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맞았는데도 이렇게 멀리 도망칠 수 있는 걸 보니 그 늙은이가 많은 걸 가르쳐 줬네.”선두에 선 중년 남자가 변희영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그는 아예 진서준 등인을 무시했다. 그들은 보이게 너무 평범해서 아예 그 남자의 안중에도 없었다.“황윤준, 이 미친 자식들. 너희들은 사람도 아니야. 할아버지가 돌아오시면 반드시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변희영은 중년 남자를 향해 소리쳤고 화가 치밀어 올라 몸을 떨었다. 진서준은 그들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진서준은 당장 이 네 사람을 해결하고 빨리 허사연 등을 데리고 호텔에 가서 하룻밤 푹 쉬게 하고 싶었다.그들은 하루 종일 운전했다. 진서준은 수선자이기에 보통 사람과 신체 조건이 달랐지만 허사연 등은 모두 보통 사람이기에 지금 피곤함에 찌들어 있을 것이다. 유일한 수련자인 허윤진도 버틸 수 없을 정도이니 다른 사람들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3초 이내에 내 앞에서 사라져.”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 그러자 황윤준은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매섭게 째려보았다.“뭐라고? 내가 누군지 알아?”진서준은 대답하지 않고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셋.”“윤준 씨 이 자식은 저희에게 맡기세요. 저 자식을 죽이고 저년들을 데리고 가 오늘 저녁 신나게 놀아봅시다.”황윤준 옆에 서 있던 세 남자는 느끼한 눈빛으로 허사연 등을 쳐다보았다.사실 진서준이 이 일에 끼어들지 않았어도 그들은 허사연 등을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첫번째 이유는 증거를 남기고 싶지 않았고 그리도 두 번째 이유는 그들의 미모에 반했기 때문이다.황윤준은 나이가 들어서 여색에 관심이 없었지만 그를 따라온 세 청년은 모두 20대 초반의 남자들이라 미녀들만 보아도 흥분된 생각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자 눈에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혼자 이렇게 많은 미녀를 데리고 논다고? 대단하네. 하지만 오늘부터는 그러지 못할 거야.”한 청년이 진서준을 향해 걸어갔다.진서준의 앞에 다다르자 그는 손을 들
성약당 사람들은 변희영을 이렇게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다.“쓸데없는 말이 좀 많네.”말이 끝나자 진서준은 갑자기 사라졌다. 순간 황윤준 등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그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공포를 느꼈다. 죽어가는 자기 모습이 상상이 될 만큼 한 공포였다.황윤준은 무의식적으로 체내의 강기를 동원하여 자신의 온몸을 감쌌다. 하지만 진서준은 그에게 손을 쓰지 않고 먼저 다른 두 명을 죽였다.우드득...두 명의 부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눈을 부릅뜨더니 목이 부러진 채 죽었다.“개자식, 덤벼!”황윤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발에 힘을 주어 쿵 내딛더니 단단한 도로 바닥에 5cm의 깊은 발자국이 생겼다. 그리고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기면서 발자국을 따라 사방으로 퍼졌다.황윤준이 주먹을 휘두르자 하늘을 찌르는 듯한 굉음이 들렸고 공기마저 산산조각이 나는 듯했다.“조심하세요.”놀란 변희영은 얼른 큰 소리로 진서준에게 귀띔했다. 하지만 허사연은 담담하게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일개 종사가 제 남친을 다치게 할 순 없죠.”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허사연도 속으로 긴장했다. 낮에 진서준은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 연회에서 치열한 싸움을 겪었다. 비록 반날 쉬었다지만 완전히 회복됐는지는 미지수이다.진서준은 날아오는 주먹을 보면서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 그리고 모든 영기를 손끝에 모으자 마치 날카로운 검처럼 무서운 기세를 뿜어냈다.황윤준은 이 모습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진서준이 너무 날뛴다고 생각했다.“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이젠 죽을 때가 됐네.”황윤준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쿵...진서준의 손가락과 황윤준의 주먹이 부딪히자 주먹을 감싸고 있던 강기는 마치 거울처럼 부서지면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황윤주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이 녀석이 나보다 실력이 더 강하단 말인가? 말도 안 돼!’황윤준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진서준은 왼손으로 황윤준을 공격했다.쿵...황윤준
차는 시동을 걸고 다시 출발했다. 이젠 다들 전혀 졸리지 않았다. 김연아와 함께 뒷줄에 앉아 있던 변희영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쳐다봤다.“당신이 육장로를 죽인 진서준이예요? 저는 40, 50대 아저씨인 줄 알았는데.”그러자 진서준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제 얘기는 그만하고 당신은 누군데요? 성약당 사람들이 왜 당신을 죽이려고 해요?”진서준은 방금 황윤준이 한 말이 귀에 거슬렸다.늙은이가 변희영에게 많은 걸 가르쳐줬다고 했었으니 그 늙은이는 분명 변희영의 할아버지일 것이다.그러자 변희영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사실 저도 성약당 사람이에요.”그 말을 듣자 모두 변희영을 쳐다보았다.“하지만 저는 아까 나쁜 놈들이랑 달라요.”“맥을 끊지 말고 한 번에 다 말하는 게 좋을 거예요. 제가 도와줄 수도 있으니.”진서준은 성약당 사람들이 한 짓에 대해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하마터면 그의 어머니를 죽일 뻔했고 성약당 수하들은 심지어 가짜 약을 팔았다.그들은 잡히고도 자기가 성약당 사람이라고 협박하며 큰소리를 쳤다.진서준이 보기에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성약당은 사실 온갖 나쁜 짓을 다 하는 도적 소굴일 것 같았다.변희영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천천히 말했다.“제 할아버지는 지금의 성약당 당주 변지산이에요.”변희영이 말했다.“네? 성약당 당주 손녀라고요? 그런데 왜 성약당 사람들이 당신을 잡아요? 할아버지의 명령인가요?”허윤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는 순간 막장 드라마의 여러 장면이 머릿속에 떠 올랐다.“아니요. 할아버지는 5년 전 외출하셨다가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할아버지가 떠나기 전 성약당의 모든 경영권을 육장로님에게 넘기셨거든요. 처음에는 다들 열심히 사람을 구하고 약을 만들고 팔았죠. 하지만 점점 돈에 눈이 멀면서 성약당을 망쳤어요. 그리고 금지약물을 만들기 위해 살아있는 사람을 잡아다가 약으로 쓰기도 했죠. 저는 그들의 범행을 모두 기록했고 할아버지가 돌아오면 다 일러바치려고 했어요. 하지만
사람을 약재로 쓴다는 말을 듣자 진서준의 눈에는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 이런 사람은 죽여도 마땅하다. 심지어 인간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4품 대종사... 좀 까다롭긴 하지만 저도 조력자가 있어서 뭐...”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강주는 서남도의 중심 도시이다. 중심 도시에는 자연히 호국사가 있을 것이다. 진서준은 그때 국안부의 호국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변희영은 진서준의 조력자가 누구인지 몰라서 물었다.“조력자는 사람이 혹시 유씨 가문 사람이에요?”그러자 진서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유씨 가문? 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데요.”변희영은 눈을 부릅뜨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종사라는 분이 어떻게 서남 유씨 가문을 몰라요? 유씨 가문은 서남 제일 가문이고 우리 성약당과도 친분이 깊어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떠난 후 왕래가 뜸해졌죠.”변희영은 유씨 가문과 협력할 수만 있다면 성약당의 나쁜 사람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기도 전에 그들에게 잡혔다.“제 조력자는 유씨 가문 사람들이 아닙니다.”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명문가일수록 더 무정하기 마련이다. 김연아의 일 때문에 진서준은 제일 가문에 대해 아무런 호감이 없어졌다.“그럼 내일에 유씨 저택으로 갈까요? 유씨 가문에서 우리를 도와줄 수도 있는데.”변희영은 격동된 어조로 말했다.“아니요. 필요 없어요.”진서준은 차갑게 대답했다. 그러자 변희영은 잠시 멍해졌다. 그녀는 진서준의 태도가 변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서준 씨 혹시 전에 유씨 가문과 갈등이 있었어요?”“아니요. 그저 대가문들에 대해 호감이 없어서요.”“아, 그래요...”변희영은 마음속으로 유씨 가문의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유씨 가문과 변지산은 관계가 좋은 편이다. 변희영도 지금의 유씨 가문 가주를 알고 있어 유씨 가문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들은 또 30분을 달려서야 강주에 도착했다. 그리고 고급 호텔을 찾아 재빨리 샤워하고 바로
“서준 씨, 기다려. 늦어도 내일까지는 서준 씨를 찾으러 갈게. 살아 있을 때 함께 하지 못했다면 죽어서 같이 부부가 되면 되지. 주변에 여자가 많은 건 알겠지만 귀신이 된 후에 이리저리 매력을 흘리고 다니면 안 돼. 두세 명 정도는 이해해 줄게. 더 많으면 안 돼...”서지은은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것은 그녀가 운대산에서 몰래 찍은 진서준의 옆모습이었다.이때 방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서지은은 얼른 사진을 거두고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지은아!”서광문은 창백해진 서지은의 얼굴을 보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왜 오셨어요?”서지은은 차갑게 물었다. 그녀의 어투에 서광문은 무척 실망했다. 애지중지 키운 딸이 만난 지 보름 남짓 된 남자 때문에 자기를 이토록 차갑게 대하다니.서광문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지은아, 진서준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러 왔어.”서광문은 긴 숨을 들이마시며 천천히 말했다.“살아 있다고요? 저를 속이지 마세요. 결혼식장에 그렇게 많은 대종사가 있었는데 서준 씨가 어떻게 살아남아요?”서지은은 서광문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녀는 서광문이 자기가 바보짓을 할까 봐 속이려고 하는 줄 알았다.“속인 거 아니야. 진서준은 둘째 삼촌에게 죽임을 당할 뻔했으나 마지막 위급한 상황에서 전송 대진을 쓰며 김연아와 함께 도망쳤어.”서광문은 황급히 설명했다.“아빠, 이젠 소설을 쓰시네요. 제가 바보 같아요?”‘전송 대진? 차라리 블랙홀이라고 하지 그래요?’“지은아, 정말 사실이야. 만약 믿지 못하면 내가 이한석을 불러올게. 네가 직접 물어봐.”서강문은 너무 답답했다. 어떻게 아버지로서 할 역할을 해야 할지 이젠 막막했다.“그럼 한석 삼촌을 불러오세요. 제가 물어볼게요.”서지은이 말했다.“알았어. 지금 부를게.”서광문은 직접 이한석을 불러왔다.“한석 삼촌, 서준 씨는 죽었어요?”서지은은 이한석을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아니.”그러자 이한석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서지
“나중에 다시 오면 절대 절 제지하면 안 돼요.”서지은이 정색해서 말하자 서광문이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성약당.두 번째로 파견한 사람이 황윤준을 찾았을 때 그는 이미 기절해 있었고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야 깨났다.“황윤준, 너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닭 붙들 힘도 없는 여자도 못 잡아?”사장로가 병상 옆에 서서 황윤준을 나무라자 황윤준이 창백한 얼굴로 급히 설명했다.“사장로님, 제 말 먼저 들어보세요. 변희영을 거의 잡으려고 할 때 진서준이 나타났어요.”진서준의 이름을 듣자마자 사장로는 바로 황윤준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어디서 허튼소리야? 진서준은 중부 남주 사람인데 이곳에 있을 리가 없잖아.”황윤준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남주 사람이 집에 가만히 있지 않고 뭐 하러 서남 지역에 왔지?’“사장로님, 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진짜로 진서준을 만났어요. 그리고 그 자식이 자기 입으로 진서준이라고 승인했어요.”황윤준이 울상이 되어 설명하자 사장로는 거짓말인 것 같지 않아 콧방귀를 뀌면서 잡았던 멱살을 풀어줬다.“전에 진서준을 손 안 본 건 나와 사형 몇이 새로운 약을 만들기 위해서였어. 끝나서 남주로 찾으러 가려던 참인데 제 발로 올 줄이야.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자식.”사장로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황윤준에게 분부했다.“그 자식이 지금 어디 묵고 있는지 당장 알아봐. 내가 직접 다섯째 동생을 위해 복수할 거야.”그 말에 황윤준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가려면 세 명의 장로님과 함께 가세요. 진서준의 실력이 아주 강해요. 혼자 가시면 아마...”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장로가 버럭 화를 내며 눈이 퉁방울만 해졌다.“네 뜻은 내 실력이 진서준보다 못하는 거야?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어? 난 지금 대종사야. 종사 나부랭이를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 죽이는 것보다 쉬워.”말이 끝나자 사장로의 체내에서 선천강기가 폭발하더니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뒤집어지는 듯한 기세가 몸에서 뿜어져나왔다.순간 황윤준의 이마에서 식은땀
허윤진은 주변에 미인이 이렇게 많은데도 진서준이 밖에서 다른 여자들과 애매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뜻이었다.이 말을 허사연이 하면 문제가 없는데 허윤진이 말하니 이상하게 들렸다.처제가 될 허윤진도 진서준을 좋아한단 말인가?정작 허사연은 아무 생각도 없이 진서준을 흘기며 말했다.“우리는 서준 씨처럼 밖에 애인을 두고 그러지 않아요.”진서준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사연아. 그건 너의 착각이야. 나는 한 번도 밖에서 여자를 찾은 적이 없어. 나의 첫 경험을 너를 위해 지금까지 남겨두고 있어.”진서준의 말이 사실이긴 하지만 허사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무슨 헛소리를 하고 그래요.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진서준이 허허 웃으며 호텔 밖으로 나갔다.어제밤 자기 전에 류재훈으로부터 강주 호국사의 위치와 이름을 알아냈다.유기태, 2품 대종사, 베스트 랭킹 18위.실력으로 치면 그다지 강하지는 않았다.국안부에서 그를 이곳으로 파견한 이유는 유기태가 유씨 가족이기 때문이다.하여 유기태가 강주를 진수한 지 오래됐지만 누구도 감히 이곳에서 행패를 부리지 못했다.진서준은 차를 허사연 일행이 사용하라고 남겨주고 택시를 타고 유기태 만나러 갔다.유씨 가문 장원은 영남산에 있었고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강이 흐르는 풍수가 좋은 곳이었다.진서준이 위치를 말하자 택시 기사가 놀라면서 말했다.“나이도 젊은데 부자인가 봐요. 영남산에 다 살고.”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누구 만나러 가요.”“그래도 아주 대단하네요. 그곳에 사는 지인이 있다는 건 젊은이의 신분도 보통이 아니란 걸 의미하잖아요.”“우리 아들놈은 대학 졸업하고 집에서 게임만 하고 취직하라고 해도 말도 안 듣고 내 등만 처먹고 있네요.”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는지 기사는 울적해 있었다.진서준은 남의 가정사를 뭐라고 할 입장이 아니라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내가 만일 부자집에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살림살이 걱정할 필요 없고
아직 시내를 못 벗어났기에 진서준은 기사더러 멈추지 말고 계속 운전하라고 했다.좌, 우, 전, 후의 차도 택시를 멈추게 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시내를 벗어나 차가 그다지 많지 않은 도로에 도착하자 좌, 우 양측의 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가더니 차를 가로 멈춰 도로를 막았다.이 광경을 보고 기사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정신 나간 거 아니야?” 기사가 입으로는 욕하면서도 손은 호주머니를 향하더니 담배 한갑을 꺼냈다.“오늘 몇 푼 벌지도 못했는데 되려 깨지게 생겼어.”진서준이 그 모습을 보더니 기사를 향해 말했다.“선생님은 계속 가시면 돼요. 절 찾으러 온 거예요.”“젊은이 찾으러 온 사람들이에요?”기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자기가 욕해서 상대가 이러는 줄 알았다.“차비 드릴게요.”진서준이 만원권 한 장을 꺼내 기사에게 넘겨주고 차에서 내렸다.택시 기사는 돈을 받자마자 전속으로 도망쳤다.딱 봐도 자기가 상대할 수 없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진서준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뒤에 앉았던 사장로 일행도 따라 내렸다.“진서준, 네가 감히 강주로 와? 죽고 싶어 환장했어?”사장로가 죽일 듯이 진서준을 노려보았고 온몸에서는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죽고 싶은 사람은 당신이 아닌가요?”진서준이 조용히 말했다.“왕개미가 새끼 개미를 한 무리 거느리고 나를 죽일 수 있겠어요?”진서준이 자기를 개미라고 하자 사장로가 버럭 화를 냈다.“내가 보기에는 너야말로 개미 새끼에 불과해. 내 동생을 죽이고 어제저녁에는 또 우리 좋은 일을 망쳐버렸으니 절대 널 쉽게 죽이지 않을 거야.”“올 때 여자들도 데리고 왔던데 네가 보는 데서 여자들을 괴롭혀 죽일 거야.”말하면서 욕정이 꿈틀대는지 사장로가 나중에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흉측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이 말을 뱉는 순간 사장로는 이미 죽은 사람과 마찬가지다.자기 여자를 모욕한다면 하느님이라도 용서할 수 없다.“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럼 괴롭힘을 당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