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은 김문호의 말을 듣고, 무심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하찮은 진법으로 나를 막으려 하다니, 어리석군.”진서준이 발을 세게 내딛자, 김문호가 펼친 진법이 순식간에 허물어지며 사라져 버렸다. 진법이 아직 발동되기도 전에, 이미 진서준에 의해 파괴된 것이다.김문호의 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어떻게 이토록 짧은 순간에 자신이 만든 진법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인가?심지어 대종사라 해도 이 진법을 깨기 위해서는 몇 초는 필요할 텐데, 진서준은 그것을 눈 깜짝할 사이에 무너뜨렸다.김문호의 머릿속은 충격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급히 열 개의 금빛 검을 자신의 오른쪽으로 모아, 진서준의 검을 막아내려 했다.천문검이 떨어지자, 열 개의 금빛 검과 부딪쳤다. 마치 날카로운 칼날이 얇은 종이를 자르는 것처럼, 금빛 검의 맨 위에 있던 검이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다섯 번째 금빛 검이 부서진 후에야, 겨우 진서준의 검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나 김문호는 이미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고, 두 다리는 마치 기름칠을 한 듯이 빠르게 뒷걸음질쳤다.지금 김문호는 조금 전의 당당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더 이상 위엄을 유지할 수 없었고, 매우 초라해 보였다.“무서운 놈!”김문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분노에 휩싸였다.“바람이여, 불어라!”그의 외침과 함께 갑작스러운 강풍이 일어,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들 사방에서 진서준을 향해 몰려들었다. 진서준은 사방에서 몰려오는 바람의 칼날을 마주하며, 금이 간 천문검을 가슴 앞에 들었다.천문검은 아직 단련이 덜 된 상태였고, 진서준과 함께하는 동안 지금에 이르러서야 금이 간 것이다. 그만큼 천문검은 견고하고 충실한 동반자였다.이때 바람의 칼날들은 어떤 힘에 이끌리듯 공중에서 서로 회오리치기 시작했고, 결국 작은 토네이도로 변했다.토네이도의 외곽은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고, 그 바람은 앞서의 칼날들보다 훨씬 날카로웠다.이 기술은
우진영은 눈이 휘둥그레져, 자신이 보고 있는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금방 자신을 한 방에 제압했던 김문호가, 지금은 진서준의 검에 의해 두 팔이 잘려나간 것이다.우진영은 방금 전 자신이 했던 행동을 떠올리며 등골이 서늘해졌다. 만약 진서준이 그때 그를 죽이려고 마음먹었다면, 지금쯤 그는 이미 목과 몸이 분리되어 있었을 것이다.“아아아!”찢어질 듯한 비명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이제 김문호는 더 이상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지 못했고, 길가에서 헤매는 노인처럼 물 위에 쓰러져 고통스럽게 울부짖고 있었다. 그의 옷은 빠르게 피로 물들어 선명한 붉은색으로 변해갔다.“이제 왜 내가 이 별장에서 널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겠지.”진서준은 한 손에 검을 쥔 채, 약간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 방금 진서준이 휘두른 그 한 번의 검격은 그의 체내의 모든 기를 거의 소진시켰다. 하지만 지금 김문호는 더 이상 싸울 힘이 없었고, 그저 물 위에 누워서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다음 생에는 사람을 잘 가려. 어떤 사람은 당신이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든 천문검을 들어 김문호를 죽이려 했다.“죽이지 마! 날 죽이면 안 돼! 난 유씨 가문의 공신야. 내가 죽으면 너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김문호는 진서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느끼고, 팔이 잘린 고통도 잊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는 유씨 가문의 이름을 이용해 진서준을 협박하고, 그가 포기하도록 만들려 했다.진서준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서북 유씨 가문? 그들이 나를 찾지 않아도, 내가 직접 유씨 가문을 찾아갈 거야.”과거에 자신이 유지수와 이지성에 의해 감옥에 보내졌을 때, 진서준은 유씨 가문이 그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왜 그들이 그렇게 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당시 이 일을 계획한 배후자에게 물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어쨌든 진서준은 유씨 가문을 찾아갈 예정이었지만, 그건 내년 3월에 신농산을 나올 때의 일이다.유씨 가문의 이름이 더 이상 통하지
하지만 뼛속까지 전해지는 고통은 가시지 않고 파도처럼 넘실대며 김문호의 대뇌로 전해왔다.진서준은 김문호의 뒤를 따르며 별장으로 향해 걸어갔다. 우진영은 감히 도망가지 못하고 재빠르게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별장에 도착해 김문호는 진서준 일행을 데리고 2층의 작은 방에 도착했다.“여기 있어요.”김문호가 턱으로 방을 가리켰다.진서준이 문을 힐끗 보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여기에 진법을 숨긴 걸 내가 모를 것 같아?”“진법을 숨긴 건 외부인의 침입을 방지하려는 거지 선생님을 해치려는 건 아니에요.”김문호가 울상이 되어 말했다.“알았어. 농담한 건데 뭘 그렇게 겁을 먹어?”김문호의 얼굴을 보면서 진서준은 대수롭지 않게 피식 웃었다.죽음 앞에서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태연한 척하기 힘들었다.조금 전 청수호에서 영기를 보충했기에 진서준은 한 손으로도 쉽게 진법을 제거했다.진법을 제거하고 방으로 들어가니 책상 위에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은 나무상자가 있는 것을 보았다.진서준은 바로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영기를 느꼈다.“보물이 저 상자 속에 있어요.”김문호의 말을 듣고 걸어가 나무 상자를 열어보니 속에 주먹만 한 맑고 투명한 돌이 들어있었다.“영정석이야.”영정석을 본 진서준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영정석만 있으면 강남의 제일 장인을 못 찾더라도 천문검을 보수할 수 있었다.마침 내일 하루 시간이 더 있기에 보수할 시간이 충분했다.“전 이젠 가도 돼요?”김문호는 진서준의 싱글벙글한 표정을 보면서 재빨리 물었다.“썩 꺼져.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아니면...”진서준이 차갑게 노려보니 김문호는 겁이 나 바로 몸을 돌려 도망갔다.김문호가 가고 나서 진서준은 영정석을 자신의 저장 반지에 넣고 객실로 돌아왔다.“진 마스터님,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용서해 주세요.”우진영이 진서준의 앞에 풀썩 무릎을 꿇으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건 그가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만일 지금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으
허윤진이 한보영과 함께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본 허사연은 감동해서 울 뻔했다.허사연은 여동생이 자기를 도와주려는 것을 눈치챘다.“서준 씨, 다친 데는 없어요?”아무도 없자 그제야 허사연이 본 모습을 드러냈다.“다쳤어.”진서준이 기침하며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웠다.“어딜 다쳤어요? 봐봐요.”허사연이 깜짝 놀라면서 진서준의 손을 잡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방금 김문호와 싸우면서 거의 모든 힘을 다 쏟아부어서 지금 양기가 너무 왕성해. 양기를 꺼버리지 않으면 심한 내상을 입을 수 있어. 손 만져봐. 뜨겁지?”진서준은 허사연의 손을 잡으면서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쓰다듬었다.“어머, 왜 이렇게 뜨거워요?”허사연은 진서준의 말을 의심했으나 불같이 뜨거운 체온에 깜짝 놀라 삽시간에 의심이 사라졌다.사실 이건 진서준의 계략이었고 영기를 이용해 자신의 체온을 순간적으로 높이는 수법이었다.“서준 씨,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돼요.”허사연이 놀라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음기를 흡수하면 좋아질 수 있긴 한데...”진서준은 아픈 척하며 무기력하게 말했다.“네?”허사연이 움찔하더니 바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잘 익은 사과와 같았다.“조...조금만 기다리면 안 돼요? 윤진이와 보영 씨가 잠들면 우리가...일을 치르면...”여기까지 말한 허사연은 부끄러워서 얼굴을 진서준의 품에 묻으며 귀뿌리까지 빨개졌다.진서준은 오해가 커진 걸 느끼고 깜짝 놀랐다.그저 허사연이 키스해 주길 바란 건데 그 일을 생각할 줄 몰랐다.“사연아, 그렇게 복잡할 건 없고 입으로 음기만 불어주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어.”진서준이 다급하게 말했다.“그래도 돼요?”허사연이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행여 진서준의 몸에 이상이 생길까 봐 그녀는 자기 한 몸 바쳐서라도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되지. 한번 해봐.”“그럼 해볼게요.”허사연은 진서준의 목을 안고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두 사람은 키스 삼매경에 빠졌고 진서준의 손이 자연스럽게 허사연의
2층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 허윤진의 눈빛에는 분노와 부러움과 질투가 섞여 있었다....이튿날 아침 진서준과 허사연 일행은 기차역으로 진서라를 마중하러 왔다.“오빠.”진서준을 발견한 진서라는 달려오면서 진서준의 품에 와락 안겼다.주위의 여객들이 진서준을 향해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곁에 세 명의 미인이 서 있었고 그중 두 명은 자매였고 품에 또 한 명의 미인을 안고 있으니 마냥 부럽기만 했다.“서라야. 오빠가 있잖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진서준은 진서라의 등을 다독이며 작은 소리로 달랬다.“오빠만 믿을게.”진서라가 힘 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가에 흐른 눈물을 닦았다.“새언니, 윤진 씨, 보영 언니.”진서라는 허사연 일행에게 인사를 건넸다.새언니라는 호칭에 허사연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요즘 더 야윈 거 아니에요? 집에 가서 맛있는 보양식을 해줄게요.빨리 가요.”“새언니, 고마워요.”진서라가 웃으며 말했다.“고맙긴요.”진서준은 네 명의 미인과 함께 별장으로 돌아왔다.네 사람을 별장에 내려놓고 진서준이 말했다.“잠깐 나갔다 올게. 늦게나 들어올 것 같으니까 기다리지 말고 밥 먹어.”“조심해서 다녀와요.”허사연이 걱정스레 말했다.“걱정하지 마.”진서준은 차를 운전해 바로 운대산으로 가지 않고 김씨 가문으로 향했다.요즘 김연아가 어떻게 지내는지 만나러 갔다....결혼식 때문에 배수정은 김씨 가문에 반 달 남짓 더 머물렀다.의식주행은 신경 쓸 것 없으나 유일한 고민이라면 김씨 가문의 한 도련님이 매일 배수정을 보러왔다.이 도련님은 하필 김씨 가문의 직계 후손이라 화도 내지 못하고 마냥 참고만 있었다.띵똥...벨소리가 울렸다.배수정은 잔뜩 귀찮은 얼굴로 문을 열었다.문을 열어보니 멋진 청년이 꽃다발을 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배수정을 바라보고 있었다.“수정 씨, 이건 방금 호숫가에서 꺾어온 장미예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김태영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고마워요. 그런데 저는 꽃을 좋아
갑자기 나타난 남자는 바로 어제저녁 배수정과 연락했던 진서준이었다.진서준의 이름을 부르려다가 주방에 있는 김태영이 생각나 급히 입을 틀어막으며 손으로 주방을 가리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진서준은 배수정의 손짓을 알아채고 2층으로 올라오라고 손짓했다.“태영 씨, 밥해서 먹고 있어요. 전 머리가 아파 방에 올라가 쉴게요.”말하고 나서 김태영의 답을 듣지도 않고 2층으로 올라가 진서준을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왜 이 시간에 왔어요?”배수정이 조심스레 물었다.“그럼 언제 와요? 밤에 오면 간통하는 것 같잖아요.”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간통이라는 말에 배수정의 예쁜 얼굴이 빨개지면서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해요?”“장난이에요. 화내지 마요.”진서준이 허허 웃더니 이내 정색해서 말했다.“연아는요? 어느 별장에 있어요?”“전에는 제 옆 별장에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저도 몰라요. 나중에 김태영한테 물어보면 어디 있는지 알 거예요.”배수정이 말했다.“서준 씨, 한 가지 일을 서준 씨는 아마 모를 거예요.”“무슨 일요?”진서준이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배수정을 바라보며 물었다.진서준이 모르는 일이 아직도 남아있단 말인가?“전에 고양시에서 탁씨 성을 가진 사람과 결투한 적 있죠?”배수정이 물었다.“맞아요.”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탁현수, 남주성 일위 일품 대종사!“사실 서준 씨가 탁현수와 결투한 날 연아 씨도 있었어요. 서준 씨가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김씨 가문의 종사님도 모시고 갔어요.배수정이 감개무량하게 말했다.“뭐라고요?”진서준이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이 일을 진서준은 정말 모르고 있었다.“그럼 연아가 날 보호하려고 김형섭의 요구대로 김씨 가문으로 돌아갔단 말인가요?”“맞아요. 전에 연아 씨가 말해줬어요. 연아 씨는 서준 씨가 알기 원하지 않더라고요.”배수정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한숨을 쉬며 말했다.“연아 씨는 착한 여자인데 아쉽네요...”진서준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나 때문에 연아
김태영은 배수정이 눈앞의 양아치한테 꼬투리라도 잡힌 줄로 생각했다.진서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김태영을 바라봤다.김씨 가문의 모든 이에 대해 아무런 호감이 없었다.“3초 동안 시간 주겠으니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무슨 일이 생길 줄 모른다고?”김태영이 웃었다.“여기가 어딘지 알아? 여긴 김씨 가문이고 나는 김씨 가문 직계 후손이야. 감히 날 건드려?”김태영이 다가가더니 손가락으로 진서준의 가슴팍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너야말로 수정 씨 꼬투리 잡은 거 있으면 당장 내놔. 아니면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할 거야.”배수정은 당황해하며 결코 진서준과 김태영이 충돌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았다.만일 김씨 가문 종사들이 알고 달려오면 진서준은 영락없이 잡히고 만다.“셋.”진서준은 김태영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냉랭하게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김태영이 잠깐 멍해 있더니 미친 듯이 웃어댔다.“대단한 자식이네. 내가 이곳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네가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볼 거야.”김태영은 진서준을 전혀 겁내지 않았다.이곳은 김씨 가문 구역이기에 외부인은 절대 이곳에서 김씨 가족을 건드릴 수 없었다.“둘.”진서준의 눈빛이 예리한 칼날처럼 날카로워지면서 마치 김태영을 반으로 쪼개버릴 것만 같았다.김태영은 진서준의 눈빛에 깜짝 놀라며 발밑으로 찬 기운이 올라왔다.“하나.”“안 돼요.”배수정이 갑자기 진서준을 끌어안으며 진서준의 입술을 깨물었다.진서준은 순간 멍해지면서 의아한 표정으로 배수정을 바라보았다.한쪽에 서 있던 김태영도 바보처럼 멍해 있었다.반 달 동안이나 대시했던 여신이 갑자기 자기가 보는 앞에서 강제적으로 다른 남자에게 키스하고 있다.김태영의 가슴속에서 분노가 활활 타오르면서 악에 찬 목소리로 소리질렀다.“대체 뭐 하는 짓이야?”진서준은 그제야 배수정을 급히 뿌리쳤다.“수정 씨...”“키스해달라면서요? 해주면 될 거 아니에요?”배수정은 진서준을 향해 눈을 흘기더니
진서준의 추측대로 김연아는 장원 제일 안쪽에 자리 잡은 별장에 있었다.두 가문의 혼사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김형섭의 아내 서혜련은 두 명의 종사를 파견해 김연아를 감시하게 했고 한 발짝도 별장 밖을 나가지 못하게 했다.마치 새장에 갇힌 가여운 새와도 같았다.“사랑하는 언니. 이제 곧 시집가겠는데 기분이 어때? 설레고 행복해?”김혜민이 별장에 들어서더니 생글생글 웃으며 김연아를 바라보았다.저번에 서울에서 받은 굴욕을 배로 갚아줄 기회가 생겼다.김연아같이 아름다운 여인이 서씨 가문의 바보와 결혼한다니 기뻐서 날아갈 것만 같았다.김혜민의 도발에도 김연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흔들림이 없었다.화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아예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로 결심했다.김연아가 아무 말 없이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자 김혜민은 울화가 치밀었다.“김연아, 넌 화 안 나?”김연아가 왜 이렇게 태연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도리대로라면 불같이 화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만일 자기가 이런 일을 당한다면 상대와 목숨 걸고 싸웠을 것이다.“왜 화내야 해?”김연아는 전혀 흥분하지 않고 되물었다.“나 때문에 바보와 결혼하게 되었는데 나를 원망하지 않아?”김혜민이 눈살을 찌푸리며 무섭게 노려보았다.김연아가 울분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라도 알아내려고 애를 썼다.하지만 김연아의 표정은 물론 심지어 눈빛도 전혀 흔들림이 없어 김혜민은 좌절감을 느꼈다.“왜 원망해야 해? 올 건 언제라도 와. 그리고 내가 선택한 길인데 누굴 원망해?”김연아가 담담하게 말했다.김씨 가문으로 돌아올 때 김연아는 자신이 정략결혼의 피해자일 것이라는 추측을 했었다.전에 김형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딸 김연아와 아내를 포기했다면 지금 가족의 이익을 위해 똑같이 김연아를 희생할 수 있다.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린 결정이기에 김연아는 후회하지 않았다.“이제 와서 무슨 잘난 척이야? 분명히 화가 나면서 왜 숨겨?”김혜민은 히스테리를 부리며 김연아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이 년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젊은 종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종사는 함부로 모욕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 여자는 내 여동생이고 우리는 장씨 가문 사람이야. 너희가 정말 이런 사소한 일로 우리 장씨 가문과 적대할 작정이야? 나중에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지나 말라고!”장문주는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는 말을 장문주는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본인이 장씨 가문 사람인 이상, 종사라고 해서 그들을 쉽게 건드릴 수는 없었다.심지어 대종사라고 해도 장씨 가문과 정면으로 부딪치기를 꺼렸다.“그렇다면 네 여동생이 여기서 죽는 모습을 지켜보면 돼.”진서준은 눈을 살짝 감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사과하지 않으면 죽는 길밖에 없었다.진서준의 말은 언제나 실행에 옮겨졌다.“오빠... 제발 날 살려줘...”장문주의 여동생은 말할 기력조차 거의 다해 두 눈이 금방이라도 감길 듯했다.“조금만 버텨, 주호가 곧 올 거야!”장문주는 이제 말로 여동생을 격려하며 억지로 버티게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간호사의 통통했던 얼굴이 공기가 빠진 농구공처럼 말라버렸다.여동생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갑자기 눈을 감았고 입을 살짝 벌렸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영자야! 눈 떠 봐!”그 모습을 본 장문주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급히 이름을 외쳤다.아무 반응도 없는 여동생을 보자 이미 숨을 거뒀음을 알 수 있었다.“이 망할 놈아! 감히 내 여동생을 죽여? 네 피로 이 빚을 갚아야 할 거야!”장문주는 머리를 들고 광기에 찬 맹견처럼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진서준을 쏘아보며 울부짖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눈조차 뜨지 않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푹!순식간에 장문주도 여동생처럼 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허벅지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이 생겼다.“아까 분명 경고했지? 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말했다.장문주는 온몸을 떨며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을 보였다.
진서준은 배신과 약속을 어긴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증오했다.그동안 바빠서 장씨 가문에 대한 복수를 미뤘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이 제 발로 진서준을 찾아왔다.이번 기회에 장씨 가문과 그때 일을 철저히 결산할 작정이었다.“네가 장씨 가문 사람이었어? 참 잘됐네. 너희 가주 장조인을 여기로 당장 불러.”진서준의 냉담한 목소리에 장문주는 순간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다시 문지르고 믿기 힘들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뭐라고? 우리 가주를 여기로 부르라고?”장문주는 이 녀석이 무슨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장씨 가문은 비록 강남에서 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가문이었지만 서씨 가문과 진씨 가문을 제외하고는 어느 세력도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런데 이 애송이가 감히 그런 오만한 말을 내뱉다니, 장씨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진서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장문주를 향한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 시선에 장문주는 소름이 끼쳐 심장이 멎을 뻔했다.이렇게 살기를 띤 눈빛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좋아! 네가 죽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들어주지.”장문주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장씨 가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장문주는 장씨 가문의 외척일 뿐, 직계가 아니었다.장문주의 신분과 지위로는 장조인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었지만 장씨 가문의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 무인을 데려올 수는 있었다.곧이어 장문주는 휴대폰에 대고 병실 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차갑게 세 글자를 던졌다.“기다려!”전화를 끊은 후, 장문주는 진서준을 향해 오만한 눈빛을 보냈다.“곧 우리 장씨 가문 사람들이 올 거야. 네 놈이 어떻게 비참하게 끝장날지 두고 보겠어.”장조인이 아닌 다른 장씨 가문 사람이라는 말에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자식이 멍청해서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의심스러웠다.장씨 가문에서 진서준과 마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다음 순간, 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수간호사를 바라보았다.“1분 줄 테니 얼른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가족에게 네 장례 준비하라고 전화해야 할 거야.”장례 준비라니, 수간호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단지 이 영감에게 몇 마디 욕설을 날렸을 뿐인데 장례 준비하라고 하다니, 이 남자는 너무 뻔뻔했다.수간호사 오빠를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과연 누가 장례 준비를 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야. 우리 오빠가 곧 올 거야. 네가 끝장나는 건 시간문제야.”수간호사의 눈빛은 독기를 품고 있었고 그녀는 머릿속으로 이따가 진서준을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수간호사가 자기 말을 믿지 않자 진서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수간호사가 부른 사람을 기다렸다.약 30초 후, 병실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수간호사와 살짝 닮은 중년 남자가 병실로 들어왔다.여동생의 참담한 모습을 본 남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오빠, 드디어 왔어?”중년 남자를 본 수간호사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수간호사는 병원 교수인 오빠가 자기를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장문주는 바닥에 흥건히 고인 피와 피가 멈추지 않는 여동생의 다리를 보다가 마침내 시선을 진서준에게 고정했다.병실 안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앉아 있는 이 청년뿐이었다.“이 사람이 병원 경호원을 때려 다치게 했고 그것도 모자라 무슨 수를 써서 내 다리를 이렇게 뚫었어. 오빠, 얼른 복수해 줘.”장문주가 침묵을 지키자 수간호사는 또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다들 영자를 옆방으로 옮겨서 상처를 먼저 지혈해.”장문주는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경호원들이 수간호사를 들고 나갈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아직 사과를 안 했어. 못 나가.”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 평온한 목소
경호원 대장은 말하면서 고무 막대기로 진서준의 머리를 톡톡 치려고 했다.그러나 대장의 고무 막대기가 진서준의 머리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대장의 배에서 엄청난 힘이 전해졌다.다음 순간, 경호원 대장은 고속으로 달리는 화물차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 대장의 몸은 병실 벽에 박혀버렸다.대장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고 온몸의 뼈 역시 모두 부러졌다.수간호사와 나머지 경호원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남자가 정말 사람이 맞은가?단 한 번의 발차기로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를 저렇게 쉽게 날려버리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진서준과 권해철은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처럼 아무런 동요 없이 담담하게 치료를 계속했다.모두가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방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10초 안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진서준은 권해철에게 약을 바르면서 경호원들에게 경고했다.진서준의 말을 듣고서야 경호원들은 정신을 차렸다.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몇몇 경호원은 곧바로 대장을 들어 올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병실을 나갔다.순식간에 병실에 남겨진 건 멍하니 서 있는 수간호사뿐이었다.수간호사는 오랫동안 멍해 있다가 겨우 공포를 이겨내고 이성을 되찾았다.“건방진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 무도 쪽 사람인가 보네?”수간호사는 이를 악물고 흉측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이건 마지막 경고야, 얼른 사과해.”진서준은 수간호사를 바라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사과하라고? 꿈 깨. 이따가 너희 둘 다 무릎 꿇고 내게 사과해야 할 거야.”수간호사는 돌아서서 다시 사람을 부르려고 했다.하지만 이번엔 진서준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조금 전 진서준은 이미 수간호사에게 기회를 줬지만 수간호사는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진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수간호사의 허벅지에 닿았고 한순간에 수간호사의 허리보다 더 두툼한 허
철썩!중년 여자는 따귀를 맞고 제자리에서 거의 여덟 바퀴 돌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그리고 동시에 입안의 이가 시뻘건 피와 함께 입 밖으로 튕겨 나갔다.진서준의 이 귀싸대기는 중년 여자를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여자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한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병원에서 여자에게 대들거나 소리친 사람은 한 번도 없었고 여자의 얼굴에 손을 대는 사람은 더욱 있을 수 없었다.“감히 날 때려? 오늘 넌 이 폐인이랑 함께 끝장날 거야!”중년 여자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고 미친 사자처럼 화를 버럭 내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쌀쌀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며 한 번 더 강조했다.“사과해.”“죽어도 안 할 거야.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지금 당장 사람을 부르러 갈 거니까.”중년 여자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병실을 나갔다.진서준은 그 여자를 제지하지 않았다. 작은 수간호사가 과연 어떤 엄청난 배경이 있는지 지켜보려고 했다.“진 상경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사실 저 여자가 말한 것도 틀린 건 아니에요. 전 죽음을 앞둔 사람이에요...”눈에 서글픈 감정이 넘쳐나는 권해철은 자기 인생을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웠다.여태껏 유명세를 누리며 살아온 자기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런 우울한 말 하지 마세요. 오늘 점심 식사 전에 권 마스터님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습으로 치료해 드릴게요. 그리고 권 마스터님의 끊어진 경맥과 단전도 제가 해결해 드릴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경맥과 단전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진서준이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수간호사가 오지 않자 진서준은 간호사 스테이션에 가서 나이 많은 간호사 두 명에게 권해철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권해철이 노인이란 사실을 알고 두 중년 간호사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권해철의 옷을 벗겨주었다.권해철의 옷이 벗겨진 후, 진서준은 어젯밤에 서씨 가문에서 준비한 고약을 꺼냈다.이 검은색 고약
진서준이 도착했을 때, 류재훈은 이미 강남을 떠나 동부 국경으로 향했다.하지만 류재훈이 떠나기 전, 간호사를 따로 배정해 권해철을 돌보게 했다.진서준이 들어오자 권해철은 몹시 흥분을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을 반겼다.이전에 진서준이 이곳을 떠날 때, 권해철은 진서준이 가짜 천기각 각주의 손에 죽을까 봐 내심 걱정했었다.이제 진서준이 무사히 돌아온 모습을 보니 권해철은 가슴에 걸려있던 돌을 내리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진 상경님...”권해철은 일어나고 싶었지만 몸의 뼈가 전부 부러져 힘을 쓸 수가 없었다.“편히 누워 계세요. 오늘 저는 권 마스터님 부러진 뼈를 맞춰주러 왔어요.”진서준이 침대 옆으로 가서 권해철에게 말했다.“정말 고마워요, 진 상경님...”권해철은 진서준의 말을 듣자 감격스러워 눈물이 고였다.“권 마스터님 상처는 저 때문에 입은 거잖아요. 제가 없었다면 권 마스터님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예요. 오히려 제가 권 마스터님에게 미안해요.”진서준의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권해철이 진서준과 가까운 사이가 되지 않았다면 구지범도 굳이 권해철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자, 시간이 촉박해요. 긴말은 필요 없고 이제 뼈를 맞춰줄게요.”말을 마친 후, 진서준은 침대 옆의 벨을 눌렀다.잠시 후, 몸매가 흐트러진 중년 여자 수간호사가 들어왔다.“뭐예요?”수간호사는 진서준을 보며 냉담하게 물었다.“이분 옷을 벗겨주세요.”진서준이 정중하게 말했다.“당신은 손이 없나요?”수간호사는 팔짱을 끼고 되물었다.수간호사가 이런 당당한 태도를 보이자 진서준은 순간 당황했다.환자를 돌보는 게 간호사의 의무 아닌가?그런데 그 의무를 우리가 너에게 빌며 부탁해야 하는 것처럼 건방지게 굴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진서준의 표정이 즉시 굳어졌다.“당신이 류재훈이 배정한 이분을 간호하는 간호사 맞죠?”“그게 당신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당신이 돈을 준 것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에요.”여자 간호사는 귀찮은 표정을 지
“원망하지 않아, 하지만 반드시 무사하게 전투에서 살아남겠다고 약속해.”서지은은 고개를 들고 맑은 눈동자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응.”진서준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더 이상 혼자만을 위해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진서준의 아버지는 신농산의 금지구역에 갇혀 그의 구출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진서준의 여동생 진서라 몸속의 독소도 진서준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임씨 가문과 서씨 가문에서 각각 약초 하나를 제공한 지금, 필요한 약초는 아직 일곱 가지가 남아 있었다.진서준은 이번 대한민국 무도 위기가 해소된 후, 서남쪽 성약당에 다시 방문하기로 결심했다.어쩌면 성약당에서 필요한 약초 일부분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서준아...”서지은은 고개를 젖히고 눈을 살짝 감으며 진서준의 이름을 부드럽게 중얼거렸다.달빛을 받으며 품에 안은 아름다운 여성을 바라보는 진서준의 숨결이 조금 가빠졌다.“응...”얼굴이 붉어지는 나지막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정자 안에 울려 퍼졌다.어둠 속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이미 서광문이 명령해 철수한 상태였다.이제 주위 백 미터에는 진서준과 서지은만 남았다.순간, 분위기는 매우 애틋해졌다....경성, 국안부.진서훈은 아직 경성을 떠나지 않았다.진서훈 외에도 천자진군 송경식이 경성에 있었다.두 사람은 해외의 악당들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성을 지키고 있었다.“진 장군님 집안 손자 성장 속도가 좀 놀랍더군요.”송경식이 진서훈을 바라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아이는 요한의 자식이니까 재능이 뛰어난 건 당연한 겁니다. 게다가 창욱 어르신이 3년 동안 정성스레 교육했으니까 성장 속도가 빠른 거지요.”진서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번 용멸 계획 중에 많은 해외 무인들이 호시탐탐 그 아이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정말 변경에 보내 전투에 참여시키는 겁니까?”송경식이 탁자 위의 차가운 차를 집어 들자 2초도 안 돼서 차가 김을 내기 시작했다.그러나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진서훈은 송
이번 해외 강자들이 대한민국을 포위해서 공격하는 건 절호의 기회였다.만약 진서준이 이번 용멸 계획에서 큰 공을 세운다면 서광문이 언급한 전용 권리를 얻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대한민국 무도계를 공격하는 해외 강자는 결코 실력이 형편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국안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에 공격에 참여한 해외 강자들은 기본적으로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강자였다.대한민국 국안부의 종사 수는 본래 많지 않은 데다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사람은 더욱 적었다.이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안부는 산이나 농촌에 은거하고 있는 구시대 종사를 여러 명 초청했다.하지만 서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 내의 종사들은 거의 출동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단순했다. 가문 내 종사가 출동한 틈을 타서 다른 세가에 습격당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이것이 왕안석과 이한석이 아직 서씨 가문에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진씨 가문의 대종사도 물론 출동하지 않았다.나라가 없으면 가정이 없다고 했다.하지만 이런 이치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드물었다.적어도 서광문은 그렇게 할 수 없다.서광문은 자기 가족과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게 최우선이었다.식사가 끝난 후, 서지은은 진서준을 데리고 자택의 정원을 한가롭게 거닐었다.잠시 후, 서지은과 진서준은 호수 가운데 있는 정자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정자에 앉았다.“서준아, 넌 아빠가 방금 한 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난 명분 따윈 없어도 괜찮아.”서지은이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대다수 여성은 감성이 뛰어난 동물이다.여자 서지은은 일반 여성보다 더더욱 감성적이었다.서지은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거지라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권력이나 재물을 추구하는 다른 여성들과 비교하면 서지은이 원하는 건 단순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이 단순한 행복은 서지은이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좋아, 나도 더 이상 널 가르치려고 하지 않을게, 건가 잘 챙기고 이 전투에서 죽지 않도록 해.”전화를 끊고 난 후, 진서준은 다시 식탁으로 돌아갔다.“서준아, 얼른 밥 먹어.”서지은이 진서준에게 손짓했다.“알았어, 곧 갈게.”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서지은의 옆에 앉았다.진서준이 식탁에 앉자 서광문 가족이 드디어 젓가락을 들었다.이전에는 서광문이 서지은의 체면을 고려해 진서준에게 평온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제는 진서준에게 약간의 경외심이 생겼다.만난 지 겨우 석 달 만에 단 일격으로 고성운과 육위준을 처치했으니 1년이 더 지나면 서씨 가문은 이 용존 앞에서 진짜 하찮은 가족에 불과할 것 같았다.“진서준, 다음 계획이 무엇인가?”서광문이 물었다.진서준은 서지은이 집어준 그릇 안의 고기를 먹은 후 담담하게 대답했다.“용멸 계획이 곧 시작될 예정이니, 국경으로 갈 생각입니다.”서광문은 그 대답에 한순간 눈살을 찌푸렸지만 금세 인상을 풀었다.진서준이 오늘 보여준 실력으로 보아 만약 해외 강자와 맞닥뜨려 아쉽게도 패배하게 되더라도 적어도 그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서광문은 진서준을 굳이 설득하지 않았다.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분투하는 건 모든 국민이 응당 해야 할 일이다.진서준이 그런 능력이 있으니 서광문은 자연스럽게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우리 서씨 가문에서 도와줄 건 없어?”서광문이 진서준를 바라보며 물었다.“혹시 이 약재들, 서씨 가문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진서준은 진서라의 체내 독소 치료에 필요한 약재 리스트를 꺼냈다.그중 하나는 임씨 가문 가주가 진서준이 떠나기 전에 이미 준비한 것이었다.서광문이 대충 훑어보더니 마지막 약재를 보았을 때, 시선이 그 약재에 고정되었다.“그래, 이 약재는 네게 주지. 우리 서씨 가문에 두어도 큰 의미가 없으니까.”서광문이 집사에게 손짓했다.“가서 얼른 이 약재 가져와.”오하늘이 위에 적힌 약재를 보고 흠칫 놀라며 물었다.“저기... 가주님, 이 약재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