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영은 화가 솟구쳐 올랐다.“오인혁, 내가 경고하는데 그 사람 건드리면 정말 후회할 거야.”하지만 오인혁은 허사연한테 푹 빠져서 조해영이 뭐라고 하는지 듣지 않았다. 오인혁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건 톱스타여서일 뿐만 아니라 회사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회사의 대표는 권력을 손에 쥔 사람이라 레벨부터 남달랐다. 오인혁이 근 2년 이래 회사에 큰 수익을 가져다주지 않았다면 대표를 만날 자격조차 없었다. 여론이든 생활 속의 문제든 대표 한마디면 모두 해결할 수 있었기에 대표의 권세를 믿는 오인혁은 건방지게 행동했다. 두 시간 뒤, 비행기는 서울 공항에서 착륙했고 진서준과 일행들은 비행기에서 내렸다. 진서준 곁에 앉은 여자들이 허사연과 견줄 만큼 예뻤고 깜짝 놀란 오인혁은 입을 다물지 못하더니 동공이 흔들렸다.‘저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한둘이 아니라고? 두 사람은 친자매인 것 같은데...”예쁜 여자들을 물색하고 다니는 동안 처음 이렇게 많은 여자한테 마음을 빼앗겼을 것이다. 비행기에서 내린 오인혁은 매니저한테 전화를 걸었다.“인혁아, 너 어디 간 거야?”매니저는 전화를 받자마자 물었고 오인혁은 다급히 말했다.“나 지금 서울에 왔어. 회사 인맥 중에 서울 사람 있는지 알아봐.”“남주성에서 서울로 상경해서 자리 잡은 사람은 있는 것 같은데...”매니저의 질문에 오인혁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으니까 다 알아봐!”“그래, 조금 있다가 다시 연락할게.”오인혁이 전화를 끊은 뒤, 조해영은 팔짱을 끼고는 물었다.“너 그 여자를 만나려고 이러는 거지?”오인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조해영의 허리를 감쌌다.“아니, 내가 어떻게 우리 해영이를 두고 다른 여자를 만나겠어. 나한테는 네가 전부고 너밖에 없어.”오인혁의 달콤한 말에 넘어간 조해영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흥, 허사연을 쳐다보는 눈에서 꿀이 떨어지던데?”오인혁은 허사연의 이름을 듣고는 바로 기억했다.“시간도 늦었으니 얼른 호텔로 가자.”오인혁은 느긋하게 일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허사
강성철은 모르는 번호인 것을 보고는 전화를 받자마자 소리를 질렀다.“미친놈이 감히 주제도 모르고 전화를 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죽여버릴 줄 알아!”오인혁은 강성철의 난폭한 모습에 피식 웃었다.“안녕하세요, 강성철 씨.”“내 이름은 어떻게 안 거야? 넌 누구지?”강성철의 질문에 오인혁이 재빨리 대답했다.“저는 태하 영화 제작사 소속 연예인 오인혁이에요.”강성철은 들어본 듯한 제작사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고 오인혁이 말을 이었다.“회사는 경성에 있고 진 대표님의 소개로 연락드렸어요.”강성철은 두 눈을 크게 뜨더니 애인을 뒤로하고 공손한 자세로 전화를 들었다.“진 대표님의 사람에게 제가 큰 실수를 저질렀네요.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로 전화주신 거죠?”강성철은 ‘진 대표’라는 사람에게 밉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공손하게 말했다. 태하 영화 제작사는 진성 그룹의 산하 회사였고 진성 그룹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진씨 가문의 회사였다. 오래전에 ‘진 대표’와 만난 적이 있었지만 지하 황제 강성철도 무시당했었다.강성철은 서울에서 영향력이 컸지만 서울을 벗어나면 일반인과 다름없었다. 진서준의 수하로 있으면서 지위가 높아졌으나 한국 4개 가문의 진씨 가문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했다.이때 오인혁이 입을 열었다.“저희 대표님께서 부탁할 것이 있다고 해서요.”강성철은 진씨 가문 사람의 부탁을 받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여겼기에 무척 흥분했다.“진 대표님 부탁이라면 제 한 몸 바칠 테니 말만 하세요.”강성철이 가슴팍을 내리치며 말했다.“여자를 한 명 납치하면 돼요.”“누군데요?”“허사연이라는 여자인데, 서울 재벌가 아가씨래요.”오인혁의 말에 강성철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미쳤어... 감히 진 마스터님의 여자 친구 허사연을 납치하라고? 이건 나더러 죽으라는 말이잖아.’“진 대표님의 뜻인가요?”강성철은 손이 덜덜 떨렸다.“그럼요, 아니라면 제가 이 밤에 전화드릴 리가 없잖아요. 저는 대표님 말씀을 전달했으니 최대한 빨리해 주세요.
연결음이 한참 울린 뒤에야 진서준이 전화를 받았다.“이 시간에 무슨 일로 전화하셨죠?”진서준은 피곤한지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진 마스터님, 꼭 말씀드려야 할 일이 있어요.”강성철의 말에 진서준은 미간을 문질렀다.“무슨 일인데 그래요? 조금 전에 서울로 돌아와서 피곤한데, 내일 다시 얘기하면 안 될까요?”조금 전 진서준이 집에 돌아온 뒤, 따뜻한 물에 몸을 씻고는 허사연의 입술 끝에 쾌락을 느꼈다. 허사연과 함께 잠에 들 시간이라 거절하려 했지만 강성철이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진 마스터님, 정말 중요한 일이라 그래요.”“그럼 이쪽으로 오세요.”진서준은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었고 칫솔질을 마친 허사연이 쑥스러워하며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다. 진서준이 외출복으로 갈아입자 허사연이 물었다.“이 시간에 나가려고요?”“강성철 씨가 급한 일로 만나자고 해서 나가봐야 해.”진서준의 말에 허사연은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기에 갑자기 이러는 거죠?”“나도 몰라. 급한 일인 것 같았어.”진서준은 옷을 갈아입은 뒤 허사연을 침대에 눕혔다.“먼저 쉬고 있어. 빨리 들어올게.”“알겠어요.”허사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서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진서준은 별장 앞에 서 있었고 10분 뒤, 강성철의 차가 별장 앞에 멈춰 섰다.“진 마스터님!”“무슨 일 있어요?”강성철이 한숨을 쉬며 진서준을 바라보았다.“혹시 예전에 경성 진씨 가문과 충돌이 있었나요?”진서준이 멈칫하더니 되물었다.“경성 진씨 가문이라고요?”“네.”진서준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진씨 가문의 외척을 두 명 죽인 적 있어요.”진서준이 고양시에 갔을 때 진씨 가문 외척과 모순이 생겨서 싸움이 일어났지만 이건 오래전 일이었기에 아무도 진서준이 벌인 일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그럼...”강성철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진서준이 진씨 가문의 사람을 죽여서 진씨 가문 도련님이 허사연을 납치하려는 것임을 확신했다.“무슨 일인지부터 말하세요.”진서준이 목
내일 아침이 되어서야 허사연을 만나게 될 줄 알았던 오인혁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강성철이 이렇게 빨리 임무를 수행할 줄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먼저 씻어야겠어. 상쾌한 기분으로 그 여자를 맞이하는 거야!”오인혁은 재빨리 옷을 벗어 던지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얼마 후, 진서준과 강성철이 시즌 호텔에 도착했고 곧바로 오인혁의 방으로 향했다.“오인혁 씨, 저예요.”샤워하고 나서 쉬고 있던 오인혁은 강성철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신이 났고 아무 의심도 없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 뒤로 나타난 건 예쁜 여자가 아니라 커다란 주먹이었다.퍽!진서준은 오인혁의 콧대를 향해 주먹을 날렸고 통증과 함께 코뼈가 끊어졌다. 오인혁이 소리를 지르려 하자 진서준은 침으로 오인혁의 목을 찔렀다. 오인혁은 입만 뻐끔거렸고 얼굴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감히 내 여자를 납치하려 들다니,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야.”진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오인혁을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 진서준은 오인혁을 죽이기로 진작에 마음먹었고 경성 진씨 가문의 충견도 모조리 찢어 죽일 각오가 되어있었다. 갑자기 정신이 든 오인혁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허사연을 납치하랬더니 이놈이 왜 여기에 나타난 거야?’“어... 어...”오인혁은 벙어리와 흡사한 소리를 내며 버둥거렸다.“네가 찾은 강성철이 누군지 알아?”진서준은 말하면서 오인혁의 뺨을 후려갈겼고 오인혁은 뒤로 넘어졌다. 진서준은 이빨이 여러 개 떨어져 나간 오인혁의 얼굴을 딛고는 오만하게 말했다.“강성철은 내 수하인데, 감히 수하한테 내 여자를 납치하라고 지시해? 무식하면 제대로 알아보기나 해.”오인혁은 서울 지하 황제가 진서준의 수하인 줄 몰랐기에 이 상황이 무척 당황스러웠다. 강성철은 진서준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다급히 말렸다.“진 마스터님, 이 사람은 태하 영화 제작사 연예인이라 여기서 죽인다면 진씨 가문 도련님이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죽이시면 안 된다고요.”태하 영화 제작사에서는 오인혁을
강성철은 멈칫하더니 진서준을 쳐다보았고 진서준은 오인혁을 가리키며 피식 웃었다.“머릿속에 죄다 추잡한 생각뿐인 놈이니 재미난 걸 알려주려고요.”“지금 연락해 볼게요.”강성철은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후, 몸매가 좋은 남자 8명이 들어왔는데 팔뚝이 오인혁 다리보다 더 굵었다. 그 광경을 본 오인혁은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이러다 오늘 여기서 죽는 거 아니야?’진서준은 오인혁의 입에 약을 한 알 넣어주며 차갑게 웃었다.“이것만 먹으면 오늘 밤 힘이 남아돌 거야.”오인혁은 약을 토해내려 했지만 입에 들어간 약은 순식간에 녹았다. 몇 분 후, 구석에 기대있던 오인혁은 온몸에 힘이 솟는 것 같았다.이때 진서준이 강성철을 향해 말했다.“오늘 밤 내내 영상을 찍어서 내일 아침에 인터넷에 올리세요. 톱스타 행세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실컷 하게 해줘야죠!”강성철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인혁을 쳐다보며 혀를 끌끌 찼다. 진서준을 건드린 대가는 어마어마했고 그동안 건방지게 행동한 오인혁의 처참한 후과였다.진서준과 강성철이 떠난 뒤, 8명의 남자는 끓어오르는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오인혁을 덮쳤다. 진서준이 침으로 찔러서 소리를 내지 못하는 오인혁은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그리고 진서준이 먹인 약 덕분에 오인혁은 오늘 밤 내내 지치지 않을 것이다.진서준과 강성철은 차에 올라탔고 진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저에게 경성 진씨 가문에 관한 얘기를 해주세요.”강성철은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진 마스터님, 저도 사실 아는 게 별로 없어요. 진씨 가문은 4대 가문 중 하나이고 세력이 전국을 뒤덮을 정도로 규모가 커요. 정체를 숨긴 종문도 진씨 가문과 연관된 것 같더라고요. 처음에 진 마스터님을 알게 되었을 때 경성 진씨 가문 사람인 줄 알았어요.”전국을 통틀어 소년 종사는 아주 드물었고 설사 존재한다고 해도 손꼽히는 재벌가에서만 양성할 수 있었다. 강남 소씨 가문과 서남 유씨 가문에서 감히 토 달지 못할 절대적
별장 대문 앞으로 다가간 진서준은 백발홍안의 노인과 마주쳤는데 그 사람은 숨겨진 내공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했다. 진서준은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며 말했다.“당신은 누군데 이 시간에 날 찾아온 거지?”진서준은 노인을 지그시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내 아들과 손주를 죽였으면서 감히 날 모른다고 해?”노인의 두 눈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소름 돋는 살기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고 진서준과 원한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진서준은 노인이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았지만 확실한 건 두 사람은 초면이었다.“내가 한두 명 죽인 게 아니라서 기억이 안 나니까 아들이랑 손주 이름부터 말해.”진서준은 경계심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노인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별장 앞에서 싸우게 된다면 허사연을 비롯한 여자들을 놀라게 할 수 있기에 최대한 일을 크게 벌이지 않으려고 했다. 이때 박만년이 입을 열었다.“박주혁, 박주신 그리고 박인성. 이제 좀 기억이 나?”진서준은 그 이름을 듣고는 멈칫했다. 가족을 몰살한 기억은 없었지만 삼성 무도 대회에서 랭킹 10위였던 남조인을 죽인 것이 떠올랐다.“박인성은 기억나지만 박주혁은 잘 모르겠군.”그도 그럴 것이 박주혁 형제는 누렁이한테 맞아 죽었기에 진서준은 그 형제를 만난 적이 없었다. 박만년을 유심히 지켜보던 진서준은 박만년과 박인성이 닮았다는 것을 눈치챘다.두 사람은 모두 눈이 작았는데 남조인에 관한 기사의 내용과 비슷했다. 외꺼풀에 작은 눈이 특징이라더니 사실이었다.진서준은 팔짱을 낀 채 박만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아들이 안되면 아버지가 오고 당신마저 죽으면 당신 아버지도 오는 건가?”박만년은 10여 년 전에 세상을 뜬 아버지를 떠올리더니 눈에 분노가 이글거렸다. 진서준이 도발한다고 여긴 박막년이 목청을 높였다.“이 나쁜 놈, 입을 함부로 놀린다면 갈기갈기 찢어놓을 테야!”“왜 화를 내고 그래? 설마 아버지가 돌아가신 거야?”진서준은 박만년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걸 눈치챘기에 일부러 얄밉게 웃으며
진서준은 몇 걸음 물러나는 박만년을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왜, 내가 함정이라도 팠을까 봐 두려워?”진서준의 말이 허를 찌르자 박만년은 발끈했다.“헛소리 집어치워. 오늘 난 내 아들과 손주를 위해 복수하러 온 거야.”박만년은 몸속에 있는 강기를 모으더니 총알처럼 빠르게 날아가 진서준을 덮쳤다. 박만년의 주먹 위에 강기로 만들어낸 늑대가 두 마리 나타났다. 이것은 박씨 가문에서 5대째 내려오고 있는 늑대 권법이었는데 위력이 어마어마했다.아무리 종사라도 박씨 가문의 늑대 권법을 타파할 수가 없을 정도였기에 진서준은 박만년의 맹렬한 공격을 수비하는 것에 집중했다. 체내의 영기와 혈해가 동시에 모여들어 솟아올랐고 손바닥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박만년은 늑대 권법에도 겁먹지 않고 대응하는 진서준을 비웃었다.“박씨 가문 늑대 권법을 들어보지 못했나 봐? 30년 전, 나의 아버지는 오로지 늑대 권법으로 국내의 오급 대종사를 죽였어. 난 사급 대종사가 되었고 우리나라에서 나를 능가할 놈은 없었지.”박만년은 3년 전에 이미 사급 대종사가 되었고 권법으로 겨룰 수 있는 사람이 적었다. 유일하게 실력을 겨루어 볼 수 있는 사람은 이씨 가문의 괴물뿐이었다. 그 괴물 같은 사람은 박만년의 아버지보다 더 오래 살았기에 실력이 뛰어난 것도 납득이 되었다.하지만 고작 스무 살을 넘긴 진서준이 아무리 내공이 있다고 해도 연륜의 차이는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남조에 고수가 적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진서준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남조는 인구수가 적잖아. 내가 살았던 어느 지역과 비겨도 적으니 그중에서 뛰어난 사람이 뭐 몇 명이나 있겠어?”진서준의 말대로 큰 숲이 더 많은 새를 품을 수 있을 것이다. 남조와 대한민국의 인구수 차이는 몇만 명 정도가 아니었다. 대한민국 인구수의 10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는 남조는 경제나 무술 방면으로는 대한민국과 비교할 수 없었다.“닥치지 못해? 우리 남조의 역사를 네까짓 게 뭘 안다고 함부로 말해?”박만년은 남조를 위해 공헌한 사
“겨우 이 정도 실력이었어?”진서준의 담담한 말투에 박만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젊은이한테 모욕당하기는 처음이었던 것이다.“이마에 피도 안 마른 놈, 이제 시작이야!”박만년은 울부짖으며 체내의 강기를 모아 두 주먹을 힘껏 뻗었다. 진서준은 강한 압력에 의해 두 팔이 덜덜 떨렸고 박만년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하, 대단한 놈인 줄 알았더니 겉만 번지르르한 거였어.”진서준의 두 주먹에 모인 영기와 혈해가 점점 흩어지고 있었지만 진서준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이때 진서준이 박만년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온 힘을 다 쏟았을 것 같아?”박만년은 멈칫하더니 다시 주먹에 힘을 주며 소리를 질렀다.“이 상황에서도 센 척하고 싶어? 네가 온 힘을 다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날아갔을 거야!”박만년은 자신의 힘이 더 강하다고 믿었고 두 주먹의 강기를 감당하려면 진서준이 200퍼센트의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여겼다. 박만년이 승리를 예감하고 있을 때 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진기하라!”진서준의 말에 박만년은 표정이 굳어졌고 눈앞에 나타난 금색 실오라기를 쳐다보더니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네가 진을 칠 줄 안다고? 내가 이딴 걸로 겁낼 것 같아?”박만년이 소리를 질렀지만 진서준은 박만년 주먹의 힘을 빌려 뒤로 20미터 물러났다. 공중에 떠 있던 금색 실오라기가 이어지더니 반경이 3미터가 되는 원형 진을 이루며 박만년을 에둘러 쌌다. 대진중의 금색 실은 엉겨 붙어 수백 개의 칼이 되었고 금색 칼은 폭우가 내리듯 위에서 쏟아 내리며 박만년을 공격했다.투둑!박만년은 비명을 지르더니 강기로 간신히 공격을 막는 듯싶었지만 금속이 충돌하는 소리가 들리며 박만년 발밑의 땅은 점점 갈라졌다. 박만년은 아무런 상처도 없었고 계속해서 강기로 보호막을 만들었다.“이딴 게 무슨 진법이야! 쓰레기 같은 무술을 익혔군.”박만년은 금색칼의 폭격을 맞으면서도 진서준을 조롱했다. 진서준이 친 대진은 박만년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간을 끌어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젊은 종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종사는 함부로 모욕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 여자는 내 여동생이고 우리는 장씨 가문 사람이야. 너희가 정말 이런 사소한 일로 우리 장씨 가문과 적대할 작정이야? 나중에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지나 말라고!”장문주는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는 말을 장문주는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본인이 장씨 가문 사람인 이상, 종사라고 해서 그들을 쉽게 건드릴 수는 없었다.심지어 대종사라고 해도 장씨 가문과 정면으로 부딪치기를 꺼렸다.“그렇다면 네 여동생이 여기서 죽는 모습을 지켜보면 돼.”진서준은 눈을 살짝 감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사과하지 않으면 죽는 길밖에 없었다.진서준의 말은 언제나 실행에 옮겨졌다.“오빠... 제발 날 살려줘...”장문주의 여동생은 말할 기력조차 거의 다해 두 눈이 금방이라도 감길 듯했다.“조금만 버텨, 주호가 곧 올 거야!”장문주는 이제 말로 여동생을 격려하며 억지로 버티게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간호사의 통통했던 얼굴이 공기가 빠진 농구공처럼 말라버렸다.여동생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갑자기 눈을 감았고 입을 살짝 벌렸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영자야! 눈 떠 봐!”그 모습을 본 장문주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급히 이름을 외쳤다.아무 반응도 없는 여동생을 보자 이미 숨을 거뒀음을 알 수 있었다.“이 망할 놈아! 감히 내 여동생을 죽여? 네 피로 이 빚을 갚아야 할 거야!”장문주는 머리를 들고 광기에 찬 맹견처럼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진서준을 쏘아보며 울부짖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눈조차 뜨지 않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푹!순식간에 장문주도 여동생처럼 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허벅지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이 생겼다.“아까 분명 경고했지? 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말했다.장문주는 온몸을 떨며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을 보였다.
진서준은 배신과 약속을 어긴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증오했다.그동안 바빠서 장씨 가문에 대한 복수를 미뤘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이 제 발로 진서준을 찾아왔다.이번 기회에 장씨 가문과 그때 일을 철저히 결산할 작정이었다.“네가 장씨 가문 사람이었어? 참 잘됐네. 너희 가주 장조인을 여기로 당장 불러.”진서준의 냉담한 목소리에 장문주는 순간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다시 문지르고 믿기 힘들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뭐라고? 우리 가주를 여기로 부르라고?”장문주는 이 녀석이 무슨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장씨 가문은 비록 강남에서 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가문이었지만 서씨 가문과 진씨 가문을 제외하고는 어느 세력도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런데 이 애송이가 감히 그런 오만한 말을 내뱉다니, 장씨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진서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장문주를 향한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 시선에 장문주는 소름이 끼쳐 심장이 멎을 뻔했다.이렇게 살기를 띤 눈빛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좋아! 네가 죽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들어주지.”장문주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장씨 가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장문주는 장씨 가문의 외척일 뿐, 직계가 아니었다.장문주의 신분과 지위로는 장조인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었지만 장씨 가문의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 무인을 데려올 수는 있었다.곧이어 장문주는 휴대폰에 대고 병실 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차갑게 세 글자를 던졌다.“기다려!”전화를 끊은 후, 장문주는 진서준을 향해 오만한 눈빛을 보냈다.“곧 우리 장씨 가문 사람들이 올 거야. 네 놈이 어떻게 비참하게 끝장날지 두고 보겠어.”장조인이 아닌 다른 장씨 가문 사람이라는 말에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자식이 멍청해서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의심스러웠다.장씨 가문에서 진서준과 마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다음 순간, 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수간호사를 바라보았다.“1분 줄 테니 얼른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가족에게 네 장례 준비하라고 전화해야 할 거야.”장례 준비라니, 수간호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단지 이 영감에게 몇 마디 욕설을 날렸을 뿐인데 장례 준비하라고 하다니, 이 남자는 너무 뻔뻔했다.수간호사 오빠를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과연 누가 장례 준비를 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야. 우리 오빠가 곧 올 거야. 네가 끝장나는 건 시간문제야.”수간호사의 눈빛은 독기를 품고 있었고 그녀는 머릿속으로 이따가 진서준을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수간호사가 자기 말을 믿지 않자 진서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수간호사가 부른 사람을 기다렸다.약 30초 후, 병실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수간호사와 살짝 닮은 중년 남자가 병실로 들어왔다.여동생의 참담한 모습을 본 남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오빠, 드디어 왔어?”중년 남자를 본 수간호사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수간호사는 병원 교수인 오빠가 자기를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장문주는 바닥에 흥건히 고인 피와 피가 멈추지 않는 여동생의 다리를 보다가 마침내 시선을 진서준에게 고정했다.병실 안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앉아 있는 이 청년뿐이었다.“이 사람이 병원 경호원을 때려 다치게 했고 그것도 모자라 무슨 수를 써서 내 다리를 이렇게 뚫었어. 오빠, 얼른 복수해 줘.”장문주가 침묵을 지키자 수간호사는 또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다들 영자를 옆방으로 옮겨서 상처를 먼저 지혈해.”장문주는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경호원들이 수간호사를 들고 나갈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아직 사과를 안 했어. 못 나가.”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 평온한 목소
경호원 대장은 말하면서 고무 막대기로 진서준의 머리를 톡톡 치려고 했다.그러나 대장의 고무 막대기가 진서준의 머리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대장의 배에서 엄청난 힘이 전해졌다.다음 순간, 경호원 대장은 고속으로 달리는 화물차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 대장의 몸은 병실 벽에 박혀버렸다.대장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고 온몸의 뼈 역시 모두 부러졌다.수간호사와 나머지 경호원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남자가 정말 사람이 맞은가?단 한 번의 발차기로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를 저렇게 쉽게 날려버리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진서준과 권해철은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처럼 아무런 동요 없이 담담하게 치료를 계속했다.모두가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방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10초 안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진서준은 권해철에게 약을 바르면서 경호원들에게 경고했다.진서준의 말을 듣고서야 경호원들은 정신을 차렸다.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몇몇 경호원은 곧바로 대장을 들어 올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병실을 나갔다.순식간에 병실에 남겨진 건 멍하니 서 있는 수간호사뿐이었다.수간호사는 오랫동안 멍해 있다가 겨우 공포를 이겨내고 이성을 되찾았다.“건방진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 무도 쪽 사람인가 보네?”수간호사는 이를 악물고 흉측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이건 마지막 경고야, 얼른 사과해.”진서준은 수간호사를 바라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사과하라고? 꿈 깨. 이따가 너희 둘 다 무릎 꿇고 내게 사과해야 할 거야.”수간호사는 돌아서서 다시 사람을 부르려고 했다.하지만 이번엔 진서준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조금 전 진서준은 이미 수간호사에게 기회를 줬지만 수간호사는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진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수간호사의 허벅지에 닿았고 한순간에 수간호사의 허리보다 더 두툼한 허
철썩!중년 여자는 따귀를 맞고 제자리에서 거의 여덟 바퀴 돌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그리고 동시에 입안의 이가 시뻘건 피와 함께 입 밖으로 튕겨 나갔다.진서준의 이 귀싸대기는 중년 여자를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여자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한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병원에서 여자에게 대들거나 소리친 사람은 한 번도 없었고 여자의 얼굴에 손을 대는 사람은 더욱 있을 수 없었다.“감히 날 때려? 오늘 넌 이 폐인이랑 함께 끝장날 거야!”중년 여자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고 미친 사자처럼 화를 버럭 내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쌀쌀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며 한 번 더 강조했다.“사과해.”“죽어도 안 할 거야.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지금 당장 사람을 부르러 갈 거니까.”중년 여자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병실을 나갔다.진서준은 그 여자를 제지하지 않았다. 작은 수간호사가 과연 어떤 엄청난 배경이 있는지 지켜보려고 했다.“진 상경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사실 저 여자가 말한 것도 틀린 건 아니에요. 전 죽음을 앞둔 사람이에요...”눈에 서글픈 감정이 넘쳐나는 권해철은 자기 인생을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웠다.여태껏 유명세를 누리며 살아온 자기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런 우울한 말 하지 마세요. 오늘 점심 식사 전에 권 마스터님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습으로 치료해 드릴게요. 그리고 권 마스터님의 끊어진 경맥과 단전도 제가 해결해 드릴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경맥과 단전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진서준이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수간호사가 오지 않자 진서준은 간호사 스테이션에 가서 나이 많은 간호사 두 명에게 권해철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권해철이 노인이란 사실을 알고 두 중년 간호사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권해철의 옷을 벗겨주었다.권해철의 옷이 벗겨진 후, 진서준은 어젯밤에 서씨 가문에서 준비한 고약을 꺼냈다.이 검은색 고약
진서준이 도착했을 때, 류재훈은 이미 강남을 떠나 동부 국경으로 향했다.하지만 류재훈이 떠나기 전, 간호사를 따로 배정해 권해철을 돌보게 했다.진서준이 들어오자 권해철은 몹시 흥분을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을 반겼다.이전에 진서준이 이곳을 떠날 때, 권해철은 진서준이 가짜 천기각 각주의 손에 죽을까 봐 내심 걱정했었다.이제 진서준이 무사히 돌아온 모습을 보니 권해철은 가슴에 걸려있던 돌을 내리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진 상경님...”권해철은 일어나고 싶었지만 몸의 뼈가 전부 부러져 힘을 쓸 수가 없었다.“편히 누워 계세요. 오늘 저는 권 마스터님 부러진 뼈를 맞춰주러 왔어요.”진서준이 침대 옆으로 가서 권해철에게 말했다.“정말 고마워요, 진 상경님...”권해철은 진서준의 말을 듣자 감격스러워 눈물이 고였다.“권 마스터님 상처는 저 때문에 입은 거잖아요. 제가 없었다면 권 마스터님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예요. 오히려 제가 권 마스터님에게 미안해요.”진서준의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권해철이 진서준과 가까운 사이가 되지 않았다면 구지범도 굳이 권해철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자, 시간이 촉박해요. 긴말은 필요 없고 이제 뼈를 맞춰줄게요.”말을 마친 후, 진서준은 침대 옆의 벨을 눌렀다.잠시 후, 몸매가 흐트러진 중년 여자 수간호사가 들어왔다.“뭐예요?”수간호사는 진서준을 보며 냉담하게 물었다.“이분 옷을 벗겨주세요.”진서준이 정중하게 말했다.“당신은 손이 없나요?”수간호사는 팔짱을 끼고 되물었다.수간호사가 이런 당당한 태도를 보이자 진서준은 순간 당황했다.환자를 돌보는 게 간호사의 의무 아닌가?그런데 그 의무를 우리가 너에게 빌며 부탁해야 하는 것처럼 건방지게 굴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진서준의 표정이 즉시 굳어졌다.“당신이 류재훈이 배정한 이분을 간호하는 간호사 맞죠?”“그게 당신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당신이 돈을 준 것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에요.”여자 간호사는 귀찮은 표정을 지
“원망하지 않아, 하지만 반드시 무사하게 전투에서 살아남겠다고 약속해.”서지은은 고개를 들고 맑은 눈동자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응.”진서준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더 이상 혼자만을 위해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진서준의 아버지는 신농산의 금지구역에 갇혀 그의 구출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진서준의 여동생 진서라 몸속의 독소도 진서준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임씨 가문과 서씨 가문에서 각각 약초 하나를 제공한 지금, 필요한 약초는 아직 일곱 가지가 남아 있었다.진서준은 이번 대한민국 무도 위기가 해소된 후, 서남쪽 성약당에 다시 방문하기로 결심했다.어쩌면 성약당에서 필요한 약초 일부분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서준아...”서지은은 고개를 젖히고 눈을 살짝 감으며 진서준의 이름을 부드럽게 중얼거렸다.달빛을 받으며 품에 안은 아름다운 여성을 바라보는 진서준의 숨결이 조금 가빠졌다.“응...”얼굴이 붉어지는 나지막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정자 안에 울려 퍼졌다.어둠 속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이미 서광문이 명령해 철수한 상태였다.이제 주위 백 미터에는 진서준과 서지은만 남았다.순간, 분위기는 매우 애틋해졌다....경성, 국안부.진서훈은 아직 경성을 떠나지 않았다.진서훈 외에도 천자진군 송경식이 경성에 있었다.두 사람은 해외의 악당들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성을 지키고 있었다.“진 장군님 집안 손자 성장 속도가 좀 놀랍더군요.”송경식이 진서훈을 바라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아이는 요한의 자식이니까 재능이 뛰어난 건 당연한 겁니다. 게다가 창욱 어르신이 3년 동안 정성스레 교육했으니까 성장 속도가 빠른 거지요.”진서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번 용멸 계획 중에 많은 해외 무인들이 호시탐탐 그 아이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정말 변경에 보내 전투에 참여시키는 겁니까?”송경식이 탁자 위의 차가운 차를 집어 들자 2초도 안 돼서 차가 김을 내기 시작했다.그러나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진서훈은 송
이번 해외 강자들이 대한민국을 포위해서 공격하는 건 절호의 기회였다.만약 진서준이 이번 용멸 계획에서 큰 공을 세운다면 서광문이 언급한 전용 권리를 얻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대한민국 무도계를 공격하는 해외 강자는 결코 실력이 형편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국안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에 공격에 참여한 해외 강자들은 기본적으로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강자였다.대한민국 국안부의 종사 수는 본래 많지 않은 데다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사람은 더욱 적었다.이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안부는 산이나 농촌에 은거하고 있는 구시대 종사를 여러 명 초청했다.하지만 서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 내의 종사들은 거의 출동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단순했다. 가문 내 종사가 출동한 틈을 타서 다른 세가에 습격당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이것이 왕안석과 이한석이 아직 서씨 가문에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진씨 가문의 대종사도 물론 출동하지 않았다.나라가 없으면 가정이 없다고 했다.하지만 이런 이치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드물었다.적어도 서광문은 그렇게 할 수 없다.서광문은 자기 가족과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게 최우선이었다.식사가 끝난 후, 서지은은 진서준을 데리고 자택의 정원을 한가롭게 거닐었다.잠시 후, 서지은과 진서준은 호수 가운데 있는 정자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정자에 앉았다.“서준아, 넌 아빠가 방금 한 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난 명분 따윈 없어도 괜찮아.”서지은이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대다수 여성은 감성이 뛰어난 동물이다.여자 서지은은 일반 여성보다 더더욱 감성적이었다.서지은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거지라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권력이나 재물을 추구하는 다른 여성들과 비교하면 서지은이 원하는 건 단순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이 단순한 행복은 서지은이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좋아, 나도 더 이상 널 가르치려고 하지 않을게, 건가 잘 챙기고 이 전투에서 죽지 않도록 해.”전화를 끊고 난 후, 진서준은 다시 식탁으로 돌아갔다.“서준아, 얼른 밥 먹어.”서지은이 진서준에게 손짓했다.“알았어, 곧 갈게.”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서지은의 옆에 앉았다.진서준이 식탁에 앉자 서광문 가족이 드디어 젓가락을 들었다.이전에는 서광문이 서지은의 체면을 고려해 진서준에게 평온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제는 진서준에게 약간의 경외심이 생겼다.만난 지 겨우 석 달 만에 단 일격으로 고성운과 육위준을 처치했으니 1년이 더 지나면 서씨 가문은 이 용존 앞에서 진짜 하찮은 가족에 불과할 것 같았다.“진서준, 다음 계획이 무엇인가?”서광문이 물었다.진서준은 서지은이 집어준 그릇 안의 고기를 먹은 후 담담하게 대답했다.“용멸 계획이 곧 시작될 예정이니, 국경으로 갈 생각입니다.”서광문은 그 대답에 한순간 눈살을 찌푸렸지만 금세 인상을 풀었다.진서준이 오늘 보여준 실력으로 보아 만약 해외 강자와 맞닥뜨려 아쉽게도 패배하게 되더라도 적어도 그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서광문은 진서준을 굳이 설득하지 않았다.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분투하는 건 모든 국민이 응당 해야 할 일이다.진서준이 그런 능력이 있으니 서광문은 자연스럽게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우리 서씨 가문에서 도와줄 건 없어?”서광문이 진서준를 바라보며 물었다.“혹시 이 약재들, 서씨 가문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진서준은 진서라의 체내 독소 치료에 필요한 약재 리스트를 꺼냈다.그중 하나는 임씨 가문 가주가 진서준이 떠나기 전에 이미 준비한 것이었다.서광문이 대충 훑어보더니 마지막 약재를 보았을 때, 시선이 그 약재에 고정되었다.“그래, 이 약재는 네게 주지. 우리 서씨 가문에 두어도 큰 의미가 없으니까.”서광문이 집사에게 손짓했다.“가서 얼른 이 약재 가져와.”오하늘이 위에 적힌 약재를 보고 흠칫 놀라며 물었다.“저기... 가주님, 이 약재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