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봤다.“또 무슨 일 있어요?”진서준이 물었다.허사연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어렵게 입을 열었다.“이모님이... 실종됐어요.”쿵-진서준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세상이 빙빙 돌며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허사연은 진서준의 표정을 보더니 얼굴이 창백해졌다. “서준 씨, 괜찮아요?”허윤진도 급히 진서준의 반대편에 앉더니 그의 손을 꽉 잡았다.“형부, 진정해요. 아까 우리랑 약속했잖아요, 흥분하지 않겠다고.”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진서준은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어머니가 실종됐다고? 언제 일이야? 납치당한 거야, 아니면 어떻게 된 거야?”진서준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이제 겨우 몇 개월 함께했는데 어머니가 또다시 실종됐다니...출소했을 때를 떠올리면 쓰레기를 뒤지던 어머니의 비참한 모습에 진서준의 가슴은 마치 칼로 베이는 듯 아팠다.이번 생에서 가장 미안한 사람이 그의 어머니였다.“잘 모르겠어요. 서라가 전화 오더니 어제부터 이모님이 실종됐다고 했어요. 아빠한테 부탁해 사람을 보내 찾았지만 아직도 소식이 없어요.”허사연도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서준 씨, 미안해요. 저한테 이모님과 서라를 부탁했는데 그들을 잘 돌보지 못했어요.”진서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감정을 조절했다.충동적으로 행동해 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서라는 아무 일 없는 거죠?”“네. 아마도요.”진서준은 안심할 수 없어 곧바로 서라에게 전화를 걸었다.서라는 이내 전화를 받았다.“언니, 우리 엄마 찾았어요?”허사연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서라는 허사연인 줄 알았다.“서라야, 나야. 넌 아무 일 없는 거지?”진서준은 급히 물었다.“오빠!”진서라는 진서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을 터뜨렸다.“미안해, 오빠. 내가 엄마를 잘 보살피지 못했어…”“서라야, 울지 마. 네 탓 아니야. 지금 바로 금운으로 와. 어머니에 이어 너마저 잃어버릴 수 없어.”진서준은 급히 말했다.“알겠어,
서씨 가문.상림이 서경재의 시체를 들고 돌아오는 것을 보고 서광문은 충격을 받았다.“어떻게 된 거야? 내 조카가 왜 죽었어? 누가 감히 이런 짓을 했어!”서광문이 분노에 차 고함쳤다.딸 서지은도 아직 소식이 없는데, 이제는 조카마저 죽었다!강남 제일의 명문가가 된 이래 서씨 가문은 이런 큰 수모를 당한 적이 없었다!상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지은이 나서기를 기다렸다. 그는 결국 서씨 가문의 손님일 뿐, 대종사에 불과했다! 서지은이라는 서씨 가문의 큰 아가씨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아버지, 저 돌아왔어요!”서지은이 문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지은아!”서지은이 갑자기 나타나자 서광문의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는 흥분해서 달려가 두 손으로 서지은의 어깨를 꽉 잡고 자세히 살펴보았다.“이 며칠 동안 어디 갔었니?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서지은이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저 사실 계속 운대산에 있었어요. 아주 잘 지냈으니까 걱정 마세요!”“뭐? 운대산에?” 서광문이 놀랐다.그 운대산은 대종사조차 들어갈 수 없는 곳인데, 서지은이 어떻게 들어갔단 말인가?“아버지, 먼저 앉으세요. 천천히 설명해 드릴게요.”서지은이 서광문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혔다.“아버지, 처음에 저를 구해준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됐어요!”“그 사람이 누구니? 데려오너라. 내가 후하게 상을 내리겠다!”서광문이 대단한 기세로 말했다.“조급해하지 마세요. 그분은 저를 한 번만 구한 게 아니에요. 이번에 제가 운대산에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던 것도 그분 덕분이에요.”서지은이 천천히 설명했다.“지은아, 한 가지 궁금한 게 있구나. 어떻게 운대산에 들어갔던 거니?”서광문이 꽤 궁금해했다.‘혹시 지은이가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달랐던 걸까?’서지은이 약간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그날 운대산 별장에 돌아왔을 때, 저를 구해주신 분의 뒷모습과 비슷한 사람을 봤어요. 그래서 그분을 따라갔죠.”“그러다가 운대산에서 악귀를 만났는데, 그분이 절 구해주
서지은이 약간 화를 내며 말했다.“서경재가 아무리 나쁜 짓을 했다 해도, 그는 서씨 가문 사람이야. 경재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우리 서씨 가문의 일이지, 어떻게 외부인이 처리할 수 있어!”서광문이 미간을 찌푸리며 매우 불쾌해했다. “네 작은아버지가 지금 밖에 계시는데, 내일 돌아와서 이 일을 알게 되면 절대 진서준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하지만 제 목숨을 구했잖아요!” 서지은이 서운한 표정으로 서광문을 바라보았다.“아버지,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가르치셨잖아요. 진서준 씨가 저를 두 번이나 구해줬어요. 제가 진서준 씨를 보호해야 해요.”서지은이 이렇게 낯선 남자를 위해 말하는 것을 보고 서광문은 크게 놀랐다.그는 서지은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지은아, 솔직히 말해봐. 너 그 녀석을 좋아하는 거니?”“아... 아니에요!”서지은은 서광문의 눈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인생 경험이 많은 서광문이 어찌 서지은의 마음을 모르겠는가!이 애가 정말로 진서준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서광문은 화가 나면서도 슬펐다.20여 년간 키워온 귀한 딸을 누군가에게 빼앗길 줄이야!게다가 자기 딸을 빼앗아간 사람이 조카를 죽인 원수라니.이를 어찌해야 할까!“지은아, 네가 방금 진서준에게 여자친구가 있다고 했잖아!”서광문이 문득 한 가지 문제를 깨달았다.“알아요, 아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니까요...”서지은은 여전히 고집을 부렸다.“됐어, 네 마음을 내가 모를 리가 있겠니?”서광문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진서준을 용서하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야. 하지만 진서준이 우리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 내가 네 작은아버지에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데릴사위?서지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아버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전 진지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왜 그런 쪽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세요...”서광문이 계속 말을 이었다. “나도 진지한 얘기를 하고 있어. 게다가 인생의 큰일이지!”“나에겐 네가 유일한 딸이야. 늘
진서준이 차를 몰고 장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 장조인은 이미 문 앞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그의 뒤에는 늑대와 표범 같은 기질을 가진 세 남자가 따라 서 있었다.이 세 사람은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태산이 머리 위에 올려진 듯한 압도적인 느낌을 주었다.의심할 여지 없이, 이 세 사람 모두 대종사였다!강남의 3대 명문가에 대종사가 세 명이나 있다니, 그렇다면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은 어떨까?아무래도 이런 명문가들의 저력을 너무 얕봤던 것 같았다.“진 마스터!”이번에 장조인이 진서준을 대하는 태도는 무척 공손했다.이전과 비교하면 정말 하늘과 땅 차이였다.진서준은 잠시 놀랐다가 곧 웃으며 말했다. “장 선생님, 과찬이십니다.”장조인 뒤에 서 있던 세 사람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장조인이 장씨 가문의 체면을 깎아내린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들 셋은 감히 직접 말하지 못했다. 결국 장조인은 장씨 가문의 가주이자 2품 대종사였으니까!실력으로 따지자면, 백발이 성성한 한 노인을 제외하고는 장조인과 나머지 두 사람의 실력은 비슷했다!“진 마스터, 안으로 들어오게!”장조인이 앞장서서 진서준을 안내했고, 곧 일행은 응접실에 도착했다.“진 마스터, 소개하지. 이 세 사람은 우리 장씨 가문의 대종사들이야. 우리 장씨 가문이 강남에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지!”진서준은 그들에게 공손히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했다.하지만 그의 이런 행동이 세 사람의 눈에는 더욱 불만스럽게 보였다!“젊은이, 사람은 겸손해야 하네. 자신에게 약간의 실력이 있다고 해서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하지 말게. 이 세상엔 자네보다 뛰어난 사람이 많다네!”왼쪽에 앉아있던 중년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그 말의 의미는 명백했다.진서준은 듣고 나서 잠시 놀랐다가 이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후반부 말씀은 맞습니다. 세상에는 저보다 뛰어난 사람이 많죠. 하지만 당신은 포함되지 않습니다!”쾅!어마어마한 기세가 이 중년 남자에게서 뿜어져 나왔다.탁자 위에 놓여있던 강화유리컵
이는 마치 파리 한 마리가 계속 당신 귓가에서 윙윙거리는 것과 같았다.“자, 자, 우 대종사. 내가 진 마스터 대신 사과드리겠네. 우리는 한 배를 탄 사람들이니 서로 다투지 말게!”장조인이 약간 화가 난 듯 말했다.그가 화를 내자 우진영은 콧방귀를 뀌며 더 이상 진서준과 따지지 않았다. 하지만 진서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적의로 가득 차 있었다!“진 마스터,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장조인이 말을 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모레 아침 8시에 서씨 가문의 서동현이 서씨 가문 별장에서 출발해 아홉 마리 준마를 타고 10리에 걸친 화려한 혼수를 이끌고 김씨 가문으로 신부를 맞으러 갈 예정이네.”“호위 병력으로는 종사 3명과 대종사 1명이 동행할 것 같아.”“김씨 가문 쪽은 그때 모든 대종사와 종사들이 나와 김연아를 호위할 거야.”“신부를 빼앗으려면 서씨 가문 사람들이 도착하기 전에 행동해야 합니다!”서씨 가문 사람들이 오기 전에는 진서준 일행이 김씨 가문의 세력만 상대하면 된다.만약 서동현이 서씨 가문의 대종사를 데리고 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대종사가 한 명뿐이라고 해도 서씨 가문의 대종사는 실력이 매우 무서웠다!심지어 혼자서도 국면을 뒤집을 수 있을 정도였다.진서준이 물었다. “김씨 가문에는 대종사가 모두 몇 명입니까?”“김형섭 본인까지 합치면 제 추측으로는 5명은 될 겁니다!”장조인의 목소리가 무거웠다.장씨 가문은 장조인을 포함해 대종사가 총 4명밖에 없었고, 모두 지의방 순위의 변두리에 있었다.반면 김씨 가문은 최소 5명의 대종사가 있고, 모두 지의방 순위 80위 안에 들어실력 차이가 매우 컸다.가장 어려운 건 신부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신부를 빼앗은 후 김씨 가문과 서씨 가문의 반격을 어떻게 막느냐는 것이었다.진서준이 김연아를 빼앗아 간다 해도 나중에 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서준을 공격할 것이고, 심지어 장씨 가문까지 함께 처리해 버릴 수도 있었다.그때가 되면 모든 게 끝장날 것이었다.진서준
진서준은 아직 살 만큼 살지 않았고, 죽음을 자초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어머니의 실종과 내년 3월 신농산 여행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비장의 무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비장의 무기가 무엇인지, 진서준은 지금 이 순간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김씨 집안이나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큰 문제가 될 테니까.“걱정 마세요. 제가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김씨 가문에 큰 타격을 줄 것이고, 장씨 가문은 그 기회를 틈타 행동할 수 있을 겁니다.” 진서준은 차분하게 말했는데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진서준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장조인과 우진영,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모두 놀란 듯했다. “진 마스터, 혹시 정말로 비장의 무기가 있나?”“때가 되면 알게 될 겁니다. 지금은 그렇게 많이 묻지 마세요.” 진서준은 장조인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정말로 저와 함께 행동할 생각입니까?”“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길입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만약 그날 당신이 겁을 먹고 약속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제가 죽더라도 당신들 장씨 가문의 모든 사람을 지옥으로 끌고 갈 겁니다!” 진서준의 목소리는 찬바람처럼 차갑고 뼈에 사무쳐, 장조인은 몸을 떨었다.“내가 오늘 문 앞에서 직접 당신을 기다린 것은 이미 결심을 했다는 뜻이네. 진 마스터, 안심하게. 우리 장씨 가문은 그때 반드시 힘을 보태주지!” 장조인이 말했다.우진영은 장조인의 말을 듣고 눈썹을 찌푸렸다. 그들 마음속에는 각자의 계산이 있었다. 만약 그날 상황이 좋지 않다면, 그들은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장씨 가문이 멸망하더라도, 그들은 강남을 떠나 새로운 명가를 찾아가면 그만이니까.누구나 사심이 있다는 것을 진서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결혼식 날, 진서준은 자신의 모든 실력을 보여주어 이 세 사람에게 성공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했다.그렇다, 기회가 있었다. 비장의 무기가 있다고 해도, 진서준은 자신이
“저녁에 뭐 먹을까요? 내가 만들어 줄게요!” 진서준은 허사연을 품에 안으며 부드럽게 물었다.“뭐든지 괜찮아요. 서준 씨가 해주는 거라면 다 좋아요!” 허사연은 탐스럽게 진서준의 체취를 맡으며 매혹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녀는 이 따뜻한 품속에서 계속 머물고 싶었다.“두 사람 진짜 너무하네요! 내 입장도 좀 생각해 줘요!” 강제로 애정 표현을 목격한 허윤진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또 윤진이를 깜빡했네요.” 허사연은 부끄러워하며 급히 진서준의 품에서 벗어났다.“허윤진, 너도 남자친구를 찾아야겠어!” 허사연은 자연스럽게 화제를 허윤진에게 돌렸다.“아니야, 난 남자친구 같은 거 필요 없어. 남자들이란 다 똑같잖아!” 허윤진은 입을 삐쭉이며 화난 듯이 대답했다.“그 말은 맞아.” 허사연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진서준은 어쩔 줄 몰라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는요?”“당신은 다른 남자들보다는 조금 나은 정도에요.” 허사연은 눈을 돌리며 대답했다. 방금 전까지 다른 여자의 냄새가 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당장이라도 폭발했을 지도 몰랐다.“언니 말이 맞아요. 서준 씨도 딱 다른 남자들보다 조금 나을 뿐이에요.” 허윤진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덧붙였다.“허윤진, 너도 진서준이 다른 남자들보다 낫다고 생각해? 그럼 너도 서준 씨랑 결혼할래?” 허사연은 반쯤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서준과 허윤진은 그 말에 놀랐다.“언니, 뭐라고 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결혼할 수 있겠어!” 허윤진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하하, 그냥 농담이야!” 허사연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자매랑 동시에 결혼하면 밤마다 얼마나 행복해 할까!”허사연이 점점 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자, 진서준은 재빨리 부엌으로 도망쳤다. 진서준의 머릿속에는 여자가 한 번 흐트러지면 남자들보다 더 하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처음에는 농담으로 생각했지만, 지
“진 마스터, 소식이 있네!”장조인이 전화로 말했다. “방금 반시간 전에, 당신이 말한 한보영과 김문호가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금운에 도착했어!”진서준은 듣자마자 서둘러 물었다. “지금 그들이 어디에 있죠? 바로 가겠습니다!”“청수호 옆의 한 빌라 단지에 머물고 있어. 정확한 빌라 번호는 아직 조사 중이네.” 장조인이 설명했다.“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진서준의 눈에는 차가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 김문호가 한보영을 납치했을 때, 이미 진서준의 눈에는 그가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었다.한보영은 진서준의 친구 중 하나로, 그와의 관계도 꽤 좋았다. 이전에 한보영이 허윤진을 하루 종일 돌보면서 쉬지도 않았던 그 정성 덕분에, 진서준은 그녀를 특별하게 여겼다.“진 마스터, 내가 대종사를 보내지. 같이 가는 게 안전할 거야. 상대방이 매복을 준비했을 가능성도 있으니 주의하게.” 장조인이 신중하게 덧붙였다.“감사합니다.” 진서준은 전화를 끊고, 허사연 자매에게 말했다. “한보영과 김문호가 이미 금운에 도착했어요. 잠시 후에 내가 장씨 가문의 대종사와 함께 갈 거예요. 두 사람은 별장으로 돌아가서 기다려요.”말을 마치고, 진서준은 반쪽짜리 옥패를 꺼내어 허윤진에게 건넸다.“전에 사연 씨에게 하나 준 적이 있는데, 이번엔 윤진 씨에게도 하나 줄게요.” “이 옥패에는 내가 설정한 술법이 들어 있어요. 일품 대종사의 전력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거예요!” “만약 다시 서경재 같은 제정신이 아닌 녀석이 찾아오면, 이 옥패를 그에게 보여주면 돼요.”진서준의 말을 듣고서야 허사연은 전에 받았던 옥패를 떠올렸다. 그때만 해도 허사연은 그 옥패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단순히 진서준이 준 정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 옥패는 매우 유용한 물건이었다.“서준 씨도 조심해요.” 허사연은 발돋움을 하며 진서준의 얼굴에 힘껏 입을 맞췄다. 빨간 입술 자국이 진서준의 왼쪽 뺨에 남았다.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