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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강성철은 모르는 번호인 것을 보고는 전화를 받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미친놈이 감히 주제도 모르고 전화를 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죽여버릴 줄 알아!”

오인혁은 강성철의 난폭한 모습에 피식 웃었다.

“안녕하세요, 강성철 씨.”

“내 이름은 어떻게 안 거야? 넌 누구지?”

강성철의 질문에 오인혁이 재빨리 대답했다.

“저는 태하 영화 제작사 소속 연예인 오인혁이에요.”

강성철은 들어본 듯한 제작사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고 오인혁이 말을 이었다.

“회사는 경성에 있고 진 대표님의 소개로 연락드렸어요.”

강성철은 두 눈을 크게 뜨더니 애인을 뒤로하고 공손한 자세로 전화를 들었다.

“진 대표님의 사람에게 제가 큰 실수를 저질렀네요.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로 전화주신 거죠?”

강성철은 ‘진 대표’라는 사람에게 밉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공손하게 말했다. 태하 영화 제작사는 진성 그룹의 산하 회사였고 진성 그룹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진씨 가문의 회사였다. 오래전에 ‘진 대표’와 만난 적이 있었지만 지하 황제 강성철도 무시당했었다.

강성철은 서울에서 영향력이 컸지만 서울을 벗어나면 일반인과 다름없었다. 진서준의 수하로 있으면서 지위가 높아졌으나 한국 4개 가문의 진씨 가문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했다.

이때 오인혁이 입을 열었다.

“저희 대표님께서 부탁할 것이 있다고 해서요.”

강성철은 진씨 가문 사람의 부탁을 받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여겼기에 무척 흥분했다.

“진 대표님 부탁이라면 제 한 몸 바칠 테니 말만 하세요.”

강성철이 가슴팍을 내리치며 말했다.

“여자를 한 명 납치하면 돼요.”

“누군데요?”

“허사연이라는 여자인데, 서울 재벌가 아가씨래요.”

오인혁의 말에 강성철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미쳤어... 감히 진 마스터님의 여자 친구 허사연을 납치하라고? 이건 나더러 죽으라는 말이잖아.’

“진 대표님의 뜻인가요?”

강성철은 손이 덜덜 떨렸다.

“그럼요, 아니라면 제가 이 밤에 전화드릴 리가 없잖아요. 저는 대표님 말씀을 전달했으니 최대한 빨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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