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은 지금 아무것도 보지 못하지만 허사연과 그녀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을 수 있다! 특히 허사연이 물속에서 걸으면서 생기는 물결 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조마조마했다!이러다가 걸리면 자신이 어떻게 이 사람들과 다시 마주할지 걱정이 됐다!“언니,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허윤진이 급히 일어나 허사연을 막았다.“무슨 일이야? 온천에 나가서 말해!”허사연은 허윤진이 말하는 문제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안 돼, 지금 말해야 해. 이 일은 진서준과 관련이 있어!”허윤진이 진서준을 핑계로 삼았다.허윤진은 진서준을 언급하면 허사연의 관심이 끌릴 것이라고 알았다. 실제로 허사연은 진서준과 관련된 얘기를 들으니 바로 자리에 멈춰 서서 앞으로 가지 않았다.“진서준은 어떻게 된 거야? 산약곡에 가지 않았어?”허사연이 물었다.“응, 그런데 이미 돌아왔어. 내가 온천에 오기 전에 진서준은 별장에 있었어.”허윤진이 말했다.“그럼 지금 진서준은 어디에 있어?”허사연이 급하게 물었다.이틀 동안 진서준을 보지 못한 허사연은 매우 그리웠다!“아마 방에서 쉬고 있을 거야. 얼굴색이 좋지 않았어. 아마 상처를 입은 것 같아.”허윤진이 거짓말을 했다.“뭐? 부상당했다고? 내가 가서 확인할게!”허사연은 진서준이 상처를 입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변하고 즉시 타올을 덮고 온천을 나갔다.김연아와 다른 몇 명도 진서준의 안위를 걱정하며 함께 나갔다.“휴——!”허윤진은 허사연과 그녀들이 떠나자 한숨 내쉬었다.“다행히 발견되지 않았어요. 아니면 큰일 날 뻔했어요!”진서준은 그때 일어나서 두 번 크게 숨을 쉬었다. 방금 물이 들어가서 배 속에 꽤 많은 온천이 쌓였다!“저 먼저 나가서 잠시 후에 밖에 사람이 없을 때 문을 두드릴게요.”허윤진은 진서준을 바라보지 않고 말했다.“그래요, 빨리 나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사연이와 다른 분들이 의심할 거예요!”진서준이 서둘러 말했다.허윤진이 온천실을 나간 후 진서준은 머리를 흔들며 속으로 생각했다.“이게 대체 무
허사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였다.‘설마 또 하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당신이 너무 보고 싶었어.”진서준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허사연을 끌어안더니 손으로 몸매 라인을 따라 쓸어내렸다. 온천에서 참았던 욕망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던 것이다.허사연은 배 아래로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졌고 귀까지 빨갛게 물들었다.“대낮에 하기 싫은데... 저녁에 다시 얘기해요.”허사연은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몰라서 눈빛을 피했고 흥분한 진서준은 당장이라도 눈앞의 여자를 덮치고 싶었다.“괜찮아, 각자 방에 있는데 뭐 어때.”진서준의 거친 숨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사연 씨, 더는 못 참겠어.”허사연은 진서준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고 입술을 깨물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럼 빨리 해야 해요. 윤진이가 알게 되면 큰일 난다고요.”진서준은 허사연을 와락 안고는 다급히 방문을 닫았다.“진서준 이 나쁜 놈, 온천에서 내 몸도 봤으면서 왜 언니랑 또 붙어있는 거야!”방에서 쉬고 있던 허윤진이 씩씩대며 인형한테 화풀이하고 있었다. 조금 전에 진서준을 찾으러 가려고 방에서 나왔는데 마침 두 사람이 진서준 방문 앞에서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봤던 것이다. 허사연과 진서준이 꼭 붙어있는 장면은 아무리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았고 아끼는 인형을 빼앗긴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예전의 허윤진이었다면 애써 괜찮은 척했겠지만 진서준과 보운산에 다녀온 뒤로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진서준한테 완전히 빠져들었고 목숨까지 바칠 수 있을 정도로 사랑했다.하지만 허윤진은 허사연의 친동생이기에 진서준과 이어질 수 없었다. 언니의 남자를 유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나 어떡해, 정말 어떡하냐고!”허윤진은 진서준 곁에 꼭 붙어있고 싶었지만 친언니의 남자를 뺏을 수 없다는 생각에 몹시 괴로워했다.“두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요.”허윤진과 진서준의 첫 만남에서 진서준이 무례한 말을 했었다.“언니한테 물어봐야겠어.”진서준과 허사연은 점심시
순간 정적이 흘렀고 모든 시선이 허윤진에게 집중되었다. 밥을 먹고 있던 허윤진도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고개를 들었다.“왜 그런 눈빛으로 보세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게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닌 것 같은데...”허윤진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허사연이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서 그래.”진서준은 허윤진이 좋아하는 남자가 누군지 궁금했고 허윤진이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생각에 언짢았다. 이유 모를 집착과 소유욕은 진서준을 끊임없이 괴롭혔다.진서준이 좋아하는 사람은 허사연뿐인데 왜 허윤진마저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다 저만 보고 있어서 그런지 너무 부끄러워요!”허윤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자 허사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밥 먹은 뒤에 나한테만 알려줘. 우리 윤진이도 다 컸네,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고 말이야.”허윤진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언니, 난 어릴 적부터 남자를 좋아했지, 여자한테 관심 없다고!”“어머, 그랬어?”허윤진의 말을 듣고는 모두 깔깔 웃어댔고 답답했던 공기가 삽시에 유쾌한 분위기로 뒤바뀌었다. 식사를 마친 뒤, 진서준이 그릇과 수저를 치웠다.“오빠는 쉬고 있어, 내가 할게.”진서준이 손을 내저으며 미소를 지었다.“아니야, 우리 둘이 같이하면 더 빠를 거야.”“좋아!”진서라는 신이 나서 진서준과 함께 주방으로 향했다. 한편, 허사연은 허윤진을 데리고 별장 앞마당으로 나왔다.“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려줘.”허사연이 묻자 허윤진은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언니, 내 말 듣고 화내면 안 돼.”방에서 한참 동안 고민했던 허윤진은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더 참다가는 미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내가 왜 화를 내겠어.”허사연이 미소를 짓자 허윤진은 심호흡하고는 말했다.“그럼 언니한테 솔직하게 말할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진서준 씨야.”허사연한테 알려주면 뺨을 맞을까 봐 걱정했던 허윤진은 말을 마친 뒤 두 눈을 질끈 감
허윤진은 제일 궁금한 점에 관해 물었다.“그럼 언니는 화도 안 나고 질투도 안 나?”허윤진은 진서준과 허사연이 꼭 붙어있을 때마다 속상했었는데, 친동생이 자신의 남자 친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허사연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처음에는 그랬었지만 지금은 괜찮아.”허사연이 미소를 짓자 허윤진은 깜짝 놀라면서 두 눈을 크게 떴다.“뭐라고?”‘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지?’허사연은 농담 삼아 지난 일을 꺼냈다.“진서준이 우리 아빠를 구해줬을 때, 우리 두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고 했었잖아.”“아니, 그 말은 웃어넘겼잖아.”이때 허윤진이 허사연의 손을 잡더니 물었다.“언니, 설마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어?”친자매가 한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면 무조건 소문이 퍼져서 난리 날 것이다.“나도 그저 넘기려고 했었는데, 네가 서준 씨를 향한 마음이 보이니까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어. 네가 다른 남자랑 결혼하면 괴롭힘당할까 봐 걱정했었는데 서준 씨랑 결혼하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잖아.”허윤진은 허사연의 말을 듣더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친자매가 한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받아들인 허사연이 대단해 보였다.“윤진아, 서준 씨랑 지내보면서 너도 알겠지만 일반인은 아니잖아. 앞으로 서준 씨 곁에 다른 여자들이 몰려들 거야. 강한 남자한테는 내조를 잘하는 여자가 한두 명이 아닐 테니 서준 씨와 끝까지 함께하려면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허사연이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우리 둘이 힘을 합쳐서 서준 씨가 다른 여자를 봐도 흥미가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해. 우리는 친자매니까 다른 여자에 비하면 유리하다고 볼 수 있어.”허윤진은 안절부절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언니, 그럼 앞으로 형부 옆에 다른 여자가 함께할 수 있다는 뜻이야?”허사연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지금도 서준 씨 옆에 여러 여자가 붙어있잖아. 김연아, 한보영, 유정 그리고 서씨 가문의 그 여자까지...”허윤진은 주먹을 꽉 쥐고는 씩씩댔다.“우리 두 사람으로도 부족
남해 항공 회사는 규모가 작은 편이긴 했지만 전 세계 500대 기업 순위에 들었다. 그런 회사를 단시간 내에 망하게 할 사람이라면 손꼽히는 재벌가의 사람일 것이다.그 남자의 건방진 말에 사람들은 수군거렸다.“비행기를 타는데 선글라스를 왜 끼는 거야? 너무 구려.”“조용히 해. 남해 항공 회사를 망하게 손 쓰겠다잖아.”“그렇게 돈이 많으면 전용 비행기를 샀겠지. 그럴 돈도 없으면서 허세 부리네.”구경하던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찼다. 재벌가 사람들은 일반 비행기의 비즈니스석 대신 전용 비행기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이런 소란을 피울 리가 없었다.“뻔하지, 서비스업 직원들한테만 화풀이하는 놈은 인생 글러 먹었어.”허윤진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소리에 자존심이 상한 그 남자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닥쳐! 너희들 내가 누군 줄 알고 함부로 입을 놀려? 내 정체를 알게 되면 당장 무릎부터 꿇으려 할 거야.”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고객님, 진정하세요. 곧 이륙 시간이라 탑승구를 닫아야 하니 이코노미석이 불편하시다면 내일 항공편으로 바꿔드릴게요.”여승무원도 점점 인내심을 잃어갔다.“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정말 내가 누구인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그 남자가 선글라스를 벗자 뭇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어머, 오인혁이잖아!”“이상한 랩으로 갑자기 인기가 많아진 그 사람이네.”“곁에 있는 여자가 오인혁 여자 친구인가?”오인혁을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어떤 여성 팬들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오인혁 곁으로 다가갔다. 진서준은 평소에 영화와 예능을 즐겨보지 않았기에 그 사람이 오인혁이든 육인혁이든 신경 쓰지 않았다.주위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오인혁은 전형적인 랩과는 다른 스타일의 랩으로 주목받았던 것 같았다. 이때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유명한 연예인이야?”“네, 국내에서 알아주는 톱스타죠.”허사연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회사에서 출시한 신제품 홍보대사로
“그깟 보상 때문에 이러는 줄 알아? 내가 반 시간 내에 쓴 신곡을 발매해도 당신 회사 한 달 수입 정도는 번다고!”오인혁 곁에 있던 여자가 나서서 말렸다.“인혁아, 진정해. 두 시간 정도만 참으면 서울에 도착할 거야.”진서준은 귀에 익은 목소리에 뒤돌아 그 여자를 쳐다보았다.“어쩐지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 같다 했어.”“아는 사람이에요? 누군데요?”허사연이 묻자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연 씨도 만난 적 있는 사람이야. 저 여자 조해영이잖아.”진서준과 조해영은 서울에서 큰 충돌이 있었던 사이기에 김연아도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정말 조해영이잖아? 저 여자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오인혁이랑 가까운 사이인가 보네.”김연아가 조성우 부부와 친하게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조해영과도 만나게 되었다. 김연아는 조해영이 제멋대로인 사람이라고 느꼈다. 만약 조성우가 서울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면 조해영은 진작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진서준이 일행과 얘기를 나눌 때, 조해영과 오인혁이 걸어들어오더니 진서준 바로 옆에 있는 자리에 앉았고 조해영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진서준과 시선이 마주쳤다.“진서준 씨, 여기서 다 뵙네요.”조해영은 깜짝 놀라면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 이창훈과 고양시에 갔을 때 진서준과 탁현수가 겨루는 모습을 보고는 진서준한테 복수하려던 계획을 접어야만 했다.진서준은 너무나도 강해서 조해영이 평생을 다 바쳐 노력해도 이길 수 없었다. 진서준은 그날에 조해영이 온 줄 몰랐기에 서울에서 만났을 때의 기억만 떠올랐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래서 뭐요?”오인혁은 진서준의 말을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조해영은 오인혁의 여자 친구이기에 다른 사람이 조해영을 무시하는 건 오인혁을 무시하는 것과 같았다.“해영아, 네 친구야?”조해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아니, 우리 큰아버지 친구야. 예전에 한 번 만나 뵌 적이 있었을 뿐이야.”조해영은 진서준을 두려워했기에 오인혁과 진서준 사이에 충돌이 생기는 것을 막고
오인혁은 진서준이 조해영에게 사과할 때까지 그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만약 두 사람이 계속 소란을 피운다면 비행기 내의 다른 승객의 불만을 일으킬 수 있기에 여승무원이 직접 나섰다. 그런데 여승무원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오인혁이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목청을 높였다.“나 오늘 기분 정말 뭐 같으니까 당장 내 여자 친구한테 사과해! 너 오늘 잘못 걸렸어.”진서준은 오인혁의 말을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이쯤에서 그만해. 비행기에서 던져버리기 전에 그만하라고.”비행기는 이미 이륙한 상태였고 상공 수천 미터에서 오인혁을 던져버리면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하지만 오인혁은 진서준의 말을 대수로이 여기지 않았고 계속해서 도발했다.“어디 한 번 해보든지, 네까짓 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진서준의 실력을 아는 조해영은 식은땀이 났다. 진서준은 한 손으로도 오인혁을 들 수 있기에 식은 죽 먹기였다.“서준 씨, 저런 사람은 상대하지 않는 게 나아요.”허사연은 일이 크게 번지는 것을 막고 싶었다. 만약 누군가 인터넷에 이 광경을 찍어 올린다면 오인혁의 순정 팬들이 진서준을 모욕할 것이고 극성팬들은 진서준의 정보를 캐내 직접 찾아올 수도 있었다. 진서준은 누가 찾아오든 두렵지 않았지만 평온한 삶에 영향을 줄 것이 뻔했다.허사연의 말을 들은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을 감고는 오인혁을 무시했다. 이때 허사연과 눈이 마주친 오인혁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오인혁이 봤던 연예인 중에 허사연처럼 이쁜 여자가 없었다고 느꼈는지 눈을 떼지 못했다.오인혁은 허사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부담스러운 시선이 느껴진 허사연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저... 안녕하세요.”오인혁은 조해영이 곁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허사연한테 먼저 말을 걸었다. 하지만 허사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진서준의 품에 안겨있었다. 조해영은 오인혁의 모습에 아주 실망한 것 같았다.“인혁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조해영의 말에 오인혁이 미소를 지었다.“저놈 미모에 속지 말라
조해영은 화가 솟구쳐 올랐다.“오인혁, 내가 경고하는데 그 사람 건드리면 정말 후회할 거야.”하지만 오인혁은 허사연한테 푹 빠져서 조해영이 뭐라고 하는지 듣지 않았다. 오인혁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건 톱스타여서일 뿐만 아니라 회사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회사의 대표는 권력을 손에 쥔 사람이라 레벨부터 남달랐다. 오인혁이 근 2년 이래 회사에 큰 수익을 가져다주지 않았다면 대표를 만날 자격조차 없었다. 여론이든 생활 속의 문제든 대표 한마디면 모두 해결할 수 있었기에 대표의 권세를 믿는 오인혁은 건방지게 행동했다. 두 시간 뒤, 비행기는 서울 공항에서 착륙했고 진서준과 일행들은 비행기에서 내렸다. 진서준 곁에 앉은 여자들이 허사연과 견줄 만큼 예뻤고 깜짝 놀란 오인혁은 입을 다물지 못하더니 동공이 흔들렸다.‘저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한둘이 아니라고? 두 사람은 친자매인 것 같은데...”예쁜 여자들을 물색하고 다니는 동안 처음 이렇게 많은 여자한테 마음을 빼앗겼을 것이다. 비행기에서 내린 오인혁은 매니저한테 전화를 걸었다.“인혁아, 너 어디 간 거야?”매니저는 전화를 받자마자 물었고 오인혁은 다급히 말했다.“나 지금 서울에 왔어. 회사 인맥 중에 서울 사람 있는지 알아봐.”“남주성에서 서울로 상경해서 자리 잡은 사람은 있는 것 같은데...”매니저의 질문에 오인혁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으니까 다 알아봐!”“그래, 조금 있다가 다시 연락할게.”오인혁이 전화를 끊은 뒤, 조해영은 팔짱을 끼고는 물었다.“너 그 여자를 만나려고 이러는 거지?”오인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조해영의 허리를 감쌌다.“아니, 내가 어떻게 우리 해영이를 두고 다른 여자를 만나겠어. 나한테는 네가 전부고 너밖에 없어.”오인혁의 달콤한 말에 넘어간 조해영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흥, 허사연을 쳐다보는 눈에서 꿀이 떨어지던데?”오인혁은 허사연의 이름을 듣고는 바로 기억했다.“시간도 늦었으니 얼른 호텔로 가자.”오인혁은 느긋하게 일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허사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