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공기가 서늘해지고 있었다. 청수호 저택은 고요에 휩싸였다. 조금 전 우진영과 김문호 사이의 격전이 있었지만, 이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듯했다. 아마도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다른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네가 유씨 가문에 들어갔다고? 누가 너를 소개했지? 혹시 유지수인가?”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며 김문호에게 물었다.“유지수? 그게 누구냐? 난 그런 사람 모른다!” 김문호는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나를 유씨 가문에 초대한 사람은 바로 유씨 가문 가주의 동생이야. 직접 나를 초대했다고!”유씨 가문 가주의 동생이 직접 초대한 것은 김문호 같은 사람들에게 큰 영광이었다. 이는 유씨 가문이 김문호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며, 그렇지 않다면 가주의 동생이 직접 초대하러 올 리 없었을 것이다.진서준은 이 말을 듣고 마음속 의심을 완전히 지웠다. 유지수의 말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그는 이제야 그 모든 의심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유지수가 김문호를 유씨 가문에 들인다는 핑계로 자신을 속이고, 자신의 어머니를 납치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보니 어머니를 데려간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았다.“내 제자들이 변변치 않다 해도, 네가 감히 그들을 가르칠 자격은 없다!” 김문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진서준을 노려보며 말했다. “오늘 밤, 내가 그 셋의 복수를 대신해주마!”말과 함께 김문호가 천천히 손을 들어올리자, 열 개의 금빛 장검이 그의 등 뒤에 떠올랐다.“그렇게 검 다루는 걸 좋아하나?” 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김문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분노에 차서 외쳤다. “죽음이 목전에 있는데도 이런 말을 하다니, 감히 나를 모욕하려 들다니! 널 산산조각 내주마!”김문호는 진서준이 자신을 조롱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 소리 외치며, 열 개의 금빛 검을 진서준을 향해 빠르게 날렸다. 금빛 검이 지나가는 길마다, 아래의 호수 물이 양옆으로 밀려나면서 하나의 수
진서준은 김문호의 말을 듣고, 무심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하찮은 진법으로 나를 막으려 하다니, 어리석군.”진서준이 발을 세게 내딛자, 김문호가 펼친 진법이 순식간에 허물어지며 사라져 버렸다. 진법이 아직 발동되기도 전에, 이미 진서준에 의해 파괴된 것이다.김문호의 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어떻게 이토록 짧은 순간에 자신이 만든 진법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인가?심지어 대종사라 해도 이 진법을 깨기 위해서는 몇 초는 필요할 텐데, 진서준은 그것을 눈 깜짝할 사이에 무너뜨렸다.김문호의 머릿속은 충격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급히 열 개의 금빛 검을 자신의 오른쪽으로 모아, 진서준의 검을 막아내려 했다.천문검이 떨어지자, 열 개의 금빛 검과 부딪쳤다. 마치 날카로운 칼날이 얇은 종이를 자르는 것처럼, 금빛 검의 맨 위에 있던 검이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다섯 번째 금빛 검이 부서진 후에야, 겨우 진서준의 검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나 김문호는 이미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고, 두 다리는 마치 기름칠을 한 듯이 빠르게 뒷걸음질쳤다.지금 김문호는 조금 전의 당당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더 이상 위엄을 유지할 수 없었고, 매우 초라해 보였다.“무서운 놈!”김문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분노에 휩싸였다.“바람이여, 불어라!”그의 외침과 함께 갑작스러운 강풍이 일어,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들 사방에서 진서준을 향해 몰려들었다. 진서준은 사방에서 몰려오는 바람의 칼날을 마주하며, 금이 간 천문검을 가슴 앞에 들었다.천문검은 아직 단련이 덜 된 상태였고, 진서준과 함께하는 동안 지금에 이르러서야 금이 간 것이다. 그만큼 천문검은 견고하고 충실한 동반자였다.이때 바람의 칼날들은 어떤 힘에 이끌리듯 공중에서 서로 회오리치기 시작했고, 결국 작은 토네이도로 변했다.토네이도의 외곽은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고, 그 바람은 앞서의 칼날들보다 훨씬 날카로웠다.이 기술은
우진영은 눈이 휘둥그레져, 자신이 보고 있는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금방 자신을 한 방에 제압했던 김문호가, 지금은 진서준의 검에 의해 두 팔이 잘려나간 것이다.우진영은 방금 전 자신이 했던 행동을 떠올리며 등골이 서늘해졌다. 만약 진서준이 그때 그를 죽이려고 마음먹었다면, 지금쯤 그는 이미 목과 몸이 분리되어 있었을 것이다.“아아아!”찢어질 듯한 비명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이제 김문호는 더 이상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지 못했고, 길가에서 헤매는 노인처럼 물 위에 쓰러져 고통스럽게 울부짖고 있었다. 그의 옷은 빠르게 피로 물들어 선명한 붉은색으로 변해갔다.“이제 왜 내가 이 별장에서 널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겠지.”진서준은 한 손에 검을 쥔 채, 약간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 방금 진서준이 휘두른 그 한 번의 검격은 그의 체내의 모든 기를 거의 소진시켰다. 하지만 지금 김문호는 더 이상 싸울 힘이 없었고, 그저 물 위에 누워서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다음 생에는 사람을 잘 가려. 어떤 사람은 당신이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든 천문검을 들어 김문호를 죽이려 했다.“죽이지 마! 날 죽이면 안 돼! 난 유씨 가문의 공신야. 내가 죽으면 너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김문호는 진서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느끼고, 팔이 잘린 고통도 잊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는 유씨 가문의 이름을 이용해 진서준을 협박하고, 그가 포기하도록 만들려 했다.진서준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서북 유씨 가문? 그들이 나를 찾지 않아도, 내가 직접 유씨 가문을 찾아갈 거야.”과거에 자신이 유지수와 이지성에 의해 감옥에 보내졌을 때, 진서준은 유씨 가문이 그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왜 그들이 그렇게 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당시 이 일을 계획한 배후자에게 물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어쨌든 진서준은 유씨 가문을 찾아갈 예정이었지만, 그건 내년 3월에 신농산을 나올 때의 일이다.유씨 가문의 이름이 더 이상 통하지
하지만 뼛속까지 전해지는 고통은 가시지 않고 파도처럼 넘실대며 김문호의 대뇌로 전해왔다.진서준은 김문호의 뒤를 따르며 별장으로 향해 걸어갔다. 우진영은 감히 도망가지 못하고 재빠르게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별장에 도착해 김문호는 진서준 일행을 데리고 2층의 작은 방에 도착했다.“여기 있어요.”김문호가 턱으로 방을 가리켰다.진서준이 문을 힐끗 보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여기에 진법을 숨긴 걸 내가 모를 것 같아?”“진법을 숨긴 건 외부인의 침입을 방지하려는 거지 선생님을 해치려는 건 아니에요.”김문호가 울상이 되어 말했다.“알았어. 농담한 건데 뭘 그렇게 겁을 먹어?”김문호의 얼굴을 보면서 진서준은 대수롭지 않게 피식 웃었다.죽음 앞에서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태연한 척하기 힘들었다.조금 전 청수호에서 영기를 보충했기에 진서준은 한 손으로도 쉽게 진법을 제거했다.진법을 제거하고 방으로 들어가니 책상 위에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은 나무상자가 있는 것을 보았다.진서준은 바로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영기를 느꼈다.“보물이 저 상자 속에 있어요.”김문호의 말을 듣고 걸어가 나무 상자를 열어보니 속에 주먹만 한 맑고 투명한 돌이 들어있었다.“영정석이야.”영정석을 본 진서준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영정석만 있으면 강남의 제일 장인을 못 찾더라도 천문검을 보수할 수 있었다.마침 내일 하루 시간이 더 있기에 보수할 시간이 충분했다.“전 이젠 가도 돼요?”김문호는 진서준의 싱글벙글한 표정을 보면서 재빨리 물었다.“썩 꺼져.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아니면...”진서준이 차갑게 노려보니 김문호는 겁이 나 바로 몸을 돌려 도망갔다.김문호가 가고 나서 진서준은 영정석을 자신의 저장 반지에 넣고 객실로 돌아왔다.“진 마스터님,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용서해 주세요.”우진영이 진서준의 앞에 풀썩 무릎을 꿇으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건 그가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만일 지금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으
허윤진이 한보영과 함께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본 허사연은 감동해서 울 뻔했다.허사연은 여동생이 자기를 도와주려는 것을 눈치챘다.“서준 씨, 다친 데는 없어요?”아무도 없자 그제야 허사연이 본 모습을 드러냈다.“다쳤어.”진서준이 기침하며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웠다.“어딜 다쳤어요? 봐봐요.”허사연이 깜짝 놀라면서 진서준의 손을 잡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방금 김문호와 싸우면서 거의 모든 힘을 다 쏟아부어서 지금 양기가 너무 왕성해. 양기를 꺼버리지 않으면 심한 내상을 입을 수 있어. 손 만져봐. 뜨겁지?”진서준은 허사연의 손을 잡으면서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쓰다듬었다.“어머, 왜 이렇게 뜨거워요?”허사연은 진서준의 말을 의심했으나 불같이 뜨거운 체온에 깜짝 놀라 삽시간에 의심이 사라졌다.사실 이건 진서준의 계략이었고 영기를 이용해 자신의 체온을 순간적으로 높이는 수법이었다.“서준 씨,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돼요.”허사연이 놀라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음기를 흡수하면 좋아질 수 있긴 한데...”진서준은 아픈 척하며 무기력하게 말했다.“네?”허사연이 움찔하더니 바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잘 익은 사과와 같았다.“조...조금만 기다리면 안 돼요? 윤진이와 보영 씨가 잠들면 우리가...일을 치르면...”여기까지 말한 허사연은 부끄러워서 얼굴을 진서준의 품에 묻으며 귀뿌리까지 빨개졌다.진서준은 오해가 커진 걸 느끼고 깜짝 놀랐다.그저 허사연이 키스해 주길 바란 건데 그 일을 생각할 줄 몰랐다.“사연아, 그렇게 복잡할 건 없고 입으로 음기만 불어주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어.”진서준이 다급하게 말했다.“그래도 돼요?”허사연이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행여 진서준의 몸에 이상이 생길까 봐 그녀는 자기 한 몸 바쳐서라도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되지. 한번 해봐.”“그럼 해볼게요.”허사연은 진서준의 목을 안고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두 사람은 키스 삼매경에 빠졌고 진서준의 손이 자연스럽게 허사연의
2층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 허윤진의 눈빛에는 분노와 부러움과 질투가 섞여 있었다....이튿날 아침 진서준과 허사연 일행은 기차역으로 진서라를 마중하러 왔다.“오빠.”진서준을 발견한 진서라는 달려오면서 진서준의 품에 와락 안겼다.주위의 여객들이 진서준을 향해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곁에 세 명의 미인이 서 있었고 그중 두 명은 자매였고 품에 또 한 명의 미인을 안고 있으니 마냥 부럽기만 했다.“서라야. 오빠가 있잖아. 아무 일도 없을 거야.”진서준은 진서라의 등을 다독이며 작은 소리로 달랬다.“오빠만 믿을게.”진서라가 힘 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가에 흐른 눈물을 닦았다.“새언니, 윤진 씨, 보영 언니.”진서라는 허사연 일행에게 인사를 건넸다.새언니라는 호칭에 허사연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요즘 더 야윈 거 아니에요? 집에 가서 맛있는 보양식을 해줄게요.빨리 가요.”“새언니, 고마워요.”진서라가 웃으며 말했다.“고맙긴요.”진서준은 네 명의 미인과 함께 별장으로 돌아왔다.네 사람을 별장에 내려놓고 진서준이 말했다.“잠깐 나갔다 올게. 늦게나 들어올 것 같으니까 기다리지 말고 밥 먹어.”“조심해서 다녀와요.”허사연이 걱정스레 말했다.“걱정하지 마.”진서준은 차를 운전해 바로 운대산으로 가지 않고 김씨 가문으로 향했다.요즘 김연아가 어떻게 지내는지 만나러 갔다....결혼식 때문에 배수정은 김씨 가문에 반 달 남짓 더 머물렀다.의식주행은 신경 쓸 것 없으나 유일한 고민이라면 김씨 가문의 한 도련님이 매일 배수정을 보러왔다.이 도련님은 하필 김씨 가문의 직계 후손이라 화도 내지 못하고 마냥 참고만 있었다.띵똥...벨소리가 울렸다.배수정은 잔뜩 귀찮은 얼굴로 문을 열었다.문을 열어보니 멋진 청년이 꽃다발을 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배수정을 바라보고 있었다.“수정 씨, 이건 방금 호숫가에서 꺾어온 장미예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김태영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고마워요. 그런데 저는 꽃을 좋아
갑자기 나타난 남자는 바로 어제저녁 배수정과 연락했던 진서준이었다.진서준의 이름을 부르려다가 주방에 있는 김태영이 생각나 급히 입을 틀어막으며 손으로 주방을 가리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진서준은 배수정의 손짓을 알아채고 2층으로 올라오라고 손짓했다.“태영 씨, 밥해서 먹고 있어요. 전 머리가 아파 방에 올라가 쉴게요.”말하고 나서 김태영의 답을 듣지도 않고 2층으로 올라가 진서준을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왜 이 시간에 왔어요?”배수정이 조심스레 물었다.“그럼 언제 와요? 밤에 오면 간통하는 것 같잖아요.”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간통이라는 말에 배수정의 예쁜 얼굴이 빨개지면서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해요?”“장난이에요. 화내지 마요.”진서준이 허허 웃더니 이내 정색해서 말했다.“연아는요? 어느 별장에 있어요?”“전에는 제 옆 별장에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저도 몰라요. 나중에 김태영한테 물어보면 어디 있는지 알 거예요.”배수정이 말했다.“서준 씨, 한 가지 일을 서준 씨는 아마 모를 거예요.”“무슨 일요?”진서준이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배수정을 바라보며 물었다.진서준이 모르는 일이 아직도 남아있단 말인가?“전에 고양시에서 탁씨 성을 가진 사람과 결투한 적 있죠?”배수정이 물었다.“맞아요.”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탁현수, 남주성 일위 일품 대종사!“사실 서준 씨가 탁현수와 결투한 날 연아 씨도 있었어요. 서준 씨가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김씨 가문의 종사님도 모시고 갔어요.배수정이 감개무량하게 말했다.“뭐라고요?”진서준이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이 일을 진서준은 정말 모르고 있었다.“그럼 연아가 날 보호하려고 김형섭의 요구대로 김씨 가문으로 돌아갔단 말인가요?”“맞아요. 전에 연아 씨가 말해줬어요. 연아 씨는 서준 씨가 알기 원하지 않더라고요.”배수정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한숨을 쉬며 말했다.“연아 씨는 착한 여자인데 아쉽네요...”진서준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나 때문에 연아
김태영은 배수정이 눈앞의 양아치한테 꼬투리라도 잡힌 줄로 생각했다.진서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김태영을 바라봤다.김씨 가문의 모든 이에 대해 아무런 호감이 없었다.“3초 동안 시간 주겠으니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무슨 일이 생길 줄 모른다고?”김태영이 웃었다.“여기가 어딘지 알아? 여긴 김씨 가문이고 나는 김씨 가문 직계 후손이야. 감히 날 건드려?”김태영이 다가가더니 손가락으로 진서준의 가슴팍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너야말로 수정 씨 꼬투리 잡은 거 있으면 당장 내놔. 아니면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할 거야.”배수정은 당황해하며 결코 진서준과 김태영이 충돌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았다.만일 김씨 가문 종사들이 알고 달려오면 진서준은 영락없이 잡히고 만다.“셋.”진서준은 김태영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냉랭하게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김태영이 잠깐 멍해 있더니 미친 듯이 웃어댔다.“대단한 자식이네. 내가 이곳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네가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볼 거야.”김태영은 진서준을 전혀 겁내지 않았다.이곳은 김씨 가문 구역이기에 외부인은 절대 이곳에서 김씨 가족을 건드릴 수 없었다.“둘.”진서준의 눈빛이 예리한 칼날처럼 날카로워지면서 마치 김태영을 반으로 쪼개버릴 것만 같았다.김태영은 진서준의 눈빛에 깜짝 놀라며 발밑으로 찬 기운이 올라왔다.“하나.”“안 돼요.”배수정이 갑자기 진서준을 끌어안으며 진서준의 입술을 깨물었다.진서준은 순간 멍해지면서 의아한 표정으로 배수정을 바라보았다.한쪽에 서 있던 김태영도 바보처럼 멍해 있었다.반 달 동안이나 대시했던 여신이 갑자기 자기가 보는 앞에서 강제적으로 다른 남자에게 키스하고 있다.김태영의 가슴속에서 분노가 활활 타오르면서 악에 찬 목소리로 소리질렀다.“대체 뭐 하는 짓이야?”진서준은 그제야 배수정을 급히 뿌리쳤다.“수정 씨...”“키스해달라면서요? 해주면 될 거 아니에요?”배수정은 진서준을 향해 눈을 흘기더니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