치지 못해? 우리 남조의 역사를 네까짓 게 뭘 안다고 함부로 말해?”박만년은 남조를 위해 공헌한 사
“겨우 이 정도 실력이었어?”진서준의 담담한 말투에 박만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젊은이한테 모욕당하기는 처음이었던 것이다.“이마에 피도 안 마른 놈, 이제 시작이야!”박만년은 울부짖으며 체내의 강기를 모아 두 주먹을 힘껏 뻗었다. 진서준은 강한 압력에 의해 두 팔이 덜덜 떨렸고 박만년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하, 대단한 놈인 줄 알았더니 겉만 번지르르한 거였어.”진서준의 두 주먹에 모인 영기와 혈해가 점점 흩어지고 있었지만 진서준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이때 진서준이 박만년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온 힘을 다 쏟았을 것 같아?”박만년은 멈칫하더니 다시 주먹에 힘을 주며 소리를 질렀다.“이 상황에서도 센 척하고 싶어? 네가 온 힘을 다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날아갔을 거야!”박만년은 자신의 힘이 더 강하다고 믿었고 두 주먹의 강기를 감당하려면 진서준이 200퍼센트의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여겼다. 박만년이 승리를 예감하고 있을 때 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진기하라!”진서준의 말에 박만년은 표정이 굳어졌고 눈앞에 나타난 금색 실오라기를 쳐다보더니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네가 진을 칠 줄 안다고? 내가 이딴 걸로 겁낼 것 같아?”박만년이 소리를 질렀지만 진서준은 박만년 주먹의 힘을 빌려 뒤로 20미터 물러났다. 공중에 떠 있던 금색 실오라기가 이어지더니 반경이 3미터가 되는 원형 진을 이루며 박만년을 에둘러 쌌다. 대진중의 금색 실은 엉겨 붙어 수백 개의 칼이 되었고 금색 칼은 폭우가 내리듯 위에서 쏟아 내리며 박만년을 공격했다.투둑!박만년은 비명을 지르더니 강기로 간신히 공격을 막는 듯싶었지만 금속이 충돌하는 소리가 들리며 박만년 발밑의 땅은 점점 갈라졌다. 박만년은 아무런 상처도 없었고 계속해서 강기로 보호막을 만들었다.“이딴 게 무슨 진법이야! 쓰레기 같은 무술을 익혔군.”박만년은 금색칼의 폭격을 맞으면서도 진서준을 조롱했다. 진서준이 친 대진은 박만년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간을 끌어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박만년은 스무 살을 금방 넘긴 젊은이가 이런 실력의 소유자라는 것이 놀라웠다. 평생 권법으로 천여 번 전투했던 박만년은 오늘처럼 평정심을 잃은 적이 없었다.진서준과 60살 차이가 나지만 진서준은 나이에 맞지 않는 내공을 가지고 있었다.‘신선이 환생한 건가?’“겁먹었어?”진서준은 한 손에 검을 든 채 오만하게 박만년을 내려다보았다. 박만년의 두 눈에 공포가 서려 있었고 하는 말과 달리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내가 널 무서워할 리가 없잖아? 난 남조의 일인자이고 국안부 랭킹에 오를 만큼 강해!”박만년이 울부짖자 뼈에서 강기가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서준은 차가운 표정을 짓고는 체내에 남은 모든 영기를 천문검에 주입했다.‘축기가 없으니 힘이 꽤 드네. 사급 대종사를 너무 만만하게 봤어.’진서준은 한숨을 내쉬었다.영기가 주입된 천문검이 빛을 내뿜으며 달빛을 가르더니 박만년의 강기를 뚫고 어깨를 찔렀고 새빨간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푹!박만년은 질겁했고 뒤로 물러나려 할 때 진서준의 한쪽 주먹에 맞아 공중으로 날아갔고 흩뿌린 피는 호선을 그리며 박만년의 전패를 알렸다.“꼭 복수하러 다시 올 테니 기다려!”박만년은 바닥에서 기어가다가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진서준은 체내의 영기와 혈해가 바닥났기에 추격하지 않았고 이 전투를 통해 사급 대종사를 상대하기 버겁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약당의 단약이 아니었다면 오늘 밤에 다친 사람은 진서준일 것이다.“수련 계획을 앞당겨야겠어.”진서준은 천문검을 거두고는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별장 안의 모든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본 진서준은 바짝 긴장한 채 별장으로 달려갔다.“박만년의 수하가 온 건가?”허사연을 비롯한 사람들이 별장 안에 있었기에 박만년의 수하가 온 것이라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 진서준이 별장 안으로 들어가자 모두 잠옷 차림으로 거실에 앉아 있었다. 다행히 별일이 없었던 모양이었다.“사연 씨, 안 자고 뭐 해?”“서준 씨가 걱정되어서 그렇죠.”허사연은 진서준을 훑어보더니 멀쩡한 것을 확
오인혁이 자살할 뻔했다는 소식을 듣자 진서준은 피식 웃었다.‘그래도 수치심은 있네.’진서준은 오인혁이 동성에게 성폭행을 당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줄 알았다.“죽게 놔두지 마. 지금 바로 갈게.”진서준이 나가려고 하자 허윤진이 다급하게 물었다.“형부, 어디 가요?”“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그리고 보식 어르신도 찾아뵈어야 하고.”진서준이 대답했다.“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세요.”허윤진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진서준은 허윤진이 자기 여자 친구도 아닌데 너무 많을 걸 신경 쓴다고 생각했다.“서준 씨, 잠시만요!”허사연은 진서준을 불렀다.“먼저 보영 씨를 역까지 데려다주세요. 곧 KTX를 타고 집에 가야 해요.”“아니에요. 혼자 갈 수 있어요. 서준 씨 얼른 일 보세요.”한보영은 얼른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한보영이 혼자 가려고 하자 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데려다줄게요. 제 일은 급하지 않아요.”강성철이 오인혁을 지키고 있기에 그는 다시 자살 시도를 할 수 없다.“그럼 고마워요.”“별말씀을요.”진서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두 사람은 생사를 같이한 사이인데 진서준은 한보영이 너무 예의를 차린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은 차를 몰고 한보영을 데리고 기차역으로 출발했다. 허윤진은 두 사람이 떠난 뒤 허사연에게 나지막이 물었다.“언니, 보영 씨와 형부가 단둘이 차에 탔는데 괜찮아?”“그게 뭐 어때서?”허사연은 웃으며 되물었다.“둘이 이상한 짓이라도 하면 어떡해?”허윤진은 조급한 어조로 말했다.“방금 보영 씨가 형부를 쳐다보는 눈빛을 봤잖아.”“쓸데없는 걱정하지 마. 그럴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단지 서준 씨의 마음속에 있는 우리의 자리를 지키면 돼.”허사연은 덤덤하게 웃었다.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허윤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서준과 한보영은 가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차역에 거의 도착했을 때 진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서울에 좀 더 있지 그래요?”“너무 오래 집을 나와서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